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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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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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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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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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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글자
15쪽

95화 고하러 가겠다

DUMMY

95화 고하러 가겠다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사람의 입을 타고, 또는 지인에게 도움을 바라고 보내는 서신을 타고 전국으로 퍼졌다.


이에 맞추어 전국에서는 각각의 생각에 따라 뜻을 품고 움직이는 자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가 충청도에도 하나 있었으니, 바로 전일 공동 상소로 한양을 시끄럽게 한 이들 가운데 하나인 윤선거였다.



***



“영보 사형!”

“길보, 자네가 그렇게 달군 얼굴로 날 찾아온 것은 처음인 거 같은데.”

“한양에서 일어난 일 들으셨습니까?”

“신풍 부원군의 일 말인가.”


송시열의 물음에 윤선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와 앞에 앉았다.


“저, 올라가겠습니다.”

“자네가?”


이전에 강도에서 목숨을 끊지 못한 일로 인해 부끄러워하여 나서길 탐탁지 않게 여기던 윤선거다.


전날 한양에 올라갔을 때도 반쯤은 송시열과 윤휴에게 이끌려서 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스스로 올라가겠다고 하니 놀랍기 짝이 없었다.


“무슨 바람이 불었어?”

“바람이 분 게 아니라 마땅히 할 일을 하러 가는 겁니다. 사형, 신풍 부원군의 청이 받아들여지면 거기서 끝날 거 같습니까?”

“아니.”


윤선거의 말에 송시열은 단박에 고개를 저었다.


이처럼 일목요연한 일도 얼마 없다는 듯 송시열은 신풍 부원군의 청이 받아들여지면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선히 보였다.


“모든 양반가에서 이것이 옳다며 돌아온 사람들을 내치겠지. 신풍 부원군과 같은 이유로, 아니면 다른 이유를 들어서라도.”

“그렇습니다. 또한 아직 시집가지 않은 이라면 그 낙인이 붙을 겁니다. 오랑캐들과 붙어먹은 여자라고 말입니다.”

“......조카 때문이군.”


송시열은 그제야 윤선거가 이리 성을 내며 나서는 이유를 알았다.


“예. 저는 제 자식을 위해서라도 이번 일을 넘길 수 없습니다. 평생 홀로 손가락질받으며 살게 둘 거 같습니까? 아무리 못난 아비라지만 그렇게는 못 합니다.”

“방법은 있고?”

“가면서 찾을 겁니다. 다행히 희중이가 같이 가준다고 합니다.”


윤선거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눈으로 이글거리며 이렇게 말하니 송시열은 차마 그를 말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신풍 부원군 장유가 어떠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송시열은 그냥 보내기도 어려웠다.


“반박할 논리는 준비하였는가?”

“반박할 논리요?”

“이 일은 단순히 가부의 문제가 아니네. 처음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달라.”

“어떻게 다릅니까?”


윤선거의 물음에는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듣고 가서 써먹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그에 송시열은 천천히 입을 열어서 그가 파악한 내용을 알려주었다.


“처음에야 그저 신풍 부원군의 청으로 시작한 일을 상께서 묻고 거절하신 것에 불과했네. 허나 이제 이 일은 단순히 이혼과 그 가부가 아니라 제사에 대한 문제로 번졌어.”

“예?”

“이해하지 못하겠나? 하긴, 그렇겠지. 아마 그렇게 되리라 생각하고 주장하러 움직이는 자들은 얼마 없을 거 같으니.”


잠시 말을 멈춘 송시열은 손을 들어서 윤선거를 가리켰다.


“아마도 지금 상께서 거절하심이 옳다 하는 이들은 대부분 자네처럼 청나라에 가족이 잡혀있거나, 잡혔던 사람들일 거야.”

“그럴 겁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없었던 이들은 신풍 부원군의 편을 들겠지.”

“......그렇겠죠.”


못마땅한 얼굴로 끄덕인 윤선거는 곧이어 당당히 말했다.


“사형께서 말씀하신 대로면 신풍 부원군의 편을 드는 자들은 말 그대로 뭣도 모르고 속이 편한 이들이 아닙니까.”

“대부분은 그렇겠지. 하지만 그거 아나? 예법으로 따지면 신풍 부원군의 주장은 매우 타당하네.”


송시열의 말에 윤선거는 못마땅함을 넘어서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 얼굴을 보며 쓴웃음을 지은 송시열은 다시 입을 열었다.


“조상 제사를 드림에 있어서 절개를 잃은 것으로 보이는 여자를, 그것도 자손이 귀한 집에서 함께 하는 것은 옳지 않아. 그러니 이 일은 시간이 흐르면 이런 귀결이 될 걸세.”

“어떤 귀결이요?”

“조상 제사를 온전히 하는 것이 옳은가, 아닌가로.”

“!”

송시열의 말에 윤선거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당장에야 사람의 절개가 어떻고 말이 오가지만 결국은 그리로 돌아갈 게 뻔하다는 송시열의 말 부정하고 싶었으나 부정할 수 없었다.


“사형, 설마......”

“짐작대로 자네가 주장하는 쪽이 불리하네. 그것이 유학에서 말하는 효고, 지난 반정 이후 효는 이 나라에서 어느 의미 충보다 앞서는 가치가 되었으니까.”


효라는 말에 윤선거는 송시열이 하고자 하는 말을 깨달았다.


“폐모살제.”

“맞아. 자네도 알겠지만, 사실상 숭명배청의 기치는 정묘년에 상할 대로 상했어. 그리고 그 남은 깃대마저 부러지려는 걸 상께서 지난날 남한산성에서 목숨 걸고, 아니 남은 모든 걸 걸어서 사수하셨지.”


반정을 일으킨 기치 가운데 하나는 이미 누더기나 다름이 없고 남은 하나는 멀쩡하다.


그러니 효에 대한 이야기로 결정이 된다면 그 형식을 온전히 하는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반박할 논리가 중요하시다 하신 거군요.”

“그렇네. 하지만 이건 내가 생각해도 답이 없어. 결국 간단하게 말을 풀면 제사의 옳고 그름으로 되고 상께서 이르신 말씀이 옳다 여기는 사람들은 모두 제사가 그르다 주장하는 이들이 될 걸세. 자신들의 뜻과 별개로 말이야.”


어두운 전망을 그린 송시열은 그 어두움을 자신의 얼굴에 드러내며 말을 이었다.


“그리되면 주상께서 옳다고 한 이들도 안타까우나 어쩔 수 없다고, 사대부의 가풍에는 신풍 부원군이 옳다고 돌아서는 이들이 얼마고 나오게 될 걸세.”

“허면 나중에 상께서 뜻을 굽히실 거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건 모르겠군.”


이에 대해서는 송시열도 확신할 수 없었다.


분명 그렇게 하는 것이 오로지 남은 길인데, 그렇게 하여 굽히는 상의 모습을 송시열은 상상할 수 없었다.


‘이상하구나.’


상께서 남한산성에서 나와 청나라 황제에게 굽힘을 그는 보았다. 그럼에도 굽히는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으니 실로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혹시 일러줄 말씀은 따로 없으십니까?”


이상함을 느끼며 예전 일을 떠올리고 있자니 윤선거의 간절함이 담긴 물음이 들렸다.


그에 송시열은 기억을 반추하던 걸 멈추고 윤선거를 보았다.


“나는 올라갈 생각이 없네.”

“압니다. 하지만 저보다 뛰어난 사형이시니 무언가 단초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간절함이 더욱 묻어나니 차마 모른 척할 수 없었던 송시열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물으면 없지는 않아. 이 나라 사대부라면 누구나 이번 일을 듣고 옳은가 아닌가와 해결할 방도에 대해 궁리할 걸세. 나도 그러했지.”


송시열이 희망적인 말을 하니 윤선거는 눈과 귀를 지금까지 이상으로 그에게 집중했다.


그걸 느낀 송시열은 부드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네, 알고 있나?”

“무엇을 말입니까?”

“지금의 상황, 사실은 내가 전에 그려보았던 상황이네. 다른 이가 내게 이렇게 될 거라 말해주기도 했고.”


예전에 그려보았다는 말에 윤선거는 한층 더 희망이 솟으며 기대감을 품음과 동시에 의아함도 품었다.


“그려보고, 들었다? 누구에게요?”

“그건 말해줄 수 없네. 하지만 이건 말해줄 수 있지.”


잠시 말을 쉬고 마른 입술을 적신 송시열은 말을 이었다.


“신풍 부원군의 주장은 예전에 내가 했던 그른 주장과 같아. 유학의 근본은 죽고 그 예와 법만 남은 것이네.”

“......희중이 말한 사가 죽은 상황입니까?”

“아니. 사는 있어. 우선도 되었지. 하지만 정신으로서 우선 된 게 아니라, 그저 형상과 껍데기로서 우선되었네.”


언제고 일어날 일이라 들었건만 이리도 가까웠나 생각하니 한순간 송시열의 가슴에 서늘함이 깃들었다.


송시열은 가슴 깊은 곳을 찌르는 그 서늘함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크흠, 그러니 겉으로 보기에는 저 일이 옳지. 그러니 이 일을 반박하고자 하면 그를 지적하여 파고드는 게 그나마 답이야. 주자께서 예와 법을 정리하시기 전의 일들을, 더 오래전에 성현들께서 말씀하심의 본의를 살펴서......”


말을 하던 중 송시열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말끝을 흐리며 생각에 빠져들었다.


“사형?”

“길보, 공자께서 제사를 하도록 권한 것은 어째서인가?”

“예?”


대답을 주려는가 싶더니 도로 묻는다.


이에 윤선거는 적잖이 당황하였으나 입은 아는 바를 읊었다.


“낳아준 이에 대한 효를 다하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정말로? 그러면 하늘에 드리는 제는? 그것은 효를 위함인가?”

“그것은.......”

“효를 위해 제사한다고 하자. 그러면 죽은 조상에게 효를 다하기 위해 아직 살아있는 자식에게 불효를 강요하면 그것은 정말로 효인가?”


날카로운 말에 윤선거는 우물쭈물했으나 이내에 고개를 저었다.


“한쪽만 챙기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본디 효란 자신도 다하면서 자식도 그를 알고 행할 수 있게 함이 옳습니다.”

“그래, 그렇지. 그런 면에서 이번 일은 도리에 맞지 않고 아귀도 맞지 않아. 허면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가?”

“그것을 알려달라고 물은 것은 접니다만.”


연이은 물음에 당황함이 좀 가셨는지 윤선거가 대꾸했다.


대답을 요구했는데 질문만 들려오니 곤란함이 늘었으나 송시열은 그 곤란함을 돌아보아 줄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유학의 근본은 춘추시대에서 사람다움을 찾고자 함이다. 그러면 제사에는 어떠한 사람다움이 있었을까?”

“아니, 사형?”

“생각나는 대로 말해봐. 그래, 이렇게 생각해보자고. 만약 공자께서 주장하신 바를 모두가 들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말이야.”

“그, 글쎄요? 아마 전쟁이 끊이지 않았으니 모두가 제사하고 상을 치르러 가지 않겠습니까?”


모두가 간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송시열은 무언가 눈이 확 뜨이며 머릿속에서 지난해 이래 계속 그를 괴롭히고 복잡하게 했던 것들이 맞물리며 깔끔하게 정리되는 걸 느꼈다.


“제사란 효를 위한 방편이다. 그러나 효를 위함이라 함은 그 외에도 많이 있다. 그런데 공자께서 특히나 그것을 주장하심은 지금까지 그저 주나라의 관습을 그대로 이어받기 위함이라고 여겼다.”

“그게 맞지 않습니까?”

“혼백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생각해보자. 효를 행하는 방법에는 여럿이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제사와 상 치르기를 강조한 이유는 그것이 천하 평안으로 이어지는 방편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말을 잠시 멈춘 송시열은 윤선거와 두 눈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네가 말한 것처럼 만일 공자께서 말씀하신 대로 모든 나라가 그리하였으면 당시 죽은 가족이 없는 이가 없을 정도이니 분명 전쟁이 천하에서 잠시나마 그쳤을 것이다. 비록 가정에 불과하지만, 아마도 그러했겠지.”

“그럴 겁니다.”


송시열의 말에 윤선거는 그럴듯하다 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비슷하게 고개를 끄덕인 송시열은 제 생각을 입에 담았다.


“그리하여 일년이고 이년이고 지나 삼년까지 그렇게 이어지면 분명 사람들은 연례행사로 일어나던 전쟁에서 멀어질 것이며, 전쟁하기보다는 하지 않음으로 오는 평안을 누리려고 하였을 것이 분명하다. 사람은 편한 것을 좇기 마련이니까.”


여기까지 말한 송시열은 확신을 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제 생각하고 궁구하여 그 진의 헤아리는 것을 힘들다 여긴다.”

“영보 사형?”


중얼중얼거리는 송시열을 보며 윤선거는 영문을 몰라하며 그를 불렀다.


그 부름에 시선을 맞춘 송시열은 굳게 결심한 표정을 지었다.


“가자.”

“가자고요? 어디를요?”

“네가 말한 것처럼 한양으로. 희중이는 어디서 보기로 했느냐?”

“이리로 오라고 했습니다.”

“뭐?”


이리로 오라고 했다는 말에 송시열은 순간 당황하며 되물었다.


그러나 윤선거가 대답하기도 전에 바깥에서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리는 기운찬 목소리가 들렸다.


“형님들, 저 왔습니다!”

“나참.”


기운찬 윤휴의 목소리에 송시열은 고개를 흔들고는 윤선거에게 물었다.


“내가 거절하면 어쩌려고 했나?”

“그래서 희중에게 이리로 오라 한 겁니다.”

“하하, 둘이서 함께 설득할 생각이었나? 운이 좋은 줄 알게.”

“운이요?”


윤선거가 어리둥절하여 물으니 그새를 참지 못하였는지 윤휴가 방정맞게 안에 얼굴을 내밀었다.


“아니, 사람이 왔다는데 아는 체도 않으십니까?”

“왔느냐. 그럼 가자.”

“엥?”


송시열의 말에 윤휴 역시 놀란 얼굴이 되었다.


두 사람이 연이어 이러니 퍽이나 재미있었는지 송시열은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답이 나왔으니 가서 고해야지. 그러지 않았다면 자네들이 아무리 청해도 이번에는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니, 실로 운이 좋다고 하지 뭐라고 하겠나.”


송시열은 그리 말하며 곧장 간단한 짐을 챙겨서 바깥으로 나섰다.


“이거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

“찜찜하죠? 저도 그렇습니다.”

“엄한 소리 할 시간 있으면 어서 출발할 채비나 하거라!”


송시열의 독촉에 서로를 보던 윤선거와 윤휴는 몸을 움직였다.


예상 밖의 일이나 윤선거는 설령 두 사람이 가지 않는다고 한들 가야 할 이유가 있었다.


윤휴는 윤선거처럼 이해 당사자는 아니나 이 일이 옳지 않다 여기니 가서 말을 보탬이 옳다 여겼다.


각각 이유가 있으니 두 사람은 송시열의 재촉에 토를 달기보다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은 짐 하나로 괜찮으시겠습니까? 한양에서 얼마나 있어야 할지 모릅니다.”

“너희 짐도 작다만.”

“저와 희중이야 미리 준비하였으니까요.”


잔걱정에 말을 내니 송시열은 급히 챙긴 제 짐을 보며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에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 너희가 부족하면 채우겠지.”

“예?”

“그럴 생각으로 이리 부른 게 아니더냐?”

“크흠.”


속셈을 찌르니 윤선거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그에 윤휴는 그가 든 짐 가운데 하나를 슬그머니 뒤로 밀었다.


그 모습을 눈으로 하나하나 확인한 송시열은 더 말하는 것도 시간이 아깝다는 듯이 걸음을 옮겼다.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 세 사람은 전보다 빠르게 한양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렇게 한양에 들어선 그들이 가장 먼저 접한 한양 소식은 바로 신풍 부원군 장유가 졸(卒)하였다는 소식이었다.


작가의말

[첨언-장유의 죽음]

신풍 부원군 장유는 실제 역사에서 이혼을 청하는 상소를 올리고 일주일이 되지 않아 죽습니다.

 

과로로 인한 병사라고 하는데, 아마 전란을 겪은 후에 모친 장례를 챙기다가 무리하여 몸이 약해져서 죽은 걸로 보입니다.

 

추측이나 이 무리함에는 이번 상소 역시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로 인해 이 일은 한번 가라앉았으나 장유의 상이 끝난 3년 후, 장유의 처 김 씨가 죽은 사람의 소원을 이루기 위함이라 하여 상소를 제출합니다.

 

여기에 머리를 써서 김씨는 며느리가 성질이 사납고 시부모를 공경하지 않는다고 붙여 넣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의 의견도 그렇고, 이는 칠거지악을 명분삼아 며느리를 내쫓기 위해 가져다 붙인 이야기라 여겨지고 있습니다.

 

소위 억지’, 혹은 를 부린 셈입니다.

 

김씨가 청원하여 물러나지 않으니 이번에는 인조가 손을 들어 장유의 아들이 공신의 독자임을 들어서 이혼을 특례로 허가했고, 이후에는 허가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게 됩니다.

 

허나 장유의 집이 이렇게 함을 보고 이것이 사대부 가풍으로 옳은 것이라 여겨져서 많은 사람이 갈라서게 됩니다.

 

이것이 오늘날 잘 알려진 환향녀문제입니다.

 

 

 

[첨언-억지 부린 대가?]

장유와 그 처가 이런 식으로 억지를 부린 대가는 그 손자가 지게 되었습니다.

 

생모는 환향녀 취급받아 연이 끊어져 그쪽 집안과는 아예 연결이 끊어지게 되었으며, 계모를 모시니 천륜을 어긴 자라고 욕을 들어먹습니다.

 

정치적으로 온갖 공세를 받은 장유의 손자 장훤은 결국 종9품 관직을 전전하다가 별다른 기록 없이 역사에서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장유가 인조반정 공신에 정묘호란, 병자호란에서 임금을 호종하여 신뢰받았으며 효종의 장인이라는 배경을 생각하면 참으로 집안이 비루하게 끝났다고 보아도 무방할 거 같습니다.

 

[첨언-양란 후 조선시대 여론]

원 역사보다는 조금 나은 상황이지만 여기서도 자격지심 비슷한 게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 당시 여론은 사실상 극도로 치우쳐진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성리학의 교조화와 경직된 분위기, 사회상으로 우리가 흔히 아는 부정적인 면이 많이 나온 이유는 그것 말고는 딱히 내세울 것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없는 사람들일수록 남은 건 자존심밖에 없다는 상태인 거죠.

 

모순적이게도 이 일이 연이은 전란과 패배로 인해 생긴 일종의 자존감 상실이 원인임을 생각하면 참 안타깝습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비르지니님, 바얀티무르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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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Lv.64 냠냠친구
    작성일
    23.01.08 21:08
    No. 1

    왕 예법까지 딴지 걸던 성리학 아웃풋 중 최고의 키보드 워리어납시오(?)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47 이야아압
    작성일
    23.01.08 21:29
    No. 2

    필력이 어마무시합니다
    엄청난 역량을 보유한 작가님입니다
    매일 이 시간을 기대하며 한편씩 보고 있습니다

    찬성: 6 | 반대: 0

  • 작성자
    Lv.87 aj******..
    작성일
    23.01.08 21:40
    No. 3

    송시열이 이렇게 변하네요. 대단합니다 작가님

    찬성: 6 | 반대: 0

  • 작성자
    Lv.88 니아르르
    작성일
    23.01.08 23:30
    No. 4

    다음편이 기다려집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9 my*****
    작성일
    23.01.09 10:45
    No. 5

    장유 청 받아주고 대신 그 자식은 생모를 버렸으니 불효하다해서 이후 자식들의 출사를 막으면 되겠네요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45 숲의종족
    작성일
    24.03.22 15:33
    No. 6

    오랜만에 글에서 전율을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정다비라네
    작성일
    24.04.29 11:40
    No. 7

    주나라라는 말에 흥미가 생겨서 보기 시작했는데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것이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연재편수가 꽤 되다 보니 끝까지 따라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래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라는 것만은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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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120화 이단아는 달린다 +3 23.02.02 761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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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7화 위대하지 않은 상인 +2 23.01.30 775 41 16쪽
117 116화 그 나라는 어디인가 +5 23.01.29 775 39 13쪽
116 115화 불운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2 23.01.28 735 36 13쪽
115 114화 방심은 불운을 부른다 +1 23.01.27 780 3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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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2화 사람은 각기 달리 생각한다 +1 23.01.25 767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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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1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3 23.01.14 924 39 12쪽
101 100화 이 또한 유학입니다 +17 23.01.13 947 64 16쪽
100 99화 스승과 제자 +4 23.01.12 919 43 12쪽
99 98화 상앙의 추종자 +9 23.01.11 927 48 15쪽
98 97화 논하여 정하라 하다 +1 23.01.10 883 38 12쪽
97 96화 이것이 제 답입니다 +5 23.01.09 916 39 15쪽
» 95화 고하러 가겠다 +7 23.01.08 937 5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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