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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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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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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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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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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117화 위대하지 않은 상인

DUMMY

117화 위대하지 않은 상인


바스쿠 바르톨로메오라는 포르투갈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게 뭐나고 피식 웃을 이름을 지닌 사내의 인생은 두 가지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건 바로 ‘때늦음’과 ‘악운’이었다.


따져보면 그의 태생부터 그러한 면이 있었다.


아무리 포르투갈 사람이라면 누구나 위대하다고 인정하나 이미 그들 이름을 붙이기에는 한참 늦은 시기에 그들을 따 명명했으나 분명히 말해 때늦음이 어울렸다.


그러나 그 이름만 빼면 부모들이 그를 기름에 있어서 사랑을 아낌없이 베풀었고 뱃사람답지 않게 아비가 탕진이나 유흥을 그리 즐기지 않아 화목하고 풍족했다.


그러다가 술을 마신 아버지가 당신과 상관없는 싸움에 휘말려서 그대로 사망, 어머니는 그 직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걸 그는 선원으로 바다에 나갔다가 몇 달이 지난 후에야 알았으니 또다시 때늦음이 있었다.


그를 대신하듯 두 분이 남겨준 유산이 아버지 동료라는 사람을 통해 그에게 무사히 전해지니 참 고마우면서도 슬픈 악운이었다.


덕분에 바스쿠는 일찌감치 선원이라는 직책에서 벗어나 선장으로 바다에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바스쿠의 일생은 말 그대로 외줄 타기, 벼랑 끝에서 춤추기였다.


여기서 벌면 저기서 배로 손해가 난다.


저기서 배로 손해가 나온다 싶으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본전을 찾는다.


이유도 기가 막힌 게 돈이 된다고 해서 뒤늦게 그 상품을 잔뜩 마련해서 가면 이미 유행은 끝.


낙담하여 다른 곳에 처분하려고 하니 그곳에서 유행을 스스로 일으킨 셈이 되어 본전.


그의 항해와 교역은 매번 이런 식이었다.


이렇게 서너 번 정도 손득이 거의 0에 수렴하는 항해를 마치니 그를 아는 사람들이 그에게 별칭이 붙었다.


‘눈치 없는’ 바스쿠라고 말이다.


당연히 바스쿠는 이런 별칭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과 별개로 바스쿠는 자신이 그만한 말을 들을 만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참, 아직 못 들었소? 이제 당신네들과는 교역 금지요.”

“그, 금지!?”


몇 년 만에 기껏 상품을 싣고 일본에 도착했건만 날벼락 같은 말이 돌아왔다.


영문도 모를 일인 것은 둘째치고 이대로는 돌아갈 삯 없다는 현실에 바스쿠는 다급히 물었다.


“나, 나는 못 들었습니다!”


바스쿠가 진심으로 당혹한 얼굴로 말하니 일본인은 그를 물끄러미 보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마카와에서 들었으면 알 텐데.”


아마카와라는 말은 이미 익숙하여 어디를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들이 중국에 세금을 내고 조차지로 쓰는 땅, 마카오를 이름이었다.


그러나 바스쿠는 그곳에 들려서 보급까지 했는데 전혀 이 일을 알지 못했다.


‘젠장, 인정머리 없는 인간들 같으니라고. 이런 일이 있으면 알려줘야 할 거 아냐.’


가만히 생각하니 자신을 이상하게 보던 시선들이 몇몇 떠올랐다.


그러나 상황 설명이나 말리지 않은 이들을 떠올리니 참 야박하다 싶었다.


물론 그들로서도 할 말은 있었다.


바스쿠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나 이미 그처럼 일본에서 쇄국령이 내리고 포르투갈 사람들이 추방되었음에도 그리로 향한 사람들이 없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예전처럼 허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었고 누군가는 금지만큼 돈이 되는 것은 없다 여겨 밀무역을 하러 떠났다.


이러니 오히려 묻는 것이 실례라 여긴 이들이 다수였으니 바스쿠의 불평은 그들에게 있어서 억울한 일이었다.


혹여 그들 가운데 바스쿠와 친밀하게 지내는 이가 있었다면 모르나 안타깝게도 바스쿠는 마카오에서 연을 맺었다 할 친밀한 이들은 마침 모두 바다로 나간 상태였다.


“보급이야 할 수 있지만 교역은 금지요.”

“저, 저기 어떻게 안 됩니까? 안 그럼 저는 파산이란 말입니다. 부디 어떻게 좀.....”


혹시나 말이 통할까 싶어서 사정했으나 돌아오는 말은 냉정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으니 무리요. 당신네 길리시단을 믿은 이들이 반란을 일으킨 후 막부에서 강경하게 뜻을 세웠고, 막부의 의향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바, 반란?”


흉흉한 소리에 기겁하여 물으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걸음 물러났다.


“막부에서 군을 보내서 싹 다 죽였지. 혹시나 당신 편의 봐주면 나도 그렇게 될 테니 엄한 생각 말고 가보시오.”


거리를 두어 교제할 수 없음을 드러내고 역신을 쫓듯 손짓하니 바스쿠는 더 무어라 간청도 못 하고 암담한 얼굴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때 힘없이 몸을 돌려 터덜터덜 배로 돌아가는 그의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아마카와 사람인가?”

“아아.”

“눈치도 없네.”


눈치가 없다.


이 말에 바스쿠는 속에서 불이 올랐다.


안 그래도 손해가 막대하게 생긴 참에 그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라니, 당장에 돌아가서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러나 이성이 냉정하게 그를 타일렀다.


딱히 저들이 잘못한 일이 없다고 타이른 것은 아니다. 다만 저들이 들고 있는 무기와 주변에 더 지금 이야기 나누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있음을 떠올리게 한 것이다.


‘제길.’


어쩔 수 없이 속으로 화를 삭이니 여러 아쉬움이 걷는 속도가 반배로 줄었다.


“듣자 하니 조선놈들에게 준다지?”

“그래? 뭐, 그 녀석들이면 이곳에서 이상한 걸 퍼트리진 않을 테니 낫겠네.”

‘쵸선?’


대충 들은 대로 속으로 읊조린 바스쿠의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


그런 나라, 들은 바가 없었다.


그들이 물러나면 네덜란드 놈들이나 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듣지 못한 나라 이름이 들리니 바스쿠는 어리둥절했다.


순간 나라 이름이 아니라 일본 내부 어딘가 상인 집단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에 그는 그게 오히려 나라 이름이길 바라며 걸음을 옮겼다.



***



“빌어먹을, 대체 뭐 하는 나라야? 진짜 나라가 아닌가?”


기껏 배로 돌아와서 최신 해도를 펼치고 살폈지만 그가 들은 것과 같은, 아니 비슷하게 보이는 지명은 눈 씻고 찾아보아도 없었다.


해도를 펼치고 고민하던 그는 끙끙 앓다가 시간을 살폈다.


“곧 나가야 하는데.”


모르고 왔으니 한번은 봐주겠다고 말한 일본 관리가 그들에게 보급을 위해 허용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대로 아무런 단서도 없이 바다로 나설 수는 없기에 그는 초조한 얼굴로 지도를 돌돌 말아서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르면 물어라.”


그는 곧장 지도를 들고 다시금 일본 땅을 밟았다.


그렇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묻던 그는 다행히 해가 지기 전에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예전에 거래하여 안면도 있고 말도 제법 잘 통하는 일본 상인과 마주한 것이다.


처음에는 바스쿠를 보고 놀랐으나 사정을 들은 일본 상인은 그가 알고 싶은 내용을 알려주었다.


“조선? 예전에 우리와 전쟁했던 나라라고 알고 있는데.”

“전쟁이요?”

“마을 어른들이 무용담이라고 이야기하는 걸 좀 들었지. 나야 그 시절에는 아직 꼬맹이라 잘 모르지만 해군이 엄청나게 무섭고 강력한 나라라고 하더군요.”


‘어딘지는 몰라도 근처에 다른 나라가 있다.’


해군이 강력한 나라.


전쟁했던 나라.


이런 나라라면 그가 싣고 온 화물을 어떻게든 처분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바스쿠는 몸이 달았다.


“위치를 아십니까?”

“대충은 알지.”

“여기, 지도에서 좀 짚어주시겠습니까?”


눈앞의 사내에게 지도를 펼쳐서 보여주니 그는 지도를 살피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오래된 지도요?”

“예?”

“내가 알기로는 이 위치인데 없어서.”


그가 가리킨 곳을 보니 그들이 중국으로 생각하는 땅이었다.


‘여기에 나라가 있다고? 원래 없었는데 근래 독립했나?’


바스쿠는 여러모로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대답을 얻었기에 감사하며 슬쩍 은 쪼가리 몇을 그에게 건넸다.


“난 물어본 적 없는 겁니다.”

“크흠, 물어보다니? 나는 그저 이제 떠날 사람에게 안부나 건넸을 뿐이지.”


사내는 그렇게 능청을 떨더니 돌연 손안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에 주변 눈치를 보더니 귀엣말을 건넸다.


“알지 모르지만, 조선도 도자기로 유명합니다. 옛날에 전쟁 중에 그 나라 사람들을 데려왔거든요. 그리고 그 나라에는 만병통치약이 있습니다.”

“그, 그런 게 있습니까?”

“크흠. 이만하면 돈값은 한 거 같네요.”


상인은 더 대답지 않고 바삐 걸어갔다.


그걸 본 바스쿠는 다시 배로 돌아와서 나이 든 선원들을 모아 놓고 물었다.


“여기에 나라가 있다고 하던데, 아는 사람 있나?”

“거기에?”

“들어 본 적 없는데.”

“잘은 모르지만 해도가 최근 개정되었으니 중요하지 않다면 배제했겠지.”


도움 되지 않는 말들에 이어서 그럴듯한 대답이 나왔다.


이에 바스쿠는 그럴듯하다고 여기며 다른 해도를 찾았다.


이윽고 그가 가진 것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에서 그는 그럴듯한 명칭을 발견했다.


“꼬레. 일본도 아니고 중국도 아니야.”

“거기 중국 아니야?”

“그건......”


한 선원의 말에 그는 주저했다.


아는 게 없으니 대답이 나올 리가 없다. 그냥 지명이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던 바스쿠는 배에 가득한 화물을 생각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우린 꼬레로 간다.”

“마카오가 아니라?”

“거기 가서 지금 배에 실린 화물 제값 받고 팔 재주가 있는 놈?”


나름대로 항해에 잔뼈가 굵었다 자부하는 선원들이나 누구 하나 말을 내지 못했다.


당연한 게 지금 선적한 것들은 모두 일본에서 팔 것을 전제로 구비한 것들이다.


그것도 몇 년 전을 기준으로 말이다.


이러니 다른 곳에서 제값 받고 팔기가 쉽지 않다는 걸 여기에 있는 이들이라면 다들 알았다.


선원들이 슬슬 고개를 돌리니 바스쿠는 마음을 한층 더 굳히며 입을 열었다.


“들고 일어날 거 알고도 말하는데, 화물 못 팔면 니들한테 현물로 주기라고 해야 할 판이다. 그걸 바라나?”


고생하지 않고 현물이나 받겠냐는 말에 선원들은 하나 같이 탐탁지 않은 얼굴이 되었다.


받으면 손해는 아니지만 수고도 들어가고 손에 쥐는 것도 수고에 비해 턱없이 적을 게 분명했다.


선원들의 반응을 살핀 바스쿠는 이때다 싶어 선원들에게 바람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가면 도자기도 있고 만병통치약이 있단다.”


선원들의 눈에 욕심이 감도는 걸 본 바스쿠는 아예 딴말하지 않게 말을 덧붙였다.


“그러니 우리는 꼬레로 간다.”



***



마카오로 돌아가도 파산은 확정이라는 현실에 그는 꼬레라는 듣도 보도 못한 나라로 가는 걸 택했다.


그러나 최신 해도에서는 사라지고 오래된 해도에서는 대충 설명한 곳을 찾아가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그렇게 항해를 시작하고 십여 일, 분명 듣기로는 가깝다고 들었는데 아직 도착하지 못한 것에 더해 점차 바닷길이 험해지는 기분에 바스쿠는 나날이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빌어먹을, 그냥 마카오로 가는 게 나았나? 거기서 보급하고 어디든 갔으면......배만 남겠군.”


초조함에 그나마 해볼 만한 일을 입에 담았으나 그 끝은 불 보듯 빤했기에 그저 해본 말에 불과했다.


“섬이 보인다!”

“섬? 섬이라고?”


지도에 따르면 육지가 보여야 정상인데 섬이라니, 바스쿠는 혹시 해로를 잘못 타서 일본으로 돌아온 것은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이내에 그는 멀리 보이는 섬이 그간 보아온 일본의 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제길, 일단 간다. 배를 저 섬으로 몰아라!”


결정을 내리고 배를 섬으로 몰아가기로 한 그는 이내에 당황하며 주변을 보았다.


“일본 배가 아니야. 중국 배도 아니고. 찾았어, 찾았다고!”


기쁨에 겨워 외치니 어느새 저쪽에서도 그를 발견했는지 그를 향해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 모습에 바스쿠는 긴장으로 침을 꿀꺽 삼키며 걱정했다.


‘제길, 혹시 사략선은 아니겠지?’


강력한 해군이 있다는 말은 관할 해적도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여긴 그는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조심스럽게 전투에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혹시 모르니 다들 전투 준비하고, 일본에서 태운 놈 데리고 와.”



***



“저건 어디서 나온 배야? 왜선하고는 모양새가 다른데.”

“글쎄요?”


수군만호 김대일은 멀리서 오는 배 한 척을 보며 물었으나 옆에 있는 이라고 알 리가 없었다.


“내 살다살다 별일을 다 보내. 서러워서 어서 승차하던가 해야지 원.”


전에 짬에 밀려서 사행 마중을 간 일도 인생에 한 번 있으면 특이하다 여길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일본과 협약하여 새 물길이 생겼으니 각 수영은 그 뱃길을 한번 확인하라는 말이 내려왔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으나 왕명은 왕명이다.


결국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이번 역시 김대일은 짬에 밀려서 당첨되고 말았다.


덕분에 뜬금없이 팔자에도 없이 이 먼 곳까지 온 김대일이다.


이미 맡은 일부터 맡게 된 경위까지 썩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여기에 더해 돌발상황이 생기니 골이 절로 아팠다.


“에휴. 신호 보내라. 전투 준비하고.”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이미 마주한 이들이니 확인하지 않을 수가 없던 김대일이 명령하니 조선 수군은 빠릿하게 움직여 다가오는 배를 향해 기초적인 전투 대형을 만들었다.


“그래, 어떤 객이신가?”


혼자서 말을 중얼거리며 천천히 접근하던 중 김대일의 눈에 한 사람이 마구 손을 흔들며 외치는 모습이 보였다.


“......왜인?”


순간 그가 모르는 새로운 왜선인가 싶었는데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살피니 왜인 옆에는 처음 보는 이들이 있었다.


머리는 검으나 이목구비가 이질적인 게 왜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남만인들인가?”



***



“어디서 온 누구라고?”

“함께 온 왜인이 말하기를 아마카와, 아마코라고 했는데 왜인들이 부르는 말이라 어딘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남만이라 하는 말을 들으니 남쪽 어딘가가 아닐까 합니다.”


잘 모르겠다는 말에 제주 목사 이시방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런 골칫거리를 던져주고 속히 해결이 어떻게 되겠나.’


저들을 제주로 인도한 수군은 속히 이 일을 해결하고 임무로 돌아가고 싶은 눈치였다.


왕명을 수행하는 중이라고 하니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번갯불에 콩을 구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왜인과 진서로 이야기는 나눌 수 없었나?”

“그게, 배움이 그리 깊지 않아서 말은 해도 글은 어렵다고 합니다.”

“허어.”


말은 하는 데 글은 쓰지 못한다는 말에 이시방은 곤란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무엇이든 여기서는 처결하기 어렵겠다. 장계를 올리도록 할 테니 그들에게는 잠시 대기하라 이르게. 대신 먹을 거나 그런 건 넉넉히 챙겨주고. 그래도 손님이 아닌가.”

“알겠습니다.”


안 그대로 이곳 제주에는 신경 쓸 일이 많은데 그럴 일이 하나 더 느니 영 반갑지 않았다.


그러나 일을 방기할 수는 없기에 이시방은 최대한 자세하게 상황을 적어서 한양에 장계를 올렸다.


얼마 후에 장계에 대한 대답이 돌아왔는데, 그 대답이 돌아오는 속도가 이시방의 예상보다 빨랐다.


내려온 비답을 꼼꼼히 살핀 이시방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물포로 보내라고? 설마 상께서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신 건가? 아니면 전처럼 명으로 보내실 생각이신가?”


보통 조선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명나라로 사람을 보내어 사정을 묻곤 했었다.


그러나 이내에 이시방은 그럴 시국이 아님을 알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곳 제주에 있어도 확연하게 알 정도로 혼란한 천하 정세다.


이들을 당장 명나라에 보내보았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건 그도 알았다.


“왕명이니 따라야겠지.”


안 그래도 지난 병자년에 벌어진 호란에서 여러 문책을 받았으나 상께서 넘어가 주신 덕에 유배도 가지 않고 잠시 파직당하는 게 전부였던 은이 있었다.


그러니 이들을 살펴서 해가 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굳이 왕명을 거스를 이유가 없다 여긴 이시방은 저들을 명대로 올려보내기로 작정했다.


다만 그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래도 화물에 대해서는 미리 알림이 옳겠다.”


이시방은 다음날 대답이 돌아오는 동안 파악한 화물 목록을 적어서 보냈다.


그리고 이시방이 다시금 장계를 보내고 일주일이 지나 바스쿠의 배는 수군과 함께 제주도를 떠났다.


그 목적지는 제물포였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바얀티무르님,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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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3화 엘도라도 +5 23.02.05 785 42 13쪽
123 122화 원수는 동방에서 만난다 +6 23.02.03 786 44 12쪽
122 121화 보는 곳은 모두 같다 23.02.03 697 34 13쪽
121 120화 이단아는 달린다 +3 23.02.02 761 34 11쪽
120 119화 걱정하며 숙인다고 하여 나아지진 않는다 +5 23.02.01 772 39 12쪽
119 118화 겨울 바람을 타고 오는 사람들 +3 23.01.31 771 39 14쪽
» 117화 위대하지 않은 상인 +2 23.01.30 776 41 16쪽
117 116화 그 나라는 어디인가 +5 23.01.29 775 39 13쪽
116 115화 불운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2 23.01.28 735 36 13쪽
115 114화 방심은 불운을 부른다 +1 23.01.27 781 33 13쪽
114 113화 충신으로 죽게 하소서 +3 23.01.26 813 41 11쪽
113 112화 사람은 각기 달리 생각한다 +1 23.01.25 767 33 11쪽
112 111화 1년이면 충분하다 +3 23.01.24 796 37 12쪽
111 110화 남겨진 불씨 +3 23.01.23 832 35 13쪽
110 109화 다가온 역사 +2 23.01.22 821 40 12쪽
109 108화 저 너머 +5 23.01.21 834 38 12쪽
108 107화 해 뜨는 곳과 해 지는 곳 +2 23.01.20 825 32 13쪽
107 106화 의심하고 계획하고 +2 23.01.19 833 33 12쪽
106 105화 가까이하며 경계하라 +2 23.01.18 841 32 12쪽
105 104화 북으로 남으로 +2 23.01.17 928 33 12쪽
104 103화 더 넓은 곳으로 +5 23.01.16 911 43 12쪽
103 102화 국사에 시작과 끝은 있되 쉼은 없다 +3 23.01.15 893 41 12쪽
102 101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3 23.01.14 924 39 12쪽
101 100화 이 또한 유학입니다 +17 23.01.13 948 64 16쪽
100 99화 스승과 제자 +4 23.01.12 919 43 12쪽
99 98화 상앙의 추종자 +9 23.01.11 928 48 15쪽
98 97화 논하여 정하라 하다 +1 23.01.10 883 38 12쪽
97 96화 이것이 제 답입니다 +5 23.01.09 916 39 15쪽
96 95화 고하러 가겠다 +7 23.01.08 937 5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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