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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라 돌아라 강강수월래

왕녀의 외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어스름달
작품등록일 :
2014.12.01 23:43
최근연재일 :
2017.11.24 03:18
연재수 :
417 회
조회수 :
632,139
추천수 :
14,829
글자수 :
1,880,019

작성
15.03.18 00:24
조회
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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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동기

DUMMY

즉위식은 끝이 났다. 이로서 휘렌델 바르테인은 정식으로 바르테인의 7대 국왕이 되었다. 왕이 되자마자 내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들떠 있었다. 그들은 마치 나도 그들만큼 기뻐하리라고 생각했는지 축하한다는 소리를 지껄이곤 했다. 그러나 나는 빨리 그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랐을 뿐이었다. 이윽고 밤이 깊어지고 그 지긋지긋한 연회가 끝이 났다. 방에 돌아온 나는 조용히 생각을 정리한다.

흔히 여자의 마음은 봄 날씨처럼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나는 특히 그 정도가 심한 것 같다. 어느 정도냐면.... 내 마음을 나도 모를 정도다! 왕 같은 거 정말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바이우스가 기회를 줬는데도 나는 끝내 즉위식을 취소하지 않았다. 흡사 나한테 내가 속은 것 같다. 그래서 더 억울하고 분하다!


며칠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을 끄집어냈다. 대체 나는 언제부터 왕이 되고 싶었던 걸까? 대체 ‘왜’ 왕이 되고 싶은 걸까?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휘렌델 바르테인은 왕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그저 들판을 뛰어 다니고 음악을 연주하던 자유로운 영혼이었는데....

나는 굳이 분류하자면 예술가에 가까운 사람이다. 격식 같은 데 얽매이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것이 바로 어머니가 그렇게 고쳐보시려 해도 어쩌지 못하셨던 내 천성이었다. 그 예를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바로 오늘만 해도 허세 가득한 즉위식이 빨리 끝나기만 바라지 않았던가. 이런 내가 그 허례허식의 정점에 있는 왕이 되길 바란 걸까?


혹시 나는 높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부리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나? 글쎄.... 이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윈더민에 오는 길에만 해도 기사들이 워낙 내 말에 깍듯하게 복종하니까 좀 내 멋대로 행동하기도 했었고....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결코 권력지향적인 사람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나 자신을 페나의 영주로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아랫사람들을 함부로 부리거나 하면서 내 권력을 과시한 적은 없었다.

예술가 특유의 자유분방한 성격을 지닌 나는 남의 시선에 별로 구애 받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들 앞에 나서기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다. 비싼 옷이나 귀한 보석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게는 왕이 되고 싶어 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었다. 결국 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채 이틀이나 흘렀다.


의문은 의외의 계기를 통해 풀렸다. 윈더민 왕성에서 지내는 것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어느 날 밤, 나는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두 번 다시 돌아가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너무도 그리워하고 있는 나날들.... 페나의 산과 들을 뛰어다니던 때의 꿈이었다.

아침에 눈을 뜬 후 나는 한 동안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었다. 굉장히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지금 윈더민 성에서 페나에 있었던 시절을 꿈꾼 것처럼, 어린 시절 나는 브란트 성에서 윈더민 성에 있던 시절을 종종 꿈꾸곤 했다. 때는 페나로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절이었다. 어린 나는 꿈에서 깨어난 후 어머니에게 곧장 달려가 떼를 쓰고는 했다. 아버지를 만나러 윈더민 성으로 돌아가자고 말이다. 어머니는 슬픔 가득 머금은 눈으로 나를 다독여 주셨다.


‘휘렌델. 이제 다시는 아버님을 만날 수 없어요. 윈더민 성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요. 자꾸 생각하려 할수록 휘렌델만 더 힘들어질 거예요.’

이제와 생각하건데 어머니의 그 말씀은 나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어머니 말을 잘 듣는 착한 딸이었던 나는 더 이상 떼를 쓰지 않았다. 그리고 어머니 말씀대로 윈더민에서 지내던 기억들을 애써 지우려 해왔다. 페나의 시가지를 돌아다니는 걸 꺼려했던 것도 ‘왕녀의 외출’ 노래에 얽힌 추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야기가 샌 것 같은데, 정리하자면 브란트 성에 대한 꿈 때문에 어린 시절이 생각났고, 어린 시절이 생각나자 내가 왕이 된 이유를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왕이 된 것은 부모님 때문이었다. 괴팍한 성격 때문에 친구도 사귀지 못했던 내게 있어 아직까지 가장 간절하고 애틋한 사람은 어린 시절 나를 예뻐해 주셨던 아버지다. 그리고 아버지 못지않게 내게 중요한 사람이 늘 다투기만 했던.... 그래서 더 미안하기만 어머니다. 내가 왕이 된 건 두 분에 대한 일종의 헌정이었던 것이다.

내색은 안하셨지만 어머니는 내가 아들이 아닌 것을 아쉬워 하셨다. 만약 내가 남자였다면, 내게도 왕위 계승권이 있었다면 우리는 계속 윈더민 성에 머무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밟고 서 있는 이 곳, 윈더민 성은 어머니의 가장 행복하던 시절이 고스란히 깃든 무대였다. 그 윈더민 성의 주인이 됨으로써 나는 어머니의 황금기를 추모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더 큰 이유는 바로 아버지다. 제1 왕위 계승권을 가지고 계셨던 아버지.... 젊은 나이에 병으로 허무하게 돌아가시지 않으셨다면 바르테인의 제 5대 왕은 삼촌이 아니라 아버지 다이슨 바르테인이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누리시지 못한 그 당연한 권리를 나라도 얻는 것이, 쓰지 못하셨던 왕관을 유일한 자손인 내가 계승하는 것이 아버지의 위상을 드높이는 일이요, 그 분의 넋을 기리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윈더민에 도착한 지 2주 조금 지났다. 즉위식이 끝난 지는 이틀이 되었다.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바르테인의 왕이 된 순간은 바로 이 때가 아닌가 싶다. 내가 왕이 되고 싶어 하는 이유를 깨달은 순간 말이다.

실로 오랜만이었다. 혼란은 사라지고, 동기를 발견한 내 마음은 의욕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페나에서의 실패를 경험삼아 왕으로서는 정말 잘해보고 싶어졌다. 부모님을 위해서 말이다.

‘이제부터 변할 거야! 좋은 왕이 되기 위해! 어떻게든....!’

나는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윈더민 성에 도착한 날 바이우스는 내 방에 서너 권의 책들을 놓고 갔다. 왕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지식들을 정리한 책들이었다. 하워드와 아버지를 포함한 모든 바르테인의 남자들이 읽었다고 한다. 나는 그 중에 한 권을 꺼내 펼쳤다. 원래 왕은 어려서부터 '제왕학'이라고 하는, 왕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그것을 나는 왕이 된 후에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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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오늘은 분량이 조금 짧습니다.

어제 올린 분량을 새벽 4시까지 고쳐 썼더니

피곤해서 여기서 끊어야 할 것 같습니다ㅠ

아무 생각 없이 공모전 참여해볼까 하는 생각에 버튼을 눌렀다가

다 사라진다는 메시지가 떠서 놀라서 취소했습니다.

혹시 보시던 소설이 공중 분해될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공모전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으니까요~


휘렌델 : 어린 시절의 기억을 애써 지우려 했으면서 나는 어떻게 왕녀의 외출이란 노래를 작곡할 수 있었던 거죠?

어스름달 : 나중에는 어머니의 말에 반항하게 됐으니까..... 그 때 만든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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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Lv.89 티말
    작성일
    15.03.18 01:42
    No. 1

    독자 : 아, 아쉽네요. 좀 더 방황했으면 소설은 일찍 끝났을텐데.
    그럼 이제 굴러야 겠군요.
    휘렌델 : 그럼..우선 명령으르 하나 내리지. 저기 떠들고 있는 독자를 멀리
    내보내고 한동안 못 오게 막거라! 내가 편히 지낼려는데 그걸 방해할 셈이야!
    독자 : 이이런다고 작가가 안 굴릴거 같아?
    휘렌델 : 연약한 여자를 굴릴려고 하다니 괴씸한지고! 얼른 내보내라!

    (물론 전혀 안 연약해 보..음 이건 안 들리겠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5.03.18 06:29
    No. 2

    왠지 무섭군요.
    좀 더 정신줄 놨으면
    독자들 다 떨어져 나갔을 지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二月
    작성일
    15.03.18 05:55
    No. 3

    이제 시작이니까 참여하셔도~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5.03.18 06:42
    No. 4

    공모전이 작가 입장에서는 상금도 큰,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독자 입장에서는...
    다 먹지도 않았는데 밥상이 치워지는 기분일 것 같아요.

    그리고....
    왠지 참여하면
    공모전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작품을 자르고 재단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티말
    작성일
    15.03.20 03:30
    No. 5

    아, 오타가 있네? 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5.03.22 20:24
    No. 6

    음? 어디요?
    다시 찾아봤는데 제 눈에 안 보여요 ㅠㅠ
    알려주시면 바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5.09.06 15:49
    No. 7

    그리고 휘렌델은 골치아픈 제왕학 때문에 탈모가 찾아왔다고 한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5.09.06 22:33
    No. 8

    으윽!
    치명적인데요 ㅎㅎ
    여기선 제왕학이 중요한 게 아니라,
    동기가 제대로 부여된 휘렌델에게 이런 열정이 있다는 점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술마루
    작성일
    18.02.18 02:28
    No. 9

    너무도 왔다갔다 하니 답답해서...여성용 인듯,도저히 몰입이 불가능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8.02.20 22:53
    No. 10

    여주인공이라 더 몰입이 안 되시나 봐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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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관례 +6 15.03.16 4,351 1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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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마지막 임무 +6 15.03.12 4,130 11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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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노드의 부하들 +7 15.03.09 4,436 13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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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분노의 이단옆차기 +17 15.03.01 6,105 150 14쪽
2 왕녀, 공주, 여왕 +10 14.12.12 8,000 165 20쪽
1 프롤로그 -왕녀의 외출- +28 14.12.10 11,783 17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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