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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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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Healwind
작품등록일 :
2019.04.01 15:08
최근연재일 :
2019.04.28 05:48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9,811
추천수 :
165
글자수 :
125,971

작성
19.04.0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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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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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10. 부산 사태(2)

DUMMY

인류가 다시금 도시를 탈환한 뒤 가장 먼저 해야했던 일은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일이었다.

능력자와 비능력자 모두 괴수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필요했다.


우선 서울을 중심으로 능력자들이 모여 방비를 서며 도시를 지켜내고자 했다.

하지만 능력자가 아무리 많아도 무작위로 생성되는 '포탈'에서 쏟아져나오는 괴수는 어떻게 할 노릇이 없었다.

시간대도 가리지 않고 생성되는 포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능력자들은 새로운 대안을 모색했다.


그 때 현대에서 새롭게 탄생한 마공학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마나 방벽이다.

무작위로 생성되지만 '포탈'은 분명히 어떠한 규칙을 가지며 생성되었다.

포탈은 그 일대의 마나를 모조리 증발시켜버리며 생성되기에 포탈이 생성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나가 응축된 곳이여야 했다.


다시 말해, 도시 내에 마나가 응축된 곳이 없다면 포탈이 생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돔 모양의 투명한 마나 방벽은 괴수의 습격으로 부터 지켜주는 것이 아닌 마나를 고르게 순환시켜 응축된 곳이 없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설치되자 도시 내에 포탈이 형성되는 일은 없었고 사람들은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마나 방벽이 최초로 설치된 곳이 총 7곳.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대구, 강릉, 제천.

이 도시들을 거점으로 근처의 괴수들을 소탕하고 영역을 넓혀 지금의 거의 모든 지역을 수복하고 마나 방벽을 설치한 상태이다.


하지만 마나 방벽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다시금 도시에도 포탈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마나 방벽이 지어지고 나서 지금까지는 총 9차례 도시에 포탈이 생겼는데 하나같이 상급괴수가 출현하는 포탈이었다.


그 포탈은 현대 마공학 수준에서 해석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결국 이 포탈들은 규격 외의 것으로 규정짓고 '최상격 영웅'이라는 새로운 격(格)의 영웅을 도입해 상급괴수와 싸우게 하였다.

상급 괴수는 자연재해와 비슷한 것으로 취급하기로 한 것이다.


결국 현재 부산 해운대에 괴수가 출몰했다는 것은 상급괴수가 출몰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이현서와 나는 서둘러 펜션 안으로 들어갔다.

사이렌 소리가 워낙 시끄러웠는지 모두들 잠에서 깬 상태였다.

물론 하나같이 정신이 확 깬 모습이었다.


"이게 무슨일이야..."


하나같이 공황상태에 빠진듯한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부산에 놀러와서 신나게 놀고 잤는데 2시간만에 상급괴수가 나오는 포탈이 생겼다는 사이렌이 울린 것이다.


모두들 우왕자왕하는 그 때 이현서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그 전에 어떤 여자애가 선수를 쳤다.


"도.. 도망가죠."


2학년 여자아이가 말을 꺼냈다.

그 말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어... 어차피 저희는 무기도 없이 왔잖아요... 게다가 상급괴수라니... 도.. 도망가는 편이 좋을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도망 가는게 맞는 판단이겠죠..?"


금새 여론이 형성되었다.

당연하게도 '도망가자' 였다.

저마다 각자 도망가야 한다며 중얼거리더니 순식간에 말을 맞추어버렸다.

나는 그런 광경을 보며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콰앙.


순간 괴수가 여기까지 도달한 줄 알았다.

엄청난 굉음이 벽을 타고 울려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음을 일으킨 당사자는 괴수가 아닌 인간.

그것도 분기에 찬 표정을 짓고 있는 이현서였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침묵. 순식간에 떠들던 말소리가 종적을 감추었다.

하나같이 이현서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을 구하고 괴수와 맞서 싸우기 위해서 영웅이 되고자 한거 아닌가요? 도망친다고요? 이런 모습을 보고 어느 누가 영웅일 거라고 생각하나요?"


이현서는 빨랫대로 다가가 부숴버리더니 그 중에서 가장 긴 봉을 들어 높이 올렸다.

그러자 봉에 푸른색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무기가 없다고요? 마나의 이능을 쓸 줄 모릅니까? 여기 있는 모두가 능력자인데 도망가겠다고요?"


"우리는 너 처럼 초인이 아니다."


뒤에서 잠자코 있던 동아리 회장이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냉정하고 침착한 얼굴로 이현서를 맞대고 섰다.


"우리는 너 처럼 [검성]의 재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며 아무 작대기나 꺼내 들고 싸울 만큼의 이능을 지닌 것도 아니다. 그것은 멍청한 판단이며 개죽음일 뿐이다. 차라리 도망쳐서 힘을 온전히 보전한 뒤 무기를 들고 와 싸우는게..."


"그때까지 죽어가는 사람은요?"


"..................."


"곧 몰려올 괴수들이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텐데. 그때까지 죽어가는 사람은요? 대답하세요."


"어쩔 수 없다. 희생은 불가피한...."


쾅.


이현서가 집어던진 다른 하나의 봉이 나무문을 통채로 박살냈다.

그 문을 향해 걸어가는 이현서를 피해 모두가 좌우로 서자 모세의 기적마냥 일자로 길이 열렸다.

이현서는 그런 동아리원들을 보고 코웃음 치며 지나갔다.


타타타탁.


달려나가는 소리였다. 아마 이곳에서 나가자마자 해운대를 향해 뛰어가는 거겠지.

하지만 그녀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여기 남아있는 모두는 각자 짐을 챙겨 나가는 분위기였다.


순간 나는 무언가 뱃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검은색 꿀렁거리는 무언가가 식도를 타고 입안까지 들이닥쳤다.

결코 뱉지 않고서는 해결하지 못할 종류의 것이었기에 입을 열어 모든 것을 토해냈다.


"병신들."


그것은 환멸이었다.

입으로만 싸울 줄 알며 정작 현실이 되어 나타났을 때는 고작 한다는 말이 도망치자는 말뿐인 겁쟁이들에게 나는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 뭐라고?"


어떤 2학년 남자애였다.

나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는 것에 대해 당혹감보다는 분노가 더 느껴졌다.

그것은 나를 아주 밑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만약 정말로 밑이었다고 해도 이딴 선택은 안했을거다.


"여기 있는 모두가 병신들이라고 했다."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이번엔 나에게로 쏠렸다.

젠장. 이럴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하지만 이미 시작한 것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희생? 시민들이 괴수에게 학살당하는 것은 불가피한 희생이고 니들이 나가서 뒤지는건 멍청한 개죽음이라는 거냐?"


사실 동아리 회장의 말도 이 모든 사람들의 행동도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갔다.

여기서 싸우다 개죽음 당할 바에는 무기를 챙겨 다른 영웅들의 지휘 하에 싸우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힘이 있으면서, 싸울 능력이 되면서도 이딴 의견을 낸다는 것에 대해 마음속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지 죽는건 두려워하면서 다른 사람의 죽음을 외면한다는 건 자위질이야. 이 개새끼들아."


저.저 거리면서 금붕어마냥 입만 뻐끔하는 애를 뒤로하고 이현서가 부숴놓은 문 사이로 빠져나왔다.

당연하게도 아무도 나를 붙잡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따라오는 사람이 있는지 뒤를 돌아봤지만 역시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번 깊은 환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돌아가."


의외로 맑은 하늘에는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었다.

새하얗게 빛나는 달빛이 아까보다는 조금더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 광대한 하늘 밑 해운대 해변에는 오직 이현서만이 푸르게 빛나는 봉과 함께 서있었다.


나도 조금씩 해변으로 다가갔다.

수평선 위에는 벌써부터 촘촘한 괴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개죽음일 뿐이야."


확실히 지금의 나로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녀가 힘을 쓰는데 제약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상급영웅들이 올때까지 버티는 정도라면 도움이 될거다.


나는 이현서에게 다가가 검을 하나 건네주었다.

그림자 속에 가져온 무기였다.

새까만 도신위에 금박이 수놓아진 일본도(刀)였다.


"어디서 이런 검을.."


그녀는 순순히 검을 받아들었다.

12세기 세계 최고의 금속공학자였던 마사무네의 검 중 하나이다.

그녀의 검술이 일본 유파에서 유래된 이상 그녀라면 충분히 이 검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을것이다.


아쉽게도 내가 쓸 검은 없었다.

하지만 작금의 상태로서는 이현서가 검을 쥐는게 더 나을 것 같아 양보했다.

물론 지금은 장비의 힘을 빌리더라도 힘들 정도로 암울한 상황이었다.


"폐는 안끼칠게"


"................"


이현서는 대답 대신 내가 들고 있는 검집에 날을 붙이쳤다.

캉하는 맑은 금속음이 고요한듯 수산스러운 밤바다에 울려퍼졌다.

그녀의 마음이 검의 진동을 타고 울려와 나에게 전해졌다.


그녀의 말대로 이 뒤에는 수많은 사람이 사는 도시뿐이다.

아무리 대피했다고는 하나 수많은 재산피해는 무시할 수 없다.

거기다 시간이 새벽임을 감안했을 때 인명피해가 없을 수가 없다.


억제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괴수들이 대피소까지 밀고 들어가는 것도 시간문제이다.

이미 많은 사례들이 이를 보여주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를 생각했을 때 사태가 수습될때까지 부산이라는 도시의 반이 날아가 버릴 수도 있는 노릇이다.


희생양. 그녀가 말하는 개죽음이 이런 것일거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주는 역할.

그런 역할을 자처한 그녀의 심정은 어떨 것인가...


저 멀리 몰려오는 괴수들을 향해 그녀는 한발자국식 앞으로 걸어나갔다.

싸울 때보다도 다가올 시간을 기다리는 지금이 어느때보다 괴로운 시간일 것이다.


그럼에도 초연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그녀의 뒤에 수많은 군세가 함께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녀의 이명을 누가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이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여제(女帝). 모든 영웅을 대표하는 듯한 모습으로 그녀의 행보가 이어졌다.


불가능한 싸움임을 알지만 맞서싸우는 계백과도 같이 그녀의 혼은 투지로 불타고 있었다.

나 또한 저도모르게 그녀의 뒤를 따라 나서고 있었다.


<.........................................>


그렇게 10번째 '재해'가 시작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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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26. 윤선호(3) +1 19.04.26 241 3 10쪽
25 025. 윤선호(2) 19.04.25 205 3 10쪽
24 024. 윤선호(1) +1 19.04.23 223 6 10쪽
23 023. 체육대회(5) +3 19.04.22 223 5 10쪽
22 022. 체육대회(4) 19.04.21 219 5 10쪽
21 021. 체육대회(3) +2 19.04.19 223 3 10쪽
20 020. 체육대회(2) 19.04.18 227 5 10쪽
19 019. 체육대회(1) +1 19.04.17 274 6 11쪽
18 018. 수습(5) - 1부 完 +2 19.04.14 271 6 10쪽
17 017. 수습(4) +3 19.04.13 274 3 10쪽
16 016. 수습(3) +1 19.04.12 277 3 11쪽
15 015. 수습(2) 19.04.11 293 5 11쪽
14 014. 수습(1) 19.04.10 307 7 11쪽
13 013. 부산 사태(5) +1 19.04.09 303 7 11쪽
12 012. 부산 사태(4) 19.04.09 337 7 11쪽
11 011. 부산 사태(3) +1 19.04.08 330 7 10쪽
» 010. 부산 사태(2) +1 19.04.07 357 8 10쪽
9 009. 부산 사태(1) +1 19.04.06 369 6 11쪽
8 008. 동아리(2) 19.04.05 380 9 11쪽
7 007. 동아리(1) +1 19.04.04 368 9 11쪽
6 006. 실기시험(2) +1 19.04.03 397 8 11쪽
5 005. 실기시험(1) +1 19.04.02 468 7 12쪽
4 004. 서포터(2) +2 19.04.01 551 9 12쪽
3 003. 서포터(1) 19.04.01 617 7 11쪽
2 002. 시작 19.04.01 812 9 11쪽
1 001. Prologue +3 19.04.01 1,057 7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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