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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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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작품등록일 :
2019.04.01 15:08
최근연재일 :
2019.04.28 05:48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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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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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글자수 :
125,971

작성
19.04.1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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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17. 수습(4)

DUMMY

지치고 힘들고 피곤하다.

허나 잠이 오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그냥 심적으로 더는 무언가를 할 마음이 들지 않는 듯한 느낌이랄까나.


근래 3일.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다.

부산 사태. 벰파이어가 된 일. 교수에게 들킨 일. 등등.

뭔가 일이 이러저래 꼬이다가 한번에 펑하고 터진듯한 느낌이다.


학교를 끝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풀썩 엎어졌다.

오늘만큼은 아무것도 안하고 이러고 있고 싶었다.

왠만하면 빠지지 않고 해온 수련이지만..

그래 오늘만큼은 쉬어도 되지 않겠는가.


어느샌가 그림자 속에서 나온 세르비아가 내 엎어진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이 내려다본다.


"뭐하나. 빨리 이 몸에게 밥을 대령해라."


"오늘은 봐줘..."


"........"


꾸욱꾸욱.

세르비아가 앙증맞은 발로 내 등을 밟는다.

그래봤자 몸은 10살 정도의 여자아이.

아프지는 않고 오히려 안마받는 느낌이다.


그리고 딱히 밥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밥보다는 다른 것을 먹고 싶다.

배고프지는 않지만 갈증이 나고 갈증을 채우기 위해 비릿한 쇠맛을 느끼고 싶다.

이건...


"피..?"


"뭐냐."


"피를 먹고 싶은거 같은데.."


"네놈이 갖다 쓴 피가 얼만데. 앞으로 한두달은 흡혈욕구에 시달릴 것이다."


"계속 이 느낌일거라고?"


운동장을 쉬지 않고 달렸을 때의 목이 타는듯한 느낌이 온몸에서 느껴진다.

인의를 저버리고 지나가는 사람을 습격할만큼의 갈증은 아니지만 누군가 피를 한대접 갖다준다면 허겁지겁 마실 것 같은 느낌이다.


"말했지만 앞으로 이 몸이 네놈에게 피를 빨게 해 줄일은 없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빨든 아예 학살하고 피바다를 마시든 네 놈이 알아서 해라."


"그 정도 까지는 아니야..."


"하여간 앞으로 이능의 힘을 쓴다면 꽤나 욕구가 강렬해질거다. 폭주해서 이놈 저놈 피 빨고 다닐거 아니라면 자제하는게 좋을거다."


"알았어."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는데 앞으로 별일 있겠는가...

실기평가 때 힘을 못쓰는건 아쉽긴 하지만 김제열 교수에게 약속은 받아놨으니 별 문제는 없을거다.


"그건 그렇고 빨리 음식이나 대접해라. 이곳에서 내쫓아버리기 전에."


"그럼 오늘 저녁은 선지국이다..."


하지만 이때의 나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앞으로 더 많은 일이 엉키고 엉켜버릴 것을..

지금까지의 일은 단지 전조에 불과했던 것을..


--------------------


100명이 들어서도 널널할 정도로 거대한 단상 아래로 약 1000여명의 학생이 열을 맞추어 서있었다.

단상 위에는 교관부터 왠만한 학교의 모든 선생 및 교수들이 서있는 상태였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보니 웅성거리는 소리가 강당이 울릴정도로 크게 들렸다.

딱히 제재하는 교수도 없었기에 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각자 할 얘기가 많았다.


애초에 어떠한 예고도 없이 불려나온 것이다.

아침 시간에 전교생을 소집할 정도라면 상당히 큰 사안일 듯 싶었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대략적으로 눈치를 채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누군지를 보면 대략적으로 부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현서, 김선혁 등등 [검심]의 부원들이 모두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부산사태의 공을 공식적으로 치하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이현서가 해운대에서 괴수에 맞서 싸웠다는 것은 큰 화제가 되었다.

왠만한 영웅도 하기 힘든 결정인 희생을 자처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화제의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어제 저녁부터 계속 이현서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할만큼 대단한 파급력이었다.


영상은 소실되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영상을 우연히 보고 있던 재난 본부의 소장이 입증해주었다.

그 직후 기자들을 통해 해운대 해변에 홀로 쓰러져있던 이현서가 조명받았고 [검심] 회원들의 증언 하에 사실로 굳어졌다.


사람들은 크게 두가지에 놀랐다.

부산 사태때 그런 선택을 한 '생도'가 있다는 것.

그리고 생도의 몸으로 왠만한 중급 영웅도 막아내기 힘든 괴수들을 상대로 꽤나 오랜시간 버텨냈다는 것.

어찌되었건 이명 [여제(女帝)]와 함께 이현서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렇게 화제가 된 이상 어쩌면 오늘 대강당에 모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물론 그 때 부산에서 모습을 감춘 나는 단상 밑에 앉아있는 신세지만....


단상 위로 반듯한 정장차림의 중후한 신사가 올라섰다.

영웅사관학교의 총괄학장인 김제열 교수였다.


"조용."


나이로는 고등학생이지만 여러 훈련을 받은 생도인만큼 단숨에 말소리가 잦아들었다.

김제열 교수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마이크를 옆에 서있던 백발의 노인에게 넘겨주었다.


"아아. 아침부터 번거롭게 해서 미안합니다."


영웅사관학교의 교장 윤진우 교수였다.

본래 전선에서 활약하던 상급 영웅이었지만 사고로 은퇴하고는 지금까지 영웅사관학교에서 일해왔다.

영웅사관학교에 오래 남아있었던 만큼 그가 교장을 맡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여러분을 모이게 한 이유는 다름 아닌 어저께 일어났던 일 때문입니다. 자칫하면 큰 재앙으로 번질 수 있던 부산사태가 있었죠."


크흠크흠. 헛기침과 함께 말을 이어나갔다.

예상대로 내용의 골자는 부산사태였다.


"유례없이 사상자 단 한명도 없이 사태가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공로는 전부 '적능(赤能)'에게로 돌려야겠죠. 하지만 그 전에 혹은 그 후에 사태를 진압하는데 큰 도움을 준 영웅사관학교 생도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들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모이게 되었습니다."


말하는 와중에 단상으로 차례차례 여러 생도들이 올라왔다.

이현서를 제외한 (나도 제외한) [검심]의 모든 회원들이었다.

동아리 회장인 김선혁을 필두로 전부 올라오자 말이 이어졌다.


"우선 사태를 수습하는데 큰 도움을 준 [검심]의 회원들입니다. 이들은 부산 사태때 해운대 근처에 있다가 사태 종료 후 도시를 수복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짝짝짝. 전교생의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확실히 그들도 칭찬을 받아야 마땅한 일은 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사태가 이렇게 쉽게 진압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큰 환대를 받긴 힘들었겠지.


"대표로 김선혁 군. 앞으로 나오시게."


악수와 함께 표창장을 받았다.

하지만 김선혁의 얼굴이 그다지 밝아보이지는 않았다.

그도 느끼는 것이겠지.

자신이 한 일들은 이후의 사람이 한 일에 비교도 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향후 10년간 [검심]에 대한 지원금을 2배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동아리가 되길 바랍니다."


그래도 좋은일은 한건 사실인만큼 박수소리는 컸다.

인사와 함께 [검심]의 회원들 모두 단상에서 내려가고는 단 한명.

절뚝거리는 다리와 함께 목발을 짚은 이현서가 올라왔다.


"그 다음으로는 오늘 모인 가장 큰 이유이죠. 부산 사태가 벌어지고 해운대로 달려가 괴수들과 맞서싸운 이현서 양. 이 공로를 크게 치하하고자 합니다."


전의 박수소리보다 훨씬 큰 정말 우레와도 같은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녀는 그만큼 대단한 일을 해낸거다.

오직 자신의 '정의' 하나만으로 죽음이 당연시 되는 선택을 한 것이다.


"부산 사태의 괴수들을 상대로 조금이나마 시간을 끌고자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정말 큰 일을 해냈습니다. 우선 이현서 양의 말을 들어봅시다."


전교생과 선생들 여러 외부인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상태로 그녀는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댔다.

그녀는 조금도 기죽지 않은 당당한 모습으로 말을 꺼냈다.


"아아.. 안녕하십니까. 생도 이현서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환호까지 들렸다.

애초에 그녀는 이번 영웅사관학교를 대표하는 학생으로 유명했다.

이현서가 이런일을 했다는 것은 그녀 뿐만 아니라 영웅사관학교 전체의 명성을 드높이는 일인 것이다.


"사실 이정도로 주목받을 일을 한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을 뿐이었습니다. 어쩌면 이상적이지 못한 쓸모 없었던 일이었을 수도 있는.. 단지 이기적인 선택이었을 뿐입니다."


팡팡. 이곳저곳에서 플래시가 터졌다.

여러 기자들이 그녀의 모습을 찍고 그녀의 말을 옮겨적고 있다.


"혹자는 '적능(赤能)'이 오지 않았더라면 쓸모없는 개죽음이었을 것이라고도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제 선택은 누군가를 위함이라기 보다 제 자신의 신념을 위함이 컸습니다. 그 안에 눈물겨운 인류애나 '희생'의 본질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선택이 모두의 인정을 받을만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 자리에는 한명이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저는 혼자 싸우지 않았고 옆에는 한명이 더 있었습니다."


갑자기 그녀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한다.

그에 따라 교수들도, 생도들도, 기자들의 시선들도 모두 따라 움직이다.

설마..


"생도 이재혁. 그도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적.

이후 웅성거림이 끓는 물에서 점차 올라오는 기포처럼 마구 올라온다.

이건.. 조금 곤란한데.


도망칠 수는 없었기에 쫓기듯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으로 향했다.

나무를 밟는 묵직한 소리가 발 밑에서 들려온다.

그 무거운 발걸음을 떼고 천천히 단상 위로 올라가지만 늪에 발이 빠지듯 점점 무거워지는 중압감에 발을 떼기 힘들어진다.


모두의 시선과 모두의 기대가 이현서에게서 나에게로 쏠린다.

거의 대부분이 놀라움과 기대의 시선.

나에게서 새로운 존경을 찾아내려고들 한다.


......................


하지만 그때 부산에 없었던 나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있다.

그리고 이는 결코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대답이리라.


힘겹게 이현서의 앞까지 다다른 나는 이현서에게서 마이크를 받아들었다.

마찬가지로 우레와 같은 박수들이 쏟아졌다.

박수소리가 끝날 때 쯔음 나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


"저는 부산 사태때 도망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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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5. 윤선호(2) 19.04.25 206 3 10쪽
24 024. 윤선호(1) +1 19.04.23 223 6 10쪽
23 023. 체육대회(5) +3 19.04.22 223 5 10쪽
22 022. 체육대회(4) 19.04.21 219 5 10쪽
21 021. 체육대회(3) +2 19.04.19 223 3 10쪽
20 020. 체육대회(2) 19.04.18 228 5 10쪽
19 019. 체육대회(1) +1 19.04.17 274 6 11쪽
18 018. 수습(5) - 1부 完 +2 19.04.14 272 6 10쪽
» 017. 수습(4) +3 19.04.13 275 3 10쪽
16 016. 수습(3) +1 19.04.12 277 3 11쪽
15 015. 수습(2) 19.04.11 293 5 11쪽
14 014. 수습(1) 19.04.10 307 7 11쪽
13 013. 부산 사태(5) +1 19.04.09 303 7 11쪽
12 012. 부산 사태(4) 19.04.09 337 7 11쪽
11 011. 부산 사태(3) +1 19.04.08 330 7 10쪽
10 010. 부산 사태(2) +1 19.04.07 357 8 10쪽
9 009. 부산 사태(1) +1 19.04.06 369 6 11쪽
8 008. 동아리(2) 19.04.05 380 9 11쪽
7 007. 동아리(1) +1 19.04.04 368 9 11쪽
6 006. 실기시험(2) +1 19.04.03 397 8 11쪽
5 005. 실기시험(1) +1 19.04.02 469 7 12쪽
4 004. 서포터(2) +2 19.04.01 551 9 12쪽
3 003. 서포터(1) 19.04.01 617 7 11쪽
2 002. 시작 19.04.01 812 9 11쪽
1 001. Prologue +3 19.04.01 1,058 7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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