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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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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작품등록일 :
2019.04.01 15:08
최근연재일 :
2019.04.28 05:48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9,806
추천수 :
165
글자수 :
125,971

작성
19.04.0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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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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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3. 부산 사태(5)

DUMMY

이현서는 태어나서부터 여러번의 죽음의 위기가 있었다.

암살 시도부터 납치에 습격까지...

대부분은 타의에 의한 것이었고 그렇기에 그녀는 어릴 적부터 안전을 위해 집에 갇혀지내는 공주님 신세로 살아야했다.


하지만 모든 죽음의 위기가 타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2023년 7월 7일.

그녀는 정말로 우연히 차를 통해 서울 강서구를 지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늘상 그래왔듯이 중학교에서 집으로 이동하던 것 뿐이었다.


그 날도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밥을 먹고..

평범하게 안온(安穩)한 일상이었다.

그렇기에 그날 저녁에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시작은 유난히 막히는 차로였을 것이다.

원래 이 시간대에 잘 막히곤 했지만 5분째 앞차들은 움직일 낌새조차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울리는 경적소리에도 차들은 빠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때 울렸던 시끄러운 경적소리가 멀리서 질러대는 다급한 비명소리를 지워버렸던 것 같다.


"앞에 사고가 크게 난 것 같은데요... 저기 헬기가 올 정도면."


운전 기사의 말에 이현서는 별 말 없이 창 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운전 기사의 옆자리에는 경호원인 한 남자가 더 타있었는데 그가 대신 답해주었다.


"헬기가 저렇게 여러 대가 온다고? 뭔가 이상한데."


그 직후 이현서의 스마트폰이 진동과 함께 위급한 알림을 수신했다.

근처에서 큰 불이 나거나 큰 사고가 발생하면 문자로 알림을 해주곤 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내용을 읽어보았지만 그런 종류의 문자가 아니었다.


[금일 17:03분경 서울 강서구 상공에 포탈 발생. 근처의 모든 사람들은 즉시 대피바랍니다.]


"..어?"


이현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알림을 다시 읽어보았지만 똑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운전기사와 그 옆의 경호원도 각자 스마트폰의 알림을 읽고 마찬가지의 표정을 지었다.


수면 위에 돌을 던진 듯 파장은 컸고 그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으아아악"


마비가 된 도로에서 사람들이 자동차 밖으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각자 비명을 지르며 근처 건물로 달려가는 한편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근처 사람들을 밀치고 욕하였다.

하지만 그런 소란을 피워서는 안되었다.

헬기인 줄로만 알았던 공중에서 먹잇감을 노리던 와이번들이 순식간에 늘어난 사람들을 보고 대로로 날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내리시죠. 엄호하면서 대피소까지 가도록 하겠습니다."


이현서는 경호원의 말에 따라 침착하게 차에서 내리며 그의 뒤를 따랐다.

보통 대피소로 많이 활용되는 지하철역이나 지하통로는 걸어서 약 5분정도 가야했다.

차가 7차선 도로의 한복판에 있었고 건물에 몰리는 사람이 너무 많았기에 경호원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지하철역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후웅.

달리는 그들 뒤로 와이번 한마리가 날아와 사람을 아그작 베어먹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한 시체에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큰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검은 점들은 더더욱 모습을 들어내며 지상으로 활강했다.


"소리 지르지 마십쇼. 공포를 보이면 잡아먹히는 겁니다."


이현서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공포에 이미 젖어든 눈가에는 눈물이 샘솟고 있었다.


와이번의 수가 점점 늘어났지만 대로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인형뽑기하듯 뽑혀가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자신만 아니길 빌며 지하철역을 향해 달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힘들게 도착한 지하철역 앞은 아수라장이었다.


어떤 미친놈들이 차를 타고 사람들을 치어가며 지하철역을 향해 돌진했는지 다량의 차들이 그 앞을 봉쇄해 놓았고 그 바리게이트를 뚫고 들어가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 위로는 와이번 여러마리가 인간을 잡아 죽이며 포식 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밟혀 죽은 사람.

와이번에게 사지를 뜯어먹히는 사람.

와이번을 피해 칼부림하며 길을 뚫어내는 사람.

지하철역을 들어가기 위해 서로 밀쳐가며 몸을 던지는 사람.


각자의 이기심이 최대한으로 발로된 그곳은 만일 지옥이 있다면 이러한 풍경에 가깝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곳이었다.


"아가씨. 건물안으로 피하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경호원은 마음을 접고 일단은 건물안으로 대피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그 직후 공중에 있던 와이번 한마리가 경호원을 향해 날아들었다.


쿠구궁.


"아저씨!"


나름 중하급 영웅 정도의 실력을 지닌 경호원은 쉴드를 최대한으로 전개하여 공격을 막아내었다.

와이번은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날개를 펼쳐 다시금 공중으로 올라갔다.


"이미 표적이 된 것 같네요. 제가 상대하는 동안 도망가세요."


이현서는 그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력감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을 대신해서 죽으려는 경호원을 막을 수 없었고 여기에 그대로 있을 용기도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도망가는 것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이현서는 따라오는 운전기사와 함께 근처 건물로 달려갔다.

차마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앞만 보며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하지만 건물을 목전에 두었을 때 그녀 뒤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며 옆에 있던 운전기사의 상체가 사라졌다.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본 그녀의 눈 앞에는 검은 비늘로 뒤덮인 흉포한 도마뱀을 닮은 머리가 있었다.


"아...아..."


와이번이 운전기사를 씹어먹는 모습에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그녀는 더 이상 도망갈 의지를 갖지 못했다.

그러자 그녀가 지금껏 살아왔던 행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사실 그녀는 작년에 개안한 상태였다.

[검성]이라는 역대급 재능을 가진 그녀는 분명 검을 잡고 노력을 했으면 꽤나 쓸만했을 지도 모른다.


허나 그녀는 지금껏 그것들을 외면해왔다.

충분한 재력과 비호.

그녀가 영웅이 될 이유는 없었다.

목숨을 걸고 영웅이 되서 싸우는 것 보다는 재벌가 여식으로 사는게 더 나아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은 아버지의 의견이기도 했다.

최상급 영웅인 이현서의 아버지는 그녀가 영웅으로서 사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저 호의호식하며 평생을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셨다.


하지만 이러한 안일한 생각들은 현재의 그녀를 죽이는 것과 다름없었다.

검 한번 쥐어본적 없는 그녀가 중상급괴수 와이번을 상대로 버틸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그저 무력하게 온몸을 떠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외면한 자신에 대해 후회했다.

자신을 온실 속에 가두려던 아버지에 대해 탓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부질없다고 생각하고는 기적에 대해 기도했다.


기적따위는 없다고 외치는 듯 와이번이 피로 붉게 물든 발톱을 그녀에게 향하던 순간이었다.


서걱.


중상급괴수인 와이번이 검격 한번에 두동강 나버렸다.

최소한 상급 영웅. 혹은 최상급 영웅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쓰러지는 와이번 뒤로 보이는 인물을 똑똑히 보았다.


새까만 흑연(黑煙) 속에 온몸이 가려진 한 남자.

키는 160 중반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가 보이는 투기만큼은 주변의 공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가 손에 쥐고있는 새빨간 검신.

아마 이 검으로 와이번을 베어버린 것일거다.


"도망가."


짧은 한마디와 함께 그는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아니. 날아올랐다는 표현이 적절할 수도 있다.

공중에서 그는 거대한 붉은 구를 형성하더니 구에서 검신만큼 새빨간 붉은색 창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창은 만들어지는 족족 와이번을 향해 날아가 일격에 즉사시켰다.

마치 창조주가 잘못 만든 생명체를 지워버리듯 그는 손쉽게 와이번을 서울 시내에서 지워버렸다.


그러고는 그는 다른 곳을 향해 사라졌다.

얼마 있지 않아 엄청난 굉음과 함께 찬란한 붉은 광채가 눈을 가렸다.


그렇게 '칠석의 저주'라고도 불리는 서울 사태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 사건 이후 이현서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영웅이 되겠다며 검을 수련하게 되었고 재능과 노력이 겹쳐 순식간에 강자의 반열에 들어서게 되었다.


'적능(赤能)'은 그녀의 우상이 되었다.

압도적인 강함. 그리고 그 힘을 정의를 위해 사용하는 모습.

이현서는 '적능(赤能)'을 다시 만나 자신이 당신을 동경해 잠도 없애가며 노력했고 이러한 경지에 올랐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적능(赤能)'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인력과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적능(赤能)'을 찾아보았지만 불가능했다.

그녀가 찾을 수 없다는 의미는 전세계 어느 누구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결국 이현서는 사람들에게 잊혀질 때쯤 찾는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모습을 밝히지 않자 오히려 '적능(赤能)'에 대한 동경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다.


그런 기억들이 이현서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


꿈뻑꿈뻑.


이현서가 눈을 뜨자 가장 먼저 취한 행동은 여기가 어딘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흰색 천장에 덮고 있는 이불. 특유의 알코올 냄새.


그녀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다.


"으윽."


그녀가 몸을 일으켜 세우자 침대 옆 의자에 앉아 기사를 읽고 있던 한 여자아이가 화들짝 놀라며 이현서에게 다가갔다.


"현서야! 몸 괜찮아? 얼마나 무리한거야."


"어... 아. 은아...."


서은아.

이현서의 기숙사 룸메이트인 그녀는 이현서의 유일한 친구였다.

그만큼 이현서가 마음을 열어준 사람이 얼마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현서는 방금 전까지 꾸던 생생한 꿈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위로 새로운 기억들이 물씬 떠올랐다.

이번 해운대에서 그녀가 싸운 일.

그리고 그녀가 쓰러졌을 때 보았던 모든 것들.


"봤어.."


"어? 뭘?"


이현서는 자신이 쓰러졌다가 잠깐 눈을 떴을 때 보았던 것들을 떠올렸다.

자신의 눈 앞에 보이던 두 개의 인형(人形).

전처럼 검게 물들은 그 사람과 그 옆에 있던 또다른 여자아이.


"새하얀 피부에 고딕 드레스를 입은 인형같이 예쁜 여자아이..."


"엉? 그게 누군데?"


쓰러졌을 당시에 이현서는 힘겹게 입을 열어 말을 꺼냈다.

하지만 그것들이 단어를 이루지는 못했다.

그저 어.. 어.. 거리기만 했었다.


여자아이는 그런 이현서를 보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던 것 같다.


<진조의 피가 벌써 풀리다니... 정말 정순(貞純)한 마나로구나.>


이현서는 있는 힘을 쥐어짜내어 여자아이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그 때 여자아이는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던 것 같다.


"'적능(赤能)'의 주인이자 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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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23. 체육대회(5) +3 19.04.22 223 5 10쪽
22 022. 체육대회(4) 19.04.21 219 5 10쪽
21 021. 체육대회(3) +2 19.04.19 222 3 10쪽
20 020. 체육대회(2) 19.04.18 227 5 10쪽
19 019. 체육대회(1) +1 19.04.17 274 6 11쪽
18 018. 수습(5) - 1부 完 +2 19.04.14 271 6 10쪽
17 017. 수습(4) +3 19.04.13 274 3 10쪽
16 016. 수습(3) +1 19.04.12 277 3 11쪽
15 015. 수습(2) 19.04.11 293 5 11쪽
14 014. 수습(1) 19.04.10 306 7 11쪽
» 013. 부산 사태(5) +1 19.04.09 303 7 11쪽
12 012. 부산 사태(4) 19.04.09 337 7 11쪽
11 011. 부산 사태(3) +1 19.04.08 330 7 10쪽
10 010. 부산 사태(2) +1 19.04.07 356 8 10쪽
9 009. 부산 사태(1) +1 19.04.06 369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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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6. 실기시험(2) +1 19.04.03 397 8 11쪽
5 005. 실기시험(1) +1 19.04.02 468 7 12쪽
4 004. 서포터(2) +2 19.04.01 551 9 12쪽
3 003. 서포터(1) 19.04.01 616 7 11쪽
2 002. 시작 19.04.01 812 9 11쪽
1 001. Prologue +3 19.04.01 1,057 7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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