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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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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작품등록일 :
2022.05.11 12:34
최근연재일 :
2022.07.31 18:00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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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80
추천수 :
361
글자수 :
490,035

작성
22.06.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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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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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7.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12

DUMMY

27.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12



몇 시간 눈을 붙이지 못한 병연은 저절로 눈이 떠졌다. 잠든 것 같지도 아니하고 그렇다고 안잔 것도 아닌, 그냥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다 일어난 기분이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벽에 걸린 아버지 사진이 말없이 자신을 굽어보고 있었다.


문득 몸을 일으켜 책상위에 올려놓았던 총을 집어 들었다. 약실을 열어 꽉 찬 총알을 확인하고 철컥 소리가 나게 닫았다.


그리고는 한쪽 눈을 찡그려 가늠쇠를 통해 허공의 표적을 겨누어 보았다.


‘기다려 왕거미’


그때 최팀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렇지 않아도 교대하러 나가려던 참이었다.


“네, 팀장님 안 그래도 교대하러 나가려고 했습니다. 한숨도 못 주무셨죠?”

“클럽여가수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지금 서부간선도로 안양방면으로 달리고 있어.”


최팀장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그래요? 지금 당장 달려가겠습니다.”

“서장님께 보고하고 직원들 소집해, 이대로 쭉 달리면 수원광명고속도로를 탈것 같으니까, 일단은 수원방향으로 오라고 전해.”

“네, 알겠습니다. 변동사항이 있으면 전화 주십시오.”


차가없는 병연은 어떻게 쫓아갈까 고민하다가 마침 골목길에서 확성기로 딸기와 귤을 판매하고 있는 1.5톤 트럭을 발견했다.


트럭사장은 아주머니들에게 트럭 가득실린 과일을 신나게 팔고 있었다. 트럭 앞에는 아주머니들이 앞 다퉈 좋은 과일을 가져가려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고


사장은 입이 찢어져라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때 난데없이 ‘부르릉‘ 하고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리자 트럭 뒤에서 검은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고 있던 사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내밀어 운전석 쪽을 바라보았다.


기어를 넣고 힘차게 페달을 밟자 트럭은 튕겨나가듯 앞으로 나아갔다.


덥수룩한 수염에 앞치마를 두른 사장은 모처럼 만에 찾아온 호황을 즐기기도 전에 길바닥에 과일이 나뒹구는 날벼락을 맞은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장은 멍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트럭을 바라보고 있었다.


과일을 고르다만 아주머니 한사람이 눈치 없이 사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니, 아저씨, 깎아 달랬다고 이런 식으로 차를 빼? 인정머리 없기는 참나...”


그럴 즈음,


트럭은 신호등이 무색하게 쏜살같이 달렸다. 그런 와중에 병연은 허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장님 접니다“


“응, 그래 무슨 일인가?”

“조금 전 팀장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왕거미의 여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답니다.”

“그래? 최팀장은 지금 어디에 있나?”

“현재 여자를 미행하고 있는데 여자가 수원광명고속도로를 탈것 같답니다. 저도 지금 다른 직원들에게 연락을 하고 그쪽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알았네, 나도 곧 출발 할 테니 가면서 다시 통화하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같은 시각,


최팀장은 여자의 차가 다시 서해안고속도로로 빠지는 것을 보고 바짝 따라붙었다.

여자는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과연 왕거미는 어디에 있는 걸까?


계속해서 직원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뒤를 쫓고 있지만 여자는 멈출 기미가 전혀 없어 보였다. 여자는 다시 대전통영고속도로 방향으로 틀었다.


‘아예, 하루 종일 달릴 모양이군’


최팀장은 서서히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머리를 흔들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이따금씩 1~2초의 시야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했다.


차는 비틀거렸고 뒤에서 따라오는 차들이 경적소리를 요란하게 울려댔다.


‘잠들면 죽는다’


최팀장은 따뜻한 커피한잔이 간절했다. 때마침 여자의 차는 한 휴게소로 들어갔다.

클럽여자는 아침을 걸러 배가 고팠는지 식당으로 향했다. 최팀장은 허기보다 커피가 급했다.

*****




왕거미 일행은 밤배를 타지 못했다. 밤새도록 달려왔건만 허사였다.

아무리 개인 배라도 해양경찰에 미리 운항신고를 해야 하는데 그 점을 잊고 있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사우나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첫배를 타기위해 통영여객선터미널을 향하고 있었다. 개인 배를 빌리기보다 호젓하게 여객선을 타는 것이 더 편안할 것 같았다.


그리고 통영 시내의 또 다른 은신처에는 납치한 4명의 여자들을 가둬두고 기회를 엿보기로 했다. 왕거미는 음성에서 작업한 마약이 똘마니들이 경찰에게 체포되면서 압수되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너무나도 아깝다는 생각과 손실을 메울 좋은 방도를 차창 너머로 넘실대는 바다를 보며 구상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깝단 말이야... 50킬로면 본토에 공장을 짓고도 남는데 말이야...”

“오빠도 참... 미련가지면 뭐해? 잊어버려”


김실장은 한쪽 눈을 가린 머리카락이 비릿한 바닷바람에 흩날리자 차창을 올렸다.



“하지만 걱정 마, 지금 가는 곳은 독거미조차 못가 본 노다지야“

“노다지? 그게 뭔데?”

“가보면 알아, 이제 거의 수확할 때가 됐을 거야. 그깟 50킬로 개나 주라 그래“

“도통 알 수 없는 소리만 하는군, 오빤 그게 문제야. 비밀이 너무 많아”

“여태껏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 뭔지 알아?”

“뭔데?”

“내 삶의 철학이 바로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것이야“

“그러시겠지, 형제 같던 독거미오빠조차도 죽길 바랬으니...”

“너랑 독거미는 예외야, 하지만 독거미는 어쩔 수 없었잖아?”

“하긴...”


그때 발신번호제한으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왕거미는 짭새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거절을 눌렀다. 그런데 연이어 벨이 울리자 잠시 망설이더니 수신 버튼을 눌렀다.


“여보쇼, 왕거미 전화가 맞나? 나요 따치...”

“으잉? 따치? 네가 웬일이야? 이 번호는 또 어떻게 알았고?”

“번호야 황제클럽 매니저한테 물었지, 헤헤”

“뭐? 매니저에게? 음... 죽인건가?”

“죽이기는... 내가 당신 같은 줄 알아? 어제저녁 조형사에게 코피 터지게 맞아서 걸레가 됐던데?”

“조형사라면 우리를 귀찮게 하는 그 짭새를 말하는군”

“조심해야 할 걸?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고맙군, 근데 용건은?”

“음성이 쑥대밭이 된 건 아시겠지? 물론 물건 50킬로도 연기처럼 사라졌고...”

“그래서? 약 올리려고 전화했나?”

“우헤헤헤, 내가 고딩이야? 약 올리게? 사실은 그 물건 내게 있지”

“오호라, 네놈이 빼돌렸다? 쥐새끼처럼 남이 흘린 부스러기나 주워 먹더니 운 좋게도 왕거니 하나 건진 모양이군? 그래, 어쩔 셈인가?”

“어쩌긴, 원래 내 구역을 돌려줘야겠어. 그리고 손해배상금조로 현금 10억도 같이...”

“크하하하, 그렇게 하면 물건을 돌려주겠다? 좋아, 사람을 보내지. 어디서 만날까?”

“사람을 보내다니? 당연히 당신이 와야지“

“내가 돌아다닐 처지가 아니라는 건 잘 알 텐데? 장소를 정해”

“까짓 거 좋아, 클럽으로 보내. 잊지 마, 현금 10억이랑 서류도 같이...”


전화를 끊은 왕거미는 미소를 지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물건이 따치에게 있다니, 행운의 여신이 언제나 자신의 편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당장 본토 진출에 그 물건이 필요했었는데 스스로 주인을 찾아올 줄이야...


“김실장, 들었지? 물건이 따치에게 있어. 만나서 물건 찾아오고 녀석은 파묻어 버려”

“어머, 다행이다. 원장오빠가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시름 놨네?”


지수는 우동 한 그릇을 먹고 따뜻한 원두커피를 주문한 뒤 그것을 들고 바깥의 테라스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붉은 가죽장갑을 벗고 커피 한 모금을 음미했다. 콩을 찐 가마솥에서 나는 김 만큼이나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지수는 초조했다.


애초부터 왕거미를 믿은 것은 아니었지만 클럽에 애착이 없던 왕거미가 어쩌면 자신에게 넘길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을 가진 것은 아닌지,


그의 여자로서 당연히 요구할 권리라고 어리석은 생각을 한 것은 아닌지,


지난 3년간 클럽을 가지기 위해 온갖 수모를 견디며 버텨온 시간이 한낱 떨어지는 낙엽처럼 무의미하게 바람에 실려 날아가 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지수는 휴대폰 속에 저장된 사진을 추억처럼 돌려보고 있었다.


오래전 클럽이 있던 자리에 있었던 낡고 오래된 기와집,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모든 것을 잃고 유일하게 엄마에게 남겨졌던 집,


하지만 왕거미는 강제로 헐값에 팔기를 강요했었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엄마는 정신이 나가 버렸다. 만일 클럽을, 아니 없어진 집터라도 찾게 된다면 지금 요양원에 있는 엄마가 정신이 돌아올까?


지수는 결심했다. 클럽을 갖게 되면 곧바로 그곳을 허물고 새 하얀 집을 짓겠다고...


며칠 전 부터 준비한 매매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되겠끔 모든 준비는 마쳤다. 물론 계약금 같은 건 없다. 서류는 형식일 뿐이니까...


최팀장은 클럽여자에게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벌써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셨는데도 졸음을 쫓아 버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역도 선수들이 자신의 한계를 들어올리기 전 정신을 차리기 위해 두 손으로 뺨을 갈기듯 최팀장은 양손으로 번갈아 뺨을 후려갈겼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직원들에게 연락 온 바로는 대전에 거의 도착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사이 여자가 다시 길을 나섰다. 최팀장도 여자를 따라 차를 몰았다.


얼마나 달렸을까? 커피도 소용없는지 다시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여자는 통영에 들어섰고 곧바로 여객선터미널로 향하고 있었다.


‘배를 탈 생각인가?’


바로그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차체가 흔들렸다. 여자는 여객선터미널 주차장이 아닌 배가 정박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최팀장은 마음이 급했다.


그런데 졸음운전으로 집중력이 떨어졌었는지 자신도 모르게 앞차를 들이받은 모양이었다.

앞차에서는 어깨가 넓은 사내가 뒷목을 붙잡고 다가왔다. 그는 오만가지 인상을 쓰며 차창을 두드렸다.


‘젠장’


최팀장은 차 밖으로 나왔다. 여자의 차는 벌써 시야에서 사라졌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까?”


말은 이렇게 했지만 최팀장의 눈은 여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여자의 차를 찾고 있었다.


“어이~ 어딜 보는 거야? 사람 다친 거 안보여?”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급해서... 여기 명함을 드릴테니 입원하시고 연락을 주십시오”


최팀장은 명함을 사내에게 주고 다시 운전석에 앉으려했다.

그런데 사내는 멱살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이 양반이 돌았나? 사람 쳐 놓고 도망가려고 해?”

“죄송합니다. 사실은 중요한 사건을 수사 중이라서 시간이 없습니다. 나중에 처리해 드릴테니 우선 이것 좀 놔주십시오”

“뭐? 수사 중?“


사내는 명함을 확인했다. [서울 구로경찰서 강력반 경위 최종학]


“하하하 이렇게 구라치면서 빠져나가려는 모양인데 어림없지, 내가 바보로 보여?

네까짓게 경찰이면 난 대통령이다”

“이거 놓으십시오, 지금 가봐야 합니다.”

“못 놓겠다면?”

“그럼 할 수 없습니다.”

“할 수 없다니?’

“퍽!”


최팀장은 손바닥을 펴 넙대대한 사내의 얼굴을 강하게 밀쳤다. 얼굴이 출렁하더니 뒤로 나자빠졌다. 최팀장은 다시 시동을 걸어 시야에서 사라진 여자의 차를 뒤쫓았다.


하지만 부두에 정박한 배들 중 어느 배에 올랐는지 알 수 없었다. 수 십 척의 배들이 순차적으로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부두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마지막 배가 떠날 때 까지도 여자의 차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최팀장은 여자를 놓치고 말았다.


‘큰일이군’


몸에 힘이 빠졌다. 다리가 휘청거리는 것을 느꼈다.


‘잠시 쉬어야겠어’


낙심한 최팀장이 주차장에 차를 대고 대합실에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기다리던 직원들이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이제 어쩐담?’


왕거미 행방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끈이었는데 다시 이을 수 없게 됐다. 직원들에게는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했다.


얼마 후


직원들이 두리번거리며 대합실로 들어왔다.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최팀장의 얼굴을 본 허서장은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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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이상한 섬. 1 +2 22.06.02 283 4 13쪽
» 27.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12 22.06.02 292 2 12쪽
26 26.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11 22.06.01 298 0 12쪽
25 25.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10 +3 22.05.31 303 5 17쪽
24 24.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9 22.05.30 317 5 14쪽
23 23.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8 +2 22.05.29 321 7 13쪽
22 22.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7 +2 22.05.28 326 6 13쪽
21 21.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6 +1 22.05.27 348 4 12쪽
20 20.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5 +2 22.05.26 357 7 13쪽
19 19.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4 +2 22.05.25 383 6 13쪽
18 18.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3 +2 22.05.24 420 7 12쪽
17 17.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2 22.05.23 468 6 12쪽
16 16.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다. 1 22.05.23 587 4 14쪽
15 15.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9 22.05.22 598 5 13쪽
14 14.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8 22.05.21 600 7 13쪽
13 13.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7 +4 22.05.20 631 8 12쪽
12 12.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6 +3 22.05.19 645 9 12쪽
11 11.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5 +3 22.05.18 677 9 12쪽
10 10.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4 +2 22.05.17 747 10 14쪽
9 9.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3 +2 22.05.16 770 9 12쪽
8 8. 방화살인범 검거작전. 2 +2 22.05.15 778 10 13쪽
7 7. 방화살인범을 추격하다. 1 +1 22.05.14 849 10 10쪽
6 6. 따치파 대 거미파. 2 +4 22.05.13 909 13 10쪽
5 5. 따치파 대 거미파. 1 +1 22.05.12 1,021 17 13쪽
4 4. 방화살인. +1 22.05.11 1,064 19 13쪽
3 3. 강력반 형사들 +2 22.05.11 1,172 18 14쪽
2 2. 야밤의 담치기 그리고 졸업전야 +2 22.05.11 1,337 23 14쪽
1 1. 개같은 꼴통형사 +5 22.05.11 1,811 3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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