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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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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작품등록일 :
2022.05.11 12:34
최근연재일 :
2022.07.31 18:00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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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40
추천수 :
361
글자수 :
490,035

작성
22.06.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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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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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30. 이상한 섬. 3

DUMMY

30. 이상한 섬. 3



“우우웅웅웅 ~ ~ ~”


길고 긴 사이렌 소리가 섬 전체에 울려 퍼졌다.


[정확히 저녁9시]


민방위 훈련 때나 들었을법한 이 소리는 마치 어디론가 몸을 숨겨야 할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이때 주인집 노인부부가 방문을 열었다.


“통금시간이니까 어디 나돌아 다니면 안 돼”


그런데 노부부는 정작 외출을 할 모양이었다. 할머니는 옆에 성경책을 끼고 있었다.


“어디들 가십니까? 통금시간이라면서요?”


허서장이 할아버지를 보며 물었다.


“외부인에겐 통금시간이지만 주민들에겐 예배시간이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절대 돌아다니면 안 돼.”


노부부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허서장은 방과 연결된 툇마루를 걸어 나와 까치발로 담장 밖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교회가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교회 옆에 설치된 감시탑에서는 등대처럼 불빛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허서장의 시선에서는 교도소의 초소병들이 탈옥을 감시하기위해 비추는 대형 탐조등처럼 보였다.


“예배한번 요란하게 하는군”


뒤따라 나온 문반장이 교회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며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좀 이상해요.”


허서장도 그들의 행렬에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뭘 말입니까?”

“못 느끼셨습니까? 사람들이 모두 최면에 걸린 것처럼 무표정이에요. 교회로 들어가는 사람들 좀 보세요.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웃는 사람들이 없어요.”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정말 소름끼치는 섬입니다. 한시바삐 여길 나가고 싶군요.


하지만 왕거미만 잡을 수 있다면 지옥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반장님 심정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왕거미 문제는 우리에게 맡겨주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무슨 소리요? 그럴 것 같으면 처음부터 여기에 오지도 않았소.”

“행여라도 반장님이 다칠까 걱정됩니다.”

“걱정 마시오. 짠밥이 35년이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몸이다 이 말씀이오.”

“하하하, 그렇군요. 제가 반장님을 과소평가했나봅니다.”


이때 병연이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고 나와서 신발끈을 동여맸다.

툇마루에서 두 사람이 바깥을 구경하고 있는 것을 본 병연은 허서장과 문반장에게 다가갔다.


“섬을 조사해 보려고 합니다. 시간이 걸릴지 모르니 먼저들 주무십시오.”

“혼자 괜찮겠나?“


허서장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혼자가 편합니다.”

“다른 직원들은?”

“다들 피곤했는지 골아 떨어졌습니다. 쉬게 두십시오.”

“알았네, 아무튼 조심하게“

“네, 알겠습니다.”


병연이 대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문반장이 이렇게 한마디 보탰다.


“혹시 왕거미를 찾게 되면 혼자 재미 볼 생각 말게, 그 자식은 내꺼야.”



병연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교회부터 조사해 보기로 했다. 감시탑 탐조등은 교회주변 뿐만 아니라 마을 구석구석 비추고 있었다. 비추는 간격이 길어서 교회에 접근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천장이 둥근 돔 행태의 예배당을 어떻게 들여다볼지 난감했다.


천장까지 이어진 벽은 높고 매끈해서 타고 올라가기가 위험해 보였다. 그래서 정문 앞에 비스듬히 박힌 커다란 십자가가 교회의 처마와 맞닿아 있으니 그것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불에 탄 듯한 목질의 이 십자가는 표면이 거칠어서 손쉽게 오를 수 있었다.


처마위에 오른 병연은 고개를 들어 보았다. 뾰족한 첨탑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아래엔 몇 개의 창문이 보였는데 천장사이에 약간의 공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곳을 올라 첨탑 아래로 난 격자형 창문을 열어 보기로 했다.

가까스로 창문에 도달한 병연은 예상대로 다락방처럼 생긴 공간을 발견했다.


그 다락방은 바로아래 예배당을 훤히 볼 수 있었다.


예배당은 도심의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가운데는 모닥불을 피우는 곳 인양 장작이 층층이 쌓여 있었고 사람들은 그것을 중심으로 빙 둘러 앉아 있었다.


또한 목사는 이들을 향해 목청껏 연설을 하고 있었다.



“보라, 내가 세상에 빛을 비추고 또한 바람을 일게 하니 어리석게도 너희는 나의 존재를 부정하는가? 나에 대한 믿음이 곧 나에게로 이르게 하는 유일한 길이며 영생을 누리게 되는 영광을 얻을 것이다.


헌데 어찌하여 의심하는가? 나를 믿지 아니한 자는 사탄의 유혹에 빠진 자로서 마땅히 구원의 메시아를 보내 이들의 영혼을 정화하리라.


며칠 전, 하늘의 천사가 내려와 저에게 하신말씀입니다. 해안절벽에 자리 잡은 사탄의 추종자들이 아직도 호시탐탐 우리의 영혼을 병들게 하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믿음으로 똘똘 뭉쳐 사탄을 물리치고 신을 위한 성전을 건립해야 합니다.

수확의 날, 노동의 신성함을 신께 바쳐 우리의 영혼이 구원되기를 간절히 기도합시다. 아멘”


“아멘”


주민들은 합창하듯 외쳤다.

이윽고 한 주민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메시아는 언제 오시는 겁니까?”

“이미 여러분 곁에 오셨습니다.“

“설마 박사장님을 두고 한 말은 아니겠지요?”


목사는 이 말에 심기가 불편했다.


“지금 제 말을 의심하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

“그 태도, 신성모독이란 걸 모르십니까?”


목사의 매서운 눈빛에 40대의 건장한 주민은 금세 기가 꺾였다.


“신을 따르지 않으면 타락한 영혼이 된다는 걸 왜 모르십니까?”

“제가 생각이 모자랐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좋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를 빌어 타락한 영혼을 어떻게 정화하는지 여러분에게 보여주고자 합니다. 물론 여러분이 익히 아시는 바이지만 다시 한 번 우리의 결속을 위하여 메시아를 모시고 말씀도 나누고 정화의식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때 감시탑에서 급박한 호각소리가 들렸다. 탐조등은 저 멀리 교회뒤쪽 언덕을 비추고 있었고 호각소리는 그쪽에서도 요란하게 들렸다.


병연은 탐조등이 비추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러 개의 횃불이 날아다녔고 그것은 함성소리와 함께 수풀을 태우고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일 일까?’


병연은 다락방을 나와 언덕을 향해 달렸다. 어차피 예배당에서는 왕거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니 다른 곳을 찾아보는 것이 나을 듯 싶었다.


“와 ~ 아 ~ 아 ~”


함성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그런데 그 함성소리에는 빈 깡통을 두드리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갈대숲을 태우면서 깡통을 두드리는 상황이 마치 토끼몰이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밤중에 야생동물이라도 잡으려는 건가?’


그런데 이때, 반대편에서 또 다른 무리가 이들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이들은 정교하게 다듬은 나뭇가지, 혹은 쇠스랑이나 곡갱이같이 밭을 일굴 때 필요한 농기구를 들고 위협을 하고 있었으며 호각을 불면서 그들을 뒤쫓고 있었다.


뒤이어 따라온 또 다른 무리는 활활 타오르는 갈대숲이 더 이상 불길에 번지지 못하게 흙을 덮고 발로 밟고 있었다.


병연은 섣불리 끼어들지 않았다.


왕거미와 관련된 일이 아니면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민박집으로 돌아가려는데 후두부를 강타하는 강한 타격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예배당에서는 바깥의 호각소리에 웅성대기 시작했다. 교회정문을 열고 문지기가 들어서고,

문 앞에 서 있던 목사남편에게 귓속말로 상황을 전달하자,


목사남편은 천천히 걸어와 장작더미 앞 원형의 공간에 서 있던 목사에게 다시 귓속말로 속삭였다. 상황을 전달받은 목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자 여러분 진정하세요. 바깥의 이단자들이 또 다시 밭을 태우려고 소란을 피웠나봅니다.

다행히도 독실한 우리 신도들이 막아내어 별 탈 없이 물러갔다고 합니다.“


“신은 왜 저들을 내버려 두는 거죠?”


이때 불안에 사로잡힌 한 중년부인이 물었다.


“부인, 부인은 이단자들의 잦은 소요사태로 신앙심이 더욱 깊어졌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바로 그겁니다. 신은 결코 인간이 알지 못하는 깊은 뜻을 포용하고 있습니다. 사탄을 두어 신을 알게 하듯 이단자를 두어 흔들리지 않는 신앙심을 갖게 하려는 것입니다.”

“오 주여~”

“계속해서 조금 전 말씀드렸듯이 메시아를 모셔 여러분에게 온전한 성도의 길로 가는 법에 대해 말씀을 듣겠습니다. 다 같이 환영의 박수로 맞이합시다.”


“짝, 짝, 짝, 짝”


왕거미는 소개를 받자 손을 흔들며 걸어 나왔다.

왕거미가 디디고 서 있는 곳은 장작더미 아래 모래가 깔린 원형 틀,

옆에 선 목사가 다시 한 번 박수를 유도하자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누구의 자녀라고 생각하십니까?”

“주님의 자녀요”


왕거미를 중심으로 빙둘러 앉아 그가 손짓이나 말을 할 때 마다 감동의 표정으로 바라보던 주민 중 한명이 외쳤다.


“맞습니다. 여러분은 주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오직 주님의 뜻에 따르는 것만이 성도의 길에 이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신은 저에게 말했습니다. 하루빨리 수확을 끝내어 성전을 짓고 여러분의 영혼을 구원하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단자들의 방해로 수확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맨 앞자리에 있는 주민이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 사탄의 유혹에 빠진 이단자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해 그들 중 한명의 영혼을 구원하기로 결정 했습니다“


왕거미 대신 옆에선 목사가 나서며 대신 대답했다.


목사가 문지기에게 눈짓을 하자 문지기는 굳게 닫힌 교회정문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곧이어 성문처럼 커다란 교회 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십자가에 묶인 채 발버둥치는 젊은 여성이 등장했다. 하늘을 보고 누운 십자가를 앞에는 두 명의 사내가, 뒤에는 한명의 사내가 받쳐 들고 입장했다.


십자가는 4개 층으로 쌓여진 장작더미의 중간에 세워졌고 주민들은 신들린 사람들처럼 열광했다.


“태워라, 태워라”


십자가에 묶인 여자는 자신이 어떻게 될지 아는지 겁에 질린 눈으로 주민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여자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민들은 없었다.


오히려 광기어린 야유만이,


“지옥으로 꺼져버려”

“태워라, 태워라”


여자는 체념한 듯 극도의 공포 속에서도 눈물을 흘리며 주민들을 향해 부르짖기 시작했다.


“여러분은 속고 있어요. 원래의 우리 목사님은 사랑을 가르쳤어요. 헌데 저 잔인한 여자는 신의 이름으로 우리를 이간질하고 마을을 도탄에 빠지게 했어요.

제발 정신 차리세요.”


“닥쳐, 이 사탄아”


목사가 장작더미에 불을 붙일 횃불을 들고 나서며 말했다.


“당신은 진짜 목사가 아니야, 당신이야말로 진짜 악마야.”

“닥쳐, 너 같은 이단자들 때문에 섬이 황폐해진 것을 몰라? 밭을 일구어 좀 더 윤택하게 살게 해주겠다는 게 잘못이야?”

“순진한 주민들을 이용하여 대마초를 재배하는 것이 윤택한 삶이야? 반대하던 목사님을 가두고 그를 따르던 주민들은 몰아내서 당신 욕심을 채우는 것이 신의 뜻이냐고?“

“주둥아리 나불거리는걸 보니 아직 정신 덜 차렸군. 내가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지.”


목사는 들고 있던 횃불을 장작더미에 던져 넣었다.



*****



눈꺼풀 아래로 눈알이 빠르게 움직였다. 손가락도 전기가 들어간 듯 움찔거렸고 이따금씩 얼굴을 찌푸리는 게 악몽이라도 꾸는 것 같았다. 정신이 좀 드는 모양이었다.


“깬다, 깬다”


병연의 얼굴위에서 콧물을 흘리고 있는 어린아이가 소리쳤다.


“조용히 좀 해, 누구지? 섬사람은 아닌데? 이방인인가?”


이번엔 좀 더 나이가 든 여자아이가 조용히 말했다.


“아냐, 마녀 같은 목사의 끄나풀일지도 몰라“


지켜보던 다른 남자아이가 말했다.


“그치만 끄나풀치곤 너무 잘생겼는걸?”

“생긴거랑 앞잡이랑 무슨 상관이야?”

“헹, 웃기시네. 네가 너무 못생겨서 트집 잡으려는 거잖아?”

“뭐야? 누가 그래? 내가 못생겼다고?”

“너만 빼고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걸?”

“뭐? 이 자식이?”


비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병연이 깨어나기만 기다리던 아이들이 왁자지껄 한마디씩 한다.

주위는 습하고 목소리는 울렸다.


하지만 생일축하를 받는 방처럼 따뜻한 촛불이 수 십 개나 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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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이상한 섬. 1 +2 22.06.02 290 4 13쪽
27 27.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12 22.06.02 298 2 12쪽
26 26.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11 22.06.01 300 0 12쪽
25 25.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10 +3 22.05.31 309 5 17쪽
24 24.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9 22.05.30 321 5 14쪽
23 23.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8 +2 22.05.29 324 7 13쪽
22 22.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7 +2 22.05.28 330 6 13쪽
21 21.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6 +1 22.05.27 353 4 12쪽
20 20.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5 +2 22.05.26 360 7 13쪽
19 19.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4 +2 22.05.25 389 6 13쪽
18 18.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3 +2 22.05.24 425 7 12쪽
17 17.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2 22.05.23 471 6 12쪽
16 16.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1 22.05.23 594 4 14쪽
15 15.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9 22.05.22 603 5 13쪽
14 14.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8 22.05.21 605 7 13쪽
13 13.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7 +4 22.05.20 639 8 12쪽
12 12.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6 +3 22.05.19 652 9 12쪽
11 11.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5 +3 22.05.18 684 9 12쪽
10 10.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4 +2 22.05.17 754 10 14쪽
9 9.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3 +2 22.05.16 776 9 12쪽
8 8. 방화살인범 검거작전. 2 +2 22.05.15 788 10 13쪽
7 7.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1 +1 22.05.14 855 10 10쪽
6 6. 따치파 대 거미파. 2 +4 22.05.13 917 13 10쪽
5 5. 따치파 대 거미파. 1 +1 22.05.12 1,028 17 13쪽
4 4. 방화살인. +1 22.05.11 1,070 19 13쪽
3 3. 강력반 형사들 +2 22.05.11 1,179 18 14쪽
2 2. 야밤의 담치기 그리고 졸업전야 +2 22.05.11 1,345 23 14쪽
1 1. 개같은 꼴통형사 +5 22.05.11 1,824 3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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