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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7118_fungentleman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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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이민자 대책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연재 주기
호이베
작품등록일 :
2018.02.11 05:02
최근연재일 :
2018.03.25 23:03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8,741
추천수 :
181
글자수 :
314,331

작성
18.03.07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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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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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빗장을 거둬낸 곳엔.(4)

DUMMY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서, 같은 풍경도 사뭇 달라 보이는 건 왜일까.

산 위에서 올려다보는 낮의 하늘과 광활한 평야에 서서 올려다보는 낮의 하늘은 같은 모양이더라도 전혀 다른 느낌을 주지 않는가.

더욱더 가까운 예로, 내 집 마당의 잔디와 커다란 공원의 잔디는 분명 같은 것일진대 달라 보이지 않나? 커다랗게 전부를 보는 게 아닌, 단 한 부분을 떼어놓고 보더라도.

이건 내 집 마당의 잔디, 어딘가 친숙하지만 약간은 볼품없는.

이건 커다란 공원의 잔디, 어딘가 신선하면서도 잘 관리되어있는 듯한.

물론 여기서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건 피사체를 어디서 보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가 문제다!'라고.

그래,


그 말이 맞다.


"...저만 그런 건가요? 석양이 오늘따라 왠지...좀 서글퍼 보이는데"


"시인 나셨네. 왜? 네가 원하는 그 안정적인 직장, 차라리 집에서 펜 하나 들고 시작해보지"


해변가에 놓인 한적한 노천카페의 끄트머리 테이블에 둘러앉은 호진과 크리스는 서로 같은 것을 바라보면서도 다른 감정을 느끼는 듯했다.

물론 호진은 그것에 대해 그 어떤 불만도 가지지 않았다. 이 섬에 온 첫날부터 얼핏 감상적이 된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고, 그녀가 이리도 뾰족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 또한 알고 있었기에.


"...굉장히 복잡해졌네요"


"후우...진짜 염병할. 대체 이 섬은 뭐 하는 동네야?"


이 해변가의 노천카페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슬럼가의 한 아파트에서 오열하는 여인의 이야기를 듣고 온 호진과 크리스는 지끈거려오는 두통에 한숨과 탄식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래서...폰토? 폰토가 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게 이런 건가요?"


"...맞슴다"


그리고 그런 둘의 맞은편에서 잔뜩 움츠린 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던 갈색 피부의 소년 또한 무거운 한숨을 푸욱 내쉬고만 있었다.


"세상에, 인신매매라니..."


"...엄밀히 말하자면 인신매매는 아님다"


"비밀엄수를 기본으로 하는 고수익의 일, 일을 시작한 후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은 그 누구와도 연락 못 함...그렇네요. 엄밀히 말하면 인신매매는 아닐지도. 그저 그런 우려가 있는 일이라고 하면 되나요 그럼?"


"그렇게 봐도...무방할검다. 다만 엘티노의 슬럼가에선 암암리에 있었던 일인지라...게다가 일을 시작하면서 다들 가장 가까운 친지들에겐 한두 마디씩은 하고 사라졌던데다 길어야 두 달쯤 되면 돌아왔기에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았었슴다"


"그게 지금에 와서 너무 갑작스레 사라진 데다 이전과는 달리 돌아올 때가 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았기에 문제가 되는 거다?"


"맞슴다"


"낮에 얘기했던 그쪽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실종사건에 무감각한 이유가 그거였군"


"그럼 지금 이 일을 '실종'이라 여기는 사람들은 사라진 사람들의 친지들이란 거군요.

그 이외의 사람들은 암암리에, 가끔 있던 일이니 그러려니 하는 거고"


"그렇슴다. 이디 누나네 아주머니도 그러신걸 검다.

처음엔...좋아했었으니까 말임다"


"...그놈의 돈이 뭔지. 허! 빌어먹을"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찬 크리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 테이블 위에 놓인 텀블러 잔의 음료를 단숨에 들이킨다.


호진도 목이 바싹바싹 타들어오는 듯한 기분이 들어 차가운 음료를 입안에 머금었다.


"그런 아주머니도 이디 누나가 돌아오지 않는 와중에 갑자기 그런 걸 받으셔서 더 걱정하신걸 수도 있슴다.

아니, 그건 아마도 지금 실종된 사람들의 가족들 전부가 그런 걸지도 모름다.."


폰토의 말대로, 크리스가 보았던 테이블 위의 종이뭉치들은 이디가 사라진 뒤 갑자기 집으로 보내져온 것들이라 했다.

단순히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고수익인 일. 지금껏 이 일을 해온 주변인들 다수 있음'이란 인식과 들어왔던 것관 달리 너무나도 갑작스레 사라진 딸에 대해 걱정과 약간의 의문을 품던 여인으로선 발신지가 적히지 않은 커다란 종이봉투 속 '이민 신청서'와 '비행기 티켓', 그리고 이디의 편지로 보이는 것은 꽤나 이질적인 것임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그 편지의 내용이 자신이 돌아오고 나서 같이 이민을 가자는 내용이라면 더욱더.


"어찌 되었던 그때까진 그분도 딸의 실종에 대해선 그다지 큰 염려를 하고 있진 않았었겠죠. 하지만 그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돌아올거란 예상을 하던 시간에 돌아오지 않는 그 순간부터 미칠듯한 기분이었겠지.

게다가 그 전에도 비슷하게 사라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길 들으면 들을수록 더욱더"


"이주쯤 전부터 하시던 일을 관두시고 이디 누나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다니셨슴다.

이디 누나의 아버지는 배를 타러 나가셔서 아직 돌아오시지 않으셨지만...아마도 돌아오신다면 크게 상심하실 게 분명함다"


"그러면서도 언제든지 딸이 돌아 올거란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었다...정리해놓은 가구들과 짐들은 그것 때문이었겠군요. 게다가 이민 신청서가 그토록 구겨져 있던 것도 실은 딸이 돌아오기 전에 먼저 기입해둘까 고민하던, 그 이후엔 돌아오지 않는 딸 걱정에 찢어버릴까 고민하던 것이었다니..."


"알겠어. 알았다고. 성급하게 판단한 건 내 잘못이야 인정할게. 그러니까 그만 좀 노려봐 임마"


"아시니 다행이네요. 크리스가 그런 말을 했기 때문에 더 우셨던 건지도 모른다구요"


"하아...젠장. 어디 알았겠냐고. 난 이런 엿 같은 이유가 있었을진 몰랐지"


탐정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슬럼가를 나오던 순간부터 싹 자취를 감춘 뒤였다.


"이제 곧 석 달을 넘어감다. 아마도 아주머니는, 그리고 다른 실종된 사람들의 가족들은 이제야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검다"


"그런 와중에 엘티노의 경찰들은 움직여주지도 않는다라..."


"...실은 당연히 움직이지 않는 검다"


"응? 어째서죠?"


"어찌 되었던 이건 단순히 '일'을 하러 가는 것임다. 지금껏 돌아온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기에,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경찰들도 어차피 곧 돌아올 거란 생각을 하고 있을 검다.

그러니 결국...이제와서 신고해봐도 거들떠도 보지 않는 검다"


"그렇더라도 이건 사건이라고 보고 다뤄야 하는 게 맞을 테지만...음..."


역시, 엘티노의 경찰들은 이 문제의 우선순위를 뒤로 그것도 꽤나 멀리 미뤄둔 것이리라.

이게 확실한 실종 사건이 아닌 이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라면 더욱더 그럴 것이다.


"진짜 엿 같네...그럼 뭐야, 결국 이렇게 사라진 사람들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제 발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정말 영영 '실종'이 된 채로 남게 된다는 거잖아.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있어? 앙?"


"저, 저한테 화를 내셔도...저도 답답함다..."


크리스가 화를 내는 것도 이해가 가는 게, 호진 자신도 꽤나 가슴이 답답해져 있었기에.

시작은 본인들이 선택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리곤 결국 그런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자업자득이라고 하더라도...


그래, 말하자면 이건 자업자득이었다.


주변에서, 상황이 그들을 그런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그런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어려운 사정에 있는 사람도 있고 넉넉한 형편의 사람들도 있으니까.

이런 위험하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선택을 한 사람들은 어려운 사정에 단 하나의 선택만이 남아있었던 것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그걸 선택한 건 자기 자신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네요. 이대로 방도 없이 가족의 얼굴을 더이상 볼 수 없게 된다는 건"


이게 가슴 아픈 일이라는 건 분명한 일이었다.


"...?"


가슴을 따갑게 찔러오는 안타까움에 인상을 찌푸리며 얼음이 반쯤 녹아든 음료가 담긴 컵을 들어 올린 호진은 문득 다른 의문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어찌 보면, 제일 처음부터 확인하고 싶었던 의문.


"그러고 보니 폰토"


"네? 왜 부르심까?"


"이 이야기, 말하지 못할만한 일인가요?"


"..."


어제 판잣집에서, 그리고 오늘 식당에서.

폰토는 분명 이 이야기를 꺼내길 '두려워'하고 있었다.


"물론 복잡한 이야기에요. 게다가 장본인들에겐 수치스러운 일일 수도 있구요. 그들 스스로가 이 일을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니지 못하는 이유도 이해가 영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폰토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이유를 모르겠네요"


"그, 그건..."


한숨을 내쉬던 폰토의 얼굴이 다시금 핏기를 잃어간다.

역시, 이 소년은 아직 무언가를 더 숨기고 있었다.


"뭐죠? 무엇이 폰토를 그렇게 두려워하게 만드는 건가요?"


"...."


"갓 만든 푸딩이 올려진 접시를 잡고 흔든 것마냥 파들파들 떨고 있군. 뭘 숨기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이미 그런 반응을 보인 시점에서부터 끝난 건 본인이 잘 알 텐데? 아니면 뭐, 입 바깥으로 꺼내면 네 목숨이 당장에라도 날아갈 만한 이야기야?"


"?!!?!"


"...빙고?"


싸아악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폰토의 얼굴, 입술, 온몸에 걸쳐 핏기가 가셔간다.

한없이 커진 눈동자와 그 안이 좁을세라 확장된 동공은 여실히 이 소년이 지금 얼마나 큰 공포를 느끼고 있는지 대변해주고 있었다.


"...으, 흐으으...크읍!"


하지만 소년은 곧 테이블 아래에서 무릎을 쥐어뜯고 있던 손을 들어 올린다.

그리곤 자신의 양 볼을, 짝!


"푸흐...후아...하...흐읍! 하아..."


호진과 크리스의 시선을 받으며 폰토는 천천히 심호흡을 들이마신다.

그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그의 얼굴 표정에 깃든 감정이 그 색을 달리해갔다.


마침내 갈색 피부가 무색하게 하얗던 얼굴이 다시금 원래의 색을 되찾은 폰토는 앞에 놓여있던 컵의 음료를 한 번에 입안으로 부어 넣은 뒤 컵을 탁,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이제 이 일을 알게 된 이상, 선생님들도 안전하진 않슴다"


차가운 음료를 한가득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뜨겁게 달아오른 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뭐? 너 지금 우리 협박이라도 하는 거냐?"


"그런 게 아님다....제가, 협박하는 게 아님다"


"그게 무슨 소리죠?"


"제가 알고 있는 네 건의 실종사건...실은, 그중 두 건은 실종사건이 아님다"


"실종 사건이 아니라면...?"


"...살인 사건임다"


"!?"


아주 뜨겁게 달아오른 폭탄이, 호진과 크리스 앞으로 던져져 온다.


"제가 이 일을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이 일에 대해 슬럼가 내부의 사람들이 아닌 외부인에게 전했던 사람들이 살해당하는 걸 보았기 때문임다"


"자, 잠깐 폰토.

이 실종 사건에 대해 외부에 발설한 사람이 살해당하는 현장을 두 번이나 봤다는 건가요?"


"첫 번째는 우연이었슴다.....두 번째는, 마치 보여주듯 제 앞에서 일어났슴다"


"앞에서...?!"


그 때의 장면을 회상하는 듯한 소년의 얼굴에 다시금 두려움과 끔찍함이 자리 잡는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것도 어두운 길이 아닌 적잖이 밝은 길이었슴다. 주변에 사람만 없었을 뿐 절대 살인이 일어날만한 장소가 아니었는데...갑자기 눈앞에 기절한 안드레 아저씨가 뚝 떨어져 내려서 깜짝 놀랐었슴다. 그리곤 놀라 비명을 지르는 것보다도 먼저, 누군가가 제 입을 막았슴다"


소년은 떨려오는 몸을 진정시키려는 듯 온 힘을 다해 주먹을 쥐어보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한지 입술이 하얗게 될 정도로 세게 깨물고 있었다.


"눈앞에서...안드레 아저씨의 손이 잘려 나갔슴다. 뒤, 뒤 이어서 팔이, 다리가, 그리고 배가...부, 분명, 분명 숨을 쉬고 있었는데 눈도 뜨지 않고 그렇게 끄, 끔찍하게 죽어갔슴다...고개를 돌리려 해도, 비명을 질러보려 해도 제 머리를 잡고 있는 누군가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슴다"


"..."


"너무, 너무 끔찍한 모습이어서 그 이후론 기억이 안남다....정신차려보니 집 안에 누워있었고, 제 가슴 위엔 '말하지 말라'는 한마디만이 적혀있는 종이가 올려져 있을 뿐이었슴다..."


"아, 아니 그런 일을 왜 경찰에 말하지 않고...!"


"...안드레 아저씨는 이 실종 사건을 경찰에 처음으로 신고한 사람임다. 그리고 신고를 받았던 경찰...죽었슴다. 여객선을 타다가 바다에 떨어져 죽었다곤 하던데...믿을 수 없었슴다"


"그래서...말하면 너도, 그리고 우리도 위험해질 테니 말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 것 치곤 자연스럽게 실종 사건에 대해 흘려낸 것 같은데"


"...괴로웠슴다. 죽을지도 모를 거란 생각이 들어서 두려웠고, 사라진 사람들이 어떤 끔찍한 일들을 겪고 있을지 몰라 괴로웠슴다. 누군가에겐, 누군가에겐 털어놓고 싶은 생각은 계속 있었슴다. 그래서...반쯤은 의도적으로 흘려낸검다. 선생님들께선 적어도...아무런 손도 못 쓰고 살해당하시진 않을 것 같아서"


"...하, 이 미친 새끼가?"


"?! 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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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뭔가 심상찮은 냄새가 난다.(1) 18.02.26 118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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