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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라 돌아라 강강수월래

왕녀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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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어스름달
작품등록일 :
2014.12.01 23:43
최근연재일 :
2017.11.24 03:18
연재수 :
4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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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29
글자수 :
1,880,019

작성
15.03.11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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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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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글자
13쪽

검에 갇힌 정령들

DUMMY

‘저런 미친놈들!’

나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고작 셋이서 저 많은 적들에게 달려가다니.... 지들이 무슨 용가리 통뼈라도 되나? 적의 숫자가 열일곱 명이라 했으니 대강 계산해도 한 명당 6명 정도를 맡아야 한다는 얘기다. 도적들도 제 발로 달려 나와 쫓을 수고를 덜어주는 기사들에게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게다가 뭉쳐서 싸워도 모자랄 판인데, 두 명은 왼쪽 오른쪽으로 갈라지고 그 막내 기사는 속도를 줄이면서 그 마저도 뿔뿔이 흩어져 혼자가 되어 버렸다.

이윽고 두 기사와 도적들이 만나는 순간이 찾아왔다. 나는 숨까지 죽이고 그 결정적인 순간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이게 뭐지? 막 기사 둘이 허리에 찬 칼집에서 검을 뽑는 찰나에 갑자기 눈앞에 보이던 광경이 뿌옇게 변해 버렸다. 흐릿한 형체들이 뭉그러져 뒤엉키기 시작하는데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금도 가늠이 되지 않는다.

설마 내가 울고 있는 건가? 눈물이 앞을 가리고 있는 건가 싶어 눈을 문질러 보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 나직이 ‘뭐야, 안 보여.’라고 하는 말이 들렸다. 이에 나는 이 현상이 나한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리고 나는 발견했다. 내 옆에 서 있느라 적과 한참 떨어진 노드가, 당장 싸울 일도 없으면서 검을 들고 있는 광경을 말이다. 무기를 보는 안목이라곤 전혀 없는 나조차 한 눈에 알 수 있는 명검이었다. 왕궁기사단장이니 이 나라에서 가장 좋은 검을 가지고 있는 것도 당연하겠지.

거길 뭐라 부르더라.... 칼등이라 하던가? 아무튼 칼날의 옆면 널찍한 부분에 1.5 센티 정도 폭의 영롱한 사파이어 빛의 띠가 입혀져 있었다. 저런 장식이 들어간 검은 처음이었다. 나는 그 아름다움에 순간적으로 마음을 빼앗겨 넋을 놓고 그 검을 바라보았다.

“놀라신 모양이군요. 먼저 설명을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노드는 내 놀란 표정을 보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덕분에 나는 이 뿌연 안개를 만들어낸 사람이 다름 아닌 노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체스터 경은 마법사였어요? 마법사면서 어떻게 왕궁기사단장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친 마도사의 탑이 세워진 이래 마법사들은 툭하면 미쳐버리게 되었다. 원래부터 일반인에 비해 극도로 감정적인 성향을 지닌 게 마법사란 사람들이다. 사소한 일로도 광기에 휩싸일 수 있는데 싸움과 같은 격렬한 경험은 미친 마도사가 되는 직통코스나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마법사에게는 칼도 쥐어주지 말라.’는 말까지 생겼겠는가. 그런데 어떻게 노드는 마법사면서 전투의 최전선에 서는 왕궁기사단장을 할 수 있었던 걸까?


“제가 아니라 이 검이 쓰는 마법입니다.”

노드는 겸연쩍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이에 나는 비로소 경이에 가득 찬 시선을 그에게서 푸른 검으로 옮겼다. 여기까지 들었으니 아무리 군사 분야에 관심이 없는 나라도 그 검의 정체를 모를 수가 없다.

“이게 바로 정령검인가요....?”

“그렇습니다. 건국 이후 105년 동안 바르테인의 왕궁기사단장들이 사용해온 검입니다. 공식적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다음 대에 물려주는 것이 관례가 되었죠.”

들은 적이 있다. 정령검. 아직 형체도 갖추지 못한 정령의 씨앗을 마법사가 특별 제작한 검에 불어넣어 만든 무기. 현존하는 모든 무기 중에서 가장 위력적이라고 들었다. 정령검은 그 안에 있는 정령의 육체고 집이다. 그래서 그 정령의 가호를 받아 어떠한 것과 부딪혀도 절대 그 칼날이 부러지지 않는다. 게다가 정령이 기상천외한 마법으로 주인을 도우니 전투에서의 효율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행여 예상치 못한 사태로 전하께서 다치시는 일이 생길까 두려워 예방조치를 취했습니다.”

“예방조치라니요? 이 안개 말인가요?”

노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위의 눈치를 살피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 정령검은 안개 속에서 허상을 투영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적들의 눈에는 저희가 저쪽에 있는 걸로 보일 겁니다.”

그는 말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약 20미터쯤 떨어진 곳을 가리켰다. 호기심이 동한 나는 순간적으로 뛰쳐나가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고픈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참았다. 안개 밖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나갈 수는 없지.

“그런데 이렇게 흐려서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적이나 우리나 피차일반 아닌가요? 서로 상대방을 제대로 못 보잖아요?”

나의 지적에 노드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딱 내 눈길이 지나가는 얄팍한 공간의 안개만 사라졌다. 노드는 이런 방식으로 계속 밖의 상황을 정상적으로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야 내 눈에도 안개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난 지금까지 노드 외에 다른 기사들의 이름은 몰랐다. 솔직히 알고 싶지도 않았다. 노드를 포함해서 모두 내 삼촌뻘 되는 나이라 거리감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일 직급이 낮아 보이는 기사는 잘생긴데다 나이도 내 또래 같아서 눈여겨보긴 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마음이 복잡하여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내가 그들을 대하는 태도는 브란트 성을 지키고 서 있던 경비병을 대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이런 말이 마음속에서 절로 우러나왔다. 단신으로 적의 무리 가운데서 용감히 싸우고 있는 저 영웅들을 지금까지 이렇게나 무시했다니 반성해라, 휘렌델 바르테인!


“저 검도 정령검인가요?”

노도는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긴 설명을 늘어놓았다. 목소리 톤도 약간 올라간 것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해 설명하게 되어 들뜬 모양이었다.

“크루거 경의 정령검은 스웨이츠 가의 가보로 전해지는 검입니다.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다니? 저렇게 눈에 띄는데....? 짧은 흑발의 기사, 크루거 스웨이츠의 검은 한쪽 날이 뭉툭하게 튀어나와서 거의 도끼에 가까운 형태였다. 그런데 그의 검과 부딪힐 때마다 도적들의 검이 무슨 잔 나뭇가지마냥 또각또각 부러졌다. 그리고 그 검을 들고 있던 자들은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놀란 얼굴과 함께 하늘로 솟구쳐 오르거나 뒤로 날아갔다.

“저 정령검은 힘을 세게 만들어 주나 봐요?”

“바로 맞추셨습니다. 눈에 띄는 화려한 효과는 없지만 전투에 굉장히 실용적인 검이죠.”


이번에는 크루거의 반대편에 있는 기사를 지켜본다. 약간 곱슬곱슬한 흑발을 오른쪽으로 넘긴 그 기사는 워낙 인상이 순하고 선해 보여서 싸움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전혀 딴판이었다. 시뻘건 얼굴로 불같은 분노를 적들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아니 잠깐.... 저건 적들에게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은데....? 난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 노드에게 물었다.

“지금.... 저 분은 검에게 욕하고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셔벗 경의 검은 제가 아는 정령검 중에 가장 다혈질입니다. 저 주먹질도 셔벗 경이 명한 것이 아니라 제 멋대로 휘두르는 겁니다. 자기 분을 풀기 위해 말입니다.”

셔벗의 정령검은 단순히 검만 놓고 보았을 때 지금까지 본 정령검 중 가장 평범하게 생긴 검이었다. 물론 화려한 백마모양의 한 장식이 들어가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가장 많은 도적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왜냐하면 검의 날에서 회색의 젤리 같은 주먹이 풍선처럼 튀어나와 셔벗과 상대하는 도적들의 얼굴을 갈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이한 광경은 나도 보면서도 믿기 힘들었다. 정말로 마법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해가 안 가요.... 저렇게 도와주고 있는데 왜 셔벗 경은 정령검에게 욕하고 있는 거죠?”

“정령검이 먼저 욕을 하니까요.”

노드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푸른 정령검에 눈길을 주었다.

“사실 이 정령들은 자기 자신의 의지로 여기 들어 있는 게 아닙니다. 말하자면 이 검은 그들에게 있어서 감옥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을 검에 가둬둔 인간들을 증오하고 있죠. 저의 이 검도 정령이 원하면 저와 대화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앤디의 정령검을 다혈질이라 부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정령검이 인간과 대화하기를 거부하는데 그 검은 인간에 대한 증오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거든요.”

그 설명을 듣는데 까닭도 모르게 내 가슴이 뭉클해졌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크루거 스웨이츠와 앤디 셔벗 단 둘이 거의 스무 명에 육박하는 적들을 가볍게 요리하고 있었다. 정령검이 얼마나 가공할만한 무기인지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정령검이다!”

“기사다!”

도적들은 뒤늦게 열 일곱명이나 되는 자신들이 단 두 명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이유를 깨달은 것 같았다. 이제 자신들의 상대가 기사, 그것도 정령검을 든 기사들이라는 걸 알게 된 도적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도주하려 한다. 노드는 이를 나보다 먼저 알아차렸다.

“벨포트! 놓치지 마라! 페트라 숲에 도적이 나타났다는 건 왕궁기사단의 명예와 직결되는 문제다!”

이건 또 뭐지? 도적들과 싸우고 있는 기사들은 우리와 꽤 거리가 떨어져서 소리를 질러야 겨우 들릴 것 같았다. 그런데 노드는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 하듯 나직이 명령을 내렸다. 이상한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러자 젊은 기사의 목소리가 노드의 정령검을 통해 들려온 것이다.

“알겠습니다.”

아마도 이것도 노드의 정령검이 쓸 수 있는 마법 중의 하나인 것 같았다. 노드는 자신의 검을 물끄러미 바라본 뒤 말했다.

“왕을 안전하게 지키고 전군을 일사분란하게 지휘한다. 그야말로 왕궁기사단장에게 어울리는 정령검이죠.”

이 때 노드는 어쩐지 감회에 젖은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이때 나는 궁금증을 푸는 것이 우선이라 그의 표정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면 저 벨포트 경의 정령검에는 어떤 효과가 있나요?”

싸움이 시작할 때 속도를 늦추었던 벨포트는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이 몰래 적들의 뒤로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앤디와 크루거의 마수에서 운좋게 빠져 나온 두 명의 도적의 앞을 가로막으며 거침없이 검을 뽑았다.

“벨포트는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이긴 하지만 아직 직위가 없는 무보직 기사입니다.... 이번에는 저희들의 종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동행했죠.”

종자라면.... 한 마디로 잔심부름 시키려고 데려왔다는 말인가? 그러고 보니 지금도 적의 패잔병을 처리하는, 잡일을 하고 있네?

“그러면 저 검은....?”

“평범한 검입니다.”

노드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설명을 이었다.

“스미스 가는 정령검을 보유한 명문이지만 아직 벨포트는 현 당주인 아버지의 직위를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정령검을 물려받지 못한 것이죠.”

“그렇군요....”

그러는 사이 스벤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덤벼드는 두 도적을 간단하게 제압해 눕혀 버렸다. 굳이 정령검이 아니어도 저 정도는 기본적인 소양인가 보다.


“그러면 저 분의 검은 어떤 효과가 있죠?”

나는 노드가 아직까지 이름을 언급되지 않은 마지막 기사, 노드 다음가는 직위로 보이는 기사를 가리키며 물었다. 도적들의 습격을 가장 먼저 알고 경고해준 그는 노드와 함께 느긋하게 싸움을 관망만 하고 있었으며, 유일하게 아직까지 검을 뽑지 않은 인물이었다. 노드는 일꾼들의 옆에 팔짱을 끼며 침착하게 서 있는 그를 한 번 본 후 내게 답했다.

“저 검은 나뭇가지를 쳐내는데 쓰는 칼입니다.”

“네? 나뭇가지요? 그건 또 무슨 마법인가요?”

노드는 내 물음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대답했다.

“마법이 아니라 그게 그의 일입니다. 그는 길을 안내하는 길잡이 겸 마부니까요.”

“그렇군요....”

그렇구나.... 기사가 아니었구나.... 착각한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는 동안 도적들을 멋지게 소탕한 기사 셋이 돌아오고 있었다. 물론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작은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윈더민에서 페나로 파견된 건 마차 한 대. 사람이 다섯 명. 나는 왕을 수행하기 위해 고작 기사 다섯 명을 보낸 것이 굉장히 무성의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은 선배 기사들의 심부름꾼이며 또 다른 한 명은 기사도 아닌, 마부 겸 길잡이였다. 하지만 더 이상 그들이 왕을 수행하는데 모자라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나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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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좀 진행되고 캐릭터들이 정립 되면 여기서 만담을 하는 걸 넣을까 하는데....

아직까지는 휘렌델의 원맨쇼라 썰렁하네요.

그나마 존재감이 있는 캐릭터는 노드 뿐인데....

왠지 여기서 수다 떠는 모습이 안 어울릴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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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관대한 기사 +10 15.04.02 3,448 97 10쪽
20 무단 침입. +8 15.04.01 3,722 121 17쪽
19 나가자, 나가자, 나가자! +8 15.03.31 3,474 122 10쪽
18 바르테인의 전당 +8 15.03.30 3,464 86 10쪽
17 추첨제 +12 15.03.28 3,518 106 10쪽
16 영지 없는 백작 +10 15.03.27 3,909 99 8쪽
15 아득한 기억 +8 15.03.26 3,521 94 9쪽
14 결론 +12 15.03.24 3,845 126 15쪽
13 첫회의 +8 15.03.23 3,723 108 8쪽
12 포커 페이스 +4 15.03.20 3,724 10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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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관례 +6 15.03.16 4,351 116 12쪽
8 응징 +10 15.03.15 4,294 122 9쪽
7 마지막 임무 +6 15.03.12 4,131 117 9쪽
» 검에 갇힌 정령들 +4 15.03.11 4,481 151 13쪽
5 노드의 부하들 +7 15.03.09 4,437 134 8쪽
4 일단 저지르고 본다. +8 15.03.02 5,252 149 18쪽
3 분노의 이단옆차기 +17 15.03.01 6,105 150 14쪽
2 왕녀, 공주, 여왕 +10 14.12.12 8,000 165 20쪽
1 프롤로그 -왕녀의 외출- +28 14.12.10 11,785 17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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