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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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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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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5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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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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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백색의 가루11

DUMMY

“달다”


“...예? 무가 답니까? 아니 맛있는 무가 달다는 건 아는데...”


지영은 그게 아니라는 듯이 무를 큼지막하게 잘라서 이훈에게 건넸다. 이훈이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 물자 ‘달다’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야, 이걸로 무국을 끓여 먹으면 참 달겠네요.”


“...별..”


“농담입니다, 농담. 그런데, 이거 진짜 물건인데요.”


이훈도 지영을 따라다니다 보니 돈 되는 물건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능력이 확 늘었다. 그리고 이번 물건은 정말로 돈이 되는 물건이었다.


“그렇지. 대규모 농장을 지을 생각이야. 위치는 씁... 국토부 장관하고 상의를 좀 해야겠군”


본래대로라면 홋카이도 지역에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하고 싶은 지영이지만 현재로서는 홋카이도에 가지도 못했으므로 한반도 내에서 적당한 지역을 찾아야 했다.


다행인 점은 사탕무는 한반도 내에서도 잘 자라는 아주 고마운 녀석이라는 점이었다.


“과기부 내에서 조 하나 꾸려놔. 이거 활용할 방법이나 같이 연구하게”


“... 인원이 될까요?”


이훈의 말에 지영은 입에 접착제라도 붙인 양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과기부는 현재 실시간으로 갈려나가고 있었다. 과기부 내에서 우선 군수품 관련 기술자들이 독립해서 국방과학연구소로 옮겨가 인원이 조금 줄었고 제강소 건축을 감독한답시고 인원이 조금 더 줄었고 타자기 만든답시고 이십 명 정도 되는 인원이 또 줄었다.


거기에 시계의 개량 및 보수작업, 원래 진행하던 연구... 등 모자란 인원에 비해 할 일은 너무나도 많은 상황이었다.


“... 대학 졸업한 신입들 안 들어오나?”


“들어오긴 했는데 이제 겨우 삼 년에서 사 년 되었으니 숙달된 인원은 아니죠. 그리고 대학생들이 무조건 과기부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면 충분해. 뭐 엄청난 작업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과정은 내가 아니까”


“아, 그렇습니까? 그럼 실험 보조 몇 명 정도만...”


“흠... 대학생 중에 똘똘한 놈 몇 명 잡아올까?”


“...예?”


이훈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지 고민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지영은 진심이었다.


“대충 내가 하다가 이번 여름 방학에 애들 몇 명 섭외해서 같이 하면 서로 좋잖아?”


그 말에 이훈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방학 중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대학생들이 들으면 입에 거품을 물고 발작할 소리였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는 학교를 나오지 않아 잘 몰랐다.





“내년 하반기부터 말입니까?”


“정확히는 내년 7월 1일부터 돈의 사용을 공식화할 것이오.”


전경련의 구성원들은 드디어 올 게 왔다는 눈빛으로 지영을 바라보았다.


“저 중원에서도 이전부터 돈을 써 왔는데 우리라고 못 할 것 없지. 우리의 상업은 충분히 커졌으니 더 머뭇거릴 이유도 없지 않나”


전국 곳곳에 퍼진 전경련 소속 기업들과 지영의 소유인 미르의 조사로 인해 대략적인 물가와 동전을 얼마나 뽑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자료는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한국이 내년부터 발행할 금액은 총 14억 3,600만 원 정도였다. 평년의 쌀 한 섬(160kg)의 가격을 100원으로 정해놓고 발행하기 시작했으니 가장 단위가 큰 100원짜리 동전을 기준으로 해도 무려 1,400만여 개를 찍어내야 했다.


본래는 10원을 쌀 한 섬 가격으로 하려 했으나 여러 논의 끝에 100원을 쌀 한 섬 가격으로 하기로 변경되었고 덕분에 일본의 구리 광산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물론 한반도 내에도 구리 광산은 있어 거기서도 생산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워낙에 찍어내야 하는 동전의 양이 많았으니 논의를 하고 나서 몇 년간 동전은 가만히 창고에서 잠자고 있었다.


그나마도 수력을 이용한 압인 공정을 통해 준비 과정을 크게 단축한 것이지 만약에 주물로 최소 1,400만 개 이상의 동전을 찍어내려 했으면 모르긴 몰라도 십 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는 예상이 주류였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여기에 있는 여러 사장이 동전의 유통에 대해 적극적인 협조를 약조하였으니 정부도 이에 대해 마땅한 보상을 하도록 하겠소. 약조한 대로 삼 년간 세금을 감면하리다. 또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 보시오.”


아무리 미르가 거대한 기업이고 한국 정부가 그동안 신뢰를 쌓고 세금을 돈으로 거둔다고 한들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삼십 개에 이르는 이른바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나선다면 동전의 유통은 훨씬 활발해질 것이 분명했다.


지영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들 기업이 삼 년 동안 세금을 좀 덜 낸다고 해도 그만큼 동전의 유통을 가속할 수 있다면 이득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자신이 문어발식으로 이곳저곳 손대고 다닌다고 해도 한계는 명확하고 세부적으로 파악해 줄 사람들이 절실했다.


“크흠... 저, 전하? 혹여나 폐가 되지 않는다면 상업을 위한 대학을 확장해주실 수 있는지...”


“음, 이미 학과는 있는 거로 알고 있소. 그리고 각 시와 도에 학교들을 건설하고 있지. 나 역시 대학을 확장하고 싶으나 아쉽게도 교수가 없는 실정이오.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지. 교사와 다르게 교수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 그래도 내 이런 사정을 들었으니 경영대학 쪽의 홍보에 조금은 힘을 더 실어주리다.”


“전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자자,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더 말해보시오. 내 적합한 요구사항이면 최선을 다해 반영해보리다.”


그 말을 기점으로 하나둘씩 조심스레 자신의 의견을 표하기 시작했다.


“강철의 구매 상한선을 늘려 주실 수는 없는지...”


“이미 제강소가 확장이 되고 있소. 조만간 상황을 봐서 상한을 늘리리다.”


“추가적인 수송선의 양도는 어렵습니까?”


“아직은 그렇소. 하지만 신형 수송선이 개발되고 있고 제대로 개발되어 취역한다면 그중 일부와 구형 수송선을 인도할 계획이 있소. 얼마 남지 않았으니 너무 걱정치 마시오”


“서울과 부산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는 혹시 계획이 없으신지요?”


“그건...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지. 지나쳐야 하는 산과 계곡이 몇 개인지 셀 수도 없구려. 다만 최대한 빠른 경로로 도로를 건설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는 내 도지사들에게 조사해보라 말해 두리다.”


“옷감, 옷감, 더 많은 옷감이 필요합니다, 전하”


“미르에서 배급하는 양이 적지 않을 것인데?”


“도시 각지에서 수요가 폭등하는데 공급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거기에 해외에서도 우리의 비단과 모직물의 수요는 큰 편입니다.”


“그리하다면 이에 관련한 자료를 올리시오. 그러하면 내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양모의 생산을 독려하도록 하겠소.”


“혹여나 시계가 전국에 도입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지...”


“시계는 모든 부분에서 수작업으로 만들어지오. 선반의 개발로 극히 일부의 공정이 단순화되기는 하였으나 그럼에도 수작업이라는 부분은 변치 않았지. 우선 대도시와 여러 관공서를 중심으로 설치하고 있소만 쉽지 않은 문제요. 시간만이 해결해 주겠지.”


“통조림이라는 것을 민간에도 판매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통조림은 그 특성상 군에서의 수요가 높소. 또한, 아직은 생산성이 낮지. 이러한 부분이 조금 개선된다면 민간에서의 수요에 응해 일부 용도에 한해 판매를 고려하리다.”


......


...


“어우 귀 간지러워”


사휴는 귀를 후비고서는 통조림 더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걸로 부족하지?”


“예, 선배. 부족한데요...”


이제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소장이자 군수 사령관인 사휴는 혀를 찼다.


“미안하다. 이거 용기 만드는 것만 해도 비용이 장난이 아냐. 철제 용기야 주물로 찍으면 되는데 여기에 주석으로 도금해야 하거든.”


전기 도금도 없던 시대에 일일이 도금을 하려니 그 비용이 상상 이상이었던 터라 통조림의 양산은 생각보다 늦게 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통조림은 워낙에 혁신적인 물건이라 계속 지원을 받으며 어떻게든 비용 절감과 대량생산을 위한 노력을 가하고 있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궁복은 간만에 본 사휴의 얼굴이 거무죽죽한 것을 보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어째 사람이 전쟁에 나간 후 열심히 항구를 건설하는 자신의 얼굴보다 더 죽을 것만 같은지 대충은 알 수 있었다.


‘보나마나 전하께서 미친 듯이 굴렸겠지’


자신만 해도 그 밑에서 몇 년간 굴렀지 않은가. 물론 그렇게 쌓은 사고의 확장과 이론적인 지식은 지금에 와서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당할 때는 이런 사실을 잘 모르지만 말이다.


“어떻게든 수량 늘려볼 테니까 너무 걱정 마라”


“좀... 쉬엄 쉬엄 하세요, 선배. 이러다 진짜 쓰러지겠는데”


“아, 기술료 들어올 때 좀 벌어 놔야지.”


“아니, 재산도 많은 사람이...”


“그거 아버지 재산이지 내 재산 아니다. 가뜩이나 벌써 장군 된 거 조금씩 말 나오더라? 씨발... 내가 지들 밥 먹이고 보급품 조달하려고 피똥 싸면서 지랄했는데”


물론 가장 큰 공훈은 통조림 발명임을 부정할 수는 없었으나 사휴는 자신이 장군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망할 화물 상자(컨테이너)의 도입부터 시작해서 물류와 보급의 시작을 자신이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 대학에서 가르치는 물류의 구조는 반 이상이 자신이 참여하거나 혹은 주도적으로 이끈 과정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었다.


“너도 조심해, 이거. 분명 나중에 말 나온다. 뭐, 신경 안 쓰고 넘어가는 방법도 있는데 내가 그렇게까진 성격이 좋진 않아서. 내가 씨벌 통조림으로 금자탑을 쌓아도 그렇게 말하나 보자고.”


‘아이고야... 이 선배님 제대로 열 받았구만’


궁복은 ‘전하께 조언이라도 구하면 어떠냐’라고 조언하려 했지만 불타는 듯한 사휴의 눈동자를 보고 이내 포기했다. 지금 말해봐야 서로 감정만 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휴, 선배. 몸 좀 돌봐가며 해요. 어차피 지금 실적만 해도 어지간한 장군들 실적 이상일 텐데. 해군한테 통조림 반응 엄청 좋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뭐 불편한 점은?”


“음...아, 통조림 따개 좀 만들어 달라는데요. 맨날 도끼로 내려찍다가 내용물 흘리고 도끼에 다 묻는다고.”


“그래? 그건 내가 한 번 구상해 볼게”


사휴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 통을 그냥 무식하게 도끼로 따고 열려면 좀 힘들어 보이긴 했다.


“아, 그리고 들리는 소식인데 이번에 개각하는 거 알지?”


“어... 간간히 듣긴 했는데”


“해군 쪽에서 너 전시 뗀다는 소리가 있더라?”


분명 좋은 일이다. 이 나이에 대령이면 해군 장관까지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속도다. 다만 방금 사휴의 이야기를 들으니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기에 궁복은 작게 탄식했다.


작가의말

무가...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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