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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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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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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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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글자
16쪽

100화 이 또한 유학입니다

DUMMY

100화 이 또한 유학입니다


“성현은 그렇다 치고 상제에 부처라?”

“상앙을 따르는 자에 이어서 불씨와 다르지 않다 하였습니다. 이만한 말이야 가볍지요.”


대사헌 김수현의 말에 대제학 이식이 뭐 대수냐는 어조로 대답했다. 말의 과함이야 그도 아는 바다.


하지만 지금 논쟁, 신풍 부원군의 상소는 이 정도는 가볍다고 여길 정도로 사론을 아예 두 쪽으로 갈라버린 일이었다.


그나마 피가 덜 흐르기 바라면서 연 논쟁 자리니 저 정도 표현이 오감이야 오히려 당연했다.


“대사간께서는 어찌 생각하시는가?”


이식의 말에 김수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김반에게 물었다.


그에 김반은 애매한 얼굴로 쉬이 대답지 못했다.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나 양쪽 모두 그와 면이 있는 이들이라 말하기 조심스러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쪽은 사사로이 그의 형이고 다른 한쪽은 배움이 같은 사제다.


그러나 아예 대답지 않을 수도 없기에 김반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상앙 이야기는 물론이고 지금 말하는 성현이자 상제, 부처 이야기도 충분히 할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호오. 어째서요?”

“신풍 부원군이 옛 식양을 따라 하고자 하여 다른 사정은 전혀 돌보지 않으니 상앙 소리 들을 법합니다.”

“그렇지.”


김수현이 이리 말하니 어딘가 껄끄러움이 들었으나 김반은 내친 김이라는 생각으로 말을 이었다.


“그것이 틀렸다고 하는 것이야 일견 타당하나 그 이후에 내세우는 기준이 온당치 않다면 잘해야 성현이고 아니면 혹세무민하는 자가 될 뿐이지요.”

“상당히 냉정하군. 편들기도 없고 말이지.”

“대사헌께서는 다른 생각이십니까?”


슬쩍 이식이 끼어들어서 물으니 그는 고개를 저었다.


“생각이야 다 같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풍 부원군의 일을 따르는 것이 그나마 무너지기 직전인 나라를 도로 세우는 일이 아닐까 미혹이 없진 않소이다.”


조정의 공론과 다른 생각이 있다는 말에 이식과 김반은 동시에 얼굴을 굳혔다.


“대사헌 영감, 그건 곤란한 말입니다.”

“알고 있소이다. 그러니 나 역시 이 자리를 기대했지.”

“기대했다?”


이식이 슬그머니 넣은 말에 김수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에 김반은 무엇을 기대했는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는데, 김수현은 감출 것이 아니라는 듯이 바로 대답하였다.


“이 자리에서 갈릴 옳음과 그름 말이오.”


그 말에 김반은 김수현이 생각보다 이 일에 많은 고민을 하였음을 깨달았다.


동시에 이 일이 얼마나 차후에 큰 영향을 미칠까 실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양측에 있는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스러웠다.


‘어느 쪽이건 한쪽이 다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구나.’



***



“한번 말해보시오. 그대는 자신이 옛 성현들, 공맹을 시작으로 하여 정자와 주자에 이르기까지 옛 성현들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소이까?”


스승 김집의 압박에 송시열은 공기가 자신을 누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이 싫지는 않았다.


‘이 너머에 조선이 앞으로 걸어갈 유학이 있다.’


산을 오를 때 가장 힘든 것이 정상 직전이라고 한다.


송시열은 지금의 압박이 마치 그것에 닮아있다고 여겼다.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감히 말하건대, 언제고 송씨 성에 자(子)라는 호칭을 붙여 불리기를 꿈꾸지 않은 적은 없습니다.”


언제고 그렇게 될 것이나 아직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이에 김집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자라면 마땅히 그를 바라며 정진함이 마땅하니 부끄러워할 것이 없소이다.”

“그를 부끄러워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송제나 송불, 혹은 송선으로 불리기 바란다고 생각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송시열은 그리 말하며 분명히 선을 그은 후에 잠시 숨을 골랐다.


조용하여 자리한 이들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음이 생생히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천하의 중심에 있는듯하다.’


천하가, 세상이 그를 중심으로 도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송시열은 이것이 그저 착각에 불과함을 잘 알고 있었다.


이와 동시에 문득 송시열의 머릿속에서 다른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조선은 중심이 되지 못하는가? 아니, 그렇지 않다.’


머리에서 시작되어 가슴을 들뜨게 하는 열망을 느끼며 송시열은 차분히 말을 꺼냈다.


“본디 예법이라함은 그 체득이 요체입니다. 체득함으로 형을 갖추고, 형으로 본질에 다가간다. 이것이 예법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렇소.”

“허나 작금 사람들은 형을 익히면 그것으로 다 익혔다 여기고 멈춥니다. 선생의 호가 그러지 말아야 함을 분명히 이르고 있지 않습니까.”


신독(愼獨).


홀로 있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언행을 삼간다.


“홀로 있어도 도리를 잊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형을 익혀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면 그만이란 소리가 아닙니다. 거기서 그친다면 그는 그저 세간의 눈을 신경 쓰는 소인배요, 상앙의 법대로 사는 자라 하기 마땅합니다.”

“옳은 말이오. 마음에 깊이 담아 제대로 알고 올곧음을 때와 장소에 가림없이 드러낼 수 있어야 하는 법.”

“예. 그러니 그 기준은 예법이 아니라 더 오래된 것이자 기본적인 것, 처음에 그 일을 왜 하게 되었는가를 살펴서 그 이유로서 따름이 마땅합니다.”


처음을 살펴서 그 이유를 따르라.


이 말에 김집의 얼굴에 흥미가 솟았다.


“훌륭한 말이나 한번 예를 들어보아야 확실히 알았다 하겠소. 이 일에 한 번 예를 들어보겠소이까?”

“물론입니다. 우리는 공자께서 유학을 주창하신 때가 춘추시대임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허.”


김집은 이 말에 그 학문과 이름이 헛것이 아님을 보이듯 송시열이 어떠한 말을 하고자 하는지 빠르게 깨달았다.


그러나 다른 사대부들은 여전히 대답을 바라는 얼굴이었으니 김집은 그를 알고 다시금 물었다.


“춘추시대란 배경이 중요한가?”

“중요합니다. 왜냐면 공자께서는 단순히 사람에게 예와 법을 가르침으로 끝내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를 통해서 천하 안녕을, 혼란한 세상이 다시금 주나라 시절 평안한 때로 돌아가기를 바라셨지요.”


익히 아는 이야기에 김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셨지.”

“그러하여 공자께서는 효를 행함과 동시에 전쟁을 멎게 하고 평안을 주고자 제사와 삼년상을 설파하셨습니다. 당시 사방에 전쟁이 끊이지 않으니 누구나 가족 중에 죽지 않은 사람이 없었으니 그리함으로 전쟁을 끊고자 하신 겁니다.”


송시열의 말에 사대부들은 편을 가리지 않고 말을 나누었다.


“사방에 전쟁이 많아 가족 중에 누군가는 죽었다. 그러니 제사와 삼년상을 지키고자 하면 모두가 돌아가야 하지.”

“허, 그리하여 삼년상을 지키면 사람들은 전쟁이 없는 시절을 맞이하게 된다?”

“그럴듯하나 비약이 좀 있는 거 같은데.”

“아니지, 아니야. 아무리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전쟁이 한번 그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도로 돌아가고 싶은 이가 어디에 있겠는가?”

“예법으로 천하를 평안케 하라. 실로 유학 그 자체라 하기 부족함이 없는 사고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가만히 주워들은 김집은 아직 남은 의문을 물었다.


“성현께서 예법과 천하를 한 번에 얻으려 하심은 알겠네. 그러나 이것이 지금 문제와 정확히 어떻게 결부가 되는가?”

“제사와 삼년상으로 사람들이 전쟁에서 멀어져 사람다움을 찾고 평온을 얻기 바라신 겁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제사와 삼년상이 아니라, 그 뜻이 있습니다.”

“사람다움과 평온함.”

“그러합니다. 참혹한 중에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함을 논하셨습니다. 그러니 제사와 삼년상이란 형식은 당시에는 최선이나 지금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모든 예와 형식이 그렇습니다.”


송시열의 주장에 김집은 이 말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 고민이 들었다.


“그 뜻을 지키면 예법은 모두 허식이 될 수 있다는 말로 들리오.”

“감히 말하자면 그러합니다.”

“이것은 옳은 듯하나 모든 것을 무시하게 하는 논리가 될 수도 있소이다.”


잠시 말을 쉬고 송시열과 눈을 맞춘 김집은 다른 대안을 입에 담았다.


“오히려 예와 법을 지켜 체득으로 그 본질을 깨닫게 한다. 이 오래된 방식이 더 안전하고 편하지 않소이까?”

“사람들은 편함을 좇아도 됩니다. 하지만 우리 유학자들은 그리해서는 아니 됩니다.”

“어째서요?”

“유학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학은 완성되지 않았다.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유학이 가지는 지위를 생각하면 함부로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김집은 그 말이 옳게 느껴졌다.


“완성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완성되었다면 공자 이후로 많은 성현께서 그 말을 풀고 가르칠 이유가 없습니다. 그저 가장 오래된 것을 지키며 배우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옛 유학으로부터 지금 성리학에 이르기까지 유학은 계속해서 변하고 달라졌습니다. 그것이 왜 그러합니까?”


송시열의 물음은 답이 정해져 있는 물음이었다.


그래서일까, 김집은 답하기 꺼림을 느꼈다.


“유학이란 무엇인가? 저는 이 대답에 이리 대답하겠습니다. 유학이란 사람다움을 근거로 이상을 향한 끝없는 탐구와 정진입니다. 완성이란 없습니다. 완성이라 주장하는 순간 멈추고 이상은 시대에서 멀어집니다.”


시대에서 멀어진다 말한 송시열은 시선을 김집에게 옮겨서 뒤쪽에 있는 장선징에게 주었다.


“오늘의 일처럼, 현실과 괴리하여 효가 불효를 낳게 합니다.”

“......”


김집은 무언으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 모습을 보며 송시열은 잠시 기다리고자 하였으나 그것을 기다리지 못한 이가 있었다.


“사람이 사는 모습이 제각각이며 일도 제각각입니다! 그러나 태어나서 장성하고 가정을 이루어 살아감은 같습니다! 허나 그 모두가 인생입니다!”

“희중!”


갑자기 나서서 외치는 윤휴의 말에 윤선거는 화들짝 놀라서 그를 붙잡았다.


그에 윤휴는 그 손을 떼어놓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말해야 합니다. 지금이 조선이, 조선의 학문이 새로운 길을 열고 있는 순간입니다.”


이글거리는 윤휴의 눈에 윤선거는 차마 더 말리지 못했다.


“......나중에 경을 칠 일만 하지 말거라.”

“그건 모르겠습니다. 혹여 부모님께 혼나면 한마디 도와주십쇼.”

“뭐?”


당황한 윤선거가 더시 그 뜻을 묻기도 전에 윤휴는 쏜살같이 송시열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외쳤다.


“인생에 답이 어디 하나입니까! 그것처럼 효를 행하고자 함도, 충을 행하고자 함도 그 모양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끼어듦에도 김집은 당황하지 않고 그를 보았다. 송시열도 무슨 생각인지 윤휴를 탓하거나 다그치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니 주변에서 보고 있던 사대부들이 대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게 맞는 말인가?”

“허나 저리 하고자 하여 바꿈이 많으면 이미 유학이라 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글쎄? 나는 성리학이라 하긴 어려워도 여전히 유학이라 보네.”

“허어, 이것이 끊임없이 탐구하며 정진하여야 한다는 것인가? 어렵구나, 실로 어려워.”


말들이 들리는 걸 들으며 김집은 윤휴를 보고 송시열을 보았다.


“영보야.”

“예, 스승님.”


논객으로 대우함을 버리고 스승으로서 묻는 말에 송시열은 공손히 대답했다.


잠시 그를 보던 김집은 윤휴에게 시선을 한번 준 후 다시 물었다.


“너는 이 젊은이의 말을 옳다고 여기느냐?”

“중요한 것은 그 본질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이에 예법은 그 교재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낡아서 고칠 곳이 많은 교재 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仁)과 의(義)입니다. 나머지는 그를 알게 하고 깨우치기 위함입니다.”


송시열의 말에 윤휴가 질세라 말을 붙이니 김집은 복잡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발전했다고 여긴 것이 이제는 낡은 족쇄인가.”


어딘가 씁쓸함이 느껴지는 말에 송시열은 말을 덧붙였다.


“공자 이래 성현들은 언제나 말합니다.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니 시대가 흐름에 따라 해석과 형식은 바뀜이 마땅합니다. 그 근본에 어긋나지 않게 말입니다.”

“그래, 옛 성현들은 언제나 그렇게 말했지. 허나 네 주장은 이미 성리학이라 하기 어렵구나.”


성리학이라 하기 어렵다. 그에 송시열은 미소 지었다.


“그러나 이 또한 유학입니다.”

“성리학이 전부가 아닙니다. 또한 세상 진리가 유학을 통하여 이루어짐은 오만입니다. 그러하다면 어찌 법가가 한때마다 세상을 잡으며 그 흔적이 유학에 침투하여 있습니까?”

“희중아.”


송시열에 제 말에 성급히 덧붙이는 윤휴에게 차분히 타일렀다.


그에 윤휴는 몇 번 입을 오물거리더니 아쉬움을 감춤과 동시에 그래도 할 말을 했다 여기며 한 걸음 물러났다.


“내 살면서 영보가 차분하다 여기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김집의 말에 송시열은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에 김집은 은은하게 웃더니 몸을 돌렸다.


“이 사람은 신풍 부원군의 일이 예법에 집착하여 허식이 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소이다. 혹여 나보다 더 나아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이 있다면 대신하여 나서시오.”


김집의 말에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효가 불효를 낳을 일이 됨을 부정할 수 있는 분은 없소이까?”


재차 김집이 물었음에도 여전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 모습에 김집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선징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대는 어떠시오?”

“......후, 그저 부끄러울 뿐입니다. 제 부친께서는 어쩌면 너무 성급히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지국은, 아니 신풍 부원군은 아마 자신의 수명이 멀지 않음을 느꼈다고 생각하오. 그리하여 급함에 실수한 것이지. 이 사람 역시 죽은 이의 소원이라는 말에 걸음 하였으나 너무 서두른 걸음이었소이다.”


김집의 말은 사실상 논쟁에서 그들이 졌음을 뜻하고 있으나 분함이 느껴지는 소리는 어느 하나 나오지 않았다.


“하, 효를 위해 불효를 낳는가.”

“그른 말이 하나 없었지.”

“성리학이 아니라도 더 근본을 좇는 유학이라. 진정 거유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구나.”

“내가 저 나이 때는 무엇을 하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건만.”


무언가 미몽에서 깨어난 듯한 그들은 서로 고개를 흔들더니 송시열과 그 뒤에 있는 이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김집 역시 고개를 숙이며 소리를 높였다.


“어리석은 말을 주장하였음을 우리가 깨달았소이다! 그러하여 상께 심려를 끼치고 한양을 소동케 하였으나 부디 어진 마음으로 감찰하여 주시길 바랄 뿐이오! 또한 이렇게 옳은 주장하는 이들과 함부로 말함 역시 용서해주길 바라오!”


김집의 말에 송시열은 뒤를 보았다.


“부족한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였소.”

“우리 역시 부족하여 제대로 말하지 못하여 이 상황으로 치달았으니 누구에게 그 책임을 돌리겠소이까.”

“그뿐만 아니라 우리 역시 예법을 절대로 여겨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


앞에도 뒤에도 이제 사대부들의 눈에는 논쟁 전에 서로에게 보이던 혈기가 더는 보이지 않았다.


이에 원하던 대로 모두가 그의 말에 설복되었음을 안 송시열은 김집에게 다가갔다.


“그저 옳고 그름을, 학문을 정진할 방도 논하는 자리였을 뿐입니다. 그러니 누구도 잘못에 대가를 치를 필요는 없습니다. 고개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걸로 이 논쟁을 끝내도록 하겠소이다.”


송시열이 말하는 것에 맞추어 어느새 다가온 도승지 이경증이 말을 건넸다.


그에 송시열과 김집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 이경증이 선전관에게 손짓하니 선전관이 곧 목소리를 높였다.


“논쟁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신풍 부원군의 청은 거절되었소!”


논쟁은 끝났다.


동시에 이는 성리학이 끝나고 조선의, 조선만의 유학이 시작됨을 뜻했다.


조선 유학, 후일에 이르길 인의학(仁義學)의 탄생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로서 프롤로그를 제외하고 본편만으로 100화를 달성하였습니다.

 

세 자리수에 도달하니 색다른 감흥이 느껴집니다.

 

계속해서 여러 관심을 보여주신 독자 여러분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으로 정진하여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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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3화 엘도라도 +5 23.02.05 785 42 13쪽
123 122화 원수는 동방에서 만난다 +6 23.02.03 786 44 12쪽
122 121화 보는 곳은 모두 같다 23.02.03 697 34 13쪽
121 120화 이단아는 달린다 +3 23.02.02 761 34 11쪽
120 119화 걱정하며 숙인다고 하여 나아지진 않는다 +5 23.02.01 771 39 12쪽
119 118화 겨울 바람을 타고 오는 사람들 +3 23.01.31 770 39 14쪽
118 117화 위대하지 않은 상인 +2 23.01.30 775 41 16쪽
117 116화 그 나라는 어디인가 +5 23.01.29 775 39 13쪽
116 115화 불운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2 23.01.28 735 36 13쪽
115 114화 방심은 불운을 부른다 +1 23.01.27 780 33 13쪽
114 113화 충신으로 죽게 하소서 +3 23.01.26 813 41 11쪽
113 112화 사람은 각기 달리 생각한다 +1 23.01.25 767 33 11쪽
112 111화 1년이면 충분하다 +3 23.01.24 795 37 12쪽
111 110화 남겨진 불씨 +3 23.01.23 832 35 13쪽
110 109화 다가온 역사 +2 23.01.22 821 40 12쪽
109 108화 저 너머 +5 23.01.21 834 38 12쪽
108 107화 해 뜨는 곳과 해 지는 곳 +2 23.01.20 824 32 13쪽
107 106화 의심하고 계획하고 +2 23.01.19 833 33 12쪽
106 105화 가까이하며 경계하라 +2 23.01.18 840 32 12쪽
105 104화 북으로 남으로 +2 23.01.17 927 33 12쪽
104 103화 더 넓은 곳으로 +5 23.01.16 911 43 12쪽
103 102화 국사에 시작과 끝은 있되 쉼은 없다 +3 23.01.15 893 41 12쪽
102 101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3 23.01.14 924 39 12쪽
» 100화 이 또한 유학입니다 +17 23.01.13 948 64 16쪽
100 99화 스승과 제자 +4 23.01.12 919 43 12쪽
99 98화 상앙의 추종자 +9 23.01.11 927 48 15쪽
98 97화 논하여 정하라 하다 +1 23.01.10 883 38 12쪽
97 96화 이것이 제 답입니다 +5 23.01.09 916 39 15쪽
96 95화 고하러 가겠다 +7 23.01.08 937 5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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