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ealwind 님의 서재입니다.

서포터로 랭킹 1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Healwind
작품등록일 :
2019.04.01 15:08
최근연재일 :
2019.04.28 05:48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9,819
추천수 :
165
글자수 :
125,971

작성
19.04.04 19:36
조회
368
추천
9
글자
11쪽

007. 동아리(1)

DUMMY

첫 실기 평가 이후 6일이 지났다.

그 사이에 실기 평가가 한 차례 더 있었으나 이번에는 영웅사관학교 부지 내 인공필드에서 홀로그램을 상대로 하는 것이었기에 별 문제 없이 끝났다.

물론 그때는 정말 하는 것 없이 뒤에서 구경만 했지만...


고태우는 첫 실기평가때 큰 실수를 저지른 것에 대하여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시체(홀로그램)를 세네번 더 찍어 죽였다.

나에게도 더이상 시비를 걸지 않는게 아무래도 자기가 제일 잘못했다는 것을 알긴 한가보다.


2번째 실기평가에서 교관은 우리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나도 그냥 교관의 안목을 믿어보기로 했다.

납득안되는 점수를 주면 그때 찾아가서 말하면 되겠지..


그 사이 세르비아는 기어코 불닭볶음면에 손을 대었다.

장 보러 갔을 때 왠일로 따라나서더니 고사리 같은 손으로 특유의 검은 배경의 라면을 우수수 담았다.

먹으면서 '불닭볶음면만 있으면 10년을 감금되어도 살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당분간 주식(主食)은 그게 될것같다.


오늘은 개학하고 2주차 월요일.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느낌으로 학교로 향했다.


2주차는 학교생활에 있어서 조금 특별한 '동아리'를 입부할 수 있는 기간이다.

동아리의 신입생 유치도 오늘부터 시작되기에 학교 앞부터 플랜카드로 잔뜩 덧칠되어 있었다.


내가 신입생일 때는 동아리를 들어가지 않았다.

우선 필수가 아니었고 무엇보다 방과후 잡아먹는 시간이 너무나도 컸다.

물론 동아리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어찌 되었건 내 시간을 동아리에 소모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동아리에 반드시 한군데는 들어갈 필요가 있다.


그것은 내 마음가짐이 바뀌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단지 랭킹포인트를 위해서이다.

동아리에 하나 이상 입부하면 5점의 랭킹포인트를 나눠주는데 랭킹을 올려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5점이라도 절실했다.


"팜플렛 받아가세요!"


나는 교문 옆에 설치된 현수막에 잠시 들려 팜플렛을 하나 받았다.

그것은 학교내 모든 동아리를 간략하게 소개해놓은 것이었다.

팜플렛을 나눠주던 2학년 학생이 내 명찰 색을 보고 갸우뚱 했지만 뭐 그려려니 한다.

아무래도 2학년이 신입생과 같이 동아리에 드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보통 2학년은 동아리를 더 들어가고 싶으면 학기 말에 지원해서 들어간다.

하지만 학기말에 상황이 이렇게 될줄 몰랐던 나로서는 동아리는 염두에도 두고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 동아리에 들어가는게 안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례가 딱히 없을 뿐이지.

아마 지원할 때 주목은 좀 받을것이다.


학술 동아리. 공연 동아리. 운동 동아리. 훈련 동아리. 등등 약 4~50개의 수많은 동아리 중 내가 들어갈만한 동아리를 찾아보았다.


일단 학술 동아리는 제외.

공부라면 이미 진절머리나게 하고있기에 굳이 동아리에서까지 공부하고 싶지는 않았다.


공연 동아리도 제외.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에 대해서는 영 소질도 없고 남들 앞에서 할 자신도 없다.


운동 동아리는 고려해봄직 하지만 그렇다고 잘하는 스포츠가 있는것도 아니다.

좋아하는 스포츠도 딱히 없고.


사실 동아리를 대략 훑어볼 때 부터 이미 훈련 동아리를 대략적으로 점찍어 놨었다.

방과후에 버리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고 남들과 교류하면서 얻어가는 것도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검, 활, 마나, 이능 등등등.

여러가지 동아리가 있었지만 내가 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검'.

집에서 항상 훈련하는 주무기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는 마나나 이능에 관련된 동아리에 들어갈 수가 없다.


[검우회(劍遇會)]와 [검심(劍心)].

검과 관련된 두 동아리 중 나는 후자가 조금 더 맘에 들었다.

전자보다 조금 마이너한 느낌이지만 친목도 더 좋고 무엇보다 정예 모집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동아리에 들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


방과 후 나는 처음으로 광장 뒷편 동아리 건물로 향했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이었지만 표지판이 중간 중간 잘 설치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동아리동 앞에는 홍보하는 사람들과 신입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을 피해서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팜플렛에 따르면 3층 가장 오른쪽 방이었으므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동아리방 앞에는 한 여자가 종이가 쌓인 책상에 앉아 있었다.

아마 여기서 동아리 신청서를 받는 모양이다.


"저기.. 동아리 신청하러 왔는데."


"아... 네. 어라. 근데 2학년이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앉아있는 사람의 명찰도 파란색인 것을 보아 2학년인 듯 했다.


"2학년이 입부신청을 한다고... 요?"


그녀는 명찰과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아주었으면 하는데.


"입부 신청 하실거면 종이 빈칸 다 작성해주시고요. 그리고 저희가 시험을 봐서 실력에 따라 떨어뜨릴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요?"


"네."


종이를 받아들고 볼펜으로 대략적인 인적사항을 적었다.

신입생용 용지라 그런지 랭킹을 적는 곳이 없었다.

물론 287등인 나로서는 적을 필요가 없어 좋았지만.


"아 근데.. 2학년이라. 잠시만요..."


그녀가 벌떡 일어나더니 동아리 방에 들어갔다.

2학년이 이 시기에 입부신청 하는것은 처음이니 어떻게 해야할지 물으러 가는거겠지.


나는 팔랑거리는 종이를 톡톡 치면서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람하게 생긴 떡대 좋은 남자가 나왔다.


"2학년인데 지금 입부 신청을 하겠다고?"


빨간색 명찰을 보아하니 3학년인듯 싶다.

이름은 김선혁. 팜플렛에서 봤던 이름이다.

아마 동아리 회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네. 지금이라도 동아리를 들어야할거 같아서요."


"포지션은 포워드인가? 순위가 어떻게 되지?"


"아.. 포지션은 서포터이고 287등인데요.."


"뭐라고?"


남자가 '이 미친놈은 뭐지?'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얼마전에 이 시선을 받아봤던 것 같은데...

아. 포지션을 바꾼다고 했다가 교관이 이런 눈으로 쳐다보았던 것 같다.


"뭔 말도 안되는... 장난칠 거면 돌아가라. 신입생들이 곧 올테니."


"장난 아닙니다. 진짜 입부할 생각으로 왔습니다."


하아. 남자가 한숨을 쉬더니 나를 째려보았다.

나도 굳이 시선을 내리지 않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몇초간 눈빛이 오간 뒤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좋아. 대신 걸맞는 실력이 있어야겠지. 우리 부의 2학년과 대련해서 실력을 증명해라. 그럼 뽑아주지."


"좋습니다."


까닥 까닥. 그가 손짓으로 동아리방으로 안내했다.

안에는 몇명의 부원이 앉아서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다 모르는 인물이었지만 단 한명 알아볼 수 있었다.

검은색 긴 생머리에 독보적인 외모. 위아래 수수한 검은색 체육복을 입었지만 타고난 미(美)는 가리지 못한.


엊그제까지만 해도 같이 실기 평가를 했던 여제(女帝) 이현서였다.


"2학년이 이번에 새로이 입부 신청을 했는데 실력을 보고자 한다.

이름은 이재혁. 287등 서포터라고 한다.

혹시 2학년 중에 이 친구와 대련해 줄 사람 있나?"


2학년들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살다가 287등 서포터와 대련해 볼일은 없겠지.

서로들 킥킥 웃으며 앞다투어 손을 들었다.

이렇게 인기있어 본적은 처음인데...


하지만. 모든 상황은 그녀가 손을 들음으로써 해결되었다.

이현서가 손을 든 것이다.


"제가 할게요."


"어.. 현서가 굳이 이런 일에 힘 쓸 필요는..."


"제가 할게요."


2학년 남자애가 입을 다물었다.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현서를 보며 말했다.


"그래. 그럼 현서랑 대련해봐라. 만약 현서가 입부할만한 실력으로 인정한다면 얼마든지 입부해도 좋다."


이현서가 벌떡 일어나더니 짐을 챙겼다.

아마 대련을 위해 단련장으로 가려는 거겠지.

이현서가 일어나자 좋은 구경거리가 생긴 것 마냥 2, 3학년 애들이 다 일어섰다.


"오지 마세요."


"...어?"


"단 둘이서 대련할 거니까 여기 계세요. 구경하러 오지 마시고요."


그것은 명령이었다.

왕(帝)이 내리는 명령.

의자에서 떨어졌던 엉덩이가 다시 주춤주춤 내려앉았다.


"어.. 그.. 그래. 하.. 하긴. 구경하면 좀 그렇겠다."


3학년 누군가의 입에서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딱히 대꾸없이 이현서는 동아리방을 나섰다.

나도 눈치를 보다 어깨를 으쓱이고는 이현서를 따라갔다.


-------------------------------------------------------


단련장까지 아무런 대화 없이 걸어갔다.

숨막힐듯한 어색함이었지만 굳이 말을 꺼내진 않았다.

애초에 꺼낼 말도 없고.


기숙사 근처에 위치한 단련장까지는 대략 10분정도 걸어야했다.

곳곳에 심어진 나무들 사이의 길을 지나 언덕을 올라가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현서는 대련을 할 수있는 방 하나를 대실(貸室)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50평은 될듯한 넓은 공간에 나무바닥이 펼쳐져있었다.

바닥에는 꽤나 큰 동그란 원이 그려져 있는데 이 안이 경기장을 뜻했다.


이현서는 죽도 두개를 뽑아들더니 호구(護具)와 함께 하나를 건네주었다.

나는 죽도만 받아들고 호구(護具)는 사양했다.


"시야를 가리는건 싫어서."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호구(護具)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신발을 벗고 바닥에 올라선 뒤 검을 몇번 휘둘렀다.


나도 가방을 대충 풀어놓은 뒤 바닥 위에 올라섰다.

바닥의 차가운 기운이 발을 타고 올라왔다.


"옷은?"


이현서는 동아리에 있을 때부터 이미 새까만 검은색 체육복을 입고있던 상태였다.

나는 교복차림이었지만 딱히 갈아입을 옷을 가져온 것은 아니었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저 검을 그녀를 향해 겨눈 뒤 말했다.


"준비 됐으니 시작해도 돼."


차가운듯 속을 알 수 없는 눈빛과 마주쳤다.

이현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실력 숨기지 마. 권능부터 검술 실력까지 전부. "


".........."


역시 그녀는 그때 힘을 쓴것을 눈치챘었다.

아마 그래서 나와 대련한다고 한거겠지.


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검을 들고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이것은 신호이다.

검의 대화를 나누자고 먼저 내뱉는 행동의 단어.

그녀도 알아들었는지 한발씩 앞으로 나왔다.

점점 좁혀지는 거리에 눈치를 보며 공격의 기회를 찾았다.


이윽고 범위 내에 들어왔을 때, 내가 먼저 검을 뻗었다.

내려찍는 모양새에 그녀가 검을 세로로 세워 받아냈다.

그 사이에서 나는 그녀의 눈빛을 보았다.


강렬한 흑색 눈동자의 시선이 오로지 나의 검에 떨어졌다.

그것은 그녀가 나와의 대련을 결코 허투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그녀에게 나는 결코 쉽게 대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단련장 한 구석에서 287등 서포터와 2등 포워드 간의 보기 힘든 대련이 펼쳐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3 zdsaafa
    작성일
    19.04.21 04:49
    No. 1

    어떻게 7화에 걸쳐서 방패랑 활 말고 다른 냉병기는 안 나옴?

    심지어 주인공도 날 쓰고, 방패 든 놈도 칼 쓰고.

    혹시 계속 이러는 건 아니죠? 근접무기가 설마 방패 제외하면 도검밖에 없는건 아니죠?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서포터로 랭킹 1등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027. 해결(1) +1 19.04.28 208 5 9쪽
26 026. 윤선호(3) +1 19.04.26 241 3 10쪽
25 025. 윤선호(2) 19.04.25 206 3 10쪽
24 024. 윤선호(1) +1 19.04.23 223 6 10쪽
23 023. 체육대회(5) +3 19.04.22 223 5 10쪽
22 022. 체육대회(4) 19.04.21 219 5 10쪽
21 021. 체육대회(3) +2 19.04.19 223 3 10쪽
20 020. 체육대회(2) 19.04.18 228 5 10쪽
19 019. 체육대회(1) +1 19.04.17 274 6 11쪽
18 018. 수습(5) - 1부 完 +2 19.04.14 272 6 10쪽
17 017. 수습(4) +3 19.04.13 275 3 10쪽
16 016. 수습(3) +1 19.04.12 277 3 11쪽
15 015. 수습(2) 19.04.11 293 5 11쪽
14 014. 수습(1) 19.04.10 307 7 11쪽
13 013. 부산 사태(5) +1 19.04.09 303 7 11쪽
12 012. 부산 사태(4) 19.04.09 337 7 11쪽
11 011. 부산 사태(3) +1 19.04.08 330 7 10쪽
10 010. 부산 사태(2) +1 19.04.07 357 8 10쪽
9 009. 부산 사태(1) +1 19.04.06 369 6 11쪽
8 008. 동아리(2) 19.04.05 380 9 11쪽
» 007. 동아리(1) +1 19.04.04 369 9 11쪽
6 006. 실기시험(2) +1 19.04.03 397 8 11쪽
5 005. 실기시험(1) +1 19.04.02 469 7 12쪽
4 004. 서포터(2) +2 19.04.01 551 9 12쪽
3 003. 서포터(1) 19.04.01 617 7 11쪽
2 002. 시작 19.04.01 812 9 11쪽
1 001. Prologue +3 19.04.01 1,058 7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