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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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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작품등록일 :
2019.04.01 15:08
최근연재일 :
2019.04.28 05:48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9,824
추천수 :
165
글자수 :
125,971

작성
19.04.08 02:56
조회
330
추천
7
글자
10쪽

011. 부산 사태(3)

DUMMY

키에엑


조잡한 나무 곤봉을 들고 휘두르는 고블린은 곤봉채로 베어버린다.


취익 취익


사나온 콧김을 내뱉으며 세이버를 내려찍는 오크의 일격을 유연하게 피한 뒤 푸르게 타오르는 검이 뱃가죽을 궤뚫는다.


쿠워어


육중한 몸을 내던지는 오우거는 몸을 슬쩍 돌려 피한 뒤 그 튼튼한 가죽을 시퍼런 검기로 동강낸다.


압도(壓倒).

이현서는 선명한 푸른색 기운이 맴도는 검 하나로 전장을 혼자서 압도하고 있었다.


나는 그저 그녀가 마음 편히 싸울 수 있게 방해하려는 괴수들을 멈춰세웠다.

괴수는 끊임없이 달려들었지만 그녀의 검신은 오히려 더욱 더 불타올랐다.

지치치 않고 베어버리는 검귀(劍鬼)같은 모습에 오히려 괴수들이 주춤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마 그녀도 곧 한계가 찾아올 것이 분명했다.

그녀가 상대하는 괴수들이 중급괴수임을 감안하면 이들을 베어내기 위해 상당한 마나를 투자하고 있을 것이다.

투지만 불타오를 뿐 육체적 한계는 머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주춤거리던 괴수들이 일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시간이 갑작스레 정지한듯한 느낌이었지만 어떠한 괴수가 쿵쾅거리며 다가오자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트롤..."


잘 알려진 중상급괴수 중 하나로 다른 별명으로는 중급영웅킬러라고도 한다.

중상급괴수치고는 꽤나 자주 나오는 편이지만 그 힘은 여타 중상급괴수와 다를바 없다.

안전하게 트롤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중급영웅 3명이상은 있어야 할 것이다.


우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


트롤의 샤우팅에 이현서가 잠시 기에 눌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잠시였을 뿐 다시금 눈빛을 고쳐지었다.

죽음을 불사한 눈빛.

그녀의 검신이 전보다 더 푸르게 빛났다.


쿵쾅대며 달려오는 트롤은 2m가 넘는 거구의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민첩함을 보여주었다.

반응하기 힘들 정도의 빠르기에 나는 일단 염력을 이용해 트롤을 멈춰세웠다.


이현서는 트롤의 뱃가죽을 벨 기세로 반원을 그렸지만 질긴 트롤 가죽에 약간의 상처만 남긴 채 무위로 돌아갔다.

오히려 상처에 화만 돋운듯 트롤은 몸을 다시 움직여 주먹을 크게 내리꽂았다.


후웅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트롤의 주먹이 허공을 지나갔다.

가까스로 몸을 빼낸 이현서의 검신은 아직 푸른색 검기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검은색 그림자가 드리운 상태였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의 혼신의 일격이 잔상처밖에 주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모든 마나를 쏟아부을 수 있겠어? 무조건 멈춰세울게."


나의 말에 죽어가던 이현서의 눈빛에 다시금 투지가 불타올랐다.

그녀 정도의 이능수치라면 충분히 베어넘길 수 있기에 한 말이다.


우워어


더욱 더 흉포해저 달려오는 트롤을 향해 붉은 기를 쏘아보냈다.

염력은 내 피를 먹어치우고는 그 대가만큼 강력한 기를 쏘아보냈다.

트롤은 또다시 영문도 모른채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


"후우"


찰나의 2초.

이현서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쏟아냈다.

전의 염력을 풀어냈을 때만큼 강력하고 순결한 마나의 검신이 트롤의 목을 노리며 휘둘러졌다.


일섬(一閃).

마나의 광채가 반짝 타오르더니 주변의 시야를 하얗게 만들고는 강력한 마나파동을 일으켰다.

마나의 이능에 영향받지 않는 나는 고작 시야를 가리는 것 뿐이었지만 아마 뒤에 있던 괴수들은 꽤나 영향을 받았으리라.


이윽고 다시금 시야가 회복되었을 때에는 목이 잘려 죽은 트롤과 검을 지팡이 삼아 가까스로 서있는 이현서만이 남아있었다.


"허억... 허억..."


정말이지 놀라운 업적이었다.

생도의 몸으로 그것도 혼자서 트롤을 잡아낸 사람은 전무후무 이현서가 유일할 것이다.


하지만 트롤을 잡아냈다고 사태가 종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두마리의 트롤이 걸어나오는 것이 이 상황이 너무나도 절망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아.."


저벅저벅 다가오는 트롤들을 보며 이현서는 탄식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아직 트롤을 상대할 때의 그 눈빛이었다.


"도망가"


"뭐?"


"그 능력이면 도망갈 수 있을거 아니야. 개죽음 당하지 말고 도망가라고."


"................"


이현서는 다가오는 트롤에게 먼저 다가가 검을 맞대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용케도 날린 일격이었다.


"얼른!"


퍼억.

이현서는 트롤의 무지막지한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저 멀리 날아가 내동댕이쳐졌다.

그녀는 신음소리만 낼뿐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여기까지가 그녀의 한계였다.


나는 다시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별다를 거 없는 하늘이 펼쳐졌다.

당연히 상급 영웅의 도움도, 지원도 보이지 않았다.


트롤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이제는 결단을 내릴 때였다.



나는 나의 모든 피의 이능을 끌어올렸다.


<....죽고 싶은게냐?>


세르비아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끌어올렸다.

극한까지.. 모든 이능을 끌어올려야 했다.


<.... 굳이 그러지 않고 도망갈 수 있다.>


대기중의 마나와는 달리 피는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그것이 진조의 피라면 더욱 더 그렇다.


<................>


하지만 진조의 피는 다 끌어올린지 오래였고 이제는 순수한 나의 피가 올라오고 있었다.


<네놈은 이 선택을 반드시 후회할거다...>


세르비아의, 오랜만에 분노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신경써서는 안된다. 조금 더.. 조금 더...


<영겁의 고통 속에서 이 몸과 같은 실수를 반복할 거다. 무조건... 무조건 말이다....>


세르비아의 절규와도 같은 말이 이어졌다.

이윽고 빠져나가던 피가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부글부글. 피가 말 그대로 끓어오르는 느낌이다.

온몸이 산화될듯이 불타오르는 느낌은 불에 타죽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을 정도로 아팠지만 비명을 지를 새조차 없었다.


인간은 아니었지만 인간으로 살 수 있을거라고 믿었다.

언젠간 다시금 세상을 마주했을 때 자연스레 그곳에 녹아들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찰나의 시간, 영겁과도 같은 아픔속에서 헤어나오자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주한 세상은 지독히도 붉은 풍경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제는 온통 붉게 보이는 하늘이 나를 반겨주는 듯 했다.


어느 누구도 내 모습을 보아서는 안된다.

어느 누구에게도 이러한 모습을 들켜서는 안된다.

이러한 염원을 담아 세계에 쏘아보냈다.


그러자 나를 중심으로 반구의 붉은 막이 퍼져나갔다.

붉은 막은 괴수를 뒤덮고 바다를 뒤덮고 하늘을 뒤덮었다.


그렇게 세상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


"연락이 되는 최상급 영웅은?"


"전부 상급 던전에 차출되거나 해외에 파견을 간 상태입니다. 급한대로 대기중인 모든 상급 영웅에게 비상소집 명령을 내렸습니다."


"포탈은 역시 가동이 안되고?"


"네... 의심할 여지 없이 부산에 14번째 상급 괴수가 나타났습니다. 현재 각종 이동 수단을 동원해 해운대로 향하고 있습니다만 앞으로도 30분은 무방비 상태가 될 것 같습니다."


"후우... 하필이면 해운대라니. 너무 멀잖아."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길드 <구원>의 모든 영웅들이 해운대로 향하고 있습니다. 30분의 시간만 버텨낸다면 이후의 피해는 최소화 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래... 그건 그나마 다행이군.."


상급 괴수. 다른 말로 재해라고도 하는 그것은 왠만한 영웅들로 상대해 낼 수 없다.

이능 수치가 10000을 넘어가는 상급 영웅이나 최상급 영웅들이 상대하지 않는 한 애꿎은 영웅들의 목숨만 죽어나갈 것이다.


당연하게도 <구원>의 모든 영웅들이 상급 영웅일 리는 없다.

다만 길드 <구원>은 그 이름만큼 숭고한 가치를 지니고 사람을 구하고자 하기 때문에 죽음을 불사하고 해운대로 향하는 것이다.


"어? 소장님. 이걸 보십쇼."


"뭔데?"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해운대의 상황이 소장의 눈에 들어왔다. 드론이 공중에서 찍어서 송신하는 영상이었다.


실시간 영상에서는 해운대의 한편에서 괴수들이 누군가를 에워싸고 있었다.

화질이 좋지 않아 확연히 알 수는 없었지만 어떤 사람이 괴수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영웅인가?"


"부산에 상주하는 영웅인 것 같습니다. 괴수들의 이목이 집중된 것을 보면 상당히 강한 영웅인 것 같습니다. 근처에 상급 괴수가 있다는 뜻일까요.."


화면 속 영웅은 괴수를 무참히 썰어넘겼지만 가망이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다수의 트롤들이 그들에게로 다가가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 제기랄. 애꿎은 영웅들이 또 죽겠군. 도시로 들어간 괴수들에 대한 영상은 없나?"


"아직 도시 내에 많이 침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드론을 도시 내부로 돌리겠습니다."


"그래.. 어쨌든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서 빨리 보내줘야 돼."


소장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더이상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도 밖에 없었기에 초조하고 또 화가 났다.

하필이면 최상급 영웅과 상급 영웅 대부분이 강원도에서 새로 발견된 상급던전에 들어간 상황이라 일이 더 크게 번질 수 밖에 없었다.


"그때처럼 거짓말 같이 구원자가 나타나줬으면..."


3년 전 서울 사태를 그나마 진압해준 그 사람.

그 사람이 절실히도 필요했다.

필요하다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 정도로 간절히 바랐다.

그만큼 여러 악재가 겹쳐 상황이 어느때보다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악마의 도움까지는 필요하지 않았다.


팟. 갑작스레 모든 드론에서 송출되는 영상이 붉게 물들었다.

예전이었다면 드론의 오작동 또는 괴수의 방해를 의심했겠지만 소장은 단번에 알아챘다.


"..... 적능(赤能)."


그것은 3년 전 서울 사태를 해결했던 영웅이자 구원자의 등장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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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27. 해결(1) +1 19.04.28 208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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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5. 윤선호(2) 19.04.25 206 3 10쪽
24 024. 윤선호(1) +1 19.04.23 223 6 10쪽
23 023. 체육대회(5) +3 19.04.22 223 5 10쪽
22 022. 체육대회(4) 19.04.21 220 5 10쪽
21 021. 체육대회(3) +2 19.04.19 223 3 10쪽
20 020. 체육대회(2) 19.04.18 228 5 10쪽
19 019. 체육대회(1) +1 19.04.17 274 6 11쪽
18 018. 수습(5) - 1부 完 +2 19.04.14 272 6 10쪽
17 017. 수습(4) +3 19.04.13 275 3 10쪽
16 016. 수습(3) +1 19.04.12 278 3 11쪽
15 015. 수습(2) 19.04.11 293 5 11쪽
14 014. 수습(1) 19.04.10 307 7 11쪽
13 013. 부산 사태(5) +1 19.04.09 303 7 11쪽
12 012. 부산 사태(4) 19.04.09 337 7 11쪽
» 011. 부산 사태(3) +1 19.04.08 331 7 10쪽
10 010. 부산 사태(2) +1 19.04.07 357 8 10쪽
9 009. 부산 사태(1) +1 19.04.06 370 6 11쪽
8 008. 동아리(2) 19.04.05 380 9 11쪽
7 007. 동아리(1) +1 19.04.04 369 9 11쪽
6 006. 실기시험(2) +1 19.04.03 397 8 11쪽
5 005. 실기시험(1) +1 19.04.02 469 7 12쪽
4 004. 서포터(2) +2 19.04.01 551 9 12쪽
3 003. 서포터(1) 19.04.01 617 7 11쪽
2 002. 시작 19.04.01 813 9 11쪽
1 001. Prologue +3 19.04.01 1,058 7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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