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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베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이민자 대책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호이베
작품등록일 :
2018.02.11 05:02
최근연재일 :
2018.03.25 23:03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0,425
추천수 :
192
글자수 :
314,331

작성
18.02.17 23:02
조회
214
추천
3
글자
15쪽

발버둥은 치는 사람 마음대로.(2)

DUMMY

잠수정이, 아니 바퀴가 달린 그 무엇도 달리기엔 부적합한 소형 활주로를 매섭게 박차나가는 잠수정 안에서 파비앙은 눈에 핏줄을 세운 채 전면 패널을 노려보고 있었다.


"..!!"


콰앙! 카가각!


왼쪽 화면 상단에 비춘 커다란 얼음덩어리에 조종간을 우측으로 급격하게 꺾어내자 잠수정이 쓰러질 듯 틀어지며 오른쪽으로 몸을 돌린다.

분명 바닥에 쓰러져 있었어야 할 골렘의 예상치 못한 공격을 피하는 여유 없는 움직임이었던지라 잠수정 외피가 거칠게 긁혀나가는 소리가 내부에 울려 퍼진다.


"으아아아?!"


쿵!


"크엑?!"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방해된단말야!"


"흐아악! 머리에 구멍 나겠다!!"


조종간 옆에 있던 보조석 팔걸이에 부딪힌 머리를 부여잡곤 간신히 의자에 매달려 우는소리를 내는 에이브.

과격한 조종으로 인해 잠수정 안을 마치 쉐이커 안에 든 칵테일마냥 이리저리 쓸려 다니며 부딪히는 몸 곳곳이 고통을 호소해온다.


"한번 더 온단말야!"


목표를 눈앞에 두기 위해 선회하던 잠수정 전면으로 몸을 일으키며 손을 땅에 대고 쓸듯 휘두르는 골렘의 모습이 화면에 들어온다.


단 한치의 고민도 없이, 파비앙은 조종간을 앞으로 밀며 두 개까지 열어둔 가속 기어를 하나 더 연 뒤 악셀을 온 힘을 다해 밟았다.


크가가각! 드르륵!


"흐악?!"


급가속으로 인해 매달려있던 의자에서 떨어져 잠수정 후위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에이브를 눈꼬리에 담으며 파비앙은 파고든 골렘의 몸 안쪽 깊숙이 들어간다.


속도를 줄이지 않은 잠수정이 땅을 딛고 있던 골렘의 다리 한쪽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쾅! 파지직!


"크으..!"


계속된 충돌로 인해 전면 패널 전체에 노이즈가 퍼져나간다.

제아무리 단단한 소재로 만들어진 잠수정이라 하더라도 저 흠집조차 나지 않는 골렘에게 계속 이렇게 들이받다간 잠수정이 먼저 부서져 나가리라.


파비앙은 골렘의 뒤로 지나가 다시 잠수정을 선회시키며 무릎 위에 올려둔 기폭장치를 만지작거렸다.


'지금은 이것밖에 없단말야...!'


끝이 보이는 싸움이었다. 싸움이라고 하기도 힘든, 그저 정말 시간 끌기밖에 되지 않는 행위.

시간이 지나 잠수정이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면 꼼짝없이 자신과 에이브는 이 쇳덩이를 관 삼아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 자명했다.


그렇다면,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회로 연결...명령어를 입력하고.."


한 손은 조종간을 움직이면서도 능란하게 기폭장치를 조종패널에 연결시킨 파비앙은 점멸하는 장치의 화면에 잠수정의 동력을 담당하는 핵융합 원자로를 '핵분열' 단계로 이행시킬 명령어를 입력해나간다.


오래 걸리는 작업은 아니었다. 잠수정을 선회시켜 다시금 골렘의 모습을 노이즈가 가득한 전면 화면 중앙에 위치시키는 순간 끝나는 아주 간단한 작업이었으니.


남은 건 아주 사소한 동작 하나로 원자로를 폭발시킬 수 있는 트리거를 만드는 것뿐.


그것마저 눈 깜짝할 사이에 마무리 지은 파비앙은 숨을 몰아쉬곤 기폭장치를 다시 무릎 위에 올려놓은 뒤 부릅뜬 눈으로 전면의 골렘을 노려보았다.


"후우..하...하아...하..."


호흡이 거칠어져 간다.

그토록 혐오하는 것이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져있단 사실에, 자신의 상식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자신을 공격해 온다는 잊고 있던 두려움에, 죽음이란 것이 순식간에 눈앞으로 다가옴에 가슴을 울리는 묘한 고양감과 현실감각이 사라지는 몽환적인 느낌과 함께 파비앙은 마치 환각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멍청한 것. 고작 그것 밖에 안되는 거냐. 이 애비를 대체 얼마나 수치스럽게 해야 성이 풀리는 게냐 넌.

차라리 그럴 거면 사라지는 편이 도움이 될 것을...)


화가 단단히 난 딱딱히 굳은 얼굴에 날카로운 눈초리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중년 남성의 모습이 눈 앞에 떠오른다.

환청마저 들려오기 시작했는지, 그의 입이 움직임에 따라 귀에 익은 목소리가 파비앙의 머릿속을 직접 울려왔다.


'...보라고, 당신이 원하는 그 순간 난 당신에게 정말 필요한 사람이 되었단말야'


그 아이러니함에 파비앙은 무심코 헛구역질을 올려낸다.


끝난 줄 알았던 고통의 시간은 무의식중에서도 파비앙을 계속 괴롭혀왔고, 그것은 그동안 그의 몸을 좀먹어왔다.

이젠, 그것도 진정 끝을 맞이하리란 생각에 연달아 헛구역질을 올려내는 파비앙은 입가에 미약한 미소를 띄웠다.


"뭘 쳐 웃고 있냐 이 멍청한 놈아아아!!!"


퍽!


"으윽?!"


카가각!


뒤통수를 얻어맞은 탓에 파비앙의 몸이 앞으로 쏠리며 조종간을 동시에 앞으로 밀어버린다.

때문에 골렘의 품 안 가장 가까운 곳에 멈추려던 파비앙의 의도완 달리 잠수정은 그대로 골렘의 다리를 스쳐 지나가며 그 뒤로 빠져나갔다.


"무..슨 짓이냔말야 에이브!!"


"너야말로 무슨 짓이냐?! 뭘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그 흉물스러운 걸 만지작거리고 있는 거냐고?!"


"이 방법밖엔 없다고! 이대로 계속 저걸 들이받아봤자 결국엔 죽을 거란말야!"


"누가 죽어?! 난 안 죽을 거야! 올해 카지노 페스티발이 바로 코앞이란 말이다!"


"겨우 그런 이유로..!"


"겨우 그런 이유라도 살아남을 이유론 충분해 이 멍청아!!"


목에 핏대를 세우며 파비앙의 어깨를 잡아당긴 에이브는 지근거리에 놓인 부릅뜬 눈동자 깊은 곳을 자신의 시선으로 파고들어 간다.


그 깊숙한 곳에 웅크려있는 또 다른 파비앙을 찾기 위해.


"내가 널 이러려고 그 골목에서 데려온 줄 아냐?!

이렇게 간단히 널 죽어 나자빠지게 하려면 눈물 콧물 다 내빼고 있던 너 그 자리에 그대로 내버려 두고 왔었겠지!

그래도 네가! 적어도 그때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했었고!"


"...!"


어느덧 돌아와 파비앙의 양어깨를 잡아 정면에서 그를 바라보는 에이브는 처음 파비앙을 만났던 순간부터 담아왔던 이야기를 아주 간단하고 짧은 말로 외쳐낸다.


"나도 네가 필요했으니까 데려온 거야! 그런 널 쉽게 죽도록 내버려 둘 것 같냐 내가?!!"


"!! 하..지만!"


"하지만이고 뭐고! 나는 물론이고 너와 크리스, 그리고 호진과 구호대상인 르윈까지 여기서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 돌아간다!

난 그러려고 너희들 데려왔고, 그러려고 너희들 옆에 있는 거니까!"


파비앙의 가슴속을 메우던 기묘한 느낌이 점점 희미해져 간다.

과거를 바라보던 눈동자는 어느샌가 눈앞의 금발청년을 향하고, 그 깊숙한 곳에서 웅크리고 있던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금 조종간에 앉은 그 순간,


"?! 비키란말야!!"


"뭐, 크?!"


에이브가 가린 탓에 일부만 보이던 전면 패널 화면에 나타난 모습이 그제야 눈에 들어온 파비앙은 에이브를 옆으로 밀쳐내며 조종간을 왼쪽으로 꺾어내지만,


이미 늦었다.


콰자작! 파직! 카각!


"으으으!!"


"흐아아악?!!"





"?! 이런!!"


골렘과 잠수정이 서로 치열하게 얽히는 곳에 가까스로 다다른 호진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보곤 두 눈을 크게 치켜떴다.


"늦었..! 젠장!!"


콰앙!


무슨 일인지 잠깐, 아주 잠깐동안 멈춰선 잠수정이 급발진하며 몸을 돌리는 것보다 빠르게 골렘의 커다란 얼음주먹이 잠수정의 측후방을 노리고 떨어져 내렸다.


비록 순간적인 급발진 덕택에 완파는 피했지만 충격 범위를 미처 피하지 못한 잠수정 외피가 거칠게 뜯겨나가며 구멍이 생겨난다.


"에이브! 파비아앙!!"


땅에 박아낸 손을 들며 또다시 멈춰선 잠수정을 향해 미리 치켜들고 있던 다른 주먹을 내리꽂으려 하는 골렘을 향해 호진은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미리 잠금장치를 풀어달라고 했어야 하는데...!'


워낙 급하게 달려온 탓에 생각지도 못했지만, 손에 들고 있는 판도라는 크리스의 전용의 확장무장이기에 그녀의 개인 식별정보로 잠금이 걸려 호진이 그 무기를 완벽히 다루는 건 불가능했다.


르윈이 그랬듯, 호진에 손에 들린 판도라는 튼튼하고 탄성이 좋은 봉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으..라야아압!!"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껏 이런 봉 따위로 호진의 양팔 둘레보다 두꺼울 골렘의 다리를 부술 수는 없겠지만 호진은 거침없이 골렘의 발목으로 추정되는 부분을 향해 판도라를 양손으로 힘껏 휘둘렀다.


빠가각!


"크흐으?!!"


역시나 부스러기 하나 떨어져나오지 않는 골렘의 발목에 비해 판도라에게서 전해져오는 반동은 손아귀를 찢어버릴 듯 맹렬하게 전해져왔다.


가까스로, 정말 가까스로 호진은 손에서 판도라를 놓지 않고 휘어진 판도라가 펴지는 반동을 이용하여 몸을 360도 회전시켰다.


빠각!


"으, 읏!"


온몸의 근육을 거의 쥐어짜 내듯 쏟아낸 모든 힘에 회전하는 힘을 얹어 휘둘러진 판도라가 골렘의 반대쪽 발목을 후려친다.


이번에도 손안에 전해져오는 고통스러운 반동에 인상을 찌푸린 호진은 일말의 기대를 걸고 고개를 들어 골렘의 얼굴 부분을 올려본다.


"...."


"이걸론...부족한건가..?!"


그저 잠시동안 움직임을 멈췄을 뿐, 치켜 올라가 있던 팔이 다시금 떨어져 내리는 모습에 호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차 냈다.


타타탕!


"?!"


{호진-!!!}


이젠 귀에 익어버린 구식 총기의 발포소리와 함께 떨어져 내리는 얼음주먹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던 호진의 귓가로 르윈의 외침소리가 들려온다.


놀라 고개를 돌린 곳엔 안겨있는 르윈의 등 뒤를 향해 손에 든 총으로 지향사격을 거듭하는 크리스를 안은 채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르윈이 있었다.


"르윈 씨?! 어째서!"


{숲에도 먼저 찾아온 자들의 잔당이 있었네! 게다가 그대가 가라고 했던 곳까지 가는 숲길은 모조리 무너진 탓에 위치를 알 수가 없었어!}


"그렇다고 돌아오면 어떡합니까?!"


"그럼 숲속에 깔린 놈들한테 가만히 바람구멍 뚫려야겠냐?!"


절망에 다시 절망, 그리고 그 위에 또다시 얹어진 절망.

무엇 하나 제대로 풀리질 않고 비극만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상황에 황망해진 호진은 힘없이 고개를 돌려 이제쯤 골렘의 주먹을 맞곤 형편없이 찌그러져 있을 잠수정이 있는 곳을 향한다.


"..?!"


허나 그곳엔 여전히 측면에 구멍이 뚫린 채 멈춰있는 잠수정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의문이 담긴 시선을 살며시 들어 올린 호진의 눈동자에 비친 골렘은 주먹을 내려찍던 자세로 고개만을 르윈에게 향한 채 멈춰있었다.

간신히 보이는 그 얼굴의 붉은 눈동자가 일렁이는 불꽃을 순간 크게 키운 것처럼 보였다.


"<목표>, <발견>...<처리>, <이행>"


"!!"


몸을 돌리며 르윈을 향하는 골렘의 움직임에 화들짝 놀란 르윈은 다가오던 발을 멈추곤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그녀의 품 안에서 총구를 골렘에게 향한 채 쉴 새 없이 발포하는 크리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골렘은 거칠 것 없이 천천히, 어딘가 여유로움마저 느껴지는 움직임으로 르윈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아, 안..!"


"크..흐으으..."


"?!"


그녀들을 향해 다가가려던 호진의 귓가로 들려온 또 다른 목소리.

다급히 고개를 돌린 곳에선 잠수정의 뚫린 측면 구멍으로 축 늘어진 파비앙을 등 뒤에 업은 채 얼굴 한가득 피를 흘리는 에이브가 힘겨운 걸음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에이브?!"


"호..호진..! 수, 숲으로, 동굴로 도망가랬잖냐..!!"


"숲도 괴한들의 잔당이 남아있어서 안전하지 않답니다!

파, 파비앙은 어떻게 된 거에요?!"


"나...난 괜찮다고, 아직, 의식은 있는 것 같단말야..!"


에이브의 어깨에서 고개를 들곤 호진을 바라보는 파비앙의 꼴도 말이 아니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던 호진은 순식간에 엄습해오는 오한을 느끼며 홱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본다.


한쪽엔 다친 에이브와 파비앙. 그리고 한쪽엔 골렘의 표적이 된 르윈과 크리스.

에이브와 파비앙이 죽진 않았단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호진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처한 상황에 정신이 혼미해져옴을 느꼈다.


르윈과 크리스를 구하러 가도 잠수정을 탄 채 들이받음으로써 겨우 막아낸 골렘의 움직임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온통 피칠갑을 한 에이브와 파비앙을 그대로 둘 수도 없었다.


'이...이땐 어떻게 해야..!'


고민을 거듭한다면 상황은 더욱 최악을 향해 성큼성큼 거리를 좁혀갈 것이다.

손을 미처 쓸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호진은 무언갈 선택해야 함을 먼저 자각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호진은 움직여야 했다.


'...제기랄!'


"파비앙! 저 잠수정 아직 움직여요?!"


"움직이긴...한다고, 동력 계통은 살아..."


"기폭장치는?!"


"연결해뒀...장치의 신호가, 끊기면 폭발..."


그 이상의 말을 잇지 못하고 에이브의 어깨에 푹 고개를 묻은 파비앙을 바라보던 호진은 딱딱히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려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 르윈을 바라본다.


"르윈 씨! 지금 당장 베이스캠프 식당으로 뛰어요!!"


{어디를 말하는 겐가?!}


"아까 저와 같이 피신하려 했던 곳이요!"


{그게, 의미가 있는 겐가?!}


"의미는 제가 만들어 낼 겁니다!

빨리요!!"


당혹스러운 눈길을 보내던 르윈이 올곧게 자신을 향한 호진의 시선에 고개를 주억이곤 무너진 베이스캠프 건물을 향해 뛰어간다.


"에이브! 에이브도 르윈을 따라가요!"


"크으..! 너, 넌 어쩌려고..?!"


르윈의 뒤를 따르기 시작한 골렘의 움직임에 다급히 에이브의 옆을 스쳐지나가는 호진의 팔을 에이브가 잡아세운다.


얼굴이 온통 피에 젖어서도 눈빛만큼은 죽지 않은 청년의 추궁하는 듯한 그 시선에 호진은 잠수정을 일별한 뒤,


"...시간을 벌 테니까요! 가서 파비앙을 내려두고 다시 와줘요!"


"너..그 말을 믿을 수 있겠,"


"빨리! 지금 이러고 있는 순간에도 파비앙이 위험해지고 있다는 거 몰라요?!

게다가 에이브도 그 상처로 언제까지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호진의 호통에 에이브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 말 그대로다. 등 뒤에 업혀있는 파비앙의 숨소리는 미약한 데다 그 자그맣고 가냘픈 파비앙의 몸이 커다란 납덩어리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에이브의 몸 상태도 정상은 아니었으니.


허나 에이브는 그 손을 놓지 않았다.

그가 파비앙에게 했던 말 그대로, 그는 절대 이곳에서 그 누구도 죽게 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니까.


"...에이브. 나 아직 면접 통과 안 됐죠?"


"뭐..? 갑자기 그건 무슨..."


"면접이라고 부려먹은 거 똑똑히 나중에 제값 쳐서 받을 테니까!

그러니까, 이 면접 꼭 통과할 겁니다. 알겠어요?!"


호진을 붙잡고 있던 손의 힘이 풀려나간다.


에이브의 각오. 그리고 호진의 각오.

호진을 놓게 된다면 잠수정에 올라탈 그가 무엇을 할진 뻔히 눈에 보였지만, 지금 이 순간 에이브는 호진의 각오를 이길 수가 없었다.


이길 수 없는 카드를 꺼내든 상대에게 에이브는 단 한번도 갬블에서 이겨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당연하게도 매우 분한 일이었다.


"...죽지마라. 절대, 절대로...!"


"안죽을겁니다!"


그 당부만을 남기고.

그 불확실한 대답만을 남기고.


호진이 잠수정 안으로 사라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에이브는 입가에 또 다른 핏줄기를 아로새기며 삐걱거리는 다리를 박차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88 초록유리
    작성일
    18.03.23 08:15
    No. 1

    온우주가 기를 모아 온갖 불행을 주인공에게 모조리 몰빵으로 몰아주는 소설을 보는중이에요. . .

    힘좋고. . 착하고
    요리도 잘하고 성적도 차석이고
    외계어도 알아듣고 전투센스도 있고 다른사람배려도 잘하는 주인공인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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