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든빌 마을-11
쾅
“한 방은 아쉽지. 연격”
쾅 쾅 쾅
단우는 우연히 얻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돌은 던졌다. 아무리 칼리그라고 해도 급소에 이정도의 공격을 얻어맞으면 멀쩡할리 없었다.
“흐압”
단우는 돌은 던지는 동시에 다시 투석구를 풀고는 바로 칼리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언제 싸움을 다시 시작할 거라는 약속은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단우의 급작스런 공격도 칼리그의 글레이브를 뚫지 못했다.
“손으로 막는 건 반칙 아닌가?”
“거길 노리는 게 더 반칙이다. 거기다 인간 돌을 네 번이나 던졌다.”
“한 번이야. 너무 빨라서 네 개로 보였나보지”
단우는 칼리그의 말에 친절하게 답해주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칼리그와 글레이브를 정면으로 맞 부딪혔는데도 손아귀에 전해져 오는 힘이 못 버틸 정도가 아니었다. 단우는 칼리그의 손을 바라봤다.
단우와 처음 상대할 때와는 다르게 칼리그는 글레이브를 반대 쪽으로 들고 있었다. 단우는 칼리그가 돌을 막아낸 손이 자신이 처음 내려친 쪽의 손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막아냈다고는 하나 그 정도의 공격이 연달아 들어오는데 아무런 타격이 없을 수 없었다.
“손이 좀 아픈가 봐. 그러게 왜 반칙을 했어”
“걱정 마라. 너 정도는 한 손으로도 충분하다.”
단우는 방금 전까지 비아냥 거리던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무표정을 지은채 칼리그를 향해 글레이브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한 손을 잘 못 쓰게 되었지만 더 이상 칼리그는 방심하거나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여유롭게 두 손을 쓰던 처음보다 빈틈이 없어질 수도 있었다. 단우는 칼리그가 손을 바꾼것에 적응하기 전에 승부를 보고 싶었다.
“크윽”
칼리그는 크게 위협적이진 않았지만 눈앞에서 화려하게 번쩍이는 단우의 공격에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분명 한번이라도 제대로 글레이브를 휘두를 수 있다면 분위기가 바뀔 것이었건만 단우는 자신에게 그 한 차례의 기회도 주지 않고 있었다.
칼리그는 익숙하지 않은 팔로도 단우의 공격을 대부분 막아내며 침착하게 방법을 생각했다. 눈 앞의 인간은 자신의 생각보다 강했다.
그저 강한 힘과 속도만으로도 막아서는 이들을 베어내었던 자신과는 다르게 그의 글레이브가 그려내는 궤도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방향에서 자신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렇게 막아내기만 하다 땅에 파묻히는거 아냐?”
단우는 칼리그에게서 좀 더 빈틈을 얻어내기 위해 틈틈히 그의 정신을 흐트러뜨릴만한 말도 쉬지 않았지만 더 이상 칼리그는 단우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단우가 칼리그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웠지만 사실 초조해져 가는 쪽은 칼리그가 아니라 단우였다. 그는 점점 더 수월하게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는 칼리그에게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끊임 없는 공격에도 그는 이렇다할 유효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칼리그는 이런 자잘한 공격으로 쓰러뜨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럼 어디 이것도 막아봐”
칼리그가 반격하지 못할 정도로 화려한 공격을 퍼붓던 단우가 처음으로 온몸의 날려 위력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칼리그가 자신의 공격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막아내고만 있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자신의 공격이 눈에 익어갈수록 기회는 점점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 단우는 칼리그가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다 해도 그것마저 함께 베어버릴 기세로 온 힘을 담아 칼리그를 향해 글레이브를 휘둘렀다.
칼리그의 왼쪽 어깨에서부터 사선으로 향하는 단우의 공격은 상대가 무엇이든 단숨에 쪼개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번쩍
그 순간 단우의 공격을 막아내기 급급하던 칼리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전까지 이어지던 공격에 비해 훨씬 강한 힘이 담겨 있었지만 어떠한 변화도 없는 단순한 궤도. 칼리그는 계속해서 지금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정신사나운 것부터 부숴주마”
칼리그는 계속해서 단우의 공격을 막아내던 때와는 달리 힘을 실어 글레이브를 휘둘렀다.
카가가강
서로의 힘이 담긴 글레이브가 칼리그의 어깨 위에서 부딪혔다. 순간 충돌한 글레이브에서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듣기싫은 소리가 퍼져나왔다. 자신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소리에 두 사람은 모두 무언가가 계획대로 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푸슉
“크아아아악”
먼저 피해를 입은 쪽은 칼리그였다. 단우의 전력이 담긴 글레이브가 칼리그의 왼쪽 어깨에 박혔다. 웬일인지 칼리브가 휘두를 글레이브에는 많은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정도의 힘으로는 단우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사실 칼리그와 단우는 서로 글레이브를 휘두르는 목적이 달랐다. 단우가 칼리그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글레이브를 휘둘렀다면 칼리그는 단우의 글레이브를 부숴뜨리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소드브레이크]는 오크들의 주특기 중 하나였다. 칼리그는 단우와 자신의 글레이브가 맞부딪히는 순간 힘의 방향을 바꿨다. 둘의 충돌에서 들린 기분나쁜 소음의 정체는 바로 이것이었다.
하지만 칼리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소리는 단우의 글레이브를 부러뜨리며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칼리그의 공격이 단우의 글레이브 날을 조금씩 상하게 하고 있었지만 결국 부러뜨리지 못했다. 결국 단우의 글레이브가 칼리그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쾅
“크윽···”
하지만 피해를 입은 것은 단우도 마찬가지였다. 칼리그가 힘의 방향을 바꾸면서 단우이 공격이 그가 의도한 것보다 깊어졌다. 결국 칼리그의 몸을 크게 베어내려던 그의 글레이브가 어깨에 박혀버렸다.
물론 그걸로도 칼리그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는 있었지만 문제는 자신의 위치였다. 글레이브가 칼리그에게 박혀버리면서 단우는 칼리그의 사정거리 안에 머무르게 되었다.
글레이브를 포기하면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겠지만 글레이브를 포기한다면 남은 것은 패배이자 죽음 뿐이었다. 단우는 옆구리를 향해 날아오는 칼리그의 주먹을 막기 위해 팔을 굽혔지만 칼리그의 파괴력은 단우의 팔정도는 가볍게 통과했다.
단우는 왼팔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것을 느꼈다. 만약 칼리그의 오른손이 멀쩡한 상태였다면 그대로 팔이 부러졌을지도 몰랐다.
칼리그는 단우에게 큰 타격을 입히고 나서야 자신의 어깨를 벤 글레이브를 확인했다. 자신이 정확하게 펼친 소드브레이크를 견뎌낼 수 있는 무기는 많지 않았다.
“이게 왜 너에게... 밤바그를 만났었나?”
“그래··· 밤바그를 베고 얻은 것이다. 동족을 죽인 원수라고 말하고 싶은건가?”
“밤바그가 인간들을 학살한 것을 알고 있다. 인간에게 죽임을 당한다 해서 인간을 탓할 생각은 없다. 무사히 위대하신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갔기를 바랄뿐”
단우는 칼리그의 대답에 조금 놀라고 있었다. 단우는 칼리그가 밤바그의 죽음에 분노 할 줄 알았다. 그럼에도 자신이 밤바그를 죽였음을 알린 것은 그가 분노에 차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밤바그가 죽은 것을 인간의 탓으로 돌리고 있지 않았다. 누가 먼저 시작을 했건 원수라는 건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굴레가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버려서 안타깝군. 너라면 말이 통했을지도 모르는데”
“글쎄. 일어나라. 끝을 봐야하지 않겠나. 크랄트는 밤바그와는 다르다. 그 아이는 인간을 만난 적도 없다.”
“그러니까 안타깝다는 거야. 믿진 않겠지만 크랄트는 멀쩡하거든”
“헛소리 마라. 그가 중독돼서 죽어가는 걸 직접 봤다.”
단우는 말 없이 오른손으로 글레이브를 고쳐쥐었다. 더 말해본다 한들 그가 자신의 말을 믿어 줄리 없었다.
크랄트에 주먹에 움직이지 않는 팔이 왼팔이라 다행이었다.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오른손 만으로도 글레이브를 휘두루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결국 모든 것은 상대를 이기고 나서부터 시작이다.
칼리그도 단우의 뜻을 느꼈는지 글레이브를 들었다. 그의 글레이브도 어느새 오른손에 들려있었다.
이미 너덜너덜해져 단우를 공격할 때 조차 고통이 느껴졌던 손이었지만 이 마지막 공격이 결국 승패를 결정한다는 것을 칼리그는 알고 있었다. 이번 공격만 제대로 해낸다면 오른손 정도야 못쓰게 되도 좋았다.
쿵쿵쿵
“으아아아!”
먼저 움직인 것은 의외로 칼리그였다. 그는 이번 공격에 자신의 모든 힘이 담겨있음을 알리기라도 하듯 괴성을 지르며 단우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자신이 단우처럼 빠르고 변화무쌍한 공격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하지만 그에게 그런 것은 전혀 필요치 않았다. 그저 단순하게 글레이브를 휘두르는 것. 그것 만으로도 칼리그를 막아설 수 있는 자는 지금껏 없었다. 그만큼 칼리그의 힘은 굉장한 것이었다.
“조금만 더...”
단우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무지막지한 기세를 느끼면서도 아직 아무런 움직임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이미 준비는 끝낸 상태였다. 이제는 칼리그가 다가오는 속도를 계산해 정확한 순간을 기다리기만 할 뿐이다.
칼리그가 자신을 향해 글레이브를 휘두르기 위해 첫발을 내딛는 순간. 아직 온몸의 힘이 글레이브로 옮겨가기 직전에 순간.
바로 그 순간 단우는 자신이 한손으로 낼 수 있는 가장 강한 위력의 동작을 시작했다. 온 몸의 회전력을 한 순간에 글레이브에 닮을 수 있는 스킬.
“반달 베기”
콰아아아앙
두 글레이브가 부딪히는 충격파만으로 주변에 먼지가 일어날 정도의 강한 충돌이었다. 충돌은 단우의 의도대로 칼리그의 글레이브가 완전히 뻗어지기 직전에 이뤄졌지만 그것만으로 이겨내기에는 여전히 칼리그와 단우의 기본적인 힘의 차이가 컸다.
쾅 쾅 쾅
단우의 글레이브에 세 번 더 잔상이 일어났지만 칼리그를 밀어내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칼리그의 힘은 그 때부터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칼리그의 공격은 모든 힘을 한 순간에 집중한 단우의 공격과는 달랐다.
본인의 괴력을 바탕으로 휘둘러진만큼 원하지 않는 순간에 충돌이 이루어졌더라도 밀어붙일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칼리그가 아주 약간 단우를 밀어냈지만 단우는 한 번이라도 밀리는 순간 돌이키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하지만 온 힘을 창끝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 또 다시 방금 같은 위력을 내는 공격을 할 수는 없었다. 단우는 한 번 더 도박을 해야했다.
“내가 이겼구나”
칼리그는 자신과 맞부딪치던 단우의 글레이브가 밀려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단우를 베어버릴 수 있었다.
칼리그는 오른손을 강하게 힘을 주었다. 이미 정상이 아닌 손에서 극심한 고통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소리를 지르며 더더욱 강하게 오른손에 힘을 실었다.
“으아아아아아아!”
휘청
칼리그의 정신력이 통한 것인지 단우의 글레이브가 단번에 밀려났다. 하지만 당황한 것은 단우가 아니라 칼리그였다. 방금까지 자신의 글레이브에 느껴지던 반발력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서로 팽팽하게 부딪치던 것이 한순간에 사라지면서 칼리그는 자신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균형을 잃었다. 그 순간 단우의 글레이브가 팽이처럼 회전하며 돌아가버린 칼리그의 등으로 날아들었다.
단우는 칼리그에게 밀리기 시작한 순간 오히려 온 몸에 힘을 빼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덕분의 칼리그의 글레이브는 그가 의도한 것보다 더욱 쉽게 단우를 밀어낼 수 있었다.
단우는 자신의 글레이브에 전해져 오는 칼리그의 괴력을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한 껏 늘어뜨렸던 팔을 최대한 몸에 붙여 글레이브로 전달된 힘을 이용해 회전을 만들어냈다.
이미 균형이 깨저버린 칼리그는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기는 커녕 제대로 된 자세를 잡지도 못하고 있었다.
“끝이다”
쾅
단우의 글레이브가 정확히 칼리그의 등을 내리쳤다. 어느 순간부터 넋을 잃고 그들을 지켜보던 늑대들과 오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숨을 멈췄다. 길었던 싸움의 결과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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