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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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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6.27 19:20
연재수 :
5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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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48,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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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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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78. 증거 있습니까

DUMMY

“ 와아~! 칼릭 인도자니임~! “

다르시가 환하게 웃으며 자기 나름대로 높게 점프해 안기려 들자 칼릭이라고 이름 불린 검은 피부의 듬직한 남자는 가볍게 다르시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밀며 저지한다.

“ 남들이 보면 오해합니다. 좀 떨어지세요. “

정말 매정한 남자의 극한이 바로 이 칼릭이라는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말 오랜만에 본 자신의 상관일 텐데 단 한 번의 눈길도 안 주고 옆으로 치워버리더니 네이렌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네이렌의 리더가 누구인지 탐색하듯이 이리저리 눈을 돌리고 있었기에 아리나가 한발 앞으로 나섰다.

“ 아 크흠흠.. 안녕하세요. 아리나라고 합니다. 다르시 인도자님을 우연히 만나서 저희와 함께 다니고 있었어요. 저희는 그냥 지나가던 성운 추적자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

어차피 다른 은하에서 이곳을 왔습니다 같은 말은 할 수 없으니 성운 추적자라고 하기는 했는데...

음...

조금 미심쩍은 눈빛으로 보는 건 어쩔 수 없나.

“ ...흐음... 우선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

“ 아 예.. “

하긴.. 은하 신전에서 교육받을 때도 보면 은하의 인도자들은 언제나 성운 추적자들을 자신의 밑으로 여기고 있었으니까..

“ 칼릭 인도자님! 이분들 정말 잘 대해주세요! 저를 살려주신 분들이에요! “

“ ..이분들 덕분에 아직 안 돌아가신 거군요? 그런 줄은 몰랐네요. “

뭐 놀란 기색도 없이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덤덤하게 아직 안 죽은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 조금 심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다르시는 여전히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웃고만 있었다.

“ 아리나.. 님! 정식으로 소개해드릴게요! 이분은 칼릭 인도자님이세요! 제가 가장 힘들어하는 일들을 앞장서서 깔끔하게 해결해주시는 해결사시죠! “

“ 그냥 다르시 인도자님께서 일을 못 하시는 것뿐입니다. “

...일단, 이 둘이 굉장히 친한 사이라는 것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 크흠흠.. 그럼 칼릭씨. 아니 아니.. 죄송해요. 칼릭 인도자님. 혹시. 이 행성은.. 안전한가요? “

아리나가 조심스레 말하며 살짝씩 다르시를 향해 눈빛을 보내자 칼릭은 아리나의 의도를 파악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 아직까지는요. “

칼릭은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몸을 돌리고, 앞으로 나아간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그 모습에 따라오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파악한 아리나는 모두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 뒤 자연스럽게 뒤따라 가기 시작한다.






“ 여기 카린님께서 만들어주시는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처음에는 적응 안 되실 테지만 먹다 보면 이만큼 조화로운 식단을 찾는 게 어려울 거에요! “

다르시가 이렇게까지 말이 많은 사람인지 처음 알았다.

게다가 정말 교묘하게 네이렌이 다른 외계 은하에서 왔다는 사실만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전부 말해버리는데...

저렇게까지 조심성 없어도 되는 건가 싶은 느낌이 들었지만

칼릭은 오직 ‘ 네 네 그러시겠죠 ‘ 같은 말로 대충 넘겨버리는 것으로 보아 괜찮은 느낌인 모양이다.

그렇게 칼릭을 따라간 네이렌은 나름 이 도시의 주요건물이라고 보이는 4층짜리 큰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가운데 거대한 조각상을 지나 계단을 올라 4층 맨 구석 방으로 안내받았다.

“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칼릭은 안에 들어가자마자 모두를 가만히 대기시키더니 벽으로 다가가 몇 번 두드린다.

-똑 똑똑 똑똑 똑똑똑

.....

“ 됐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모시고 오면 항상 누군가가 듣고 있습니다. 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알릴 수 있도록 말이죠. 지금은 모두 물렀으니 편하게 대화하시면 될 겁니다. “

혹시라도 손님을 데려왔을 때 본인이 죽는 상황까지 대비한 건가..

뭔가 꼼꼼한 사람 같으면서도 믿을 수 있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칼릭 또한 네이렌을 믿기에 편하게 대화하라고 만들어준 자리에 감사하다고 인사해야 할 듯하다.

그렇게 모두가 자리에 앉고 춘향이 해맑게 웃으며 칼릭을 빤히 바라본다.

“ 음? “

“ 여기는 손님이 왔는데 차 한잔이라도 안 내오나? “

상당히 무례한 발언이라 생각해 옆에 있던 아리나가 춘향의 옆구리를 강하게 찔렀지만 검은 춘향의 손이 튀어나와 방어해버린다.

아주 호흡이 찰떡인 게 조금 더 화나네..

“ 원래라면 내어드립니다만.. 여러분들은 아주 먼 행성이나 다른 은하에서 오신 분들이 아닙니까? 게다가 직접 음식을 창조해내실 수 있는 능력도 있으신 듯한데 괜히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내어드리는 것은 더욱 실례인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죠. “

순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흠칫 놀라며 허리를 펴는 바람에 조금 웃긴 모양새가 되어버린다.

“ 어떻게 알았죠..? “

“ 다르시 인도자님께서 여기까지 오면서 말씀하신 것을 듣고 종합해보니 그렇다는 결론이 나왔는데. 혹시 틀렸나요?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

...대충 들으면서 넘기는 줄 알았는데

다르시의 말을 자세히 듣고 있었으며 그 내용을 바탕으로 자기 나름의 판단까지 하고 있었던 건가.

사람을 무른 것은 네이렌을 믿어서가 아니라 네이렌이 다른 은하에서 왔다는 것을 알리지 않기 위해서였던 건가...

생각보다 유능한 사람인 듯하다.

“ 에헤헤.. “

....이 꽃밭 공주님의 입을 막아두는 건 진화의 중추에서 뿐만이 아니라 계속 이어져야 했었나 싶다.

뭐. 다른 은하에서 왔다고 한다면 무조건 의심하거나 경계할 텐데도 이렇게 배려해주는 것을 보면 다르시를 완전히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지.

“ 췟. 그래도 난 맛없어도 이곳의 밥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

“ 원하신다면 준비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분명 입맛에 맞지는 않으시겠죠. 다르시 인도자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미 이분들의 식사에 입맛이 변하셨을까요? “

“ 어~ 음.. 오랜만에 그리운 맛을 보고 싶기도 하고요..? “

“ ..카린. 시간 없으니까 빨리 창조해줄래? 어서 빨리 이야기를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

조금 시간이 끌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던 걸까.

아디나가 조금은 큰 목소리로 모두가 듣게끔 대화의 흐름을 끊어버린다.

하긴...

지금 네이렌은 시간 싸움이다.

빠르게 이곳에서 일을 처리할수록 은하의 중심부에서 고민할 시간이 늘어나고, 전투를 펼칠 시간도 늘어난다.

“ 아 응.. 알았어. 그럼.. 할게? “

진짜 창조의 힘을 써도 되는지 망설이던 카린이 조심스레 손을 들고 손가락을 튕긴다.

-딱.

“ ...엄청나군요. 단순히 차만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컵과 컵 받침대... 정체 모를 다과까지... 디자인도 훌륭해요. “

“ 그.. 그.. 그.. 그럼..! 요..! 제가 만든 거니까..! “

그렇게 칼릭의 감탄을 들으며 다들 각자의 컵을 잡고 한 모금씩 마신다.

물론 칼릭은 자신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는지 아니면 차를 원래 좋아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마시지는 않았다.

“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저희는 은하의 중심부에 다가가 레이브의 계획을 막을 겁니다. “

“ 음.. 그렇군요. “

“ 솔직히 레이브를 상대하는 데는 저희가 많이 불리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상황 속에서 ‘ 진화 ‘ 의 지원까지 받는다면.. 저희는 아마 단 1%의 승률도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 “

“ ‘ 진화 ‘ 의 상대를 저희 ‘ 평화 ‘ 에서 해달라는 말씀이시군요. 가능하면 붉은 눈까지 말이죠. “

상당히 머리 회전이 빠른 칼릭답게 아리나의 말에서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준 모양이다.

아리나는 절로 미소가 떠오르며 고개를 끄덕인다.

“ 네. 물론 다르시 인도자님께서 조금 어렵다고 말씀하셨지만, 이것은 인류 전체의 문제 중 하나라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문제에요. 그 이유는 레이브가.. “

“ 아. 괜찮습니다. 그 이상의 내용은 말 많은 다르시 인도자님께 듣도록 하죠. 하나 말씀드리자면... “

순간 칼릭이 머뭇거리는 것이 느껴지고

몸을 앞으로 숙이며 진지하게 말한다.

“ 아무리 다르시 인도자님께서 말씀하신다고 하더라도 다른 평범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 평화 ‘ 또한 쉽게 도울 수는 없습니다. 혹시 ‘ 진화 ‘ 측에서 저지른 짓에 관해 ‘ 완벽한 ‘ 증거가 있을까요? “

엇.

잠깐만.. 즈.. 증거..?

“ 우선 진화의 인도자들이 다르시.. 인도자를 노리고 있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 않습니까? “

“ 그렇죠. ‘ 일부 ‘ 평화의 인도자들은 알고 있지요. “

일부..?

..

모두가 의아한 반응을 보이자 칼릭은 눈살을 찌푸리고 다르시를 바라본다.

“ ....다르시 인도자님? “

“ 네.. 네! “

“ ...이분들께 자세한 설명을 안 하신 모양입니다? “

“ 에헤헤.. “

무슨 말인가 싶었더니...

칼릭이 설명하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모두가 생각한 진화에서 하던 다르시 암살은 평범하게 다르시를 찾아와 죽이는 것이 아닌

다르시가 ‘ 주시 ‘ 할 때 사용하는 ‘ 주시자의 눈 ‘ 에 과도한 에너지를 쏟아부어 과부하를 일으켜 다르시의 정신을 무너뜨리고, 주시자의 눈과 연결된 하나의 에너지를 추적해 정신을 잃고 쓰러진 다르시가 있는 행성 자체를 파괴한다고 한다.

극악무도한 방식이지만

‘ 진화 ‘ 의 입장에서 보자면..

“ 굉장히 깔끔한 방식이군. “

피렌이 진지하게 말하자 칼릭이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지으며 피렌을 바라본다.

“ 그렇죠.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 진화 ‘ 가 붉은 눈과 전투를 하며 수호하는 임무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증거가 필요합니다. “

할 말이 없다.

붉은 눈과 관련이 있다고.

진화의 개척자 레이브가 진화의 중추에서 붉은 눈을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고 해도

그 증거가 하나도 없다.

붉은 눈을 가지고 온다고 해도 그것은 붉은 눈일 뿐이지 레이브와, ‘ 진화 ‘ 와 관련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진화의 인도자 중에서 붉은 눈이 발견된다고 해도 그것은 붉은 눈이 죽이고 흡수해버린 진화의 인도자라고 해버리면 그만이다.

게다가..

..레이브는 한 명이 아니다.

어딘가에서 태연한 모습으로 진화의 인도자들과 함께 붉은 눈을 상대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겠지.

“ 저희 평화의 인도자들은 권력을 탐하지 않습니다. 그랬다간 결국 평범한 사람들과의 격차가 생겨 권력으로 인해 평화는 깨지겠지요. 그렇기에 모든 것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만 합니다. “

“ 헤헤.. 죄송해요.. 평화의 주시자가 대대로 전해 내려온 의무인지라.. “

권력을 탐하지 않는 다라...

정말 자신만의 ‘ 평화 ‘ 라는 것이 또렷하게 정해져 있으며, 그 평화에 대한 이념이 지금의 평화의 인도자들의 행동 방침이 되어 지금까지도 이 은하가 평화롭게 유지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 진화 ‘ 빼고 말이다.

“ 그러기에는.. 시간이 늦습니다. “

칼릭은 모르고 있겠지만 이 자리에서 진화의 인도자인 알비스가 지금까지 침묵을 유지하다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 저는.. 레이브 인도자님의 제자. 진화의 인도자 알비스입니다. 그리고 최근 레이브 인도자님께서는 이제 모든 은하의 인도자는 하나가 되어 붉은 눈을 막아야 한다고 선언하시면서 다르시 인도자님을 붙잡으라고 명령하셨습니다. “

“ ...그런.. “

“ 이대로 증거를 찾기 위해 기다렸다간... 이미 다르시 인도자님께서는 돌아가시고 난 뒤에나 증거를 찾게 될 겁니다. “

정말..

답답하다.

알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어떻게든 진화의 인도자들과 붉은 눈을 엮어서 설명하려고 해도 증거도 없으며, 모든 진화의 인도자들이 레이브가 하는 일과 연관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진화의 인도자들과 다르시를 암살하려는 것을 엮어서 설명하려고 해도 증거를 남기지 않는 바람에 엮어내지도 못한다.

“ ...에...? 왜 다들 고민하는 거야? “

카린의 한마디에 모두의 시선이 카린에게 쏠린다.

“ 킥... 이야.. 세상 살다 보니 카린만 눈치채는 날도 있네? 물론 나랑 앨리스는 이미 알겠지만! “

“ ...나도 빼주지? 단지 반대일 뿐이니까. “

춘향이 재밌다는 듯이 웃고 아디나는 어딘가 화난 모습으로 팔짱을 끼고 카린을 바라본다.

그래.

사실 답은 간단하다.

“ 다르시가 공격당할 때 우리가 다르시를 지키면.. 죽지도 않고, 증거도 잡는 거 아냐? “


작가의말

간단하긴 하네

위험하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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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382. 과부하 23.12.09 241 0 15쪽
390 381. 절대 풀리지 않을 오해 23.12.08 241 0 12쪽
389 380. 푸른 밤 23.12.08 239 0 13쪽
388 379. 허물없는 사람 23.12.07 242 0 13쪽
» 378. 증거 있습니까 23.12.06 243 0 13쪽
386 377. 왜 살아있지 23.12.06 243 0 13쪽
385 376. 가벼운 토론 23.12.05 241 0 17쪽
384 375. 끝이 아닌 끝 23.12.04 241 0 12쪽
383 374. 감정을 지배하라 23.12.04 241 0 15쪽
382 373. 에너지원 23.12.03 244 0 14쪽
381 372. 한번만 기회를 23.12.02 241 0 14쪽
380 371. 뚫리지 않는 보호막 23.12.01 245 0 14쪽
379 370. 극한의 연계 23.11.30 241 0 15쪽
378 369. 무모한 도전 23.11.29 242 0 13쪽
377 368. 실패와 성공 그 결과는 23.11.28 243 0 14쪽
376 367. 초록 나무 황금 나무 검은 나무 23.11.27 242 0 12쪽
375 366. 학습 23.11.26 241 0 13쪽
374 365. 새로운 연계 23.11.25 242 0 13쪽
373 364. 전투의 흥분 23.11.24 242 0 12쪽
372 363. 계산하지 못한 수 23.11.23 241 0 13쪽
371 362. 살려줄 사람을 찾습니다 23.11.22 242 0 13쪽
370 361. 모든 것에 옳고 그름은 없다 23.11.21 242 0 14쪽
369 360. 다른 은하의 괴물 23.11.20 242 0 13쪽
368 359. 인류와 문명의 속도 23.11.19 241 0 12쪽
367 358. 너무 대놓고 함정인데 23.11.18 242 0 13쪽
366 357. 수상한 지인 23.11.17 242 0 12쪽
365 356. 순진한 남자 23.11.16 242 0 13쪽
364 355. 진화의 중추 23.11.15 242 0 13쪽
363 354. 아이씨 진짜...! 23.11.14 241 0 16쪽
362 353. 함께하고싶은 마음 23.11.13 24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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