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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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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작품등록일 :
2019.04.01 15:08
최근연재일 :
2019.04.28 05:48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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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2
추천수 :
165
글자수 :
125,971

작성
19.04.09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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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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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2. 부산 사태(4)

DUMMY

마나의 힘을 얼마나 행사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이능 수치와 마찬가지로 피의 힘도 얼마나 행사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가 있다.


피의 순수도(純粹度).

피가 얼마나 진조(眞祖)에 가까운 순혈인지에 따라 권능의 격이 달라지고 행사할 수 있는 힘의 차원이 달라진다.


세르비아는 벰파이어의 군주인 진조(眞祖).

당연히 세르비아의 피는 그런 격중 최상이다.


이런 세르비아의 피를 온전히 받아들였다면 나 또한 큰 힘을 제약없이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벰파이어의 피가 섞이는, 다시 말해 벰파이어가 되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인간으로 살고 싶었다.

그렇기에 세르비아와 주인으로서의 계약을 맺었다.

요지는 간단했다.

세르비아의 이능을 빌려 쓰기 위해 나의 피를 매개로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세르비아의 피를 따로 받아 몸 속 어딘가에 따로 저장했다.


벰파이어의 피가 몸 안에 있었기에 피의 이능을 쓸 수 있었고 섞이지 않았기에 인간으로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그저 기만에 불과했다.

잠을 못자고 마나의 이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상 나는 제대로 된 '인간'이라고 할 수 없었다.


3년 전, 서울 사태에서 힘을 쓴 이후 세르비아의 피가 거의 바닥났다.

조금씩 행사할 수 있는 힘도 약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어쩔 수는 없었다.

주인으로서의 계약은 지속적인 힘을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애초에 쉽게 끝날거라 생각했던 일이다.

하지만 내가 영웅사관학교로 향했고 세르비아와 더 함께하게 되었다.


세르비아는.. 벰파이어가 되는 것도 고려해보는 나를 처음부터 말렸다.

주인으로서의 계약이라는 이상한 계약도 세르비아가 막무가내로 체결한 것이다.

세르비아는 내가 벰파이어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이런다고 내가 인간인 것은 아니었다.

힘을 받아들인 그 순간부터 모두 각오했던 일이다.

단지 이제야 이루어진 것 뿐이다.


순혈 진조의 피를 새롭게 가지게 된 나는 더 이상 이능의 힘을 행사하는 데 제약이 없었다.

일례로 나는 해운대와 그 일대를 뒤덮는 거대한 피의 반구를 형성해냈다.


붉은 반구에 뒤덮인 해운대는 모든 것이 붉게 물들었다.

붉게 물든 괴수들은 나를 보며 주춤거렸지만 용감한 트롤들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우워어어어어어


달려드는 트롤을 향해 강력한 염원을 담은 기(氣)가 쏘아져간다.

트롤은 갑자기 온몸을 베베 꼬더니 펑 하고 터져나갔다.

그 뒤로 한 마리의 트롤이 더 달려들었지만 마찬가지의 결과일 뿐이었다.


괴수들은 공포에 질린 듯 나를 에워싸는 것을 포기하고 저마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죽음에서 도망치는 인간처럼 옆의 괴수를 밟고 밀치며 자신의 생존을 위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무형의 기운을 하늘 위로 쏘아보냈다.

하늘에서는 붉은 기운이 뭉쳐져 형체를 만들었다.

위아래가 뾰족한 창의 형태.

오로지 괴수를 학살하기 위한 모습의 붉은 창은 증식을 거쳐 수백개를 형성해냈다.


나의 염원은 간단하다.

이곳의 모든 괴수가 죽어나가길.

직후 하늘에서는 수백개의 붉은 창들이 해운대로 빗발친다.

그것들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도망다니는 괴수들을 궤뚫으며 유린(蹂躪)하였다.


콰과과광


오랜만에 보는 이 광경은 다시봐도 절경이었다.

마치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처럼 세상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이곳 저곳에 쏟아진다.


누군가 비를 하늘의 눈물이라고 표현했던가.

그렇다면 이것은 하늘이 쏟아내는 피눈물이다.

학살당하고 유린당한 인간들을 위한 구원이자 괴수들을 위한 복수의 불꽃.

그것들이 친히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괴수들은 끊임없이 뛰어다니지만 붉은 창들은 일말의 자비 없이 그들의 전신을 꿰뚫었다.

저항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모든 것의 원흉이자 시발점인 포탈을 찾아야 했다.

그것을 부숴야지만 진정한 의미로 모든 것이 끝나기 때문이다.


쓰러져있는 이현서의 옆에 놓인 새까만 검을 집어들고는 동쪽을 향해 움직였다.

쏟아지는 붉은 세우(細雨) 사이로 나는 모래사장을 따라 걸었다.


--------------------------------------------


동쪽 끝, 바다 위에 위치한 포탈이 잘 보이는 모래사장 위에는 기괴한 모습의 괴수가 서 있었다.


오우거의 흉측한 머리를 달고 있으며 그 위에는 산양의 뿔을 붙여놓았다.

몸통은 4족보행하는 동물의 것에 질긴 트롤의 가죽으로 이루어진 듯 하며 꼬리는 리자드맨으로 되어 있다.

등에는 검은색 날개가 달려있는데 드래곤의 것만큼 크지는 않고 대략 박쥐의 것을 닮았다고 할 수 있겠다.

네 개의 다리는 각자 다른 색인 것을 보아 서로 다른 괴수의 것인듯 싶었다.


상급 괴수는 개체가 몇개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각자가 고유한 만큼 이름은 사후에 붙여진다.

하지만 이 상급 괴수만큼은 쉽게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키메라(Chimera).

여러 괴수들의 잡다하게 섞인 듯한 모습의 괴수는 모습만큼이나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나에게 조심스레 접근했다.


수많은 중상급괴수(1~6급)들을 대동한 것으로 보아 2급 상급괴수로 보인다.

아무래도 다른 상급괴수보다는 쉽게 처리할 수 있겠지만..


우선 피로 이루어진 붉은 창을 키메라를 향해 꽂아보았지만 다른 괴수만큼 쉽게 궤뚫리지 않았다.

잔상처만 남길뿐 이럴듯한 효과가 없는 듯 싶어 이내 그만 두었다.


대신 검신을 새빨간 홍염과도 같게 붉게 타오르게 만들었다.

피를 응축시켜 검에 두른 것이었다.


내가 다가가자 키메라는 괴성을 내지르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를 향해 날아든 발톱은 검날로 막아내며 이능의 힘을 끌어올려 무방비 상태의 복부를 걷어찼다.


크에엑.


순간 공중으로 뜬 키메라를 향해 떨어지는 타이밍에 맞춰 검격을 날리려 했으나 키메라의 날개는 장식용이 아니었는지 공중에서 그대로 선회하여 다시금 달려들었다.


나 또한 일격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서 주었다.


쿠구궁.


받아내는 것만으로 주변의 기류가 뒤틀린다. 그 정도로 무지막지한 힘.

하지만 이능의 힘에서 내가 밀리는 일은 없다.

조금씩 검날은 그 단단한 가죽을 파고들었고 키메라는 두 발을 동원하여 막아보려 했으나 결과는 똑같았다.


서걱.


어떤 괴수의 발인지도 모르는 기괴한 발 두짝을 베어내었다.

키메라는 남은 두 발로 뒤로 물러섰지만 이미 승패는 정해졌다.


몸통을 가를 기세로 내지른 일섬.

마나까지 베어버리며 세계를 반(反)하는 일격이 키메라의 몸통을 단숨에 두동강 내었다.

키메라는 끝까지 기괴한 소리를 내며 경련을 하다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키메라의 초록색 피에 물든 검을 휘둘러 피를 털어내고는 키메라가 지키고 서있던 포탈을 바라보았다.


현상계에서 포탈을 부술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다.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포탈이야 마나의 공급을 중단하면 되지만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포탈은 마나의 공급의 원류(原流)조차 알 수 없다.

당연하게도 포탈 주위는 폐쇄되고 그 주위는 괴수가 돌아다니는 필드가 된다.


하지만 세르비아의 힘은 다르다.

마나의 공급의 원류를 알 수 없다면 마나의 맥(脈)자체를 끊어버리면 된다.

오로지 마나를 배척하는 피의 이능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후우.."


심호흡과 함께 피의 이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린다.

이현서가 트롤을 잡기 위해 자신의 힘을 모조리 쏟아부었듯이 나 또한 모든 힘을 끌어올린다.

붉은 검신은 점점 크기를 팽창하더니 그 거대한 포탈과 맞먹을 만한 크기가 되었다.


실핏줄이 터져 붉게 물든 눈을 꿈뻑이고는 거대해진 검신을 위에서부터 있는 힘껏 휘둘렀다.

검날은 포탈의 중간부분부터 닿아 모든 마나를 녹여버리며 낙하했다.


그러자 붉은 광채와 함께 하늘을 둘러싼 붉은 막이 터져나갔다.


------------------------------------------


"사.. 상황 종료입니다. 소장님"


보고를 올린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믿기 힘든 일이었다.

소장은 이미 한번 겪어봤기에 그나마 현실성이 느껴지는 것 뿐이다.


"도시는?"


"해운대 주변은 약간 반파된 곳이 있긴 하지만.. 거의 멀쩡합니다. 그것보다도 인명 피해가 0입니다. 0..."


유례없는 일이다.

지금껏 상급 괴수가 나타나고 인명 피해가 없던 적이 있었는가.

오히려 도시 하나가 괴멸까지 간 적이 태반이다.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적으로 이런일은 최초일 것이다.


"현재는 도착한 영웅들의 지도 하에 도시를 복구 중입니다. 하지만 구석구석 찾아봐도 괴수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신화를 쓰셨군.."


심지어 도시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던 영웅까지 구해냈다.

물론 희생을 선택한 영웅도 대단하지만 지금은 말도 안되는 결과를 이루어낸 '적능(赤能)'을 칭찬해야 할 때일터이다.


"또한 또다시 포탈까지 없어졌다고 합니다. 확실하게 서울 사태때의 그 '적능(赤能)'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모습은 안 드러내고?"


"네.. 그거야 뭐.."


"그래.."


강한 힘. 강한 능력을 가질수록 더 큰 길드에 가길 원하고 더 주목 받기를 원한다.

인간이란 본디 우월감에서 삶의 충족을 얻는 동물이기에 위로 올라서길 원한다.


자신의 최대한의 힘을 숨기려는 영웅은 많지만 힘을 드러내고 모습을 숨기는 영웅은 없다.

그렇기에 이런 말도 안되는 힘을 가지고서 모습을 숨기는 '적능(赤能)'이 이해가 안될 따름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이렇게 까지 모습을 숨기는게 가능한 건가?"


이번이 모습이 드러낸 두 번째.

또다시 유례없는 활약에 전 세계의 모두가 혈안이 되어 찾으려 할 것이다.

저번 사태는 피해가 너무 극심했기에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피해조차 없었기에 축제의 분위기가 될 것이다.


이제는 의심의 여지 없이 전세계에서 가장 강한 인물이 되어버린 '적능(赤能)'을 찾기 위해 한국으로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충분히 예상가는 일이다.

그때와는 달리 수색에 제약조차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흔적을 티끌조차 없애는게 가능할 것인가..


하지만 소장은 단언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 정도의 일을 저지른 자를 상식 속에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상황 종료를 선포해. 기자놈들이 득달같이 달려들겠군."


지금은 그가 해낸 전세계적인 업적을 기리고 칭찬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이 일이 전세계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지만 분명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방향이리라.


소장은 입꼬리가 올라간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에 일어날 모든 일들에 대한 기대의 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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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23. 체육대회(5) +3 19.04.22 223 5 10쪽
22 022. 체육대회(4) 19.04.21 219 5 10쪽
21 021. 체육대회(3) +2 19.04.19 222 3 10쪽
20 020. 체육대회(2) 19.04.18 227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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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7. 수습(4) +3 19.04.13 274 3 10쪽
16 016. 수습(3) +1 19.04.12 277 3 11쪽
15 015. 수습(2) 19.04.11 292 5 11쪽
14 014. 수습(1) 19.04.10 306 7 11쪽
13 013. 부산 사태(5) +1 19.04.09 302 7 11쪽
» 012. 부산 사태(4) 19.04.09 337 7 11쪽
11 011. 부산 사태(3) +1 19.04.08 330 7 10쪽
10 010. 부산 사태(2) +1 19.04.07 356 8 10쪽
9 009. 부산 사태(1) +1 19.04.06 369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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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7. 동아리(1) +1 19.04.04 368 9 11쪽
6 006. 실기시험(2) +1 19.04.03 397 8 11쪽
5 005. 실기시험(1) +1 19.04.02 468 7 12쪽
4 004. 서포터(2) +2 19.04.01 550 9 12쪽
3 003. 서포터(1) 19.04.01 616 7 11쪽
2 002. 시작 19.04.01 812 9 11쪽
1 001. Prologue +3 19.04.01 1,057 7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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