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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작품등록일 :
2019.04.01 15:08
최근연재일 :
2019.04.28 05:48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9,801
추천수 :
165
글자수 :
125,971

작성
19.04.2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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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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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026. 윤선호(3)

DUMMY

응급과는 오랜만에 다급한 연락을 맞이했다.

생도 한명이 총에 맞아 실려온다는 게 주 내용이었다.

그것도 중상(重傷).

실기평가나 인공던전에서 가끔 경상(經傷)으로 찾아오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역소환 될 정도의 큰 부상은 오랜만의 일이었다.


"빨리 수술 준비해."


이재혁은 병원 내의 어느 방 안에 벽을 기댄채 누워있었다.

방은 역소환 되었을 때 포탈을 통해 전송되는 공간으로 그 안에는 이재혁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었다.

따라서 병원 침대 및 각종 실어나를 것을 들고 4명 정도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복부에서 흘러나온 피로 흠뻑 젖은 옷과 함께 미동도 하지 않고 벽에 기대있는 모습은 흡사 시체를 방불케 했다.

의사 및 간호사들은 서둘러 이재혁에게 다가가 들어올려 침대에 눕히려했다.

하지만 다가가 이재혁의 몸을 건드는 순간.


번뜩


실핏줄이 터진듯 새빨간 눈이 희번뜩하게 떠졌다.

직후 고개가 자신의 몸을 건든 간호사에게로 돌아가더니 우악스러운 손길로 간호사의 목을 잡고는 들어올렸다.

그러고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잇몸에 생겨난 날카로운 송곳니를 모두의 앞에 드러냈다.


"꺄아악"


목이 잡힌 간호사는 소리조차 내지를 수 없었다.

소리는 옆에 있던 다른 간호사가 있는 힘껏 지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재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잡고있는 간호사의 목덜미로 자신의 송곳니를 갖다대었다.


뱀파이어에게 피를 빨린다고 뱀파이어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뱀파이어가 자신의 피를 주입시켜주었을 때 비로소 뱀파이어가 되는 것이다.

평범한 인간이 뱀파이어에게 피를 빨리는 것은 그저 식용(食用)의 용도 뿐이다.

뱀파이어에게 피를 빨린 인간은 그 부위부터 서서히 경화(硬化)되어간다.

결국 종국에 다다르는 곳은 다름아닌 죽음.

이재혁이 하려는 행동은 이곳의 사람들 모두의 목숨을 빼앗고자 하는 살인(殺人)의 행동이었다.


탁.


하지만 이재혁의 시도는 입가를 가로막은 검정색 물체에 의해 무산되었다.

끝이 뭉툭하고 긴 나무로 이루어져있고 뼈대 위에 검은색 천이 나풀거리는 그것은 다름 아닌 우산이었다.

간호사와 이재혁 사이를 가로막은 검정색 긴 우산은 점차 이재혁의 얼굴을 밀어내더니 간호사를 쥐고있던 손도 풀어지게 만들었다.


콰앙


검은색 우산은 그대로 이재혁의 얼굴을 밀어내 간호사로 부터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러고도 남은 힘은 이재혁이 벽에 부딪혀 굉음을 내게 만들었다.

겨우 죽다 살아난 간호사가 목을 부여잡고 켁켁 거리며 주저 앉았다.


"뭐.. 뭐야..."


수초 사이에 일어난 비현실적인 광경에 의사의 입에서 절로 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말이 더 이어지지는 않았다.

갑작스레 몰려온 거대한 졸음이 몰려와 몸을 겨눌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직후 그 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잠에 빠진 듯 풀썩 쓰러지기 시작했다.


"폭주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그러는게냐."


사뿐한 발걸음으로 의식이 없는 이재혁 앞에 허리까지 오는 긴 우산을 든 세르비아가 섰다.

그러자 어딘가 불만이 많아보이는 표정으로 이재혁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자신의 행위를 방해하지 말라는 양 고개를 저으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우우우..."


초점없는 눈동자는 세르비아가 아닌 근처의 사람들을 향하고 있었다.

본래의 이재혁이라면 결코 인간의 피를 빨고자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이재혁은 부족한 피에 의해 뱀파이어의 본능이 깨어난 상태였다.


불사의 몸인 뱀파이어답게 이런 사소한 상처로 그의 생명이 위협받을 일은 없었다.

다만 본능에 의해 활성화된 기전은 적절히 조치되기 전까지 가라앉지 않을 터였다.

그가 흘린 피에 걸맞는 양의 피를 보충받아야 그의 정신이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피에도 격(格)이 존재한다.

그가 흘린 피는 뱀파이어의 피 중에서도 최상급 격(格)인 진조의 격(格)이 담긴 피.

동물의 피와 같은 것은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다.

겨우 인간의 피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겠지만 그것도 충분한 양이 뒷받침 되어야만 할것이다.


만약 이 안의 모든 사람들의 피가 그의 상태를 복구시킬 수 있다면 세르비아는 그를 놔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적어도 이 건물 안에있는 모든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그러고도 수백명을 더 학살해야만 그가 온정신으로 돌아올 터였다.


물론 이 곳의 사람들이 다 죽고 시체가 나풀거리든.

대학살이 일어나 온 곳이 피에 범벅이 되든.

세르비아는 별 상관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재혁과는 상관있는 일이다.

만일 온전한 정신이 깨어난 이재혁이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알게 되었을 때 아마도 그는 절망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것은 몰라도 그것만큼은 세르비아가 썩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다.


"어딜 보는게냐. 네놈의 부모님을 피살시킨 장본인이 여기있는데."


탁탁. 우산을 치며 세르비아가 이재혁의 주의를 끌며 말했다.

그 말은 꽤나 효과가 있었다.

이재혁이 관심을 세르비아에게로 돌린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화가 난 듯한 얼굴로 세르비아를 죽일 기세로 째려보기 시작했다.


"으으.. 으아아아아"


그러고는 괴성과 함께 이재혁이 세르비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끌어올린 피의 이능에 의해 피칠갑된 오른쪽 손으로 세르비아의 사지를 찢을 기세였다.

하지만 세르비아는 단지 우산을 세워 달려오는 이재혁의 몸을 가로막았다.

이재혁은 우산 끝 그 조그마한 압력을 이겨내고 앞으로 갈 수 없었다.


이재혁은 우산을 손으로 세게 쳐 치우고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자 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힘을 주어도 우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피의 이능을 끌어올리고 온힘을 다해 옆으로 밀어내려해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단지 세르비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 모든 시도를 바라볼 뿐이었다.


"크르르르"


이재혁은 뒤로 물러나 피의 이능을 끌어올려 공중에 수십개의 창을 만들어냈다.

다가갈 수 없으니 멀리서 공격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창은 이재혁의 부족한 피를 끌어모아 형성된 것이었지만 이재혁은 상관없었다.

애초에 이재혁은 지금 온전한 사고가 가능하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은 오로지 앞에 서 있는 저 10살 정도의 유녀(幼女)를 때려 눕히고 싶은 마음이었다.


콰과광.


수십개의 창이 세르비아의 신형을 향해 빗발쳤다.

세르비아는 몸을 움직여 피하지 않았다.

그저 우산을 자신의 머리 위로 폈을 뿐이다.

수십개의 창은 그 천조각 하나를 뚫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닿아 사라졌다.


이재혁은 우산이 펴진 틈을 타 다시금 세르비아에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손에 붉은 색으로 일렁이는 세검을 만들어냈다.

쉬익. 검은 세르비아를 향해 휘둘러졌지만 닿지는 못했다.

세르비아는 사뿐히 뒤로 움직이며 자신에게 행해지는 검격을 피했기 때문이다.


일견 이재혁이 세르비아를 몰아치는 듯 계속해서 다가가며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세르비아는 별다른 응수없이 사뿐한 발걸음으로 계속해서 피해나갔다.

물 흐르듯 걷는 듯한 보법으로 세르비아는 지치는 기색조차 없이 피했고 오히려 지쳐가는 것은 검을 휘두르는 쪽이었다.


팡.


다시금 우산이 접혔다.

그러고는 흘러오는 검로(劍路) 사이로 우산의 끝이 이재혁을 향했다.

검격은 고작 우산의 체(體)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산되었고 세르비아의 찌르기만이 이재혁에게 정확하게 들어갔다.




"커억"


우산의 끝이 이재혁의 명치를 찔렀다.

그러자 짧고 강렬한 날숨을 토해내며 이재혁이 주저앉았다.

이제는 우산의 끝이 이재혁의 이마 위에 얹어졌다.

본능만으로 움직이는 이재혁은 감히 그 우산의 끝을 이겨내고 일어서 달려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만큼 압도적인 실력과 힘의 차이였다.


"흐음"


콰득.


세르비아가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깨물어 작은 상처를 내었다.

그리고 그 상처 사이로 방울지어 흐르는 피를 무릎꿇은 이재혁의 앞에 갖다대었다.

그 어느 색보다 영롱하고 새빨간 붉은 피가 한방울씩 바닥으로 떨어졌다.


"핥아라"


토옥. 바닥에 떨어지는 피를 이재혁은 하릴없이 바라보더니 혀를 갖다대어 바닥을 핥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의 맛을 본 순간 바닥의 끝이 드러날 기세로 핥더니 조금씩 떨어지는 피를 받아먹을 요량으로 혀를 내밀었다.

하지만 피의 주인을 향해 달려들 생각은 하지 않았다.

너무 극명하게 드러난 힘의 차이가 뼛속 깊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의 피는 진조의 피 답게 몇방울로도 그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었다.

이재혁은 무릎을 꿇고 경건한 자세로 성수(聖水)를 받아먹듯이 흘러떨어지는 피를 받아먹었다.

점차 쌓여가는 충족감은 어느 순간 그가 만족했다고 느끼게 만들었고 그의 눈이 서서히 풀려가기 시작했다.

마지막 떨어지는 한방울을 계기로 그의 눈은 감겼고 다시금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세르비아가 피를 끌어올려 이 공간의 모든 것을 전과 같은 상태로 복구시켰다.

그리고는 쓰러져있는 모든 의사 및 간호사의 기억을 조작시켰다.

이재혁은 마치 평범한 인간처럼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한 병실에서 회복되는 것으로 될 것이다.

이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은 흔적조차 남지 않고 없었던 일이 될 것이다.

목숨을 위협할 뻔 했던 사고는 성공적인 수술로 없었던 일이 될 것이며 단지 해프닝에 그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모든 일이 결착지어질 것이다.


'앞으로 2년. 2년만 네놈의 뜻대로 해주겠다.'


그와의 약속은 지킬 것이다.

그가 곤란하지 않도록 자신의 귀중한 피를 써가면서 그를 진정시켰다.

앞으로도 왠만큼 이재혁을 곤란하게 만들 일은 자신이 커버를 쳐줄 것이다.


하지만..


사악.


세르비아가 피가 흐르는 새끼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대고 스윽 흘려 닦자 피가 멎었다.

비릿한 쇠의 맛이 그녀의 오감을 자극하고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입술을 혀로 두어번 핥았다.

이는 마치 먹잇감을 보고 입맛을 다시는 듯한 행동이었다.


"그래도.. 그 놈은 안되겠군."


이제는 정신을 차린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이재혁을 내버려두고 세르비아는 방을 나갔다.

그러고는 어느 한 곳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불빛에 비친 어느 그림자와 함께 세르비아의 모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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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5. 윤선호(2) 19.04.25 205 3 10쪽
24 024. 윤선호(1) +1 19.04.23 222 6 10쪽
23 023. 체육대회(5) +3 19.04.22 223 5 10쪽
22 022. 체육대회(4) 19.04.21 219 5 10쪽
21 021. 체육대회(3) +2 19.04.19 222 3 10쪽
20 020. 체육대회(2) 19.04.18 227 5 10쪽
19 019. 체육대회(1) +1 19.04.17 274 6 11쪽
18 018. 수습(5) - 1부 完 +2 19.04.14 271 6 10쪽
17 017. 수습(4) +3 19.04.13 274 3 10쪽
16 016. 수습(3) +1 19.04.12 277 3 11쪽
15 015. 수습(2) 19.04.11 292 5 11쪽
14 014. 수습(1) 19.04.10 306 7 11쪽
13 013. 부산 사태(5) +1 19.04.09 302 7 11쪽
12 012. 부산 사태(4) 19.04.09 336 7 11쪽
11 011. 부산 사태(3) +1 19.04.08 330 7 10쪽
10 010. 부산 사태(2) +1 19.04.07 356 8 10쪽
9 009. 부산 사태(1) +1 19.04.06 369 6 11쪽
8 008. 동아리(2) 19.04.05 379 9 11쪽
7 007. 동아리(1) +1 19.04.04 368 9 11쪽
6 006. 실기시험(2) +1 19.04.03 397 8 11쪽
5 005. 실기시험(1) +1 19.04.02 468 7 12쪽
4 004. 서포터(2) +2 19.04.01 550 9 12쪽
3 003. 서포터(1) 19.04.01 616 7 11쪽
2 002. 시작 19.04.01 812 9 11쪽
1 001. Prologue +3 19.04.01 1,057 7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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