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귀풀9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은 꼴통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마귀풀9
작품등록일 :
2022.05.11 12:34
최근연재일 :
2022.07.31 18:00
연재수 :
87 회
조회수 :
26,533
추천수 :
361
글자수 :
490,035

작성
22.05.27 18:00
조회
352
추천
4
글자
12쪽

21.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6

DUMMY

21.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6



병연은 그동안 미심쩍었던 사실들을 점검해 볼 필요성을 느꼈다.


독거미가 살아있다면 굳이 시간낭비를 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지만 독거미가 살해된 이상,

사건을 처음부터 되짚어 봐야했다. 어쩌면 이것은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병연은 최팀장과함께 서교찬이 근무하고 있는 국과수에 들렀다.


병연이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서류상으로만 보던 객관적 사실들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함이었다.


병연이 국과수에 도착했을 때 교찬은 백색가운을 걸치고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서 와”

“언제 경찰청 감식반에서 이리로 온 거야?”

“그렇게 됐어. 잠시 파견형식으로 발령이 났어. 그런데 누구...?”


교찬은 차분하면서도 명석해 보이는 옆의 남자를 보며 물었다.


“아참! 내 정신 좀 봐. 강력반 최종학 팀장님이셔. 인사드려.”


병연은 최팀장의 옷깃을 잡아끌면서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서교찬이라고 합니다. 조병연과는 경찰학교 동기생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최종학이라고 합니다.”


두 사람이 악수하는 사이 병연은 오래전 허광덕 서장이 근무했던 낡은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펴낸 법의학서는 지금도 경찰학교에서 정식교과로 채택되어 전수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지, 네가 부탁한 거 준비해놨어.”

“응, 매번 부탁만 해서 미안해.”

“인간아, 미안하면 밥 한번 사.”

“알았어, 언제 크게 한 번 쏘께. 하하”


세 사람은 곧장 지하실로 향했다.


칙칙한 습기와 비릿한 냄새가 섞인 복도의 공기는 상당한 불쾌감을 주었다.

교찬이 굳게 닫힌 영안실문을 열자 냉기가 온몸을 감돌았다.


“이곳은 일반 사체를 보관하는 곳이야. 우리가 갈 곳은 더 추울 거야.”


지나는 길 양옆으로 흰 천으로 사체를 덮고 있었다. 어떤 사체는 팔목이 삐져나와 있었는데 거무죽죽한 고무처럼 보였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흰 천이 아니라 투명한 캡슐속에 사체가 들어가 있었다.



“여긴 허교수님, 아니 허서장님이 부패되지 않도록 영하의 온도에 보관하라고 직접 지시해서 이렇게 보관되고 있어.”

“이곳 사체는 왜 다르게 보관하라고 지시하신 겁니까?”


최팀장이 캡슐속 사체를 유심히 보면서 물었다.


“여기에 보관된 사체들은 3년 전 연쇄살인 사건 때 희생된 여성들입니다.”


병연이 교찬 대신 대답했다.


“자넨... 알고 있었나?”

“네, 일전에 여객선을 타기 전 말씀하시더군요. 저도 제가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습니다.

독거미만 잡으면 볼일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음... 그런데 무얼 보여주려고 여기까지 온 건가?”

“그건 서교찬 순경이 말해 줄 겁니다.”


교찬은 캡슐위에 번호표를 붙이기 시작했다. 총 열 다섯 구의 사체 중 편의상 세구에만 번호표를 붙였다.


“우선 1번을 봐주십시오. 쇄골아래서부터 사선으로 복부아래까지 정확히 Y자 형태로 날카로운 메스를 이용해 피부를 절개했습니다.”


교찬은 캡슐을 열어 사체에 꿰매져있는 실밥을 가위로 자르고, 집게를 사용해 사체의 텅 빈 몸속이 잘 보이도록 피부를 잡아당기면서 말을 이었다.


“이쪽은 심장이 위치해 있던 곳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간이 있던 곳이고요.

모두 다른 조직이 손상되지 않게 깔끔하게 절단된 모습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물론, 위나 대장 같은 것을 드러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는 여성의 머리 쪽으로 움직이면서 계속해서 말했다.


“이쪽을 보시면 경동맥, 그러니까 목을 깊게 그어서 혈액을 모두 제거한곳인데 이렇게 되면 침하울혈이 생기지 않아 몸의 딱딱한 정도, 즉 사후강직의 정도를 봐서 사망시각을 추정하게 됩니다.


서류에는 사망추정시각이 사망한지 10시간에서 15시간정도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침하울혈 : 사망과 동시에 혈액은 순환을 멈추고 중력의 법칙에 의해 혈관을 빠져나와 시체의 낮은 곳으로 내려간다. 이것을 시반이라고도 하며 검 푸른색을 띈다.




교찬은 2번 캡슐로 자리를 옮겼다.


“보시다시피 조금 전 1번 경우와 마찬가지로 절개방식과 사체 손상정도, 침하울혈과 사망추정시각이 거의 흡사합니다.”


교찬은 다시 3번 캡슐로 자리를 옮기면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3번을 자세히 봐주십시오. 사체의 절개방식이 다릅니다. 그냥 일자로 쭉 그어 마구잡이로 장기를 드러낸 흔적이 역력합니다. 게다가 침하울혈이 있으며 사망추적시각이 고작 사망한지 1시간에서 3시간이내입니다.”


“3번 캡슐은 왜 다르죠? 같은 희생자인데?”


최팀장이 흥분한 어조로 물었다.


“1번과 2번은 3년 전 희생자인데 3번은 이번 방화 살인사건의 희생자입니다.”

“그렇다면 범인이 다를 수 있다는 말이겠지?”


병연은 최팀장과는 다르게 다소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분석한 결론은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야”

“그렇다면 허서장님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잖습니까?”


최팀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당연히 알고 계십니다. 본인도 이상하게 느끼셨는지 보호자를 설득하여 사체를 여기 보관하고 계신 겁니다. 게다가 절 여기로 파견근무로 발령을 내신분이 허서장님이시거든요.”


“아니 그렇다면 왜...?”


최팀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사체는 분명 3년 전의 연쇄살인범과 현재의 방화 살인범이 ‘동일범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것은 사건을 따로 구분하여 수사를 진행해야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허서장은 사건을 하나의 일직선상위에 놓고 판단하고 있지 않은가?


“수첩 때문입니다...”


차분함을 일관하던 병연이 허서장에게서 받은 아버지의 수첩을 꺼냈다.


“수첩 때문이라니? 무슨 말인가?”


병연은 말없이 수첩을 최팀장에게 건넸다. 최팀장은 오래된 수첩을 펼쳐 메모된 내용을 읽어보았다.


메모는 군데군데 즉흥적으로 씌여졌으며 한 중국인을 관찰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흑마술로 죽었던 심장이 살아 움직이는 서술에서는 약간 충격을 먹은 것 같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메모 때문에 서장님이 잘못된 수사를 지시했단 말이야?”

“다른 사람은 그렇다 치고... 팀장님은 왜 가만히 계셨습니까?”


병연은 대답대신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


줄곧 독거미를 쫓으면서 과연 이놈이 3년 전 그 연쇄살인범일까? 아버지를 죽인 범인일까?


많은 의구심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방화 살인범인 것은 확실했기에 추후에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독거미가 살해된 이 시점에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뜬금없이 무슨 말인가?”

“심장이 몸 밖에서 며칠을 살아있다는 것조차가 말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 않습니까?”

“물론, 나도 이상하다는 걸 느꼈지, 하지만 허서장님은 전 경찰인이 존경하는 전설적인 인물 아닌가? 그렇게 믿을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 했네. 그 이유가 이 수첩 때문이었군.

그런데 이 수첩은 누구의 것인가?“

“제 아버지 것입니다. 조방기 경정이라고...”

“그럼 자네가 조반장님 아들이라고?”

“네...”

“음... 이젠 알 것 같군. 허서장님과 조반장님은 형제나 다름없었어. 조반장님 말이라면 절대 의심하지 않았지. 그만큼 신뢰가 돈독한 사이였다고 할까? 조반장님이 살해되고부터는 몇 달간 미친 사람처럼 범인을 뒤 쫓았어.


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하자 불현 듯 경찰학교로 가셨지. 암튼, 조반장님 수첩이라면 충분히 그럴만해.”


“그런데 전 아직도 혼란스럽습니다.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아님 또 다른 뭔가가 있는 것 인지...”


“그렇지, 아직은 그 무엇도 단정 지을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일단은 서장님 신념대로 가보자구...”


“네, 알겠습니다.”


이때 교찬은 기다렸다는 듯이 덧붙이는 말을 했다.


“이건 서장님이 모르는 건데... 내가 파일을 좀 더 살펴보니까, 여기 여성들 모두 같은 대형병원에 다닌 적이 있어. 최근 수도권에서 실종된 여성 20여명도 마찬가지고...”


“그래? 그럼 또 부탁하나하자. 우린 지금 상황을 해결하기도 벅차, 그러니까 네가 그 병원을 조사해주라. 응?”


병연은 교찬의 머리를 마구 흩트리면서 장난끼 있게 말했다.


“알았어, 근데 강력반에 지원한 이유가 아버지 때문이란 걸 왜 말 안했어? 섭섭한데?”

“미안, 네가 걱정할까봐 그랬어.”

“짜식, 알았다. 내가 틈틈이 조사해 볼 테니까. 넌 지금 맡고 있는 일에 집중해.”

“그래, 고맙다 친구야.”



허서장은 독거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약병에 대해 확인 차 감식반에 들렀다.

행여나 놈이 실수로 지문이라도 남겼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허서장이 사무실 문을 열자 감식반장이 웃으며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전에는 자주 들리시더니 요즘은 뜸 하십니다? 허허”

“그러게 말입니다. 요샌 범죄자들도 영악해서 어지간해야지요.”

“참! 맡겼던 약병인데... 검출된 지문은 없었습니다.”

“네... 그렇군요.”


허서장은 혹시나 하고 희망을 가졌었는데 결과를 듣자 힘이 빠져버렸다.

그래서인지 이마에 선명하게 패인 주름이 한층 깊어지는 것 같았다.

허서장의 수심어린 한숨이 길어지자 감식반장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도움이 될까 모르겠지만 약병에 새겨진 일련번호를 조사해봤는데...”


허서장은 감겨질 듯 한 눈을 번쩍 떴다.


“뭔가 좀 나왔습니까?”


“관내 한 대형병원에서 이미 기한초과로 폐기된 약으로 나오더군요.

염화칼륨은 과다투여 할 경우 심장에 부정맥을 초래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약이라서 엄격히 다뤄지는데 어떻게 유출이 됐는지 병원에서도 전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네... 아무튼 고맙습니다.”


왕거미나 김실장이 훔친 걸까? 하지만 폐기됐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걸까?

독거미를 해진 김실장이란 놈은 도대체 어떤 놈일까?


허서장은 착찹한 심정으로 감식반을 나왔다. 이젠 제법 훈풍이 피부에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후의 따스한 햇살이 더욱 온기를 가져다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허서장은 자신에게도, 또한 조형사에게도 조만간 사건이 잘 마무리되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봄의 기운이 비춰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





한편,


창고에 갇힌 문반장은 여전히 손으로 땅을 파고 있었다.


조금만 파면 곧 밖을 나갈 수 있으리란 처음의 기대완 달리 온통 바위로 둘러쌓인 산이란 걸 아침에 돼서야 깨달았다.


이건 순전히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다.


손은 거칠어지고 손톱마저 깨져 아팠지만 여기서 나가야한다는 생각에 땅파기를 멈추지 않았다.


허나 바위가 없는 곳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밤새도록 여러 곳을 파 보았지만, 거의 다 팠다싶으면 여지없이 바위가 버티고 있었다.


문반장은 목이 마르고 지쳐갔다. 벽에 등을 기대고 잠시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돌아앉았는데

흙으로 빚은 아궁이가 눈에 들어왔다.


보통 아궁이위엔 커다란 무쇠 솥이 얹혀있기 마련인데 알루미늄연통에 황토 흙을 덧바른 굴뚝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 옆은 양귀비의 메마른 가지가 혀를 내밀고 있는 자루더미가 3단으로 쌓여져 있었다.


문반장은 몸을 일으켰다. 놈들은 양귀비진액을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를 아궁에 태워왔던 모양이었다. 물론 한꺼번에 모아서 몰래 한밤중에 태웠겠지만...


그때 바깥에서 자물쇠를 푸를 소리가 들렸다. 문반장은 황급히 쓰러졌던 자세 그대로 기절한척했다.


이윽고 똘마니 두 명이 들어오더니 발로 문반장을 툭 건드렸다.


반응이 없자 스포츠머리를 한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죽은 거 아니겠지?”


다른 똘마니는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이다말고 이렇게 대꾸했다.


“죽으면 그냥 묻어버리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

“하긴... 우리가 생매장 당하게 생겼는데...”


스포츠머리가 창고를 나가고 다른 똘마니는 담배에 불을 다시 붙이려했으나 불발이 되자 라이터를 구석으로 집어 던지면서 따라 나갔다.


“영감은 좀 기다려, 오늘밤 일 끝나면 천천히 묻어 줄 테니까... 킥킥”


창고문은 다시 철컹하고 잠겼다. 문반장은 그 소리가 영안실의 시신보관소 철문소리처럼 들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개같은 꼴통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28. 이상한 섬. 1 +2 22.06.02 290 4 13쪽
27 27.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12 22.06.02 298 2 12쪽
26 26.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11 22.06.01 300 0 12쪽
25 25.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10 +3 22.05.31 309 5 17쪽
24 24.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9 22.05.30 320 5 14쪽
23 23.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8 +2 22.05.29 324 7 13쪽
22 22.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7 +2 22.05.28 330 6 13쪽
» 21.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6 +1 22.05.27 353 4 12쪽
20 20.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5 +2 22.05.26 360 7 13쪽
19 19.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4 +2 22.05.25 389 6 13쪽
18 18.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3 +2 22.05.24 424 7 12쪽
17 17.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2 22.05.23 471 6 12쪽
16 16.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1 22.05.23 594 4 14쪽
15 15.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9 22.05.22 603 5 13쪽
14 14.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8 22.05.21 605 7 13쪽
13 13.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7 +4 22.05.20 639 8 12쪽
12 12.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6 +3 22.05.19 652 9 12쪽
11 11.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5 +3 22.05.18 684 9 12쪽
10 10.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4 +2 22.05.17 754 10 14쪽
9 9.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3 +2 22.05.16 776 9 12쪽
8 8. 방화살인범 검거작전. 2 +2 22.05.15 788 10 13쪽
7 7.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1 +1 22.05.14 855 10 10쪽
6 6. 따치파 대 거미파. 2 +4 22.05.13 917 13 10쪽
5 5. 따치파 대 거미파. 1 +1 22.05.12 1,028 17 13쪽
4 4. 방화살인. +1 22.05.11 1,070 19 13쪽
3 3. 강력반 형사들 +2 22.05.11 1,179 18 14쪽
2 2. 야밤의 담치기 그리고 졸업전야 +2 22.05.11 1,345 23 14쪽
1 1. 개같은 꼴통형사 +5 22.05.11 1,823 33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