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 팝콘이 이상한 걸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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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 팝콘이 이상한 걸 가져왔다
팝콘은 지난번에 이상한 걸 보았던 숲으로 날아갔습니다.
숲으로 가자 커다란 벌레가 날아와 팝콘을 덥석 물었습니다.
"피! 피피피!"
팝콘은 깜짝 놀라 손으로 벌레를 두들겼습니다.
아팠는지, 벌레가 얼른 팝콘을 뱉어냈습니다.
숲에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벌레나 새들은 팝콘을 보면 먹으려고 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피!"
방금 그렇게 생각했는데, 까마귀가 날아와 팝콘을 먹어버렸습니다.
피피피! 피피피피!
열심히 발로 찼지만 까마귀는 강적입니다.
벌레보다 훨씬 강하고 교활하기 때문에 쉽게 뱉어내지 않습니다.
팝콘은 힘이 빠져 잠시 까마귀 입속에서 축 늘어졌습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요.
깜빡 잠이 든 모양입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팝콘은 새 둥지에 있었습니다.
음?
여기에는 반짝거리는 게 많습니다.
팝콘은 반짝거리는 게 정말 좋아요.
이것도, 이것도, 응, 응, 반짝반짝 매우 반짝거립니다.
좋아, 아빠한테 가져가야지.
팝콘은 둥지의 얇은 나뭇가지를 뽑아 반짝거리는 것들을 모두 묶어 짊어졌습니다.
팝콘의 몸이 너무 작아서 잘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빠를 위해서!
팝콘은 힘을 냅니다.
열심히 날갯짓해 허공으로 올라가자 나뭇가지는 축 늘어져 밑으로 떨어지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놓칠 수는 없다!
아빠가 기쁘게 눈 뜨는 모습이 팝콘 앞에서 어른거립니다.
아빠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팝콘의 마음은 한없이 하늘로 붕붕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걸 위해서 팝콘은 열심히 노력합니다.
까마귀가 돌아오기 전에 빨리.
그렇게 생각하는데 먼 하늘에서 까만 점 같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까마귀가 돌아옵니다.
팝콘은 아빠한테 돌아가려고 있는 힘을 다해 날개를 휘젓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아, 오늘은 이게 아니었어. 그 둥글둥글한 거 보러 왔었지.
하지만 역시 이 반짝하는 것도 아빠에게 주고 싶습니다.
팝콘은 어떻게 하면 돼? 어떻게 하지?
고민하는데 마침 커다랗고 동글둥글한 것이 흐느적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팝콘이 보고 싶어 했던 바로 그 녀석입니다.
좋았어! 가자!
팝콘은 허공을 날다 말고 아래로 급강하했습니다.
까마귀가 팝콘을 발견하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왔지만, 녀석의 날카로운 발톱은 팝콘을 잡지 못한 채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흥, 꼴좋다!
팝콘은 가슴을 삐죽 내밀며 까마귀를 비웃었지만, 다음 순간 반짝이는 물건들의 무게 때문에 밑으로 푹 꺼져버렸습니다.
가슴을 내미는 행동은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날면서 하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팝콘은 까마귀의 반짝 물건과 함께 동글둥글 뭉클뭉클한 녀석 속으로 빠졌습니다.
뽀득, 뽀드득, 물컹 물컹.
몸이 늪처럼 진득하면서 뽀득거리고 말랑말랑한 동글이 몸에 조금씩 잠기기 시작했습니다.
어푸 어푸, 손발을 움직이면서 위로 다시 올라가려고 했지만, 이 동글둥글 뭉클뭉클한 녀석의 몸은 진득해서 팔과 손이 느리게 움직입니다.
날개는 손발보다 더욱 느려서 날갯짓이 되지 않았습니다.
어쩌지.
팝콘은 힘이 빠져 축 늘어졌습니다.
이럴 때 아빠가 팝콘을 불러주면 좋은데.
팝콘은 아빠가 이름을 부르면 갑자기 엄청난 힘이 솟구칩니다.
그리고 팝콘의 몸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빠 곁으로 날아가 있는 겁니다.
아빠의 목소리에는 반짝거리는 게 가득해서 팝콘에게 힘을 주거든요.
그건 매우 기분 좋은 일입니다.
아빠가 지금 팝콘을 불러주지 않을까?
팝콘은 출렁거리는 동글둥글 뭉클뭉클한 녀석 몸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이 몽글몽글 뭉클뭉클한 녀석의 몸은 투명하지만 검은색입니다.
그래서 나무 사이의 하늘은 왠지 어두컴컴한 색으로 보였습니다.
팝콘은 나무 사이로 지나가는 구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원래 구름은 하얗게 생겼는데 지금은 구름도 까만색이 되어 있습니다.
이상합니다.
진득한 동글둥글이 몸에서 팝콘은 꼬물꼬물 움직여 하늘을 보고 누웠습니다.
까만 구름과 까맣게 된 나뭇가지가 계속 지나갑니다.
계속 지나가는 하늘의 모양이 왠지 재미있습니다.
팝콘은 흔들거리며 하늘과 거기를 날아다니는 새, 숲을 가로질러 뛰는 동물과 벌레들을 보았습니다.
즐거운 시간입니다.
동글둥글 뭉클뭉클한 녀석은 가끔 크게 움직여 토끼나 다람쥐 같은 걸 삼켰습니다.
토끼가 불쌍한 얼굴로 조금 움직이다 잠잠해졌습니다.
다람쥐는 잔뜩 부풀린 입에서 뭔가를 뱉어낸 뒤 나가려고 하다 멈췄습니다.
이 안에 들어오면 모두가 멈추는 모양입니다.
한참 그렇게 하늘과 숲을 보면서 놀고 있는데, 동글둥글 뭉클뭉클한 녀석이 멈췄습니다.
스멀스멀 술렁술렁, 동글둥글이는 바닥을 기어 커다란 동굴로 들어갔습니다.
팝콘은 주위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곳에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젯밤에 어두운 숲으로 뛰어 들어갔던 인간과, 그 인간 옆에 있던 인간들도 모두 있습니다.
아빠가 횃불로 등을 쳤던 인간도 구석에 있네요.
사슴이나 토끼, 팝콘이 처음 보는 커다란 동물도 있습니다.
모두 동글둥글한 것에 하나씩 싸여 있습니다.
꼭 진득진득한 물방울 속에 갇힌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저건 물이 아니라 이 동글둥글이랑 똑같은 몸이지만요.
동글둥글이는 동굴에 도착하자 몸속에 넣었던 토끼와 다람쥐, 작은 벌레들을 하나씩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팝콘도 밖에 나왔습니다.
동글둥글 뭉클뭉클한 것에 싸여서요.
자기 몸을 조금씩 떼어 토끼와 다람쥐, 팝콘한테 준 동글둥글이의 몸이 그만큼 작아졌습니다.
그리고 동글둥글이가 동굴 안에 있는 인간과 동물한테 다가갔습니다.
음? 저건 아빠랑 사람들이 몸속에서 내놓는 거군요.
아빠가 똥과 오줌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동글둥글이는 작은 동글둥글이 속에 있는 똥과 오줌을 커다란 몸으로 옮긴 뒤, 다음 사람에게 다가갔습니다.
다른 사람도 똥과 오줌을 내놓았는데, 그것도 본체로 옮깁니다.
그런 식으로 한 바퀴 도는 동안, 본체에 들어간 똥과 오줌은 어느새 조그맣게 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동글둥글 뭉클뭉클한 녀석은 똥과 오줌을 먹는 것 같습니다.
그럼 팝콘의 것도 먹을까요?
궁금해서 아래를 내려다보았지만, 여기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아무것도 없습니다.
조금 기다리고 싶었지만, 이제 아빠한테 갈 시간입니다.
팝콘은 부르르 몸을 털었습니다.
커다란 몸속에 들어갔을 때와 달리, 작은 동글둥글이한테서는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팝콘은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이 투명하고 까만 동글둥글이는 작아서 귀엽습니다.
게다가 반짝이는 까마귀 물건이 안에 있으니 묘하게 예쁩니다.
좋아, 이것도 아빠한테 가져가자.
팝콘은 동글둥글 뭉클뭉클한 녀석을 등에 짊어졌습니다.
이상하게 반짝거리는 물건을 나뭇가지로 멨을 때보다 가볍습니다.
좋았어! 이제 집으로!
팝콘이 작은 동글둥글 뭉클뭉클한 녀석을 등에 지고 날아가자, 뒤늦게 본체가 둥그런 몸을 뻗어 잡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팝콘은 쉽게 그걸 피해 날아올랐습니다.
팝콘은 하려면 할 수 있는 아이입니다.
어느새 해가 높이 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아빠가 밥을 먹습니다.
빨리 돌아가야 합니다.
아빠가 먹는 밥은 정말 맛있거든요.
거기에서 수영하면 최상입니다.
가자!
팝콘은 최고 속도로 날갯짓하기 시작했습니다.
* * *
씨를 다 뿌렸다.
코딱지만 한 밭이지만 드디어 뭔가 해냈어.
마음이 뿌듯해진다.
마을 사람들이 한두 명씩 몰려와 내 밭을 구경하고 갔다.
"드디어 밭이 되었군요. 축하합니다."
"촌장님 밭이네요."
"작지만 예쁜 밭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며칠 전에 씨를 뿌리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가장 늦은 걸 거다.
그들의 밭은 내 밭의 몇 배였다.
마을 사람들 눈빛이 따뜻한 것이, 마치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듯했다.
"아저씨, 밭이 왜 이렇게 작아요?"
지크가 와서 밭을 보더니 물었다.
아이들은 너무 솔직해서 문제다.
이럴 때는 빈말이라는 걸 가르쳐야 하나.
아이들 대장이 지크를 툭 건드렸다.
"그렇게 말하면 아저씨가 부끄러워할 거야. 우리 아빠가 그랬거든. 촌장님은 농사가 처음이니까 무조건 칭찬해야 한다고."
마을 사람들 눈빛이 그런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직접 들으니 조금 타격이 온다.
아이들 대장이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척 올렸다.
"아저씨, 밭이 멋지네요."
이거야 원.
내가 어깨를 조금 늘어뜨리는데 팝콘이 등에 뭔가를 지고 날아왔다.
커다란 젤리?
뭉글뭉글한 것이 꼭 투명한 푸딩 같다.
게다가 안에는 뭔가가 들어 있는 모양이다.
내 손바닥보다 큰 걸 등에 진 팝콘의 모습이 힘겹다.
위에서 아래로 축축 처지며 날다, 나를 보고 두 팔을 앞으로 뻗었다.
힘들다고 호소하는 것 같다.
굳이 그걸 짊어지고 오지 않으면 해결되는 일 아닐까.
아이들 눈이 동그래졌다.
"정령님이 이상한 거 들고 왔어요."
"저게 뭐지?"
"나는 저런 거 처음 봐요."
"까만데?"
팝콘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아이들이 마중하듯 달려갔다.
팝콘이 자랑하는 것처럼 가슴을 쭉 내밀다 바닥으로 푹 꺼진다.
아이들이 얼른 손을 뻗었다.
모두가 손을 뻗었지만 받은 건 꼬마 대장이다.
"소, 손이 뭉클해!"
"나도 만져볼래."
아이들이 저마다 손을 뻗어 까만 푸딩 같은 걸 만진다.
저런 정체불명의 물건을 마음대로 만져도 괜찮을까 약간 걱정됐지만, 뭐, 정령이 하는 일이다.
아이들한테 해가 되지는 않겠지.
내가 가만히 보는 동안, 아이들은 한 번씩 다 만져보고 난리가 났다.
"차가워."
"매끈하잖아."
"내 손가락이 들어갔어!"
아이들이 검은 푸딩에 손가락을 넣다 뺐다 장난하는데, 팝콘이 지금 생각났다는 듯 벌떡 일어났다.
"피피피."
요란하게 소리치더니 곧바로 나를 향해 날아온다.
손바닥을 내밀자, 팝콘은 그 위에 주저앉아 보따리상처럼 푸딩 안에 있는 물건을 꺼내기 시작했다.
어라, 신기하네.
안에 있을 때는 작아 보였는데, 막상 꺼내니 두 배 이상으로 물건이 커졌다.
팝콘이 꺼낸 건 금화와 금팔찌, 보석이 달린 목걸이, 브로치 같은 것이다.
"이 녀석, 어디에서 이런 걸 가져온 거야?"
이렇게 사람 드문 곳에서 왜 인간이 가질 법한 물건이 나오는 거지.
왠지 꺼림칙하다.
팝콘은 물건을 모두 꺼내놓은 뒤 기대하는 것처럼 반짝반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역시 칭찬을 바라는 것 같다.
"피피피피!"
뭐, 물건은 꺼림칙하지만 이 까만 푸딩은 의외로 써먹을 데가 있을 것 같다.
"그래, 잘했다."
팝콘을 쓰다듬자, 기쁜 듯 녀석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까만 푸딩은 내 손바닥에 놓은 채.
"헉! 아저씨, 이거 움직여요!"
"살아있나 봐."
내 손바닥을 가만히 보던 아이들이 깜짝 놀란다.
나는 더 놀랐다.
이 푸딩, 살아있는 거였나.
아이들이 요란스럽게 떠들자 멀리 있던 마을 남자가 몇 명 가까이 왔다.
"이건 뭡니까, 촌장님?"
"신기하게 생겼네요."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마을 사람들도 처음 보는 모양이다.
그러면 조금 더 놀라야 하는 게 아닐까.
왜 다들 이렇게 멀쩡하지.
이 중에서는 내가 가장 놀란 것 같다.
솔직히 이런 괴상한 생물체가 살고 있다니, 조금 무섭지 않아?
크기가 작으니 무섭지는 않지만, 만일 이게 더 컸다면 조금 공포스러웠을 것 같다.
정령이 이상한 걸 가지고 왔다는 말은 아이들을 통해 금세 마을 사람들에게 퍼졌다.
다들 구경하러 와서 감탄한다.
"물건이 들어가면 작아지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한데 이런 걸 본 사람은 없습니까?"
내가 묻자, 겁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요! 전에 다른 사람한테 들은 적이 있는데 숲에 있는 슬라임이 이렇게 물컹하고 둥글다고 합니다."
"슬라임."
"슬라임?"
"오, 그거라면 나도 들어본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이게 슬라임이라고?
나는 가만히 손바닥 위에 둥근 푸딩을 보았다.
슬라임이라고 하면 소설이나 게임에 많이 나온다.
하지만 슬라임한테 물건을 작게 줄였다 늘리는 기능이 있었나? 게다가 까만색이잖아.
내가 중얼거리자, 겁보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슬라임은 투명하다고 들었던 것 같아요."
"저도 할아버지한테 들은 적이 있는데 투명하다고 합니다."
"물건 삼키면 작아진다는 말은 못 들은 것 같아요."
"신기하네요."
"역시 정령님이 가져온 건 특별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숲에는 정체 모를 것들이 많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검은색에 손오공 요술봉 같은 슬라임도 있을 수 있겠지.
말랑말랑하고 탱탱한 게 꼭 푸딩 같아서, 이 녀석의 이름은 푸딩으로 정했다.
푸딩은 느리게 손바닥을 움직여 내 손가락을 조물조물 먹더니 잠시 뒤에 뱉어냈다.
나는 맛이 없었던 모양이다.
밭에 내려놓자, 한동안 아이들이 푸딩을 쫓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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