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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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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작품등록일 :
2019.04.01 15:08
최근연재일 :
2019.04.28 05:48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9,804
추천수 :
165
글자수 :
125,971

작성
19.04.23 00:5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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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24. 윤선호(1)

DUMMY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은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전적으로 당하는 사람의 것이다.

다시말해 따돌림은 당할 만한 놈이 당하는 것이다.


일례로 이런 친구가 있다.

그는 분위기에 맞는 말을 할 줄 모른다.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 것을 혼자 떠든다거나.

수업시간 도중 혼자 이상한 말을 해놓고 킥킥 거린다거나.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말을 혼자 툭툭 내뱉는다.


행동도 하나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갑작스레 친한 척 말을 거는 행동이나.

거리낌 없이 무리에 들어와 무언가를 해보려는 행동이나.

그가 행하는 행동이 전부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동물은, 인간은 지금까지 더 나은 형태, 더 적합한 형태로 진화해 왔고 적응해 왔다.

적응(Adaption).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우리의 몸 속에는 적응이라는 두 단어가 유전자 단위로 내재되어있다.


진화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개념은 배제이다.

열성 유전자를, 낙오자를, 패배자를 버리고 승자만이 살아남는다.

열등한 것은 억눌러지고(surpressed) 우월한 것은 표현되어야(expressed) 더 나은 개체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적응에 실패한 개체가 사멸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적이고 합리적이며 어쩌면 이상적인 것이다.

그리고 적응에 성공한 무리가 실패한 개체를 배제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재혁.

윤선호는 2학기의 어느날 부터 '이재혁'이라는 생도 하나가 몹시나도 거슬렸다.


지가 원해서 혼자가 된 것처럼 자처하는 부분이며.

'시끄러'라며 가끔 내뱉는 혼잣말이며.

세상에 초연하다는 듯이 살아가는 것 같은 부분이며.

거의 모든 행동이 마음에 안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실기평가의 점수가 가장 거슬렸다.

실기평가는 하는 둥 마는 둥. 권능은 있는 듯 없는 듯.

쓰지도 못하는 권능으로 이 영웅사관학교에 들어왔다는 것이 가장 짜증이 나는 부분이었다.


자신은 태생적 급을 유지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만 했다.

어렸을 때 부터 죽을 힘을 다해서 굴렀고.

온 손바닥이 물집으로 터질 때까지 검을 휘둘렀으며.

육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갖은 약이며 수단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고도 그는 재능이 부족해서 가까스로 연줄을 통해 영웅사관학교에 들어왔다.

이능이 쥐꼬리만한 그가 잡을 수 있는 주무기는 고작해야 총(Gun)이었다.

그의 12년간 검의 노력은 재능으로 발현되지 않았고 그의 터진 물집이 가득한 손바닥 위로는 차가운 금속이 자리했다.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자신을 '자식'으로 취급해 주지도 않았다.

태성그룹의 셋째 아들에 맞는 격(格)이 그에게는 없었나보다.

위로는 부모, 형, 누나. 아래로는 사촌 동생부터 친인척들, 심지어 경호원들까지.

모두가 그를 무시했고 그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그곳에서 무리에서 도태된 열등한 유전자는 바로 자신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힘들게 들어온 영웅사관학교를 이재혁은 고작해야 권능 하나 갖고 있다는 이유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권능은 고작해야 물체를 들어 던지는 별 쓸모도 없는 것이었다.

그런 권능으로 실기시험은 거의 F에 가깝게 하면서 필기시험은 또 1등으로 자리를 유지했다.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러한 감정들은 곧 행동으로 나타났다.

면전에다 무시하고 대놓고 면박을 주고 시비를 걸며 이재혁을 대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러한 행동을 한다는 것은 곧 반 전체가 그를 이렇게 대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재혁은 고립되었다.

허나 신경쓰이지도 않는다는 태도가 오히려 윤선호를 화나게 만들었다.

점점 강도는 올라갔다.

하지만 미동도 없는 이재혁의 대응이 자꾸만 수위를 높여갔다.


"오늘 실기평가도 똑같더라. 부모가 어떻게 가르쳤으면 그따구로 밖에 못하는거야?"


이재혁의 앞을 지나가면서 가볍게 내뱉은 말이었다.

지금껏 일말의 대응도 하지 않는 이재혁 상대로 평소 지나가면서 가볍게 시비를 걸곤 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반응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이재혁의 역린만큼은 건드렸으면 안된다.


"뭐라고 했냐?"


우뚝.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던 발걸음이 멈췄다.

이재혁이 처음으로 그의 말에 대답해 준 것이었다.

윤선호는 고개를 돌려 이재혁을 쳐다보고는 웃으면서 말해주었다.


"뭐 그따구로 밖에 못한다고 한거? 오늘 실기평가에서 한 거 생각하면 사실이잖아. 안 그래?"


"그거 말고. 그 전에 뭐라했냐고."


"응? 부모가 어떻게 가르쳤냐고? 왜. 보통 가정교육은 부모님이 하는 거 아닌가? 아 혹시 부모님이 없어서 이렇게 발끈한건가?"


조롱. 비웃음.

주변의 아이들이 같이 웃어주었다.

평소 윤선호가 무슨 말이라도 하면 맞장구를 쳐주며 웃어주는 애들이다.

하지만 웃음소리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들 모두 이재혁의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느때보다 차가운, 허나 속에는 타오르는 듯한 불을 삭히는 이재혁이 윤선호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벌떡. 이재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재혁은 맨 앞줄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윤선호 일행은 교실 앞쪽 비교적 넓은 공간에 위치해 있었다.

그렇기에 이재혁이 앞에 서도 충분한 공간이 뒤편에 있었다.


"내가 잘못 들은게 아니지?"


"그래. 시발. 뭐 때문에 일어서서 지랄을.."


쾅.

그의 눈 앞으로 4줄짜리 거대한 의자가 날아와 마룻바닥에 박혔다.

윤선호는 너무나도 놀라 뒷걸음 치다 넘어져 버렸다.

염력(念力).

그가 그렇게도 무시하던 힘이 자신 위로 거대한 물건을 내리꽂게 만들었다.


넘어져있는 윤선호 위로 이재혁이 서있었다.

원래 반 안에서는 이능의 행사가 이뤄지면 안된다.

특히, 생도를 상대로 하는 이능의 행사는 더더욱 안된다.

그렇기에 방금 이재혁의 행동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행동이었다.


주변에 말려든 애들도 이능을 끌어올렸다.

여차하면 정당방위로 그를 제지시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재혁은 더이상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다만 붉게 물든 눈동자가 윤선호를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번뜩.

인간이라면 당연히 일어나는 눈 깜빡임.

눈이 아주 잠깐 감아졌다 떠지는 그 찰나의 순간에 윤선호의 신형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곳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이었다.


인간의 모든 두려움은 무지(無知)로부터 나온다.

불에 데어본적이 없기에 불에 손을 가까이 대는 것을 무서워하며.

낙하해서 떨어지는 아픔을 모르기에 낙하를 무서워하며.

앞으로 나아가본적이 없기에 미래를 무서워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다.

죽음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것이기 때문이다.

불에 손을 가까이 하면 데일듯한 고통이 있을 것을 안다.

낙하해서 떨어지면 온몸이 부서지는 고통이 있을 것을 안다.

내일은 어제와 비슷하게 흘러갈 것임을 안다.


하지만 죽음은 어느 누구도 무엇인지 알려주지 못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근본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음이라는 결과가 수반할 미지의 상황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윤선호는 그 죽음을 체험하고 있었다.

우선 윤선호의 팔이 사라졌다.

이후 다리, 몸통.. 얼굴을 포함한 모든 부위가 사라졌다.

그를 이루는 모든 감각기관이 사라진 것이다.


감각이 없어진다는 것은 그의 존재를 입증할 어느 것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선호는 오로지 사유(思惟)를 통해 자신이 존재함을 알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이를 표현할 수 없었다.

감각 기관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윤선호의 기억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윤선호는 사유(思惟)를 이루던 자신의 기억들이 흩뿌려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인간의 시간으로 따지면 몇달에 해당할 정도로 굉장히 길었는데 그 모든 순간이 윤선호에게는 지옥같이 느껴졌다.

이제는 자신의 존재 자체도 의심하게 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모든 기억이 사라지고 이제는 그의 자아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끝까지 붙잡고 있던 자신의 존재에 대한 사유(思惟)를 빼앗아 버린 것이다.

관측자. 자신이 존재함을 증명하는 유일한 관측자가 사라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우주에서는 관측되지 않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 일련의 과정은 죽음이었다.

사람의 존재가 사라지는 과정을 윤선호는 이면 공간에서 체험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영혼의 티끌마저 사라져버렸을 때 현실에서의 윤선호의 정신이 깨어났다.


우웨엑.


이재혁의 앞에서 윤선호가 모든 것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평생 먹은 것을 토할 기세로 윤선호의 이 행위는 계속되었다.

아랫도리 부분에는 흥건한 액체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근원적 공포, 압도적인 경험 앞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윤선호는 그 앞으로 신형이 고꾸라지며 정신을 잃었다.

그 추하고 더러운 모습에 기꺼이 나서는 반 친구는 없었다.

겨우 교관들이 오고 관계자들이 오고서야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

사건은 단순히 떨어진 의자에 두려움을 느낀 윤선호가 혼절한 것으로 되어버렸다.


윤선호가 다시금 눈을 떴을 때 죽음에 대한 기억은 지워졌다.

인간이 근원적 공포를 맞닥뜨렸을 때 흔히 하는 도망과도 같은 현상이었다.

윤선호는 살기 위해 죽음의 기억을 지웠고 뇌의 어느 한구석에 몇중으로 싸서 덮어버렸다.


그리고 남은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수치심과 그에 수반된 살해욕구였다.

윤선호는 이재혁을 전보다도 더 증오하게 되었다.

자신에게 이런 수치를 안겨준 그를 살해하고자 마음먹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에 대한 결과가 오늘.

자신의 손끝에서 발사된 금속의 탄환에 의해 성공적으로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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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PocaPoca
    작성일
    19.04.24 00:43
    No. 1

    뭔가 피해망상의 극대화가 이뤄졌네요. 내용은 괜찮아요.

    다만, 시간의 흐름을 무시하고 인과관계를 드러내는 사건을 결론이 나온 후로 드러내서 아쉽네요.
    의자사건 먼저내고 총알 사건 내시지..

    제가 개인적으로 소년탐정 김정일 싫어하는이유가 추리만화라고해놓고, 앞에 단서나 진행과정과는 전혀 상관없이 범인을 잡고 그원인은 다른 이야기를 끓어와서 밝히는 과정이 마음에 안들어해서 거든요.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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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4. 윤선호(1) +1 19.04.23 223 6 10쪽
23 023. 체육대회(5) +3 19.04.22 223 5 10쪽
22 022. 체육대회(4) 19.04.21 219 5 10쪽
21 021. 체육대회(3) +2 19.04.19 222 3 10쪽
20 020. 체육대회(2) 19.04.18 227 5 10쪽
19 019. 체육대회(1) +1 19.04.17 274 6 11쪽
18 018. 수습(5) - 1부 完 +2 19.04.14 271 6 10쪽
17 017. 수습(4) +3 19.04.13 274 3 10쪽
16 016. 수습(3) +1 19.04.12 277 3 11쪽
15 015. 수습(2) 19.04.11 293 5 11쪽
14 014. 수습(1) 19.04.10 306 7 11쪽
13 013. 부산 사태(5) +1 19.04.09 302 7 11쪽
12 012. 부산 사태(4) 19.04.09 337 7 11쪽
11 011. 부산 사태(3) +1 19.04.08 330 7 10쪽
10 010. 부산 사태(2) +1 19.04.07 356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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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7. 동아리(1) +1 19.04.04 368 9 11쪽
6 006. 실기시험(2) +1 19.04.03 397 8 11쪽
5 005. 실기시험(1) +1 19.04.02 468 7 12쪽
4 004. 서포터(2) +2 19.04.01 550 9 12쪽
3 003. 서포터(1) 19.04.01 616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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