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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님의 서재입니다.

서포터로 랭킹 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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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작품등록일 :
2019.04.01 15:08
최근연재일 :
2019.04.28 05:48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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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3
추천수 :
165
글자수 :
125,971

작성
19.04.1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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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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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5. 수습(2)

DUMMY

김제열 교수의 호출을 받았다.

[열람]의 능력이 실패한 이후로 언젠가 한번은 부를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부를 줄은 몰랐다.

덕분에 대략적인 변명도 생각하지 못한 채 가는 수 밖에 없었다.


부산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지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부르다니.

물론 나에게 해운대에 대한 일을 물어보려고 부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니 그럴리가 있겠나. 애초에 그 교수님을 본 게 거기서 처음이었는데.


똑똑


"들어오게."


문을 열자 이전에 봤던 차림 단정한 정장 차림 그대로 자리에 앉아있었다.

깍지 낀 손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나를 쳐다보는게 궁금한 게 많은 듯 보였다.


"해운대에서 큰 일이 벌어졌던데 별 일은 없었고?"


"아.. 네. 사태가 금방 종결되어 별 일 없었습니다."


"해운대 근처였으면 그 붉은 막도 봤겠군."


"네. 뭐.. 그렇죠."


막 안에 있었습니다만. 아니 막을 만든 사람이 나지.


"살면서 보기 힘든 광경을 봤겠어. 이후에 [검심]의 회원들이 부산의 복구 작업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들었네. 지도교수로서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


"네에...."


"뭐 그 사건이야 기적적으로 잘 해결되었으니 제쳐두고서.."


톡톡. 책상을 두들기는 무기질적인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위로 보이는 김제열 교수의 의미심장한 표정이 다음에 할 말을 짐작하게끔 했다.


"자네 혹시 서울 포탈 통관소에서의 일을 기억하나?"


"...................."


어떻게 하지? 기억 안난다고 잡아 뗄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틀이 채 지나지 않긴 했다.

아무래도 작정을 하고 물어보시는 듯 한데...


"그때 내가 권능 [열람]을 잠깐 썼었거든. 아 오해하지 말게. 원래 학생들에게 가끔 권능을 쓰곤 하네. 학생들의 수준이나 성취 정도를 관찰하기 위한 자료로서 수집할 뿐 다른 의도는 없다네. 자네는 우연히 걸린 것 뿐이야."


거짓말이다.

굳이 그런 자리까지 찾아와서 많고 많은 사람 중 나에게 권능을 사용한게 우연일리가 없다.

아무래도 실기평가 때 썼던 힘이 문제가 된 것 같은데.


"당연한 얘기지만 내가 학생에게 권능을 시도해서 실패한 적은 없다네. 알다시피 이능 수치가 나보다 높은 생도가 있을 수 없기에 그런 거겠지. 그건 자네도 잘 이해할걸세."


그야 마나의 이능을 사용한다면 그러겠지.

하지만 이는 나에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실패했다네. 그것도 이능 수치가 0이라고 적혀있는 생도에게. 아 물론 권능을 사용한다면 이능 수치가 0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일반인과 차이가 나지 않을만큼 적다는 얘기 아닌가."


"....................."


"그래서 물어보고 싶었네. 생도 이재혁.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정적(靜寂).

결국 끝까지 좋은 핑계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럴듯한 다른 얘기도 해줄만한게 없다.

하지만 이대로 피의 이능이 들키는 것은 곤란하다.


세르비아는 잠자코 있지만 일이 커지면 아무래도 모종의 조치를 취할게 뻔하다.

물론 나는 이를 막을 수 없다.

그니까 그 전에 일을 빨리 덮어야 하는데.


"말해주기 싫은건가? 그럼 질문을 다르게 해보지."


1분여간의 고요한 정적을 뚫고 김제열 교수가 말을 꺼냈다.

서글서글하게 웃고 있던 얼굴이 어느샌가 진지하고 진중한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낮고 중후한 목소리로 천천히 단어들을 골라가며 나에게 말했다.


"자네는 혹시 재능... 마나의 이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는건가?"


"..........네?"


뭐라고요?


"예전부터 항상 고민해 왔지. 수많은 재능. 체내의 마나를 이끌어내 주위의 마나와 소통하고 그에 따라 수많은 능력을 이끌어내는 재능 중에 어째서 단 하나도 마나의 이능을 '무력화' 시키는 재능이 없을까.. 마나를 쓸 수 있는 체질이 있다면 반대로 마나 자체를 거부하는 체질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거 아닌가."


잠깐동안 뇌의 정지가 온 듯 했다.

그니까... 내가 마나의 이능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사례는 없지만 항상 존재할거라고 믿어 왔지. 단지 마나의 이능을 무력화시킨다는 특성상 논란이 될 수 있기에 밝히지 않을 뿐. 어떤가. 내 말이 맞는건가?"


이건... 기회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나는 이미 말을 내뱉고 있었다.


"숨길...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교수님의 말대로 일면(一面) 논란이 될 수 있는 재능이기에 딱히 드러내지 않았을 뿐입니다."


"내 말이 정녕 맞다고?"


"그렇습니다. 재능... "


근데 그럴듯한 재능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비마나? 무력? 이런 것을 생각해봤어야 알지.

적당한 이름을 붙여야 하는데...


<[역천(逆天)]>


"[역천(逆天)]은 저에게 행사되는 모든 마나의 이능을 무위로 돌려줍니다. 이는 규격 외의 힘인 권능도 마나의 이능을 사용하는 이상 그렇습니다. 교수님이 사용하신 [열람] 처럼 말이죠."


급한대로 세르비아가 말해준 대로 둘러댔다.

역천? 생각도 해본 적 없는 이름이다. 애초에 뜻이 뭐지?


<역천이 뭐야.>


<그런게 있다. 이정도 떡밥을 던져줬으면 알아서 주워먹느라 정신 없을거다. 혼자 망상에 빠져서 그런대로 잘 해결해 줬군>


<......>


"그래서 이능수치가 0으로 표기되는 것이겠군. 이능 수치를 재는 방식 자체를 거부해 버릴테니."


"아.. 뭐 그런거죠."


"그럼 자네 권능의 행사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거지? 자네는 [염력(念力)]이라는 권능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 그건... 그니까. 체내의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공기 중의 마나만을 이용해 행사합니다. 체내의 마나를 매개해 주위의 마나를 끌어 쓰는 방식이 아닌 저만의 방식으로 주위의 마나를 끌어 쓸 수 있습니다. 뭐랄까. 마나에 직접 명령을 내린다고 할까요.."


에라 모르겠다.

이론 시간에 배웠던 내용에 별 말도 안되는 얘기를 다 섞었다.

도대체 마나에 어떻게 명령을 내리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그런거 해본적 없습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그..렇습니다."


"정말 흥미롭군. 혹시 이에 대해 아는 사람은 나 혼자뿐인가?"


"네에.."


이런 얘기를 지어낸게 지금인데 당연하죠..


"세상에 밝히기에는 아직 이른 내용인 것 같기도 하군. 아무래도 마나의 이능을 배척하는 재능의 주적(主敵)은 영웅들일테니.."


"그..렇죠?"


이제는 굳이 내가 말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말을 만들어주신다.

어차피 랭킹을 올리기 위해선 능력을 써야했는데 적절한 핑곗거리를 만들어주시다니..


"재능은 지금껏 해온것 처럼 숨기는 게 나을거 같군. 대신... 주기적으로 나와 면담을 통해 이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은 어떤가? 아무래도 그 재능에 대한 연구는 필요할 듯 한데."


연구? 이에 대해 거절할 명분이 딱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괜히 내가 뱀파이어라는게 들키면 곤란해 질텐데..


<상관없다. 네놈이 뱀파이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는 인간은 단언컨대 전세계에 단 한명도 없다. 차라리 이런 착각을 기정사실화 시키는 게 나을거 같군.>


"음.. 상관없습니다만 두가지 조건만 약속해 주십시오."


"조건?"


가는게 있으면 오는게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리고 나의 경우 절실히 필요한게 있었다.


"실기평가의 만점이랑.. 랭킹 포인트입니다. 지금까지 정당하게 받지 못한 평가에 대한 보상의 일환으로 받았으면 합니다."


"전자는 그렇다 쳐도 랭킹 포인트?"


의아하다는 듯한 얼굴로 날 쳐다보았지만 나는 더욱 뻔뻔한 얼굴로 받아쳤다.

랭킹포인트 하나하나가 간절한 사람이다.

이번 기회에 얻을 수 있다면 얻는게 좋지 않겠는가...


"형평성에 어긋나는 문제일수도 있지만.. 1학년 때 손해를 본 만큼 보상받는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군. 알겠네. 가능한 범위까지 최대한 힘써주지."


"감사합니다. 그러면 호출하실 때마다 뵙도록 하겠습니다."


꾸벅. 인사와 함께 학장실을 나왔다.

아무래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라는 말이 이런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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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천(逆天)]이라.. 하늘을 거스른다는 뜻인건가? 이름부터 흥미롭군."


김제열 교수는 오랜만에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학자로서 세상을 뒤흔들만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이에 대한 연구를 독점한다는 것은 흥분감에 겨울 일이다.

게다가 그 사실이 예전부터 본인이 생각해왔던 가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마나의 이능을 거부하는 재능,

체내의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대기 중의 마나를 사용하는 방법.


어느 것하나 빠지지 않고 경악할 만한 내용이다.


전자의 경우 이례없는 재능의 발견이다.

마나의 이능을 거부한다면 아무리 강한 영웅이라 할지라도 이능으로 그를 어찌하는 것은 불가능 할것이다.

잘하면 영웅이나 빌런. 두 진영 모두에서 두려워하며 포섭하려 하는 희대의 영웅이 탄생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후자의 경우는 더욱 말이 안된다.

만약 원리를 알아낼 수만 있다면 개안한 능력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까지 마나로 작동되는 모든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다시말해 전세계 모든 사람이 마나의 혜택을 누리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의미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근데 지금까지 잘 숨겨왔는데.. 어째서 이렇게 쉽게 들킨거지?"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개안한 이래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들키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철저히 숨겼다는 거다.

1학년 때 287등을 기록할 정도라면 작정하고 숨겼다는 것을 의미할 터이다.


갑작스레 염력을 사용한 것이며.

자신의 권능에 쉽게 노출된 것이며.

아무런 거리낌 없이 호출에 승낙한 것이며.

생각을 정리하고 보니 모든 게 이상하다.

아니. 모든게 계획된 것 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랭킹포인트라니.."


랭킹포인트를 원한다는 것은 결국 랭킹을 올리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만약 그가 작정하고 랭킹을 올린다면 왠만한 무대에서 활약할 것이다.

마나의 이능에 내성이라니.. 이능 위주의 생도라면 거의 무적인 셈이다.


이재혁이란 생도를 조사를 했었지만 심경의 변화가 될만한 사건은 작년 11월 그가 학교 측에 의해 2주간 정학을 받은 사건 밖에 없었다.

뭐 영웅 임명식이 상위 10프로로 바뀐 일도 있었지만 별게 아니니 넘어가면.


하지만 어떤 사건이었는지 자세히 기술되어있지는 않다.

단지 [권능의 부적절한 사용]이라는 문장만이 그의 잘못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거.. 사건에 대해 조금 알아봐야겠군."


어찌 되었건 김제열 교수는 연구에 대한 기대감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래도 당분간 밤을 새는 날이 많아질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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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14. 수습(1) 19.04.10 306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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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2. 부산 사태(4) 19.04.09 337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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