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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헤라

나는 예쁜 아내랑 농사짓고 정령 키우면서 알콩달콩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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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베르헤라
그림/삽화
주5일연재
작품등록일 :
2024.05.08 13:45
최근연재일 :
2024.07.05 22:50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233,044
추천수 :
7,663
글자수 :
347,509

작성
24.07.02 22:50
조회
2,654
추천
162
글자
16쪽

#056 이제 내 차례네

DUMMY

#056 이제 내 차례네


"그 여자를 우리 마을에 주시오."


촌장이 성큼 앞으로 나서며 덮어씌우듯 말했다.

손을 뻗어 마그리트를 잡으려고 하자, 켄손이 재빨리 막아섰다.


"안 됩니다. 이 사람은 이미 갈 마을이 정해졌어요."

"그런 게 어딨어. 어차피 한 명씩 적당하게 나눠주는 거잖소. 그러면 중간에 좀 바뀌더라도 괜찮겠지."

"이 인간이 정말! 안 된다니까 그러네."


켄손이 촌장을 상대하는 동안, 행상인이 재빨리 마그리트를 수레 위에 올라가게 했다.

난간도 올린다.

어느새 행상인 형제 손에는 두툼한 칼이 들려 있었다.

수레 밑에 칼을 숨겨두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마을 남자들도 하나둘 도끼와 낫 같은 무기를 들고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촌장과 남자들을 설득하던 켄손도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가 뒤쪽으로 손을 살짝 젓자, 행상인들이 슬그머니 자리에서 벗어났다.

형은 단독 마차 쪽으로, 동생은 수레 끄는 마차로 이동한다.

그러나 곧바로 마을 남자들에게 막혔다.


"어딜 가시려고."

"당신들은 가만있으쇼."

"고작 노예 때문에 죽고 싶지는 않겠지?"


마차와 수레는 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아직 수레 난간을 붙잡고 있던 작은 새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삐이? 삐?"


허공을 본다.

마그리트의 시선도 문득 허공을 향했다.

방금까지 하늘하늘 주변을 돌아다니던 정령들이 이쪽으로 몰리고 있었다.

불길한 분위기를 느낀 탓인가.

언제나 부드럽던 정령의 모습이 어딘가 이상하다.

몇몇 정령이 마그리트에게 가까이 날아와 냄새를 맡고 돌아갔다.

금세 다른 정령이 와 냄새를 맡는다.

그렇게 마그리트의 냄새를 맡은 정령은 다른 정령과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들에게서는 빛가루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평소에는 사방으로 흩뿌려지던 빛이 정령의 몸을 휘감아 마치 딱딱한 갑옷처럼 보였다.

빛의 갑옷을 입은 정령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그런 정령이 하나둘 마그리트의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어쩌면....'


마그리트를 지켜주던 솜털 정령이 이들에게 부탁하고 갔던 게 아닐까.

그녀가 위험에 빠지면 도와주라고.

솜털 정령이 주었던 작은 물방울은 그걸 위한 거였을지 모른다.


"삐! 삐약!"


작은 새가 수레 난간에서 톡 뛰어내렸다.

마그리트에게 뒤뚱뒤뚱 달려온다.

자기가 있으니 걱정 말라는 듯 작은 새는 마그리트의 손등을 톡톡 쫀 뒤 몸을 돌렸다.

마그리트 앞에 버텨 선 채 가슴을 삐죽 내민다.

삐이, 삐, 요란하게 소리 내면서.

작은 새, 그리고 주위를 감싸는 정령이 점점 늘어나면서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방금까지 그토록 이 마을 남자들이 두려웠는데.

마그리트는 몸을 바로 했다.


* * *


정령의 모습이 바뀐다.

방금까지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날아다니던 정령이 점점 사나운 얼굴이 되어 마그리트 주위로 몰렸다.


"당신들 실수하는 거야. 살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마음 돌리는 게 좋을 거다."


켄손은 눈이 시뻘게져 다가오는 마을 남자들을 향해 외쳤다.

그러나 켄손의 고함은 그걸 비웃는 남자들의 목소리에 묻혔다.


"관리 어르신, 저 여자만 놓고 가면 우리도 더 이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허세 부릴 때가 아니지."

"짐도 놓고 가는 게 좋을 거야."

"모두 놓고 가라는 건 아니요. 술 몇 통이면 돼요."

"햄하고 설탕도 좀 주고 가쇼."


멍청한 놈들.

여자뿐 아니라 행상인 짐까지 노리는 모양이다.


'고맙다고 절하며 업고 다녀도 모자랄 판에.'


이런 외진 곳까지 두루두루 다녀줄 행상을 찾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이런 곳은 돈도 안된다.

거기에 너희 같은 멍청이 때문에 목숨도 걸어야 하는 거다.


'네놈들 때문에 더 이상 일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쩔 거야.'


하아, 이런 꼴통들 때문에 밤낮없이 일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힘이 빠졌다.


"나는 경고했다."


켄손은 다시 외쳤다.

물론 비웃음만 받았다.

비웃거나 말거나, 그는 허리춤의 칼을 빼 들고 마그리트가 있는 수레 앞을 막아섰다.

여기에서는 그가 그녀를 구하려 했다고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행상인들도 여자와 마차를 위해 싸울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이걸로 우리가 마그리트의 아군이라는 것 정도는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켄손은 행상인들에게 외쳤다.


"여자들을 지켜요."


그게 중요하다.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알고 있습니다."

"틈을 봐서 수레에 타세요."


행상인들은 여전히 싸우다 도망칠 생각인 모양이다.

행상인들이 여자를 지킬 생각이라면 어찌 됐든 좋다.

사람들은 정령이 베풀기만 하는 선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켄손은 그들이 때로 매우 냉정하고 잔인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인간과는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물에 빠진 다람쥐는 구하면서, 자기들이 관심 없는 인간은 불에 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어떤 정령은 오늘내일하며 금방 죽을 환자한테는 며칠 낮 며칠 밤을 붙어 축복하듯 빛을 뿌려주는데, 갓 태어난 아기가 눈구덩이에서 굶어 죽어가도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끼던 꽃 한 송이 꺾었다고 인간을 절벽에서 밀어버리는 정령들도 있다.

자애로운 정령이 있는 반면 무자비한 정령도 있고, 인간을 좋아하는 정령도 있지만 싫어하는 정령도 있었다.

하나하나 모두 다르다.

공통적인 게 있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인간에게는 매우 너그럽다는 것.

인간의 법에 구애하지 않기 때문에 정령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이다.

한데 정령 한둘도 아닌 떼거리가 애지중지 아끼는 인간을 해치려 한다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켄손은 둘러싸는 마을 남자들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물러서요.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생명을 걸려는 건 아니겠지?"


촌장이 도끼를 다른 손으로 바꿔 잡으며 말했다.

켄손은 파랗게 날이 선 도끼를 보며 생각했다.


'내가 여기에서 저 도끼에 맞으면 정령이 도울까, 안 도울까.'


정령의 생각은 독특하다.

그들 모두 화가 난 것 같지만, 그건 켄손이나 행상인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마그리트 때문에.

그녀가 위협을 느끼고 두려워해서다.

이 자리에서 켄손과 행상인들이 토막 나 죽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지 모른다.

켄손은 정령에게 사랑받지 못한 자니까.

미음받는 건 아니라도 정령에게 그는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과 다름없다.

켄손은 뒷걸음질해 수레에 바짝 붙으며 물었다.


"마그리트 씨,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조심하세요. 상인 여러분도 조심해요."


그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걸 들으며 곁눈질로 정령의 모습을 살핀다.

몇몇 정령이 파르르 날개를 움직여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빛으로 몸을 감싼 정령이다.

가까이에 있으니 날개가 붕붕 소리 날 만큼 빠르게 흔들리고 있었다.

빛의 느낌도 뾰족하다.

마치 한겨울 위에서 늘어진 고드름 같다.


'엄청나게 화가 났구나.'


그러나 그 날카로움은 켄손 이외의 것을 향하고 있었다.

정령은 행상인에게도 가 있다.

다행히 켄손과 행상인은 마그리트의 아군에 포함된 것 같다.

그가 안도하는데, 수레 근처에 있던 마을 남자가 수레를 향해 컥 소리 내며 침을 뱉었다.

그의 침은 수레 외부에 날아가 붙고, 마그리트가 깜짝 놀랐다.

그 모습을 보고 남자가 웃는다.


"크크크, 미리 침 좀 발라봤는데 진짜 예쁘네."


남자가 웃으며 말하는 순간이었다.

그걸 공격으로 받아들였는지 정령 몇이 남자를 향해 날아갔다.

보기에 고드름 같더니 실제로도 날카로웠던 모양이다.

정령이 그 남자를 스쳐 지나가자 피부에 베인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헉! 이, 이거 뭐야!"


남자가 허우적거리며 허공을 향해 팔을 휘둘렀지만 소용없다.

막으려고 올리는 팔조차 정령이 스치면 어김없이 쩍쩍 갈라지며 피가 흘렀다.

얼굴, 팔, 다리, 머리, 몸통 할 것 없었다.

남자의 몸은 순식간에 피로 물들어 더 이상은 붉지 않은 곳을 찾을 수 없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빨갛다.

켄손 눈에는 정령이 보이지만 사람들 눈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갑자기 남자가 피 흘리는 걸로 보였을 것이다.

누군가가 저주다, 외치고 메뚜기 뛰듯 도망쳤다.

하지만 다른 정령까지 남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마그리트에 더 가까웠던 남자들부터 차례차례, 정령이 따라다니며 피부를 베어냈다.

비명과 피로 사방이 가득하다.


"맙소사."


켄손도 많은 걸 보아왔지만, 이런 장면은 처음이었다.

마그리트 저 여자, 정령에게 엄청 사랑받는구나.

문득 그녀를 보는데, 구석에 있는 안네가 눈에 들어왔다.

정령 몇이 안네 앞으로 가서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


마그리트가 수레에서 떨어졌을 때 누가 밀었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누구인지는 보지 못했다.


'저 여자였구나.'


켄손의 얼굴에 씁쓸함이 올라왔다.


* * *


맙소사.

그렇게 말한 건 그녀였는지, 켄손이었는지, 아니면 행상인과 신부 모두였는지.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모두 멍하니 선 채 입을 벌렸다.

방금까지 기세등등하던 마을 남자들은 사방으로 도망치고 몇몇 사람은 바닥에 쓰러진 채 정령에게 공격당하며 비명 질렀다.

바람에 날리는 꽃씨 같던 정령들이 지금은 성난 벌 같다.

그게 마그리트 자기를 위한 거라고 알아도 조금 두려워졌다.

방금까지 꼭 붙어 있던 신부들이 그녀를 피해 구석으로 몰려갔다.

좁은 수레 안, 마그리트 주위만 썰렁하다.

행상인들은 이게 무슨 현상인지 판단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당황해서 마그리트와 피투성이 남자들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수레에서 약간 떨어진다.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건 켄손뿐이었다.

수레 주위에 서 있는 마을 남자가 한 명도 없게 되자 정령이 두르고 있던 빛의 갑옷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시 빛이 넘실넘실 사방으로 뿌려지고 정령은 방금까지의 분노를 잊어버린 듯 하늘하늘 날았다.

몇몇 정령이 마그리트에게 날아와 냄새 맡는다.

정령의 몸에서 만족한 듯 예쁜 빛이 뿌려졌다.

그 정령이 가고 나면 다른 정령이 와서 냄새 맡고 만족해 날아갔다.

분명 물방울 때문이다.


'대체 그 물방울은 뭐였지.'


이제 와서 정말 많이 그 정체가 궁금하다.

이제 상황은 끝났다고 판단했는지 켄손이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촌장의 멱살을 잡아 올린다.


"인장 내놔."

"... 으... 으으...."


촌장이 제대로 된 대답을 못 하는데 켄손이 촌장의 품을 뒤졌다.

인장을 빼앗자, 촌장이 상처투성이가 손으로 그걸 잡으려 했다.


"... 무... 안 돼... 뭐 하는 거...."


상처 때문에 잡을 수 없자 온몸으로 켄손 다리에 매달린다.

반항하는 촌장을 거칠게 떼어 놓은 뒤 켄손이 사방을 향해 외쳤다.


"너희 같은 개새끼 놈들이라도 계약이 있으니 내가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촌장 인장을 주고 안 주고는 내 권한이야."


멀리 도망친 사람들이 이쪽을 쳐다본다.

켄손이 그들을 보면서 더 크게 외쳤다.


"감히 관리와 행상인을 공격해? 앞으로 촌장 인장 없이 한번 잘해 봐라. 인장 없는 서류는 인정되지 않으니 너희는 앞으로 도시에 출입할 꿈도 못 꿀 거다. 인장 없는 서류로는 신원 증명이 되지 않으니까. 이 마을에서 평생 썩어봐."


멀찍이 서 있던 남자들이 당황해서 조금 다가왔다.


"그, 그건 너무 하잖습니까, 관리님."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너무해요."


남자들 말에 켄손이 버럭 소리쳤다.


"너무해? 아직도 제 정신을 못 차렸구만. 정말 너무한 게 어떤 건지 한 번 경험해 볼래? 앞으로는 계약서에 적힌 거 외에는 하나도 못 받을 테니 그리 알아. 여자도 없어."


켄손 말에 마을 남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잘못했다고 비는 사람, 너무하다는 사람, 멀찍이 선 채로 모두 아우성이다.

켄손은 그들을 한 번 쭉 훑어보더니 다시 외쳤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명만 주지. 이게 진짜 마지막이다."


그렇게 말한 켄손이 수레로 걸어오더니 구석에 있던 안네를 밖으로 끌어내렸다.


"뭐 하는 거예요! 나는 이 마을이 아니야. 다른 마을이잖아요. 이 마을 신부는 저 여자라구요."

"닥쳐!"


켄손이 안네를 노려보았다.


"당신이 밀었지?"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저 여자가 그냥 굴러떨어진 거지, 내가 그런 건...."


안네가 변명하는데, 원래 이 마을에 내리기로 했던 신부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내, 내가 봤어요. 안네가 마그리트 씨를 미는 거, 내가 똑똑히 봤어."

"거짓말하지 마!"


안네가 비명처럼 외쳤지만, 켄손은 이미 그녀를 질질 끌고 가 촌장 앞에 놓았다.


"이 마을에 딱 맞는 여자니까 주고 간다."


안네가 수레로 달려가려고 했지만 약간 떨어진 곳에 있던 남자가 와서 붙잡았다.

켄손은 안네의 비명을 무시하고 수레로 오더니 피곤한 듯 행상인에게 말했다.


"여기에 둘 물건만 두고 갑시다. 계약에 있는 것만 내려놓으면 돼요."


행상인들이 서둘러 밀가루를 내려놓는데, 마그리트 주위에 있던 정령이 일제히 물러났다.


'아, 이건.'


마그리트가 하늘을 보자, 솜털 정령이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마그리트한테 오려다 말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피이?"


이상하다는 듯 솜털 정령이 바닥에 쓰러진 남자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더니 다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 왜 거기에 누워있느냐고 묻는 것처럼 피이 피이 소리낸다.

밀가루를 내리다 말고 행상인이 중얼거렸다.


"... 서, 설마... 정령인가...."


솜털 정령의 빛은 보이다 말다 하는데, 오늘은 보이는 날인 것 같다.

잠시 쓰러진 남자들을 둘러본 뒤, 솜털 정령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마그리트에게 날아왔다.


"피핏!"


왠지 모르지만 솜털 정령이 주먹을 불끈 쥐며 허공을 향해 손을 올렸다.

행상인과 신부들의 시선이 일제히 마그리트를 향했다.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 정령이 사랑하는 사람...."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던 신부들이 이번에는 다른 의미에서 가까이 오지 않는다.

두려움이 아닌 경외로.


그곳을 떠난 뒤 하루에 하나, 혹은 이틀에 한 곳 정도 마을을 거쳤다.

그때마다 신부가 한 명씩 내렸지만, 처음이 너무 심한 마을이어서였는지 우는 신부는 없었다.

대신 내리기 전, 신부들은 마그리트를 향해 고개 숙이고 작게 중얼거렸다.


"정령님...."


그 뒤의 말은 대부분 저에게 축복을 내려달라든가, 부디 지켜봐 달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때마다 솜털 정령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신부들에게 다가가 피핏 울었다.

화려한 빛이 신부에게 쏟아진다.

그게 마치 축복을 주는 것 같아서, 마그리트의 가슴은 그때마다 벅차올랐다.

신부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기를,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람에게 도착하기를.

마그리트도 마음으로 그렇게 빌었다.

마지막으로 내린 신부는 안네 대신이 된 여자다.

원래 첫 번째 마을에 내렸어야 할 신부.

그녀는 수레를 내려가기 전 마그리트의 손을 꼭 잡고 고개 숙였다.

그녀의 표정에서 죄책감을 본다.

마그리트는 그녀가 보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안네가 미는걸, 그녀는 보지 못했다.

그때 그녀의 얼굴은 안네가 아닌 마을 남자들을 향해 있었으니까.


"행복하세요."


마그리트는 마지막 신부의 손을 잡고 말했다.


"괜찮으니까 행복해 지세요."


다시 한번 말하자, 신부는 눈물을 쏟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피피?"


솜털 정령이 마그리트와 신부의 손 위에 올라선 채 빛을 뿌렸다.

그게 신부의 눈에도 보였던 모양이다.


"정령님이...."


눈물 젖은 눈이 동그랗게 된 걸 보고, 마그리트는 다시 말했다.


"당신에게 정령의 축복 있기를."


마그리트 말을 따라 하는 것처럼 솜털 정령이 피피피 소리내고, 신부는 눈물 속에 웃으며 수레를 내렸다.

수레에는 마그리트 혼자만 남았다.


'이제 내 차례네.'


그녀가 가는 마을은 국경에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한다.

불안한 마음에 주먹을 꽉 쥐는데, 솜털 정령이 기쁜 듯 빙글빙글 춤추었다.

작은 새도 뒤뚱거리며 함께 돈다.


"피핏!"


덜컹거리는 수레 안에서 정령이 두 주먹을 높이 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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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6 이제 내 차례네 +26 24.07.02 2,655 16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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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23 잔인한 마법사 +8 24.05.30 3,679 127 13쪽
22 #022 이상한 힘이 생긴 것 같다 +4 24.05.29 3,683 121 12쪽
21 #021 용기를 내도 오줌 쌀만큼 무섭다 +6 24.05.28 3,750 116 13쪽
20 #020 팝콘은 말하고 싶다 +4 24.05.27 3,888 119 13쪽
19 #019 오늘도 우리 마을은 평화롭다 +13 24.05.26 3,979 121 15쪽
18 #018 문자 자동 번역 기능이 생겼다 +7 24.05.25 4,067 129 13쪽
17 #017 정소희가 성녀라면 나는 성녀 할아버지다 +6 24.05.24 4,291 135 14쪽
16 #016 누가 새싹을 뜯어갔나 +5 24.05.23 4,034 127 12쪽
15 #015 정령나무 새싹 뜯어왔다구! +8 24.05.22 4,106 139 12쪽
14 #014 개척마을의 촌장이 되었다 +7 24.05.21 4,187 136 14쪽
13 #013 고기가 걸어왔다 +8 24.05.20 4,233 129 12쪽
12 #012 이 넓은 땅이 모두 내 것이다 +7 24.05.19 4,335 122 13쪽
11 #011 정령의 작은 힘 +5 24.05.18 4,410 123 12쪽
10 #010 땅따먹기 +5 24.05.17 4,642 119 12쪽
9 #009 거짓말쟁이 성녀 +13 24.05.16 5,220 120 17쪽
8 #008 팝콘은 원한이 깊다 +5 24.05.15 5,143 135 12쪽
7 #007 마법사로 오해받았다 +7 24.05.14 5,489 147 13쪽
6 #006 NTR속성의 약탈자 성녀 +10 24.05.13 6,088 141 13쪽
5 #005 정령과 함께 개척지로 +8 24.05.12 6,296 139 12쪽
4 #004 정령의 축복 +12 24.05.11 6,943 171 12쪽
3 #003 팝콘 같은 게 튀어나왔다 +21 24.05.10 8,003 167 12쪽
2 #002 이세계에 와버린 것 같다 +21 24.05.09 10,772 148 12쪽
1 #001 애인이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했다 +34 24.05.08 12,614 2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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