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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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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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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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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02화 국사에 시작과 끝은 있되 쉼은 없다

DUMMY

102화 국사에 시작과 끝은 있되 쉼은 없다


이경증의 말은 분명히 말해서 일리가 있었다.


이 일을 이대로 유야무야 넘긴다면 나중에 같은 일이 생길 것이다.


사론을 흔들어서 자리를 만들고 끝내는 송시열의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이들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리고 실패하면 전에 죄를 받지 않았음을 들어서 쏙 빠져나간다.


흔히 말하는 ‘아님 말고’라는 식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었다.


물론 이경증의 말에 따른다고 해도 그런 이들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벌을 내리지 않고 넘어감과 벌을 확실하게 주어 경계하게 함은 분명 그 숫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장선징에게 벌을 줌이 마땅하나 걸리는 점이 있었다.


“도승지는 어떠한 처분을 고려했는가?”

“아비와 같은 죄로 보자면 응당 벼슬을 막고 안치함이 옳으며, 조금 낮게 보자면 집에서 얼마고 자숙하게 하며 이후로도 벼슬을 막음이 옳습니다.”


상당히 중죄로 이야기하며 무거운 벌을 입에 담으니 이 일을 그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 거 같았다.


“다른 승지들도 이 처분이 괜찮다고 여기는가?”

“이만한 일을 일으켰으니 합당하다 여깁니다.”

“상께서 물리신 일을 고집으로 주장하고 조정을 무시하였으며 사론을 둘로 갈랐습니다. 이만한 처분은 당연합니다.”


좌승지 임광에 이어서 우승지 허계가 말을 보탰다.


말을 꺼낸 승지 외에 남은 승지들에게 시선을 주었으나 그들을 고개를 숙여 자신들의 의견이 앞의 셋과 다르지 않음을 보일 뿐이었다.


이들의 의견이 꼭 조정 신료 전체를 대표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리 이견이 없이 한목소리를 내니 적어도 이게 주류 의견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어 보였다.


만약 이 일이 다른 때에 일어났다면 나 역시 그대로 따랐을지도 모른다.


허나 지금은 그러기에 껄끄러움이 느껴졌다.


“전하, 부디 영단하시어 본을 세우소서.”


이경증이 재차 아뢰는 말에도 나는 입을 열어 대답지 않았다.


걸리는 점이자 껄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이유, 바로 송시열의 일 때문이었다.


송시열이 이제 막 새로운 유학을 주창하였는데 막상 그 당사자가 이러한 벌을 받는다면 어떨까 싶었다.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여길지도 모르나 어쩌면 기껏 송시열을 통해 새로이 세운 유학의 기치를 흔들고 물을 끼얹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


......송시열이라.


그에게 물어서 처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내에 나는 그 생각을 뿌리쳤다.


정도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일은 내가 감당할 책임에서 눈을 돌리고 회피함과 다르지 않았다.


내가 송시열에게 유학을 물음은 그에게 새로운 유학을 일으키기 기대함이지, 모든 걸 그에게 맡기고 뒤로 물러나 피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책임, 책임이라?


“도승지.”

“예, 전하.”

“이건 정녕 장유가 잘못하였다고 모두가 인정한 일이다. 하지만 그 아들 장선징이 한 일은 오로지 부모의 뜻에 따른 것이 다가 아닌가?”

“......그러합니다.”


내 말에 어떠한 예감이 들었는지 이경증은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마음에 차지 않음이 뻔히 보였으나 나는 내 말과 행동에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 여기며 굳은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 일을 결론지어질 때 전 왕자사부 송시열은 그 연유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하였다. 그것이 진정으로 근본에 다가가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러하였습니다.”

“그러니 이 일도 그렇게 살펴서 처결하고자 한다.”

“연유는 이미 드러나 있습니다.”


딱딱하게 말하는 이경증을 보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드러난 것은 장유의 연유다. 나는 장선징이 부인과 불화하거나 적극적으로 내어보내려 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다. 혹여 그런 사실이 있는가?”

“신이 알기로는 없습니다.”


이경증은 그렇게 말하더니 혹시나 하는 심정인지 다른 승지들을 향해 눈짓했다.


“신 역시 들은 바가 없습니다.”

“저도 그러합니다.”


그들의 말에 나는 일이 생각처럼 풀기겠다 싶어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말을 이었다.


“그러면 이는 장선징이 원한 일이라고 하기보다는 장유가 원한 일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자식 된 자로서 어찌 아비의 뜻을 함부로 거스르겠는가? 하물며 그 아비가 그 상소를 올리고 죽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것이 장선징의 잘못이요, 불효다.”

“말씀하신 것은 오히려 효에 가깝다고 여겨집니다.”


이경증이 하는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함부로 거스를 수 없다고 하나 부모가 몸이 상하는 일이나 해로운 것을 먹겠다고 하면 말리는 것이 옳지, 그렇게 하라고 하는 것이 진정한 효는 아니다. 그저 생각 없이 따르는 효는 불효고, 생각 없이 따르는 충은 어리석음이니 모두 옳지 않다.”

“상께서 이르심이 옳습니다. 허면 강상의 도리로 다스리고자 하십니까?”


강상이라.


아주 틀린 말은 아니나 과한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야 이들의 말을 그저 받아들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될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그것이 가까우나 그렇게 말하기에는 그 뜻 자체는 좋았다고 여긴다. 장유는 급하였고 장선징은 그저 부족하였을 뿐이다.”

“허면 어떤 처우를 내리시겠습니까? 감히 말씀드리건대 그저 좋게 넘어감은 불가하다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럴 수 없음은 나도 알며 말했듯이 그냥 보아 넘길 생각도 없다. 허니 이 일이 아주 특수함을 들어서 몇몇 다른 조치를 내리고자 한다.”


잠시 말을 멈춘 나는 생각을 고르고 그를 입에 담았다.


“장선징은 공부가 부족하여 불효했으니 향후 십 년 동안 출사를 막겠다. 또한 집에서 그 기간은 한양 바깥으로 나감을 허하지 않겠다. 그리하여 자숙하고 면학에 힘써 다시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못하게 하라.”

“소신들이 올린 말에 비하면 가벼우나 그 죄가 정녕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불효라 생각하면 적당하다 여깁니다.”


이경증이 순순히 받아들이니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장선징의 부인 한 씨에게는 따로 위로하고자 한다.”

“어떤 걸 내리시겠습니까?”

“한번 벌어진 일은 두 번도 있을 수 있는 법. 그녀가 장선징과 따로 살고 싶다 하면 특례로서 그녀의 재가를 허하고자 한다.”

“그것은......”


내 말에 이경증은 물론이고 다른 승지들 역시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뿐, 그들도 이 정도 대우는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좌승지 임광은 걱정스러운 점이 있는지 그 우려를 얼굴에 담았다.


“좌승지, 안색이 좋지 않소.”

“이 일이 향후 악용될까 싶습니다.”

“악용?”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언제나 올곧으면 좋으나 때때로 휘고 굽습니다. 지금은 형세가 이리 흐르니 잠자코 있다가 나중에 겁박하여 그녀가 바란다는 명목으로 내어보내고 새로이 처를 들이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될 것입니다.”


임광의 말을 들으니 일리가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어느 정도 안전책이 필요함을 느끼고 입을 열었다.


“허면 그러한 일이 생기면 장선징의 후처는 정실이 되지 못함을 확실히 하겠다. 손이 귀하다고 하나 이미 아들이 있음을 안다. 그러니 엄한 생각이 아니라면 그런 일을 하지 못할 것이다.”


말을 하던 중 언젠가 들은 말이 머리에 떠올랐다.


-약자가 항상 선한 것은 아니다.


“허나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게 어찌 남녀노소를 가리겠는가. 혹여 장선징이 정녕 후에 처의 불민함을 발견하여 이혼코자 하면 그때는 내게 말을 넣어 살피도록 요청할 수 있게 하라.”


남의 가정사에 끼어드는 게 그리 달갑지는 않으나 어차피 이 시대 왕은 지배자임과 동시에 최고 판관이었다.


그리고 내 자리와 수명이 남은 기간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괜찮겠다 싶었다.


이후에 발생한다면 그건 소현세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야겠지.


“더 부족한 점이 있는가?”

“상께서 신경 쓰심이 넓으시니 어찌 부족함이 있겠습니까. 시야가 좁은 소신들로는 이것이 최선이라 여깁니다.”


이경증이 대표로 대답하니 나는 한결 마음을 놓였다.


한편으로는 이것이 조금 부족하다 느끼고 있던 나는 어느 순간 어디서 부족함을 느꼈는지 깨달았다.


“도승지, 전에 이른 일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

“전에 이른 일이라 하심은 어떤 것을 이르심인지 쉬이 알기 어렵습니다.”

“세자가 보낸 일, 전국에서 서신으로 연락하기 쉽게 함을 이름이다.”

“서신을 모으고 보내는 일이라면 느릴지언정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르면 내달 초에는 시범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시간 문제라는 말에 나는 고개를 끄떡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을 겪고 나니 드는 생각이 많지만 그 가운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양에서는 이미 모인 이들이 빠르게 말을 전할 것이나, 지방은 여전히 어리석은 생각으로 처나 며느리를 미워하는 이들이 있을 거 같다고 말이다.”

“없기를 바라오나 고루한 자들은 어디에나 있으며 그런 이들은 보통 소식이 늦거나 귀를 막은 자들이니 이르신 말씀대로입니다.”

“그런 이들을 최대한 줄이고 서신을 주고받는 경로를 시험코자 한다.”


이렇게 말하니 이경증은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금세 알아챈 듯 고개를 조아리며 물었다.


“사방에 조보(朝報)를 보내고자 하십니까?”

“그러하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처음 시작하는 제도이니 미비가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조보라는 중요한 것을 보내 그 부족함을 알고자 하심은 실로 좋습니다.”


이경증이 하는 말을 듣고 나는 묵묵히 고개를 움직여 그 뜻이 맞음을 보였다.


“또한 전국으로 보내는 이번 조보는 언문으로서 작성토록 하라. 이것은 그저 사대부가 보고 생각을 고칠 것에 그칠 일이 아니다. 온 백성이 알고 깨우쳐야 한다. 논쟁에서 벌어진 일 또한 그렇다.”

“삼가 전하께서 이르신 일을 빠짐없이 행하겠나이다.”


이경증이 하는 말을 들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하며 이제 이번 일은 부족한 일이 없이 마무리 지은 셈이다.


그러나 국사에 시작과 끝은 있되 쉼은 없는 법.


나는 곧이어서 다음 안건을 꺼냈다.


“그럼 이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다른 걸 논하고자 한다.”


잠시 말을 멈추고 승지들을 한번씩 본 나는 천천히 입을 열어서 물었다.


“양전이 언제 마무리될 거 같은가?”



***



선전관이 논쟁이 끝났음을 알림과 동시에 사대부들은 제각각 움직였다.


개중에는 자리에 남아서 이야기하는 자들도 있었고, 또 어떤 이들은 자리를 떠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들도 있었다.


이런 와중에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여지없이 송시열이 주장한 새로운 유학이었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그들에게 다가와서 문답을 나누었고, 그렇게 해가 질 무렵까지 말을 나눈 세 사람은 다른 사대부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김경여의 집으로 돌아왔다.


갈 때는 넷이었으나 김경여는 사간원 헌납으로 이 일을 따로 적고 논할 일이 있다고 하여 같이 오지 못했다.


그러나 이렇게 일을 해내고 돌아오니 기분 좋음이 솟아나는 기분에 윤휴는 돌연 뿌듯한 얼굴로 헛기침을 내뱉었다.


“에헴.”


윤휴가 나이에 걸맞지 않게 헛기침하며 젠체하니 윤선거가 바로 딴지를 걸었다.


“왜 네가 그렇게 으스대는 거냐?”

“저번과는 다르게 이름 알렸습니다. 이게 어찌 자부할 일이 아닙니까.”

“하이고, 영보 사형에게 얹혀서 간 놈이 참 당당하다.”

“길보 형님은 사람이 그렇게 꼬여서 어떻게 하십니까.”

“이놈이?”


윤휴의 말에 윤선거는 대번 눈을 부라렸다.


사대부다움이 살짝 결여된 말과 행동에 송시열은 무어라 말하고자 하였으나 그 말은 나오기도 전에 손님이 왔음을 알리는 말에 막혔다.


“나으리들, 김조경이라는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수정에 애를 먹어서 늦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정진하여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감상 되시고 남은 주말 저녁 평안히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럼 저는 내일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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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3화 엘도라도 +5 23.02.05 785 42 13쪽
123 122화 원수는 동방에서 만난다 +6 23.02.03 787 44 12쪽
122 121화 보는 곳은 모두 같다 23.02.03 698 34 13쪽
121 120화 이단아는 달린다 +3 23.02.02 762 34 11쪽
120 119화 걱정하며 숙인다고 하여 나아지진 않는다 +5 23.02.01 772 39 12쪽
119 118화 겨울 바람을 타고 오는 사람들 +3 23.01.31 771 39 14쪽
118 117화 위대하지 않은 상인 +2 23.01.30 776 41 16쪽
117 116화 그 나라는 어디인가 +5 23.01.29 775 39 13쪽
116 115화 불운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2 23.01.28 736 36 13쪽
115 114화 방심은 불운을 부른다 +1 23.01.27 781 33 13쪽
114 113화 충신으로 죽게 하소서 +3 23.01.26 814 41 11쪽
113 112화 사람은 각기 달리 생각한다 +1 23.01.25 767 33 11쪽
112 111화 1년이면 충분하다 +3 23.01.24 796 37 12쪽
111 110화 남겨진 불씨 +3 23.01.23 832 35 13쪽
110 109화 다가온 역사 +2 23.01.22 821 40 12쪽
109 108화 저 너머 +5 23.01.21 835 38 12쪽
108 107화 해 뜨는 곳과 해 지는 곳 +2 23.01.20 825 32 13쪽
107 106화 의심하고 계획하고 +2 23.01.19 834 33 12쪽
106 105화 가까이하며 경계하라 +2 23.01.18 841 32 12쪽
105 104화 북으로 남으로 +2 23.01.17 928 33 12쪽
104 103화 더 넓은 곳으로 +5 23.01.16 911 43 12쪽
» 102화 국사에 시작과 끝은 있되 쉼은 없다 +3 23.01.15 894 41 12쪽
102 101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3 23.01.14 924 39 12쪽
101 100화 이 또한 유학입니다 +17 23.01.13 948 64 16쪽
100 99화 스승과 제자 +4 23.01.12 920 43 12쪽
99 98화 상앙의 추종자 +9 23.01.11 928 48 15쪽
98 97화 논하여 정하라 하다 +1 23.01.10 884 38 12쪽
97 96화 이것이 제 답입니다 +5 23.01.09 917 39 15쪽
96 95화 고하러 가겠다 +7 23.01.08 937 5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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