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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베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이민자 대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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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베
작품등록일 :
2018.02.11 05:02
최근연재일 :
2018.03.25 23:03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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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15
추천수 :
192
글자수 :
31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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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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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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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단추를 두 개쯤 잘못 끼우고 시작했다.(1)

DUMMY

"자, 하나 둘 셋 하면 한 번에 위로 던지면 되는 거에요! 알겠죠?!"


"""네!!"""


"자아 그럼~

하나, 둘, 셋!"


"""졸업이다아!!!"""


하늘 높이 던져지는 학사모와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플래쉬.

그에 못지않은 젊은이들의 얼굴에서 흘러넘치는 빛들이 넓은 잔디밭을 환하게 메워간다.


"...졸업 축하한다 임마!"


그 한가운데에서, 호진은 친구의 축하를 받으며 주변을 감싼 다른 이들처럼 환한 미소를 만면에 띄우고 있었다.


친구들의 연이은 축하 인사 속에서 답사를 건네는 그의 얼굴은 언제까지고 그렇게 밝을것 처럼 보였다.

언제까지고.



+++



어제부로 끝났지만.


"....."


"....."


뚜벅, 뚜벅.

익숙지 않은 구두가 발을 옥죄이며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욱신거리는 느낌이 귓가에 울리는 발소리를 더욱 크게 울리는 듯했다.


한쪽 벽이 온통 커다란 유리로 이어진 터라 햇빛이 막힐 것 없이 한껏 새어 들어오는 통에 눈부시게 밝은 복도를 그렇게 내심 인상을 찌푸리며 앞서나가는 과묵한 남자를 따라가길 한동안.


"..여깁니다"


갑작스레 우뚝 멈춰선 그의 뒤에서 마찬가지로 우뚝 멈춰 서며 고통이 한결 심해진 발에 미간을 찌푸린 호진은 돌아선 남자의 시선에 황급히 차렷자세를 취한다.


"중령님께 부탁받은 제 안내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그런 호진을 차분히 바라보던 남자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네곤 호진의 옆을 지나쳐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아, 저 저기!"


"?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 아닙니다"


"너무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마지막 단계를 앞두고 긴장해서 미끄러질 순 없지 않겠습니까"


입꼬리를 올리며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호진을 달랜 남자는 다시 몸을 돌려 사라져간다.


"...이름 물어보려 그랬는데"


말하자면 이것도 너무 긴장한 탓에 미처 물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호진은 뻣뻣해진 몸과 머리에 한숨을 푸욱 내쉬며 남자가 남기고 간 말을 가슴속에서 계속 곱씹어본다.


"후우...하아..."


그가 남기고 갔듯, 이제 와서 이렇게 긴장해서야 될 일도 안 될 건 자명한 일이었다.

한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으며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긴장을 풀어나가던 호진은 한차례 주먹을 꼭 쥐며 각오를 다지고 눈앞의 문고리를 살며시 잡아 돌린다.


딸칵, 끼익.


"...어이 신입. 넌 노크라는 단어도 모르나?"


"죄송함다!!"


쾅!


역시 긴장을 해서야 될 일도 안 되는 법이다.


"으으...다, 다시 한번"


떨리는 손을 간신히 들어 올려 두어 번 노크.

똑, 똑. 살짝 맥빠진 듯 어설픈 노크소리가 마치 증폭제라도 된 것 마냥 호진의 심장 고동 소리의 볼륨을 두 단계 크게 울린다.


[...들어와]


"!"


문 안쪽에서 들려온 미약한 목소리에 호진은 허겁지겁 문에 다시 손을 가져다 대곤 다시금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가슴을 진정시켜본다.


노크도 했고, 들어가기 전 빼먹은 것은 더 없으리라.


"시, 실례하겠습니다..!"


재차 열리는 문 너머 훤히 드러난 방 안의 풍경.

그리 넒진 않지만 벽면을 가득 채운 캐비넷들과 책장엔 한가득 책과 서류들이 넘쳐 흐르도록 담겨있어 실제로도 바닥엔 온통 서류들이 흩어져있었다.


이래서야 발을 잘못 디디면 무언갈 실수로 밟을 수 있겠단 생각에 조심스레 방 안으로 한걸음 내디딘 호진은 그제서야 창문을 등지고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는 남성의 모습을 눈에 담는다.


"...계속 거기 서서 뭐할 건데? 가까이 와"


"네, 넵!"


묵직한 목소리에 걸맞은 선이 굵어 남자다워 보이는 얼굴에 피로가 구석구석 새겨진 그는 시종일관 쏘아붙이듯 거친 말을 내뱉으면서도 전혀 호진을 바라보질 않았다.


호진에게 있어선 사관학교에서 항상 마주치던 교관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기에 도리어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가까이 다가오라는 그의 말에 호진은 그렇게 조금 자연스러워진 발걸음으로 서류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나아간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부로..."


"연호진. 21세. 극동 아시아 통합지역(EAIA)에서 태어나 세계연합 부속 사관학교를 졸업.

부모는 어렸을 적 돌아가신 것 같고...동생이 있었으나 행방불명.

간단한 신상은 이 정도겠군"


"....네?"


"틀린 점이 있나?"


"아, 아닙니다"


명멸하는 노트북 빛을 눈에 담은 채로 담담히 호진의 신상을 읆어내려가는 남자의 앞에서 풀려가던 긴장감은 다시금 높아져 간다.


"졸업 성적은 차석이라...꽤 나쁘지 않은 성적이군.

이 정도면 PMC나 각 연합단체에서 앞다퉈 모셔갈 텐데 왜 여길 지원했지?"


"아, 그건 제가 세계연합의 역할에 어렸을 적부터 깊은 감..."


"고리타분한 얘긴 관둬. 너랑 똑같은 얘기를 오늘 하루만 해도 벌써 스무 번 넘게 들었어"


"...네에"


"사관학교에서 말꼬리 늘려도 된다고 배웠나?"


"아닙니다!"


여전히 남자의 시선은 호진을 향하진 않았지만 호진은 마치 그가 자신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훑어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결코 넒지않은, 게다가 캐비넷들과 책장으로 가득하고 정리마저 안된 터라 더욱 답답한 방 안에서 호진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불쾌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나도 바쁘니 더 시간을 끌진 않도록 하지.

지금 즉시 B동의 A-11 격납고로 이 서류를 가져가"


스윽 내밀어지는 남자의 손에서 무의식적으로 서류봉투를 건네받은 호진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가져가라곤 해도, 이게 이대로 끝인 걸까 확신이 들지 않았기에.


"안 움직이고 뭐 해?"


"아, 네!"


"...."


더 할말은 없다는 듯 냉정한 그 목소리에 호진은 황급히 경례를 올리곤 몸을 돌려 바닥에 가득한 서류 가운데의 좁은 길로 조심스레 발을 내디딘다.


그리고 호진이 문에 가까이 다가선 그때,


"아 잠깐"


"...?"


멈춰세우는 남자의 목소리에 몸을 돌린 호진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그의 눈을 그제서야 마주 볼 수 있었다.

피곤함에 찌든듯한, 다크서클이 짙은 눈동자가 인상에 깊게 남았다.


"그곳에서 네가 들고 있는 그 서류를 찢어버리려는 놈이 있다면 네인즈가 가만 안 둘 거라고 전해둬"


"찌, 찢어..."


"만약에 그런 놈이 있다면 말이지만...지금 시간대면 있을지 모르니.

그리고 절대 다시 돌아오지마. 알겠어?"


그의 눈은 농담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 진지한 빛을 띄우고 있었다.


설마 이런 공문서 같아 보이는 서류를 찢을 사람이 있으리라곤 생각되진 않았지만.



+++



찌익, 찍!


"으, 아아아아!!"


있었다.


"아! 저, 그! 그거 찢으시면 네인즈라는 분께서 가만 안두신..."


"네인즈으!! 그 빌어먹을 악마 자식이!!"


들은 대로 B동 A-11 격납고에 들어서자마자 마주친 퉁명스러운 작업복 차림의 키가 작고 통통한 남성은 호진이 내민 서류를 받아들기 무섭게 갈기갈기 찢어내 던져버렸다.


"크아악! 크악!!"


그것도 모자라 바닥에 흩어져버린 공문서였던 것을 성난 발길로 짓밟기 시작한 그의 모습을 호진은 남은 서류봉투를 끌어안은 채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내가! 제이크의 빈자리는! 경력 요원으로 채워달라고! 했는데!!

누가 이런! 신품이 필요! 하댔냐고!!"


그의 말로 보아 네인즈가 건넸던 서류는 배속명령서인 듯한데...그걸 찢고 저리 밟아대다니, 아무래도 그는 호진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우울하게도.


"씨익...! 씩..! 야 너!"


"네, 넵!"


"너 뭐냐?! 경력 있는 신입이냐?! 이쪽 바닥 어디 한구석에서 굴러먹다 온 말라 비틀어진 뼈다귀라도 돼?!"


'마, 말라 비틀어진...'


"겨, 경력은 없습니다!"


"그렇겠지 씨발! 신규 배속명령서라는데!"


그렇다고 호진은 자신을 칭한 말라비틀어진 뼈다귀란 말에 동의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아니 애초에, 이쪽 경력이 뭐란 말인가. 여기가 뭘 하는 곳인지도 모르는데.


"너 필요 없어! 당장 다시 네인즈에게 돌아가서 딴 데로 보내달라 그래!"


"네?!"


대체 왜 이리도 그가 자신에게 이렇듯 매몰찬지 호진은 그저 당황을 금치 못할 뿐이었다.


"이깟 배속명령서 안 따르면 그만이야!

이민국 내에서 인사를 담당한다는 자식이 이따위로 하면 어쩌자고?!

이번만큼은 절대 못 참아!"


"돌아가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임마! 아직도 있었냐?!"


"그, 그럴 수는...!"


그의 말대로 네인즈에게 다시 돌아가 배속명령서는 찢겨져버렸고, 자신은 일러줬던 곳에서 쫒겨져 나왔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재확인을 부탁하면 될 일이었다.

허나 호진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그렇게 한다고 해도 그 피로에 찌들어있던 남자가 받아들여 줄 리 만무할 거라 생각했기에.


'돌아오지 말라고 했는데..!'


"지원 임무에 나갈 녀석들도 없어서 빌빌 기고 있는데 대체 왜 말을 안 듣는 거야 그 자식은?!"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어차피 배속명령서의 배속처가 바뀔 일은 없어 보이고, 눈앞에 선 자신을 무시하는 이 남자에 대해 약간은 욱, 하는 마음이 생겨나기도 한 참에 호진은 떠오른 그 방법을 당장 실행에 옮긴다.


"저는 잘할 수 있습니다! 믿고 맡겨주십시오!"


"아직도! 안 가고 있었냐?!!"


"못갑니다! 전 여기에 배속되었으니까요!"


"그러니까 그 배속명령서 내가 찢어버렸다고! 난 받아줄 생각 없다고!!"


"제가 있고 싶습니다!

잘할 자신 있습니다! 무엇이든 시켜만 주십쇼!"


"어이 신입...! 천수 누리다 떠나고 싶으면 닥치고 꺼..."


"무엇이든지! 맡겨주십시오!

뭣하다면 지금 당장 걱정하시던 그 지원 임무, 제가 나가겠습니다!"


사관생도 시절에도 가끔 이렇게 욱하던 호진 이었다.

비록 그게 좋은 성격이 아니란 이야기를 주변 친구들에게 많이 들어왔고, 차라리 듣고 흘려보내는 편이 낫다는 걸 그 시절의 경험으로 알곤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때는, 그리고 지금도 호진은 이렇게 일방적으로 무시당하는 걸 결코 참을 수 없었다.


"...하, 뭐? 네가 지원 임무를 나가겠다고?"


"넵! 간단한 설명만 해주신다면 해내 보이겠습니다!"


"..호오. 그렇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허나 그 반응은 호진이 예상하던 것과는 달랐다.

지금껏 이리 맞받아친다면 대부분 화를 내거나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호진을 찍어누르려는 사람들 뿐이었지만, 그와는 달리 눈 앞의 남자는 그저 음흉스레 입꼬리를 올려 웃음 지을 뿐.


호진은 등줄기를 적시는 식은땀에 무심코 반걸음 뒤로 물러난다.


"너, 비행기 멀미하냐?"


"안 합니다만..."


"생긴걸 보아하니 극동아시아 통합지역 출신 같은데...정확히 어디 출신이냐?"


"KS(Korean Sector) 출생입니다"


"좋구만!"


나머지 반걸음은 이 갑작스런 큰소리에 움찔 놀라서 물러나 버렸다.


"지금 당장 출발하지!

그 당당한 기개를 가서도 보여달라고!"


"어, 아니, 저기"


"왜 이제 와서 무섭냐? 쫄려?"


"...이익"


능글맞게 웃는 그가 이러는 이유에 대해선 냉정히 생각한다면 어딘가 의도한 구석이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을 테지만...


호진에겐 거듭되는 도발과 무시에 냉정함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가겠습니다!"


"오케이! 좋아!

따라와!"


희희낙락하며 어디론가 달려가는 남자의 뒤를 호진은 허겁지겁 따라붙는다.

격납고 안쪽을 향해 들어가는 그들의 뒤에서 바닥에 찢겨져 흩어져있던 종이조각들이 어디서부턴가 불어온 바람에 쓸려 날아가 버린다.


큰 격납고 안에서 바삐 움직이는 작업복 차림의 몇몇에겐 일상과도 같은 광경이었기에 별 관심을 두지 않은 그 모습을 격납고 입구에 걸린 감시 카메라만이 동공을 늘였다 줄였다 하며 계속 주시할 뿐.


비록 그 건너편에서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다크서클이 진한 선이 굵은 외모의 남자가 이마에 크고 두꺼운 혈관을 도드라지게 세우곤 있었지만, 그것 또한 아주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일 뿐이었다.


작가의말

휘이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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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손버릇 나쁜 아이는 호온이 나야합니다.(1) 18.03.01 131 3 14쪽
31 코코넛, 드쉴? +1 18.02.28 169 3 13쪽
30 뭔가 심상찮은 냄새가 난다.(2) 18.02.27 128 3 13쪽
29 뭔가 심상찮은 냄새가 난다.(1) 18.02.26 139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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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데비's 레스토랑.(2) 18.02.24 157 3 14쪽
26 데비's 레스토랑.(1) +1 18.02.23 15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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