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든빌 마을
“갱도를 가시려는 거에요?”
벨라는 점점 더 산맥으로 향하는 단우에게 물었다. 둘이서 사냥하기에는 조금 버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도 버나튼에서 무기를 받고 꽤나 스펙업이 된데다 단우가 자이언트 웜을 상대로 보여줬던 실력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아뇨. 린든빌로 갈겁니다.”
“린든빌이요? 린든빌은 이미 오크들에게 점령당한 마을이에요. 너무 위험해요”
“말씀 드렸잖아요. 위험할 거라고. 지금이라도 돌아가세요”
단우가 어떻게든 벨라의 마음을 돌려보려했지만 그런 단우의 시도는 오히려 벨라를 더욱 고집스럽게 만들었다.
린든빌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괜히 따라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벨라였지만 단우가 자신을 돌려보내려고 하자 오기가 생겨서 이제는 돌아가기도 애매했다.
“돌아가긴 누가요. 제가 못미더우신가 본데 제가 활바꾸고 얼마나 강해졌는지 모르셔서 그럴걸요?”
단우는 과장스레 활시위를 당기는 벨라를 한번 쳐다보았다. 벨라가 자랑하는 활은 자신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자랑이라도 하듯 화려한 생김새를 보이고 있었다.
은은한 옥빛을 내는 활대에는 굉장히 섬세하게 새를 형상화 한듯한 무늬가 음각 되어 있었다. 하지만 단우는 그런 화려함 보다는 활 본연의 구성을 좀 더 자세히 보았다.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기는 했지만 활 자체는 단일궁의 형태였다.
크기가 그렇게 크지도 않은데 뛰어난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보면 활대의 재료가 특별하거나 혹은 활에 스킬이 부여되어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레벨이 높지 않은 벨라가 가볍게 활시위를 당겨댈 수 있는 것을 보면 후자일 가능성이 컸다.
“좋은 활이네요. 그래도 계속해서 활을 다루실 생각이시면 더 강한 탄성을 가진 활을 구하는 것도 생각해 보세요. 결국 주인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 힘을 온전히 받아내는 건 그런 놈들이거든요”
“전부터 느낀건데 그런 것들은 다 어떻게 알고 계신 거에요?”
“그런 것들이 뭐죠?”
“왜 있잖아요. 멧돼지를 손질하시는 것도 그렇고 활도 잘 아시고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것만 봐도 신기한걸요. 보통은 스킬 사용법이나 좀 가르쳐 주는 정도지 단우님이나 동생분들처럼 자세하게 준비하진 않을 걸요? 전쟁이라도 겪어 본 사람 같아요”
벨라는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단우가 신기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갱도에서 단우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단우가 보인 행동들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 그 어떤것도 예사로웠던 적이 없었다.
“일단은 주변부터 정리 좀 해야겠네요”
“네?”
벨라는 자신의 질문에 대답은 커녕 갑자기 엉뚱한 말을 꺼내는 단우 때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이어 나타나는 거대한 짐승의 형체를 보고 빠르게 화살을 시위에 메겼다.
“이건 곰인데··· 머리는 올빼미인건가?”
“아울베어에요. 분명 야행성으로 알고 있는데 벌써부터 돌아다니다니 이상하네요.”
“산맥이 정상이 아니란 거겠죠. 일단은 호흡을 좀 맞춰보죠.”
단우는 가볍게 글레이브를 휘두르며 아울베어에게 다가갔다.
자신의 뒤에있는 것이 도철이었다면 이렇게 간을 볼 필요도 없이 아울베어를 공략해 나갔겠지만 지금 자신의 뒤에서 시위를 겨누고 있는 것은 벨라였다. 때로는 눈앞의 적보다 호흡이 맞지 않는 궁수가 위험한 법이었다.
“오오올”
아울베어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단우에게 울부짖으며 앞발을 내리쳤다. 하지만 이미 아울베어가 어떤식으로 자신을 공격할 지 예상하고 있었던 단우가 앞발을 가볍게 피해내고는 헛발질을 하고 잠깐 균형이 무너진 아울베어의 뒷목을 베려했다.
앞발을 피해낸 동작을 그대로 이어 글레이브를 휘두른 것이었기에 단우의 공격은 빠르고 강하게 아울베어의 목을 내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단우는 공격을 성공하지 못하고 바닥을 굴러야했다. 단우가 아울베어를 피해 왼쪽으로 몸을 돌린 것을 미쳐 알아 차리지 못한 벨라의 화살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죄··· 죄송해요”
벨라는 서둘러 사과를 했지만 단우는 개의치 않고 몸을 일으켜서는 다시 한번 아울베어의 빈틈을 찾았다. 단우를 죽일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급하게 사과를 하긴 했지만 벨라입장에서도 억울한 부분은 있었다.
보통은 자신이 활시위를 놓는 그 찰나의 순간에 몸을 그 정도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벨라는 다시한번 시위에 화살을 메기기는 했지만 좀 전과는 달리 시위를 놓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호흡이 맞을 때 까지는 최대한 머리를 반대편으로 돌려서 상대할게요. 화살을 쏘면서 제가 어떤식으로 움직이는지 익숙해지시면 좋을거에요”
단우는 방금 전의 상황이 벨라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정확하게 상대만을 맞추는 것은 활을 쏘는 능력 뿐 아니라 전투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아군과의 호흡이 필요한 일이었다.
자신처럼 공간을 넓게 사용하는 식으로 싸우는 아군이라면 그 어려움은 더욱 높았다.
벨라는 아울베어가 단우를 따라 자신에게서 완전히 몸을 돌려 등을 보이자 안심하고 활을 쏠 수 있게 되었다.
“동작이 그리 재빠르지 않기는 한데”
꽝 꽝
아울베어의 공격을 피해내는 것은 단우에게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단우가 아울베어를 향해 글레이브를 내려칠때마다 울리는 소리는 짐승의 살을 베어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시끄러운 타격음이 들릴때마다 단우의 손아귀로 전해지는 느낌은 마치 돌덩이라도 베어내는 듯한 것이었다.
“원래 이렇게 단단한 녀석인가요?”
단우는 아울베어를 상대하는 와중에도 아직 여유가 많았기 때문에 벨라에게 아울베어의 특징에 대해 물었다. 조금 전의 반응으로 보아 벨라는 이 몬스터에 대해서 알고 있는 낌새였다.
“피부 자체가 단단한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레벨이 높아서 그럴거에요. 기본적으로 60은 넘는 년석들이에요”
푸슉
벨라가 차징이 끝난 화살을 날리며 단우에게 대답했다. 그녀는 아울베어의 레벨이 자신보다 한참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공격을 하기 보다는 화살 한발 한발에 자신이 담을 수 있는 마나를 최대한으로 담아 차징샷을 날리고 있었다.
단우가 아울베어의 어그로를 완전히 잡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는 스킬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화살을 맞출 수 있었다.
“60이요? 그 정도로 강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꽝
단우는 한번 더 아울베어의 목 부위를 향해 글레이브를 올려베었다. 분명 자신의 공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을 보면 레벨이 자신보다 높다는 것을 알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60이 넘는 몬스터라고 하기에는 그 위력이 너무 모자랐다.
도철과 현제가 레벨이 60이었다. 쿠란을 습격했던 오크들을 베어내며 레벨이 조금 올랐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70을 넘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런 도철과 현제가 보여주는 능력을 생각하면 앞의 몬스터는 너무나도 약했다.
물론 도철과 현제가 레벨로 평가할 수 있는 강함을 가진 인물들은 아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울베어가 보여주는 능력치는 너무 낮았다.
따로 특별한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야 육체적인 능력치에 치중된 몬스터로 보였기에 그 약함은 더 눈에 띄었다.
푸슉
“낮이라 그럴거에요. 아울베어는 원래 밤에 활동하는 몬스터거든요”
벨라가 다시 한 번 풀 차징 된 화살을 아울베어의 등에 꽂으며 추가적인 정보를 알렸다.
단우는 단지 활동시간대가 다른 것 치고는 너무나 차이가 심하다고 생각했지만 몬스터의 위력이 약한것이 자신에게 해가 될 것은 없었기 때문에 아울베어에 대한 공격을 이어나갔다.
그보다도 단우가 조금 놀란 것은 벨라의 화살이 아울베어에게 계속해서 박히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직 자신의 공격이 한 번도 아울베어의 마갑을 뚫어내지 못했는데 벨라의 화살은 계속해서 마갑을 뚫어내고 있었다.
벨라가 한 번의 화살에도 온 힘을 다해 쏴대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벨라의 레벨은 자신보다 낮았다. 아마도 던컨에게 받은 활이 굉장한 위력을 가지고 있긴 한 모양이었다.
“고개를 다시 돌려줄 테니까 얼굴을 노릴 수 있겠어요?”
“하지만 아까처럼 단우님도 위험할 지 몰라요”
단우가 벨라의 활의 위력을 확인하고는 아울베어의 고개를 돌려 벨라가 급소를 노릴수 있게 해주려 했지만 벨라는 오히려 반대했다. 벨라는 아직 단우의 움직임을 제대로 쫓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단우가 보여주는 움직임이 너무나 빨랐다.
“걱정말아요. 이번엔 제가 피할거니까. 저를 믿으세요”
단우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울베어의 팔을 베어내면서 위치를 바꿔 아울베어가 벨라를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슬슬 자신의 공격도 아울베어의 피부에 생채기를 내기 시작한 것을 보면 아울베어도 그간의 공격에 어느정도 타격을 입긴 한 모양이었다.
“지금!”
때마침 벨라의 화살이 그런 아울베어의 눈을 노리고 날아왔다. 단우가 자신을 믿으라고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안했는지 벨라는 활시위를 놓기 전에 크게 소리를 질러 단우에게 화살이 날아갈 것을 알렸다.
“우우우우우울!”
하지만 활을 쏘는 순간 소리를 지른다는 것은 정확도를 포기한다는 것과 같았다.
벨라가 날린 화살은 아울베어가 크게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래 노렸던 눈을 맞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얼굴에 조차 머무르지 못하고 아울베어의 오른쪽 어깨에 박혔다.
“알려주지 않아도 피할 수 있으니 걱정 말고 화살에 더 집중하세요”
단우는 벨라가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 활을 제대로 쏘지 못하고 있음을 바로 눈치채고는 그녀를 달래며 고통에 울부짖고 있는 아울베어의 오른쪽 어깨를 향해 글레이브를 휘둘렀다.
피부가 단단하다면 이미 찢어진 피부를 공격해주면 될 일이었다. 단우의 글레이브는 미쳐 어꺠를 뚫고 들어가지 못한 화살촉을 정확히 노리는데 성공했다.
단단했던 아울베어의 피부도 이번 공격마저 튕겨내기는 어려웠는지 화살촉과 함께 단우의 글레이브가 깊게 파고드는 것을 허용했다. 단우는 글레이브가 아울베어의 피부에 박혀버리지 않도록 글레이브를 잡아당겼다.
적절한 때에 벨라가 마음놓고 활을 쏠수 있도록 몸을 비켜줘야만 했다. 등뒤에서 느껴지는 기운으로 볼 때 지금이 곧 적절한 때였다.
단우가 글레이브를 아울베어의 어깨에서 꺼내고는 몸을 돌려 벨라와 아울베어의 사이에서 벗어나자 정확하게 벨라의 화살이 아울베어의 얼굴에 적중했다. 노렸던 눈을 꿰뚫지는 못했지만 아울베어의 볼 깊숙하게 벨라의 화살이 박혔다.
쾅 콰광
아울베어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앞발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려봤지만 아울베어의 앞발은 화살을 뽑아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고통을 덜어주마”
단우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울베어에게 다가갔다. 아울베어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단우를 어떻게든 후려치고 싶었지만 고통 때문에 정신이 없는 공격이 단우에게 닿을리 없었다.
“좀 쉬거라”
어느덧 아울베어의 바로 옆까지 도달한 단우가 글레이브의 끝을 잡고 길게 늘어트렸다. 단우는 울부짖는 아울베어를 향해 몸을 날렸다.
휘릭
단우가 몸을 뒤로 살짝 기울인 채 순간적으로 하반신을 회전시키자 그 회전력이 허리를 뒤틀었다. 단우는 몸이 최대한 비틀어질때까지 그 회전력을 담아두었다가 마지막 순간에서야 허리를 돌리며 그 힘을 손 끝으로 전달해 창을 그대로 내려찍었다.
꽈광
창으로 짐승을 가격한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굉음이 산을 울렸다. 단우의 글레이브는 이미 아울베어의 목을 깊게 베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 목을 잘라내기에는 힘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연격”
단우의 창이 그려냈던 아름다운 호를 따라 반투명의 글레이브가 두 번 더 아울베어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제는 어느정도 숙련도가 오른 단우의 [연격] 두번의 추가공격을 이루어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위력적인 행동을 통해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이름을 붙이시겠습니까]
“반달베기라고 부르긴 하는데”
[반달베기가 생성되었습니다. 숙련도가 오를수록 추가 공격력이 부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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