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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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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Healwind
작품등록일 :
2019.04.01 15:08
최근연재일 :
2019.04.28 05:48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9,807
추천수 :
165
글자수 :
125,971

작성
19.04.10 22:10
조회
306
추천
7
글자
11쪽

014. 수습(1)

DUMMY

꿈을 꿨다.

가난하지만 행복했고 힘들지만 즐거웠던 지난날의 기억.

그것은 내가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이었던 때의 기억이었다.


학교를 가기 위해 1시간 걸어야하고 포장되지 않은 험한 산길이지만 여동생의 손을 잡고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다녔던 하교길의 기억.


비가 오면 벌어진 나무틈 사이로 물이 떨어져 곳곳에 양동이를 놓아야 했지만 떨어지는 비가 내는 통통 소리에 시원함을 느끼며 누웠던 기억.


항상 나물만 먹으며 투덜되었지만 가끔 먹는 고기에 행복해하며 동생과 서로 경쟁적인 태도로 고기를 집어가던 기억.


.......


하지만 이제 나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들은 꿈이 아닌 그저 과거의 회상일 뿐이었다.


"으흣."


번뜩 정신이 들었다.

진득한 피냄새와 비릿한 쇠맛이 오감을 자극하였다.

그러자 천천히 눈앞에 상황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새하얀 목덜미였다.

부드럽고 때타지 않은 순수한 새하얀색의 목덜미.

나는 그 순백의 설산을 베어물고 붉은 색 상처를 남기고 있었다.


달리 말하자면.....

나는 세르비아의 목덜미를 문 채 피를 빨고 있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세르비아의 목덜미에서 고개를 치웠다.

그 와중에 세르비아의 피는 너무나도 달콤했기에 입가에 흘러내리는 피를 입술로 핥았다.


"아....."


세르비아는 별 말 없이 어깨 밑까지 내려갔던 검은 드레스의 어깨자락을 올려 새하얀 나신을 숨겼다.

무덤덤한 표정은 방금 있었던 일이 별 일 아니라고 말하는 듯 했다.


"정신이 드느냐."


"어..."


"네놈이 벰파이어가 된 이상 어느정도 힘을 쓸 때마다 흡혈 욕구를 느낄거다. 자제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을 쓰면 상관이 없겠다만 능력 밖의 힘을 끌어다 쓸수록 자신을 제어할 수 없게 될거다."


"그럼 방금은...."


"폭주는 막았다. 다만 이 몸의 피로 응급조치를 취해주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거다. 앞으로는 이런 일은 없을 거다."


"어...."


"미리 말해주지 않았기에 이번만 조치를 취해준거다. 애초에 네놈이..."


"그것보다도... 어떻게 되었어?"


"..... 다 해결했다. 3년 전 그때처럼 포탈이 파괴되고 괴수는 모조리 죽었다. 아마 한명도 죽지 않았을거다."


"그럼 이현서는?"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 모양이군. 이현서는 이 몸이 안전한 곳으로 옮겨서 눕혀놓았다. 그 이후로는 이 몸도 모른다. 아마 병원에 이송되서 잘 쉬고 있겠지."


마음이 놓인다.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가 없을 정도의 결과이다.

망설임 끝에 다수를 희생시켰던 3년 전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구나..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도 온통 검게 물들어 있었다.

처음에는 눈을 뜬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인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닌가보다.


"그러고보니 여긴 어디야?"


"여긴 그림자 안이다. 네 놈의 폭주를 막을만한 적당한 장소가 없었다. 급한대로 이면세계의 통로를 빌려 네 놈을 눕혔지."


"얼마나 지난거야..?"


"대략 25시간 정도. 이 몸의 피를 빨았으니 이 정도 걸린거다. 처음부터 능력에도 안되는 힘을 쓰니 원."


".........."


세르비아는 일어서더니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사적으로 손을 잡자 주위의 검은색 풍경이 점차 옅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밤이라 그런지 여전히 어두웠다.


"여긴?"


"부산 어딘가. 해운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다."


세르비아는 왠일로 밖에 나와있는 상태였다.

특유의 고딕드레스 차림 그대로 팔짱을 끼고 서있었다.


"[영체]를 쓸 기력이 없다. 알아서 이 몸을 데리고 서울까지 가라."


"뭐...?"


스마트 워치로 확인한 지금 시간은 새벽 1시 49분.

버스고 지하철이고 다 끊긴 시간이었다.


다행히 지도를 확인하니 부산역까지 걸어서 1시간이면 갈만한 거리였다.

하는 수 없이 세르비아의 손을 잡고 부산역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3월의 새벽바람은 싸늘했지만 그렇다고 느낄 뿐 춥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반팔 티 하나만을 입고있음에도 그랬다.

아마 벰파이어가 되면서 추위에 대해 느끼지 못하는 것이겠지.


"이제는 인간으로 못돌아간다."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세르비아가 말을 꺼냈다.

휙 고개를 돌려 내려다보니 세르비아의 표정은 그대로였다.

아무래도 화가 났을 줄 알았는데..


"네 놈이 그렇게 원하던 이후의 인간의 삶도 이제는 누릴 수 없다. 이 몸이 사라지면 최후의 벰파이어는 네 놈 몫이겠지."


"알아.. 각오했던 일이야."


언젠가 부터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세르비아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을.. 그렇기에 생각보다 담담해 보이는 거겠지.


밤하늘은 전과 같이 어둡게 보였지만 은은하게 빛나던 달이 이제는 붉게 보였다.

마치 커다란 보름달이 피에 물든 모습이었다.


"이제는 달이 붉게 보이네..."


"달은 원래 붉다. 네 놈이 몰라서 그렇지."


코웃음과 함께 세르비아가 말했다.

이제는 나도 당연한듯이 받아들어야겠지.

벰파이어가 된 이상 더 이상 모든게 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5시 10분.

결국 부산역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첫차를 타고 집에 간신히 도착했다.

물론 도착하자마자 등교할 시간이었기에 옷만 갈아입고 나와야 했지만.


-------------------------------------------


「<또 다시 나타난 '적능(赤能)'. 해운대 사태 해결.>


3월 13일 새벽 12시경. 3년 전 일어났던 서울 사태와 마찬가지로 부산 해운대에 포탈과 함께 상급 괴수가 나타났다. 이번에도 역시 예고없이 일어난 '재해'였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실제로 괴수가 해운대에 다다를 때까지 아무런 방해도 없었다. 해변에 올라서서 도시로 달려오는 괴수들을 막을 방도는 없었다. 부산에 상주하는 영웅들도 해운대와는 거리가 제법 멀었고 워낙 새벽에 이루어진 일이기에 대처가 늦어졌다. 다행히 포탈이 부산에서 멀리 떨어진 해상 위에 열렸기에 우선적으로 대피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최상급 영웅의 대부분이 해외에 가있거나 이번 강원도에서 새로 발견된 상급 던전에 들어가 있었기에 최상급 영웅의 도움을 받기 힘든 상황이었다. 급한대로 대기중인 모든 상급 영웅에게 소집을 요구했으나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포탈의 기능이 정지되었기에 대구를 거쳐 돌아가는 식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장기전이 될거라고 예측했다. 부산의 절반까지는 포기하면서 방어선을 구축해야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만큼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구세주가 나타났다. 서울사태와 마찬가지로 어김없이 '적능(赤能)'이 나타나 해운대의 괴수들을 모종의 수로 모조리 지워버리고는 포탈을 파괴해버렸다. 사건 발생 후 1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일어난 일이다.


이번에도 서울 사태와 마찬가지로 영상이 남아있지 않지만 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붉은 창을 이용해 괴수를 학살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적능(赤能)'은 3년 전 서울사태 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최상급영웅의 이명이다. 그가 쓰는 이능의 힘이 온통 붉은 색이기에 '적능(赤能)'이라는 이명이 붙여졌다.


'적능(赤能)'은 서울사태를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상급영웅으로 추대되었지만 지금껏 단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금 등장한 상급 괴수의 포탈에 모습을 드러내 전과 같이 시민을 구해내고 해운대의 포탈을 파괴하였다.


유일하게 상급 괴수를 홀로 상대하고 포탈을 파괴할 수 있는 영웅인 만큼 역대 최강의 영웅으로 평가 받는 그는 3년만에 다시금 나타났다. 그런만큼 이번에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지 향후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이정욱 기자」


- 주인 없는 표창장이 또 나오겠네요. 이번에는 나서서 가져가길..


- 해운대에 있던 사람입니다. 느닷없이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잠에서 깨 가족들을 데리고 대피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사방이 차로 막혀 두려움에 떨고 있었는데 덕분에 살았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 ㄷㄷ 무사히 살아돌아오셔서 다행이네요.


- 이정도 능력이면 제발 나타나서 세상 좀 구원해줬으면 좋겠네여..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맨 처음으로 한 일은 스마트 워치로 기사를 보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후의 기억이 나지 않으니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근데 막상 내 얘기를 기사로 보다보니 괜히 얼굴이 새빨개졌다.

역대 최강의 영웅이니 '적능(赤能)'이니 정말 낯뜨거운 말들 뿐이니....


<이번에도 거하게 한 건 했군.>


<시끄러.....>


어쨌든 기사를 읽어보니 아무런 문제 없이 해결된 모양이다.

별 피해 없었기에 금방 복구되었고 포탈도 없어졌기에 금방 제자리로 돌아왔다.

도착한 상급 영웅들이 도와줬으니 아무래도 금방 해결되었겠지.


재밌는 기사도 있었다.

영웅사관학교의 [검심]이라는 동아리 회원들이 해운대에서 여러 복구 작업 및 수색 작업을 도와줬다는 미담이었다.

이현서가 보고 무슨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지는 내용이다.


이현서는 아무래도 학교에 안 온듯 했다.

어제 일을 생각하면 못 왔다고 하는게 맞겠지.

마나의 이능을 모두 쏟아부을 때까지 싸운만큼 한동안 요양할 듯 하다.


학교는 이래저래 시끄러웠다.

온통 이번 사태에 대한 이야기 뿐이었다.

아무래도 3년만에 등장한 상급괴수인 만큼 한동안 시끄러워 질듯 했다.


"야야. 부산사태 봤냐? 3년만에 등장한 상급괴수 사태."


"알아. 당연히 봤지. '적능(赤能)'이 해결하고 또 포탈도 없앴던데. 근데 진짜 상급포탈 없애는건 전세계에서 '적능(赤能)'만 가능한거 아니냐?."


"이쯤되면 '적능(赤能)'은 진짜 신이 아닐까? 모습을 안 드러내는 것도 그렇고 규격외의 힘도 그렇고... 그럴듯 하지 않냐?"


제일 많은 이야기는 아마 '적능(赤能)'인 듯 했다.

그가 누구이며 어떤 힘을 쓰며 어떻게 포탈을 부쉈는지.

구석에 있는 내가 계속해서 들을 정도라면 전부 이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그들은 당연히 본인이 여기에 있는지 모르고 하는 말이겠지만 '적능(赤能)'을 신처럼 추앙하는 듯한 말을 들으면 얼굴이 화끈해진다.


아무래도 잠을 자지는 못하지만 자는 척이라도 해야겠다...

그렇게 나는 책상에 엎드려 수업이 시작할때까지 귀를 막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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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5. 윤선호(2) 19.04.25 205 3 10쪽
24 024. 윤선호(1) +1 19.04.23 223 6 10쪽
23 023. 체육대회(5) +3 19.04.22 223 5 10쪽
22 022. 체육대회(4) 19.04.21 219 5 10쪽
21 021. 체육대회(3) +2 19.04.19 222 3 10쪽
20 020. 체육대회(2) 19.04.18 227 5 10쪽
19 019. 체육대회(1) +1 19.04.17 274 6 11쪽
18 018. 수습(5) - 1부 完 +2 19.04.14 271 6 10쪽
17 017. 수습(4) +3 19.04.13 274 3 10쪽
16 016. 수습(3) +1 19.04.12 277 3 11쪽
15 015. 수습(2) 19.04.11 293 5 11쪽
» 014. 수습(1) 19.04.10 307 7 11쪽
13 013. 부산 사태(5) +1 19.04.09 303 7 11쪽
12 012. 부산 사태(4) 19.04.09 337 7 11쪽
11 011. 부산 사태(3) +1 19.04.08 330 7 10쪽
10 010. 부산 사태(2) +1 19.04.07 356 8 10쪽
9 009. 부산 사태(1) +1 19.04.06 369 6 11쪽
8 008. 동아리(2) 19.04.05 379 9 11쪽
7 007. 동아리(1) +1 19.04.04 368 9 11쪽
6 006. 실기시험(2) +1 19.04.03 397 8 11쪽
5 005. 실기시험(1) +1 19.04.02 468 7 12쪽
4 004. 서포터(2) +2 19.04.01 551 9 12쪽
3 003. 서포터(1) 19.04.01 616 7 11쪽
2 002. 시작 19.04.01 812 9 11쪽
1 001. Prologue +3 19.04.01 1,057 7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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