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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님의 서재입니다.

서포터로 랭킹 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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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작품등록일 :
2019.04.01 15:08
최근연재일 :
2019.04.28 05:48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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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5,971

작성
19.04.0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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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02. 시작

DUMMY

「<1월 28일.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사자의 홀!>


1년에 단 두 번 열리는 사자의 홀이 이번 28일 영웅 임명식을 위해 열리게 되었다.


이번에 졸업하는 영웅사관학교 23기 생도들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영웅 임명식은 영웅이 되기 전에 치르는 통과 의례이다. 각종 길드의 고위 관계자는 물론 정계의 유명 인사가 모두 참여한 이 행사는 오전 9시에 시작되어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오전 11시경 영웅 임명식 도중 갑작스레 건물 전체에 사이렌 소리가 울러 퍼졌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계 오작동으로 치부되었으나 소리가 잦아들지 않자 행사가 잠정 중단되고 원인 파악에 나섰다.


행사는 한 시간 동안 중단되었다가 재개되어 무사히 마무리되었으나 중단된 한 시간 동안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빌런이 사자의 홀을 습격하려다가 발각된 것" 혹은 "누군가 사자의 홀 지하에 매장된 유물(遺物)을 훔치려다가 적발된 것" 등 소문은 무성했으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다 3일이 지난 31일 오전 10시경 영웅사관학교 측에서 당시 일어났던 사건의 경위를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당시 울러퍼졌던 사이렌 소리는 보안 프로그램에서 나온 소리로 누군가 각종 유물(遺物)이 보관되어있는 지하 1층으로 접근하다가 보안 트랩에 걸려 발생한 사건이었다.


범인은 지하 1층 전시관의 길목에서 트랩에 포박되어 잡혀있는 채로 그대로 연행되었고 유물실에는 접근하지 못했기에 그저 해프닝으로 그쳤다.


문제는 범인이 영웅 임명식에 참여한 영웅사관학교 23기 생도 중 한 명이었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호기심에 유물실로 향하던 것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 다만 장소가 사자의 홀이고 유물실에 보관된 물건들의 가치는 이루어 헤아릴 수 없기에 강력히 징계할 것"을 약속했다.


이후 "높은 순위의 생도가 인격적으로 뛰어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영웅 임명식에 참가하는 생도의 수가 많을 수록 관리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생도 전체가 영웅 임명식에 참석하기에는 인원이 너무 많아 줄이는 것을 고려하던 바이다. 이번 계기로 영웅 임명식에 가는 인원을 상위 10프로로 줄이기로 결정했으며 앞으로 철저한 교육과 이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공식 발표하였다.


이정욱 기자」


- 영웅 임명식을 꼭 저기서 해야 됨? 장소만 바꾸면 되는 문제 아닌가?

└ 유서 깊은 장소잖냐. 그리고 저런 때라도 사자의 홀을 써야지.


- 뭐 차라리 잘 됐네. 거기에 뭐 하러 300명씩이나 감.


쓰읍.


- 아니, 상위 10프로는 무슨 상위 50프로까지는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갑자기 인원을 줄여버리면 밑의 기수는 무슨 봉변인가요. 영웅 임명식만을 고대하면서 영웅 사관 학교를 다니는 생도에게 있어서....


탁탁탁탁


분개하며 노트북으로 댓글을 치던 나는 영웅 임명식만을 고대하며 영웅사관학교를 다니는 미친놈이 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슬며시 자판에서 손을 떼었다.


"하아..."


사실 생도 사이에서는 그리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웅사관학교의 생도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에 대해서는 분개하고 욕을 했지만 정작 영웅 임명식의 인원이 줄은 것에 대해서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웅 임명식의 인원이 줄은 것에 대해 더 좋아하는 분위기이다.


중, 하급 영웅 승격식을 제외한 오직 상급 영웅 승격식만 치러지는 [사자의 홀]에서 영웅 임명식을 졸업생 모두 치러야 하는 이유가 있냐는 문제는 항상 제기되어 왔다.


장소의 특수성 때문이다.


각종 유물(遺物)이 매장되어 있는 사자의 홀은 1년에 두 번, 영웅 임명식과 상급 영웅 승격식에만 포탈이 열리고 그 이외에는 결코 열리지 않는다.

상급 영웅 승격식의 위상을 고려하면 영웅 임명식이 사자의 홀에서 치러지는 게 신기할 정도이다.


중급 영웅 승격식, 영웅 서거식 등 여러 주요 행사가 다른 곳에서 치러지는 마당에 영웅임명식이 치러지며 생도 모두가 참가한다는 것에 대하여 오랫동안 논란이 일었다.

최상급 영웅들과 협회 측에서 아무런 말이 없었기에 유지되어 왔지만 애꿎은 영웅사관학교와 생도들이 욕을 먹는 실정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 측은 행사 참여 인원의 축소라는 수를 두게 된것이다. 말하자면 일을 수습하는 김에 묵혀있던 골칫거리까지 해결하는 셈인 거다.


10프로 이내에 드는 상위 랭킹의 생도들에게는 이 소식이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원래부터 이러한 행사가 상위권의 전유물이 되는 것을 원하던 이들이다.


그렇다고 하위 랭킹의 생도들의 불만이 튀어나온 것도 아니다.

어차피 생도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웅이 되었다는 증표이다.

영웅 임명식 때 공식으로 인정받기는 하지만 영웅 임명장을 [사자의 홀]에서 꼭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어찌 되었건 영웅이 되었다는 증표만 받으면 되는 문제이니 말이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상위 랭킹의 생도들의 의견을 거스를 수 없다.

상위 랭킹의 생도들이 이 사안을 적극 지지하는 이상 괜히 나서는 이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나로서는 상당한 봉변이 아닐 수 없었다.

영웅 임명식만을 위해 성적을 팽개치고 학교를 다니던 나에게 있어서 갑작스런 상위 10프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이거 완전 망했네. 혼자 대자보라도 붙이고 다녀야 하나......"


영웅 임명식만을 위해 살아온 학생이 있습니다!

근 1년간을 [사자의 홀]에서 받을 영웅 임명장만을 생각하면 공부하고 노력해온 저를 위해서라도...


아니, 등수에서 이미 설득성이 떨어지는데..


"자업자득이다. 이 몸이 분명 만류했을텐데. "


또박또박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

비웃는 듯한 말투지만 그마저도 곱게 들리는 미성(美聲)이 등 뒤에서 들려왔다.

나는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았다.


은발.

새까만 밤하늘 위에 조심스럽게 걸려있는 달의 색을 지닌 신비롭고도 고풍스러운 머리가 흘러내린 비단같이 살포시 내려앉아 허리에 닿는다.


머리 아래로는 피와 같이 진한 붉은색 눈이 순백처럼 새하얀 피부색과 대비되어 강렬한 안광을 내뿜고 있다.


어머니를 똑닮은 오똑한 코며 새빨간 입술 그리고 전체적인 얼굴형.


아버지를 똑닮은 쌍꺼풀의 큰 눈에 일자의 짙은 눈썹.


무릎까지 내려앉는 고풍스러운 검은색 고딕 원피스를 입은 10살 정도의 유녀(幼女)가 내 그림자를 밟고 서있었다.


"········세르비아"


"분명 이 몸은 무사(無事)의 가정 하에 3년의 유예를 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버린 일. 그래놓고도 아직도 생각을 고집할 셈인가?"


"세르비아."


내 말에 세르비아는 달싹이던 고운 입술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적안(赤眼)을 내 동공에 맞추며 올려다보았다.


"알다시피 사자의 홀에 들어갈 방법은 단 두개뿐이야. 영웅 임명식과 상급 영웅..."


"다른 방법이 정녕 없다고?"


그녀의 말뜻은 간단하다.

고민할 필요 없이, 모든 것을 다 때려부수고 사자의 홀 안에 들어가서 결착을 맺자는 것이다.

수천년.. 혹은 수만년 이상의 영겁의 시간을 이것만을 위해 살아온 그녀로써는 더이상 기다리기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있어서 이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세르비아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


다른 방법이 없다는 뜻으로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세르비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좀처럼 보기 드문 짜증내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네 놈의 밑바닥같은 성적에서 이제는 남은 2년을 매진하여 위에 올라서겠다고?"


목소리에 약간의 화가 묻어 나왔다.

나의 선택을 힐난하는 어조이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내 선택은 이해할 수 없는.. 비이상적인 것이겠지.


하지만 나의 목소리에도 묻어 나온다.

맨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질문에 답했던 단호한 어조 그대로.


그녀의 동공을, 짓이기는 불과같이 타오르는 적안을 똑바로 응시하며 답한다.


"그래. 나에게 다른 방법은 없어."


------------------------------------------------------------------


다른 방법을 찾는게 맞는지도 모른다.


2월 28일. 약 한 달이 지나고 개학날이 된 시점에서 문득 든 생각이다.


[사자의 홀].

온갖 국보급 유물들이 보관되어 있는 그 곳은 베일에 쌓인 곳이다.

어떠한 섬으로 추측은 되나 위치가 알려져 있지 않고 포탈을 통해 이동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거의 접근이 불가하다.


1년에 두 번, 포탈이 열리는 때가 있는데 영웅 임명식과 상급 영웅 승격식이 이에 해당된다.


상급 영웅 승격식은 영웅이 된 이후에 상급 영웅이 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니 선택지에서 제하면 남은 건 영웅 임명식 밖에 없는데...


자. 이번에 바뀐 상위 10프로라는 조건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알아보자.


학년당 약 300명.

이 중 3학년 때 유급 혹은 용병으로 빠지는 인원이 약 50명이기 때문에 250명 정도가 졸업하게 된다.


이 중의 상위 10프로라고 하면 약 25등.


결국 마지노선을 25등으로 잡고 최소한 그 안에는 들어야 한다.


25등이라는 말만 들으면 그렇게 어려워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 학교의 점수 산출 방식이 상위권의 편차가 거의 없다는 것이고, 1학년 때의 나의 등수가 287등이라는 거다.


1학년의 성적이 20프로, 2학년이 30프로, 3학년이 50프로 들어가며 각 학년에서 얻은 랭킹 포인트를 환산해서 순위를 집계한다.


25등의 마지노선 점수가 대략 80이니까 계산해보면..

대략 78.3점(1학년 때 얻은 포인트가 약 1.7점이므로) 정도만 더 얻으면 된다.


그니까, 결론만 말하자면.


2학년 때 약 29점(환산시 100점 만점에 약 96.7점), 3학년 때 약 49점(환산시 100점 만점에 약 98.6점)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2학년 때 랭킹 1등. 3학년 때 랭킹 1등을 하면 되는 것이다.


........................


알다시피 이번 학년에는 나이를 초월한 괴물같은 실력의 김상우나 이현서가 있다.

랭킹전에서 학년이 무색할 정도의 활약으로 유래 없는 점수를 얻은 그들을...

2,3학년 때는 꺾고 올라서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1학년 때의 나의 등수는 전교생 296명중 287등이다.


"자퇴하고 상급영웅이 되는 방법은 없나..."


아쉽게도 별다른 방법은 없었고 뾰족한 수 없이 2학년의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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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015. 수습(2) 19.04.11 293 5 11쪽
14 014. 수습(1) 19.04.10 307 7 11쪽
13 013. 부산 사태(5) +1 19.04.09 303 7 11쪽
12 012. 부산 사태(4) 19.04.09 337 7 11쪽
11 011. 부산 사태(3) +1 19.04.08 330 7 10쪽
10 010. 부산 사태(2) +1 19.04.07 357 8 10쪽
9 009. 부산 사태(1) +1 19.04.06 369 6 11쪽
8 008. 동아리(2) 19.04.05 380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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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6. 실기시험(2) +1 19.04.03 397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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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04. 서포터(2) +2 19.04.01 551 9 12쪽
3 003. 서포터(1) 19.04.01 617 7 11쪽
» 002. 시작 19.04.01 813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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