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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님의 서재입니다.

서포터로 랭킹 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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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작품등록일 :
2019.04.01 15:08
최근연재일 :
2019.04.28 05:48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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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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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5,971

작성
19.04.1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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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20. 체육대회(2)

DUMMY

팡. 팡. 폭죽은 아니지만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개막식을 알렸다.

아마 이능으로 대기중 마나를 폭발시켜 내는 소리일 것이다.

상당히 크게 울린 소리는 공기를 타고 진동하여 영웅사관학교 모든 곳에 퍼졌다.


"24번째 체육대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학교 곳곳에 설치되어있는 확성기를 통해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직후 밖에서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영웅사관학교 24번째 체육대회의 시작이었다.


이제 막 지평선 위로 겨우 올라온 해가 따뜻한 햇살을 기분 좋을 정도로 골고루 뿌렸다.

흰 구름은 군데 군데 햇빛을 가리려고 하였지만 역부족이었는지 구름 몇 점 남기지 않고 하늘을 맑게 만들었다.

습기 또한 봄에 맞추어 적당히 있었고 솔솔 부는 바람에 퍼지는 꽃향기가 이곳 저곳을 물들였다.


한마디로 체육대회 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물론 나는 그 따가운 햇살을 받기 싫어 비어있는 반에 홀로 앉아 있는 상태이다.


출석여부는 아까 이른 아침에 강당에 모여 확인하였기 때문에 내가 참가하는 종목이 나올때까지 자유의 몸이었다.

보통 아이들은 경기를 구경가거나 학교 내의 분식코너(체육대회 때 현수막으로 설치된다)에서 굶주린 배를 채운다.

혹은 친구끼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부스같은 것들을 체험하며 웃고 떠든다.


요컨대 다들 체육대회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반이 텅 비어있는 거겠지만...


뭐 나 또한 체육대회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밖을 보고 있으면 활기찬 분위기가 나에게까지 전해져오는 기분이다.

원래는 부지만 넓을 뿐 생도의 수는 많지 않기 때문에 황량한 느낌이 있지만 오늘은 다르다.


오늘은 체육대회인 만큼 외부인들이 영웅사관학교 부지 내에 들어오는 것이 자유롭게 허용된다.

밖에 길을 걷는 수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외부인일 터였다.

일년에 단 두번 외부인에게 허용되는 영웅사관학교인 만큼 이런 날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리는 편이다.


덕분에 밖은 지금 놀이공원이라도 온 것 처럼 수많은 인파가 휩쓰는 중이다.

이럴 때는 밖에 나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진다.

그러니 안에서 모든 광경을 구경하는 내가 오히려 체육대회를 잘 즐기고 있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음... 그렇고 말고.


드르륵.


"어머"


블라우저 교복을 입은 여러 여고생 무리가 수다를 떨면서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나를 보고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무척이나 놀란 표정들이다.


"죄.. 죄송합니다."


그러고는 사과와 함께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아니. 도망쳤다고 해야하나..


뭐. 심정은 이해간다.

영웅사관학교 교복인 아닌걸 보아 외부인이 틀림없다.

근처의 고등학교에서 놀러온거겠지.


허나 외부인들이 건물 내부까지 허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아마 견학의 형식을 빌려 관계자를 대동하지 않는 한 안까지 들어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 저 여고생 무리들은 뭐였는가..


아마 무단으로 들어온 거겠지.

이 건물(MOA. Medium of Academy)은 생도들이 수업을 듣는 건물인 만큼 이 시간대에 아무도 없을 가능성이 높긴 했다.

바깥에서 경기를 치르고 외부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길거리를 쏘다녀야 할 생도들이 칙칙한 강의실 안에 뭐하러 있겠는가.


그럼 이건 내가 잘못한건가...

하지만 내 경기(달리기)가 시작되기까지 2시간도 넘게 남았단 말이다.

지금 시간은 이제 막 9시를 지난 참이다.

11시 반까지 할게 없다고요....


세르비아 마저 바깥에서 떠들어대는 소리가 싫다고는 그림자 안으로 깊숙히 숨어버렸다.

덕분에 내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세르비아를 여러번 불러봤지만 대답이 없다.


나가서 구경하기에는 햇빛이 싫고,

왠만한 현수막이나 그늘들은 이미 주인이 있고.

결국 쓸쓸하게 창밖이나 보며 3시간을 떼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확히 12번.

외부인이 이 반의 문을 열어보는 광경을 목격했다.


아니 경비는 도대체 뭐하는거야..?


-------------------------


영웅사관학교 부지는 쓸데없게 넓어가지고 운동장 및 체육관은 3개나 된다.

입구 부근에 위치한 운동장이 가장 크고 넓으며 축구나 야구와 같은 넓은 공간이 필요한 메이저 스포츠가 그쪽에서 치러진다.

당연히 그쪽 경기를 구경하는 사람이 제일 많다.


그다음으로는 기숙사 가는 길 중간에 위치한 실내 체육관에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농구나 배구 같은 메이저 스포츠가 치러지며 구경할 공간도 넓다.


그렇다면 달리기는 어디서 치러지는가. 동아리 건물 왼쪽편으로 조그맣게 트랙이 놓여있다.

오직 달리기를 위해 사용되는 이 운동장에는 이전의 운동장들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휑하다.


출전한 선수 몇명.

선수들이 데려온 듯한 친구들 몇명.

그리고 극히 일부의 외부인.

이쯤 되면 종목을 폐지해도 될 법하나 만들어 놓은 트랙이 아까워서 치르는 것 같다고 느낄 정도이다.


약 10분 가량 팔로 얼굴에 떨어지는 햇빛을 최대한 가리며 운동장까지 걸어갔다.

11시 25분.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시간에 적당히 도착했다.


트랙 위까지 걸어가자 앞에 빨간 모자를 쓴 교관이 손짓으로 불렀다.

나는 별 생각없이 손짓에 따라 교관 앞까지 걸어갔다.


"단거리 선수?"


"네."


"몇반."


"7반입니다."


"잠시 기다려라"


직선 트랙은 총 5개.

아무래도 1반부터 5반까지와 5반부터 10반까지로 나눠서 하는 듯 싶었다.

어쩔 수 없이 근처 그늘에 가서 첫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나의 종목은 정확하게는 100미터 달리기.

16강, 8강 이런 것 없이 오직 기록으로만 1, 2, 3등을 매겨 단판으로 끝나는 아주 바람직한 종목이다.


특이하게 달리기는 여타 종목과는 다르게 학년마다 따로 치르게 된다.

대신 1, 2, 3등에게 주어지는 포인트는 타 종목에 비해 적은 편이다.

사실 토너먼트는 8강까지 점수를 분할해서 주는 것을 생각하면 총량은 비슷할 것 같다.


1반부터 5반까지의 생도들이 줄을 맞추어 섰다.

피니시 라인에는 교관이 신호총을 들고 서있었고 생도 두명이 피니시 테이프의 양끝을 잡고 서있다.


"펑"


경기용 신호총이 소리를 내고 신호를 보고 선수들이 앞으로 달린다.

예상대로 왠만한 선수급으로 잘 달린다.


이능을 쓰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기본 체력이 어디가는 것은 아니다.

개안한 이후로 끊임없이 단련해온 영웅사관학교의 생도라면 100m는 14~13초 내로, 혹은 정말 잘달리면 12초까지 바라볼 수 있을것이다.


물론 정말 잘 달리는 생도들은 굳이 달리기를 하러 오지 않고 다른 메이저 종목에 있을 확률이 높지만..

그렇다고 이 생도들이 못 달리는 것은 아니다.


펄럭


"와아아"


대략 13초 정도를 끊으며 1등부터 5등까지가 정해졌다.

약소하지만 환호성도 받는다.

물론 저기 저 축구 경기가 치러지는 운동장에서의 환호성에는 눈꼽만큼도 못 미치지만.


"6반부터 10반까지 일렬로 서라."


내가 2번 레인에 서자 주위로 하기 싫은 기색이 역력한 생도들이 열을 맞추어 섰다.

그래도 태양 아래에서 뛰어야 하는 나보다 더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터이다.


"준비"


그래도 반끼리의 경쟁인 만큼 전부 자세를 갖추어 달릴 준비를 하였다.

나도 오른발, 오른손을 앞으로 빼고는 달릴 준비를 하였다.

아무래도 꼴지만 안했으면 좋겠는데.


"펑"


팟. 신호 소리와 함께 누구보다 먼저 발을 내딛었다.

달리기 속도 까지는 아니지만 순발력 하나 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신호에 누구보다 먼저 반응해 다리를 뻗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빠른 출발에 비해 더딘 속도가 점점 따라잡히게 만들었다.

경쟁자는 영웅사관학교의 생도들.

매일 훈련하고 단련하는 그들의 속도는 정말로 왠만한 운동선수 급이다.


뭐.. 순위권에 들어가리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래도 나도 매일 단련한 만큼 어느정도 해볼만은 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마음이란게 참 이기적이고 희망적이라서 안될걸 알면서도 바라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때, 나에게 이상한 행운이 작용하기 시작했다.


우선 바로 오른쪽 3번 레인에 있는, 달리는 속도로 봐서 아마 1등이 확실시 될 생도가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게중심이 기울어지며 넘어졌다.

그리고 그 여파가 4번 레인까지 미쳤는지 4번 레인의 생도도 순간 속도가 느려졌다.


그리고 내 뒤에서 어떠한 바람이 부는 듯, 내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상당히 미미하지만, 단거리 달리기에서는 영향을 줄법한 강한 바람의 작용이 2번 레인에만 느닷없이 불어온 것이다.


펄럭


이러한 작용들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놀랍게도 이번 경기에서 맨 처음으로 테이프를 끊는 사람이 내가 되었다.


"헉헉"


결과적으로 나의 등수는 1등이었다.

전체 등수로 따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6반부터 10반까지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렇게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전력으로 뛴 나는 죽을 맛이었다.

괜히 뛰었다는 생각도 들 정도이다.


"누구야! 누가 발 걸었어."


분통한 듯 넘어진 8반의 생도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모두 어깨를 으쓱할 뿐이다.

실제로 달리는 그의 발을 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누가 발 걸었다니깐!"


아쉽게도 8반의 생도의 말은 들어지지 않았고 재경기는 없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나의 기록은 전체 3등을 기록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행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나의 삶에 오랜만에 보는 행운이었다.

지금껏 살아왔던 삶은 빈말로도 행운의 작용이 있었다고 말하지는 못할것이다.


다만.. 행운을 하루를 기준으로 놓고 따진다면 이건 엄청난 마이너스를 위한 약간의 메꿈.

그것 뿐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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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22. 체육대회(4) 19.04.21 219 5 10쪽
21 021. 체육대회(3) +2 19.04.19 223 3 10쪽
» 020. 체육대회(2) 19.04.18 228 5 10쪽
19 019. 체육대회(1) +1 19.04.17 274 6 11쪽
18 018. 수습(5) - 1부 完 +2 19.04.14 271 6 10쪽
17 017. 수습(4) +3 19.04.13 274 3 10쪽
16 016. 수습(3) +1 19.04.12 277 3 11쪽
15 015. 수습(2) 19.04.11 293 5 11쪽
14 014. 수습(1) 19.04.10 307 7 11쪽
13 013. 부산 사태(5) +1 19.04.09 303 7 11쪽
12 012. 부산 사태(4) 19.04.09 337 7 11쪽
11 011. 부산 사태(3) +1 19.04.08 330 7 10쪽
10 010. 부산 사태(2) +1 19.04.07 357 8 10쪽
9 009. 부산 사태(1) +1 19.04.06 369 6 11쪽
8 008. 동아리(2) 19.04.05 380 9 11쪽
7 007. 동아리(1) +1 19.04.04 368 9 11쪽
6 006. 실기시험(2) +1 19.04.03 397 8 11쪽
5 005. 실기시험(1) +1 19.04.02 468 7 12쪽
4 004. 서포터(2) +2 19.04.01 551 9 12쪽
3 003. 서포터(1) 19.04.01 617 7 11쪽
2 002. 시작 19.04.01 812 9 11쪽
1 001. Prologue +3 19.04.01 1,057 7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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