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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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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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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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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2화 사람은 각기 달리 생각한다

DUMMY

112화 사람은 각기 달리 생각한다


임경업의 걱정은 사실이 되었으나 현실은 예측 그 이상이었다.


북경 주변에 있는 크고 작은 성들은 변변한 저항 하나 하지 못하고 그대로 백기를 올렸다.


“하, 항복하겠습니다.”

“좋아. 목숨은 살려주지.”


고개 숙인 명나라 관리를 향해 말하니 그의 얼굴에 안도감이 감돌았다.


그걸 본 청나라 장수는 그를 비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주는 건 목숨만이다. 전부 잡고 성은 태워라!”


장수의 말에 명나라 관리는 놀랐으나 별다른 저항을 하진 않았다. 성에 남은 재산이 많았다면 또 모르겠는데 그런 사람들은 이미 옛 저녁에 장강 이남으로 옮긴 지 오래였다.


그나마 그는 대표로 나올 정도로 힘이 있고 재산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사실상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전부 그가 쓸 것이 아니라 그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해주는 높으신 분들의 것이었다. 사정이 이러니 아깝지만 아깝지 않았던 그는 순순히 청나라에 따랐다.


지금 그는 챙기지 못할 재산보다 다른 걸 더 궁리했다.


“저, 저기 제가 뭐 도울 일이라도?”

“뭐?”


관리의 말에 장수는 당황했으나 이내에 피식 웃더니 그에게 말을 던졌다.


“제법 기특하구나. 그러면 이곳 사람들 명부를 작성해라. 모두 청으로 갈 것이다.”



***



“쉽구나.”


또 하나 성을 떨어뜨린 호오거는 그곳에서 치솟는 불길을 무미건조하게 보며 말했다.


말하는 기색을 보면 그는 만족스러움을 느끼지 못한 듯했는데 실제로도 그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따라서 내면의 갈망이 점점 더 커지는 걸 느끼고 있었다.


‘나야말로 정당한 계승자다. 어린 푸린이 아니라!’


뿌득


타오르는 갈망이 호오거를 잠식했다.


“내가 적자다. 내가 적자란 말이다.”


불타는 성을 보며 중얼거리는 호어거의 말에는 불안감과 강박이 담겨져 있었다.


전에 그는 범문정과 도르곤이 따로 만난다는 걸 알고 그들이, 특히 도르곤이 후계를 노리고 있다 여겼다.


그러다가 그들이 유학에 대해 논하며 다음 대는 마땅히 적자가 그 뒤를 이어야 한다고 말한다고 들었을 때는 미안하다 여겼다.


허나 그것도 잠시, 적자라는 말이 꼭 자신을 가리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어머니 울리나라 씨는 황후가 되지 못하였고, 그마저도 아버지 홍타이지가 한이 되기 전에 자리에서 쫓겨난 여인이다.


정실이긴 하였으나 한의 정실은 아니다.


그러니 굳이 따지자면 그는 적자라고 하기에 약간 흠결이 있는 셈이었다.


그는 애써 별것이 아니라며 불안을 삭였으나 이후에 도르곤이 보르지키트 붐부타이와 만났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 순간 호오거는 더는 평정을 가장할 수 없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가운데 정실인 복진 소생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고 서열이 높은 건 아이신기오로 호오거, 그였다.


그러나 황후가 된 이들을 기준으로 잡으면 그가 아니라 이제 막 태어나 아비의 관심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어린 동생이 그 자리에 있었다.


호오거는 이러한 사실을 깨달은 후 한시라도 불안함에 젖지 않은 날이 없었다.


이미 대학사 범문정이나 예친왕 도르곤은 경쟁 상대가 아님을 아나, 동시에 그들은 그에게 있어서 가장 큰 위협이었다.


당장 그들이 보르지기트와 연합하여 얻은 것이 적지 않다.


멀리 갈 거 없이 이번에 장성을 넘은 길 역시 그들과 합하여 마음껏 쓸 수 있게 되지 않았던가.


이러한 관계를 고려하면 홍타이지가 당금 황후 소생을 향후라도 눈여겨볼 수 있었다.


그의 자리는 굳건하나 아버지 홍타이지 역시 아직은 정정하다.


혹여라도 다른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확고한 공적이 필요했다.


그리고 호오거가 보기에 그런 일에 북경만큼 적당한 게 없었다.


마음을 따라 시선이 북경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빌어먹을.’


그러나 북경은 본래부터 이번 전쟁의 목적이 아니었다.


때문에 장성을 넘을 때 가져온 화포도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고 공성 준비는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경을, 그것도 호오거 단독 결정으로 넘는다?


실패는 확정이고 그 책임을 물어서 왕작 박탈은 기본이다.


“전하, 정리가 끝났습니다.”

“다음은 어디지?”


호오거의 귀에 어느새 일이 끝났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호오거는 곧장 다음 목적지를 물으며 아쉬숨을 삼켰다.


‘지금은 넘어간다. 지금은.’



***




“순조롭군. 슬슬 다음 단계로 옮겨야 하나?”


호오거와는 다른 성을 불태우며 도르곤은 고민에 잠겼다.


이번 전쟁의 목적은 어느 거점 점령이나 영토를 늘리는 데 있지 않았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그것을 노리게 되겠지만 이번 전쟁에서는 아니었다.


이른바 발판을 다지는 것이 목적이었다.


때문에 북경은 그저 묶어두는 것으로 충분하고, 오히려 지금 그나 호오거가 그랬듯 최대한 많은 성을 불태우고 많은 사람을 청으로 끌고 가는 것에 있었다.


적국 기반을 제거하여 힘을 줄이고 그 기반을 다시 세울 백성들을 잡아간다.


반대로 청나라에서는 노동력을 얻어 기반을 더욱 튼튼히 한다.


당장 형세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한들 이러한 일은 분명하게 미래에 효과를 보게 되어 있었다.


북경을 포위하고 군을 가른 이러한 목적에 충실하게 도르곤은 목표했던 만큼 성을 태우고 사람을 사로잡았다.


열심히 오가는 전령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다른 쪽도 순조로운 모양이었다.


“슬슬 마지막 일을 해도 될 거 같은데.”


이대로 더 휘젓다가 적당한 시기에 물러나기 전에 도르곤은 아직 중요한 목적이 하나 달성되지 않았음을 떠올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가 시선을 준 곳을 동쪽.


산해관이 있는 방향이었다.


“해상은 이미 막았다. 이제 육로만 막으면 놈들은 수년으로 빈 껍데기가 될 것이다.”


전에 범문정에게 들은 이야기를 중얼거린 도르곤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산해관이라.’


산해관 그리고 영원성.


이 두 명칭으로 대변되는 명나라 북방 방어선은 그야말로 청나라 사람들의 비원이자 비원이라고 하기에 적당했다.


이곳들을 넘는가 못 넘는가에 따라 청나라가 뻗어나갈 한계가 정해진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산해관을 넘기 위해서라면 이렇게 몇 번이고 준비 단계에 해당하는 전쟁을 벌이며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었다.


“전하, 정찰병이 돌아왔습니다.”


정찰병이 그저 돌아오기만 했다면 자신을 찾을 일이 없다는 걸 잘 아는 도르곤은 생각만 해도 즐겁던 상상을 잠시 내려놓고 물었다.


“무슨 일이냐?”

“정찰병이 북경으로 향하는 명나라 군대를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민란을 제압하던 군대라 추측됩니다.”

“명나라 군대?”


군대라고 할 만한 이들을 만나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작은 성이라고 해도 군사는 있기 마련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 모두 하나 같이 싸울 의욕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투항하기에 바빴다.


물론 기개를 보여 싸우려고 한 이들도 많았으나 그런 이들은 하나 같이 그 기개에 실력과 상황이 따르지 못했다.


이러한 일들을 눈앞에 있는 이도 알 터인데 군대라고 직접 와서 보고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는?”

“북경에 모이기 전이던 때와 비슷하다 합니다.”


장성을 넘은 자신들의 군세에 비견된다고 하니 도르곤의 이맛살이 모이며 주름을 만들었다.


“군기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그 기세가 엄정하여 얕볼 것이 아니라 합니다.”

‘정예병이 돌아오는가.’


싸우면 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저들을 두들길 수 있다고 여기지도 않았다.


“물러설 것인가, 아니면 나아가 싸울 것인가?”


잠시 고민하던 도르곤은 일단은 이쪽도 모여서 전력을 정돈하는 것이 좋겠다 여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령을 보내라. 명나라 군대가 오고 있으니 모이라고 말이다.”

“예, 전하!”



***



“청나라 놈들이?”

“그렇습니다. 오늘 북경 방향에서 말을 탄 청인들이 몇 보였다고 합니다.”


청나라 정찰병으로 보이는 자들을 목격했다는 보고에 노상승은 안색을 흐렸다.


“북경이 지척이거늘.”


급히 오며 전령을 보내긴 했다.


하지만 아직 상황이 어떠한지 듣지는 못했기에 노상승은 혹여 자신이 늦어 북경에 변고가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장군,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보고를 듣던 중에 다른 사람이 찾아오니 노상승은 걱정이 커지며 안색도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러나 어떠한 일이건 듣지 않을 수가 없었기에 노상승은 찾아온 이를 안으로 들였다.


“말하게.”

“북경 근방에서 온 유민들을 만났습니다.”

“그래? 어떻다고 하던가?”


북경 근방에서 온 유민들이라는 말에 노상승은 반색하며 물었다.


이에 말을 전하러 온 장수는 본인이 알아낸 바를 늘어놓았다.


“말하길, 청나라 놈들이 북경을 포위하는가 싶더니 일부 군대를 남기고 사방으로 흩어져 온갖 약탈과 방화, 사람 잡아가기를 행하고 있다 합니다.”

“북경을 포위하고 다른 곳을 노리고 있다고?”


그가 생각하던 최악은 아니나 마음에 차는 현실도 아니었다.


노상승은 못마땅함 조금, 안타까움 조금을 담아서 고개를 흔들었다.


“이 오랑캐 놈들이 감히 명나라 땅을 제집 마당처럼 쓰고 있다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당장 전령을 다시 보내어 황상께 곧 도착할 것임을 알려라.”

“알겠습니다.”

“너는 가서 병사들을 잘 먹이고 내일부터 강행군할 것이라 일러주어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노상승의 말에 두 사람은 곧장 대답하고는 바깥으로 나갔다.


홀로 남은 노상승은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북경과 주변 지형을 그리며 청나라와 싸우는 것을 생각했다.


“......보정에서 붙을 수도 있겠구나.”


이곳에서 북경으로 향하는 길은 사실상 이제 상시 전장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보정은 본디 그 이름에서 알듯 수도를 지키기 위해 조성된 곳이자 북경으로 대군이 가고자 할 때 지나지 않을 수 없는 곳이었다.


“성을 끼고 싸운다면 우리가 유리할 것이다. 허나 그렇지 못하면 힘든 싸움이 되겠지. 아니, 아니지.”


보정에서 붙을 경우를 고민하던 노상승은 이내에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디서 싸우고 어디서 승리하고가 아니야. 오로지 북경, 황상의 안위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북경이 멀쩡하다면 그 방비를 단단히 한 다음에나 저들과 어떻게 싸울지 논해야 한다.


북경이 멀쩡하지 않으나 황상이 아직 그 안에 있다면 반드시 속히 달려가서 그를 구해야 한다.


북경도, 황상도 멀쩡하지 않아 모든 것이 너무나도 늦었다면.......


‘......남경으로 가야겠지.’


그 순간 대명은 더 이상 대명이 아니게 될 것이 너무나도 뻔했으나 노상승은 적어도 그것이 현실적인 대처임을 알았다.


다행히 노상승은 북경에 도착하기 전에 북경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북경에서 그가 보낸 전령을 받아 사자를 보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자가 전한 말은 다행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한참 떨어져 있었다.


작가의말

[첨언-아이신기오로 호오거]

 

호오거의 어머니 울리나라 씨는 홍타이지가 황제가 되기 전에 죽었는데, 황후로 추존되지 못했습니다.

 

딱히 무언가 잘못하였다거나 호오거가 박대받았다는 기록은 없으니 그녀가 잘못한 일이 있는 건 아닌 듯합니다.

 

아마 내몽골과 결혼을 통한 결속을 공고히 하기 위해 보르지기트가 아닌 그녀를 황후로 올리기 꺼려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이 때문에 호오거는 기록상 장자가 맞으나 적자인지 따지면 조금 애매한 면이 있습니다.

 

물론 이는 작은 트집이나 흠에 불과하나, 언제나 그렇듯 이런 일은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로 둔갑하기 마련이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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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65 ageha19
    작성일
    23.01.25 21:57
    No. 1

    왜 멋대로 돌아왔냐면서 힐문하고는 불충하다면서 체포하려는 것 같은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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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24화 호가호위 +4 23.02.06 798 42 14쪽
124 123화 엘도라도 +5 23.02.05 785 42 13쪽
123 122화 원수는 동방에서 만난다 +6 23.02.03 787 44 12쪽
122 121화 보는 곳은 모두 같다 23.02.03 698 34 13쪽
121 120화 이단아는 달린다 +3 23.02.02 762 34 11쪽
120 119화 걱정하며 숙인다고 하여 나아지진 않는다 +5 23.02.01 772 39 12쪽
119 118화 겨울 바람을 타고 오는 사람들 +3 23.01.31 771 39 14쪽
118 117화 위대하지 않은 상인 +2 23.01.30 776 41 16쪽
117 116화 그 나라는 어디인가 +5 23.01.29 775 39 13쪽
116 115화 불운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2 23.01.28 736 36 13쪽
115 114화 방심은 불운을 부른다 +1 23.01.27 781 33 13쪽
114 113화 충신으로 죽게 하소서 +3 23.01.26 814 41 11쪽
» 112화 사람은 각기 달리 생각한다 +1 23.01.25 768 33 11쪽
112 111화 1년이면 충분하다 +3 23.01.24 796 37 12쪽
111 110화 남겨진 불씨 +3 23.01.23 833 35 13쪽
110 109화 다가온 역사 +2 23.01.22 821 40 12쪽
109 108화 저 너머 +5 23.01.21 835 38 12쪽
108 107화 해 뜨는 곳과 해 지는 곳 +2 23.01.20 825 32 13쪽
107 106화 의심하고 계획하고 +2 23.01.19 834 33 12쪽
106 105화 가까이하며 경계하라 +2 23.01.18 841 32 12쪽
105 104화 북으로 남으로 +2 23.01.17 928 33 12쪽
104 103화 더 넓은 곳으로 +5 23.01.16 911 43 12쪽
103 102화 국사에 시작과 끝은 있되 쉼은 없다 +3 23.01.15 894 41 12쪽
102 101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3 23.01.14 924 39 12쪽
101 100화 이 또한 유학입니다 +17 23.01.13 948 64 16쪽
100 99화 스승과 제자 +4 23.01.12 920 43 12쪽
99 98화 상앙의 추종자 +9 23.01.11 928 48 15쪽
98 97화 논하여 정하라 하다 +1 23.01.10 884 38 12쪽
97 96화 이것이 제 답입니다 +5 23.01.09 917 39 15쪽
96 95화 고하러 가겠다 +7 23.01.08 937 5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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