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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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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wind
작품등록일 :
2019.04.01 15:08
최근연재일 :
2019.04.28 05:48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9,828
추천수 :
165
글자수 :
125,971

작성
19.04.03 19:00
조회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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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06. 실기시험(2)

DUMMY

탕탕.

등 뒤의 투명한 막(幕)을 팔꿈치로 두어번 치자 단단한 감촉과 함께 둔탁한 소리가 났다.

홀로그램으로 위화감 없게 처리된 막은 마치 숲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느낌만 그럴뿐 나는 팀원들과 함께 필드의 끄트머리에 있다.


이현서가 먼저 움직여 앞으로 향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고태우가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나와 김재민은 후위인 만큼 그들과 거리를 두고 따라 나섰다.


<세르비아. 이능좀 빌려줘.>


나는 세르비아의 이능을 사용해 감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필드 전체가 적외선으로 투과한듯 대략적인 붉은색의 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여기서 고블린을 찾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동남쪽 방향에 무리지어 있는거 같은데."


나는 전위에 소리쳤다.

고태우는 그말을 듣고 코웃음 치더니 서쪽으로 방향을 틀려고 했다.


"서쪽부터 먼저 살피자. 적어도 동남쪽에 있을 거 같지는 않은데."


하지만 이현서는 뒤를 돌아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동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고태우는 눈쌀을 찌푸렸지만 곧장 이현서를 따라 움직였다.


이현서가 52위의 고태우보다 내 말을 더 신뢰한다니... 꽤나 기분좋은 일이었다.

나는 내 마음속에서 이현서에 대한 평가를 한단계 올리기로 했다.


"어..어 전방에...."


김재민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이현서가 폭발적인 스피드로 고블린에게 접근했다.

그리고는 깔끔하게 세검을 발검하는 것만으로 고블린 하나의 목을 따버렸다.


키엑. 키엑


고블린들은 그제서야 우리를 발견하고는 전방의 이현서와 고태우에게 달려들었다.

곤봉과 방망이같은 조잡한 무기들로 공격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순식간에 이현서에게 2마리가 썰리고 고태우의 밑에 1마리가 누워버렸다.


이현서의 검격은 수려하고도 예술적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검로(劍路)며 한번에 숨통을 끊는 파괴력까지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가히 여제(女帝)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고태우는 투박하지만 정석적이게 방패로 공격을 한 타이밍 막아낸뒤 검으로 복부를 찔러 죽였다.

딱 전형적인 가드의 모습이었다.


김재민은 뒤늦게 활을 꺼내 고블린들을 저격하였다.

슈웅.

날아간 화살은 고블린의 미간을 꿰뚫고 영원히 눕혀버렸다.


나는 어.... 할게 없다.

워낙 압도적인 힘의 격차이기에 나는 옆에서 애쓰는 김재민의 활시위를 구경할 뿐이었다.

이러면 또 점수 못받는기는 한데...


하지만 고맙게도 고태우가 이런 내 마음을 알아줬는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나와 김재민은 전위가 올라가는 만큼 (고블린이 뒤로 물러나며 싸웠기 때문) 따라 올라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처음 고블린을 맞닥뜨렸던 라인까지 전진하게 되었다.


문제는 그곳에 널려진 고블린 시체였다.

갑작스레 시체가 벌떡 일어나는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키에에에엑"


물론 기적따위는 아니었다.

고태우가 처리한줄로만 알았던 고블린이 사실상 마무리가 되지 않았고 복부가 뚫린 상태로 죽은척을 하던 고블린이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김재민에게 달려든 것이다.


이현서가 소리를 듣고 뒤돌아봤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전위와 후위의 거리 차가 꽤나 벌어진 것도 그렇고 이미 고블린이 김재민의 지척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이현서가 뒤늦게나마 검기를 쏘아보냈으나 고블린의 공격이 먼저 당도하는 상황이었다.


"어..어.."


김재민은 화들짝 놀라 들고있던 활을 놓쳐버렸다.

이 또한 치명적인 실수였다.

활로 고블린을 후려치기라도 해야되는데 그러한 도구를 놓쳐버린 것이다.


일촉즉발의 상황. 하지만 나는 조용히 피를 끌어올렸다.


순간 세상이 느리게 움직였고 나는 무형의 기운을 쏘아냈다.

붉은색 가느다란 기(氣)들은 마나를 떨쳐내고 세계의 법칙을 무시해버리며 달려가던 고블린의 속도를 일순간 0으로 만들어버린다.


염력(念力).

생각하는대로 이루어내는 힘이 고블린을 우뚝 멈춰세웠다.

그 뒤로 날라온 검기가 고블린을 양단하고 땅을 가로질러 사라졌다.


"으아아"


달려들던 고블린이 몸통채로 떨어지자 김재민이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주저앉았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고태우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마무리 안된 고블린이 있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달려들어서 말이야."


나는 고태우를 힐난하는 눈초리로 쳐다보며 말했다.

정작 결정적인 실수를 한게 고태우가 되자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고태우는 나는 안중에도 없는 듯 김재민에게 손을 건네 일으켜세웠다.


"다.. 다행이네. 역시 현서야... 다친 데는 없지?"


"아.. 어. 갑자기 고블린이 멈춰서 살았어. 근데 그건 뭐였지?"


뭐긴 뭐야. 내가 멈추게 만든거지.


말을 꺼내려던 찰나에 필드에 말소리가 울려퍼졌다. 교관 유진현의 목소리였다.


"8팀. 시험종료. 맨 처음에 이동했던 포탈을 이용해 이곳으로 돌아와라."


스르릉.

이현서가 세검을 혁대의 검집에 우아하게 넣고는 우리 셋을 지나서 돌아왔던 길로 걸었다.

그녀는 시선이 나에게 고정된 상태로 걸어갔다.


아마 고블린이 멈춘 이유를 나에게서 찾는 거겠지.

사실상 검기는 제시간에 도달할 수 없었다.

2초. 그 찰나의 시간을 벌어주었기에 검기가 고블린을 동강낼 수 있었다.

아마 이현서도 그것을 알 테이다.


뭐 누군가 아는 이상 굳이 내가 했다고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어차피 교관만 알아보면 상관없다.

점수를 줄 때 불이익만 없으면 될테니.


나는 이현서의 뒤를 따라 포탈로 향했다.

뒤이어 김재민이 고태우의 부축하에 포탈로 걸어왔다.


--------------------------------------------


"상황 종료. 소요 시간 5분 40초. 독보적인 클리어 시간이다."


유진현 교관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하는 말에 비해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다.


"하지만 내용은 개판이군. 전위의 이현서 빼고 다 형편없었어. 특히 고태우 너."


전에 나에게 했던 그대로 교관이 손가락을 고태우의 이마에 대며 툭툭 건드렸다.

저거 되게 기분나쁜데.


"전에도 얘기했지만 연습과 실전은 다르다고 했다. 그리고 방금 전은 실전이었다. 실전에서는 너의 실수 하나하나에 팀원들의 생사가 갈린단 말이다."


고태우는 고개를 푹 숙이고 조그만 목소리로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관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더 말했다.


"이번 시험에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것은 순전히 운이다. 운. 고블린이 상처때문인지는 몰라도 움직이지 않은 덕분에 이현서의 공격이 적중했던거지. 아니었으면 딜러가 다칠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죽은 시체도 한번 더 베는 마당에 복부 한번 찔러놓고 활약 욕심에 그냥 지나친거냐. 응?"


아니. 잠깐. 그거 내가한건데.


하지만 교관이 고태우에게 윽박지르면서 화내는게 괜히 여기서 말을 꺼냈다가 손해만 볼 것 같았다.

이현서도 묵묵부답으로 서있을 뿐이었고.


"김재민. 너도 마찬가지다. 그 상황에서 활을 놓쳐? 적어도 활로 고블린을 내리칠 생각을 해야할거 아니냐."


이크. 불똥이 후위에게로 튀었다.

김재민 또한 고개를 숙이고는 연신 죄송하다고 내뱉었다.


"너는 뭐.... 됐다."


응? 뭐가 됐는데요?


교관은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타블렛을 톡톡 두드릴 뿐이었다.

하도 어이 없어서 교관을 째려보았지만 반응조차 해주지 않았다.


"여튼 다음번에는 이런 일이 없게 하도록. 이번 시험에 관한 영상은 각 메일로 전송해줄거다. 반드시 다시 보고 고쳐야할 점을 찾고 반성하도록."


아니.. 내 성적은..?


------------------------------------------


"김제열 교수님."


유진현이 정중한 노크와 함께 교수실에 들어갔다.

뿔테 안경에 단정한 회색머리의 중년이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고는 손님을 반겼다.


"오. 유진현 군. 여기는 어쩐일인가."


"여쭤볼게 있어서 왔습니다. 다름 아니라 이번 실기 평가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만.."


"일단 앉게. 그쪽에 의자가 있으니 앉으면 될걸세."


유진현은 방금 전까지 입었던 체육복을 갈아입고 격식있는 차림새인 상태였다.

이는 김제열 교수님이 자신의 은사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1세대의 전설적인 상급 영웅을 공손히 대하고자 함이었다.

유진현은 의자를 끌어다가 다소곳이 앉았다.


"교수님은.. 괴수가 멈추는 것을 본 적 있으십니까?"


"무슨 말이지?"


"괴수가 공격하기 직전 갑작스레 2초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마비나 경직과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세계의 물리법칙을 무시하듯 관성을 0로 만들어버린.. 말하자면 고블린의 시간을 정지시켜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영상이 있나?"


"네. 타블릿에 준비해왔습니다."


이진현이 타블렛의 홀로그램을 띄워 영상을 재생시켰다.

김제열 교수는 곰곰히 보더니 장면을 계속해서 돌려보았다.


"이 친구의 포지션이 어떻게 되지?"


"아... 서포터입니다. 권능 [염력]을 사용합니다. 다만 아직 이능수치가 거의 0이며 이전까지 염력을 이용했던 수준이 '염력을 이용해 물건 던지기' 정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 친구의 능력이군."


김제열 교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어째 이재혁의 능력을 까내리는 듯한 말을 하던 유진현은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이것은 마비나 경직이 아니라네. 그말인 즉슨 세계의 논리가 통하는 능력은 아니라는 거지. 세계의 논리 밖의 능력이 무엇인가."


"권능..."


"이건 아무리봐도 권능으로 밖에 설명이 안되네. 다만 영상을 아무리 봐도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군."


"네. 그래서 저도 반신반의하며 교수님을 찾아온겁니다. 결정적으로 염력을 썼다기에는 마나의 흐름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글쎄... 혹은 그 [염력]이라는 능력이 우리의 상식 밖에 있는 것일수도 있겠군."


"네?"


"마나의 흐름을 느끼지 못할정도로 마나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얘기일세. 이능수치가 0에 가깝다는 그럴듯한 이유도 있고. 아니면 염력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이능수치를 숨긴 것일 수도..."


김제열 교수가 책상을 톡톡 두들겼다.

생각이나 고민이 깊을 때 그가 하곤하는 버릇이었다.

유진현은 잠자코 김제열 교수의 생각이 갈무리될때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규칙적인 두들김이 끊기자 교수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내가 한번 만나봐야겠어. 그 이재혁이라는 생도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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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26. 윤선호(3) +1 19.04.26 241 3 10쪽
25 025. 윤선호(2) 19.04.25 206 3 10쪽
24 024. 윤선호(1) +1 19.04.23 223 6 10쪽
23 023. 체육대회(5) +3 19.04.22 224 5 10쪽
22 022. 체육대회(4) 19.04.21 220 5 10쪽
21 021. 체육대회(3) +2 19.04.19 223 3 10쪽
20 020. 체육대회(2) 19.04.18 228 5 10쪽
19 019. 체육대회(1) +1 19.04.17 275 6 11쪽
18 018. 수습(5) - 1부 完 +2 19.04.14 272 6 10쪽
17 017. 수습(4) +3 19.04.13 275 3 10쪽
16 016. 수습(3) +1 19.04.12 278 3 11쪽
15 015. 수습(2) 19.04.11 293 5 11쪽
14 014. 수습(1) 19.04.10 307 7 11쪽
13 013. 부산 사태(5) +1 19.04.09 303 7 11쪽
12 012. 부산 사태(4) 19.04.09 337 7 11쪽
11 011. 부산 사태(3) +1 19.04.08 331 7 10쪽
10 010. 부산 사태(2) +1 19.04.07 357 8 10쪽
9 009. 부산 사태(1) +1 19.04.06 370 6 11쪽
8 008. 동아리(2) 19.04.05 380 9 11쪽
7 007. 동아리(1) +1 19.04.04 369 9 11쪽
» 006. 실기시험(2) +1 19.04.03 398 8 11쪽
5 005. 실기시험(1) +1 19.04.02 469 7 12쪽
4 004. 서포터(2) +2 19.04.01 551 9 12쪽
3 003. 서포터(1) 19.04.01 617 7 11쪽
2 002. 시작 19.04.01 813 9 11쪽
1 001. Prologue +3 19.04.01 1,059 7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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