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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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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6.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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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48,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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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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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57. 수상한 지인

DUMMY

“ 오호라.. “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인 줄 알았는데 케이지가 지나간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나가다 보니 흐릿한 안개 속에서 거대한 여러 채의 건물이.. 아니. 도시가 보인다.

마치 달 탐사 기지처럼 생긴 저 건물은 알비스에게 들었던 진화의 중추와 똑같이 생겼지만

지금의 춘향은 아는 척을 해서는 안 된다.

“ 크흠흠. 랄랄라~ 어디에 뭐가 없으려나~? “

적당히 건물 외형이 보이고 아직 내부로 들어가기에는 거리가 먼 이 시점에 누군가를 만났으면 좋겠지만

이상하게도 주위에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진화의 인도자들이 세운 거점이기에 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곳인 줄 알았는데..

심지어 저렇게 건물도 많이 세워져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사람이 없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춘향은 훨씬 더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동료들에게 검은 토끼 한 마리를 만들어 보낸 뒤 더 깊게 들어간다.



물론.. 알비스에게 듣기로 원래 사람이 몇 명 없다고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까 조금 으스스한 유령도시 같은 느낌이랄까?

왜 쓸데없이 이렇게 많은 건물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고

알비스의 말대로라면 진화의 중추마다 다르다고 하기에 도시의 크기만 봐도 사람이 많이 살고 있을 줄 알았다.

물론 춘향은 그런 유령도시 같은 것에 겁먹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특수한 상황인 만큼 일부러 몸을 떨면서 주위를 흘깃흘깃 쳐다보며 걷는다.

“ 으으.. 아무도 없는 게 너무 무섭네~ 누구 없나요~? “

모두가 마나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희미한 마나의 흔적을 추적해 위치라도 알 수 있었을 텐데..

이곳은 그렇지 않기에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감각으로만 알아내야 하므로 끝없이 연기하는 것이 점점 귀찮아진다.


흐음...

점점..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춘향이 일부러 떨고 있던 몸도 떨지 않는다.

허리도 점점 펴지고 있으며, 주위를 둘러보는 시간도 줄어든다.

원래 이렇게 느슨해지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이쯤이면 꽤 깊숙하게 들어온 것 같은데 말이지..?

춘향은 뜬금없이 제자리에 멈췄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놓치고 있는 게 있나 싶지만 그런 것도 없어 보이고..

평범한 갈색 구름이 한가득 껴있는 듯한 하늘에

오시리스의 건물보다는 낮은 6층쯤 돼 보이는 회색 건물들.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춘향은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몸을 숙여 앞으로 구른다.

-치지지지직..!!!!!!!!!

“ ...칫. “

“ ..아무도 없었는데? “

하마터면 목이 떨어질 뻔했지만, 춘향은 태연하게 춘향의 목을 노린 남자를 바라본다.

꽤 장발의 노랗고 긴 머리카락에 키가 꽤 크고 상당히 각진 얼굴의 남자는 춘향이 공격을 회피하자 눈을 찌푸리며 다시 자세를 잡는다.

“ 넌 누구지? “

“ 아~ 저희는 우주선이 부서지는 바람에 이곳에 추락한 사람들인데요~ 혹시~ 먹을 것 좀 있나 싶어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어머? 은하의 인도자님께서 평범한 사람인 저를 공격하시네요? “

춘향답지 않은 존댓말에 가시를 달아 말하자 인도자는 더욱더 표정이 구겨진다.

분명.. 이런 기습 공격을 피할 정도면 평범한 녀석은 아니다.

하지만 말하는 것으로 봐서는 단순히 추락한 사람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 도시에 들어오고 난 뒤로 계속 추적했었지만 별다른 움직임도 없었고..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처럼 보이기도 했다.

“ 흥. 평범이라는 어이없는 말을 하는군..!! “

남자의 금빛 장발이 흩날리며 마치 빛이 꼬리를 남기듯이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그리고 손바닥에서 뽑아낸 에너지를 있는 그대로 춘향을 향해 찔렀지만, 춘향은 가볍게 몸을 돌려 회피한다.

“ 어머? 또 공격하시네? 은하의 인도자가? 심지어 난 맨손인데? “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뒤로 빼며, 손에서 뽑아낸 에너지를 더욱 길게 뽑아내고 양손으로 움켜쥔다.

마치 긴 봉처럼 양손으로 쥐고 화려하게 돌리며 어디서 공격해올지 모르게끔 춘향의 시선을 빼앗는다.


첫 공격은 아주 올곧은 공격이었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물러나는 것이 마치 상대를 탐색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춘향이 남자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회피하고, 눈으로 그 궤적을 따라가는 것을 보자마자 이제는 온갖 페이크를 섞어가며 공격할 준비를 한다.

...아직 제대로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손쉬운 상대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벌써 싸워야 하나..

...쩝..

왠지 지금까지 공들인 수고를 한 번에 없애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춘향은 검은 낫을 만들려던 손을 멈춘다.

“ 그만! 그만 좀! 우왁! 분명 케이지씨가 괜찮다고 했는데..! “

일부러 케이지라는 이름을 강조하며 마지막 공격을 피하지 않고 있자

남자의 손에서 휘둘러진 장봉의 끝이 춘향의 코앞에서 멈춘다.

“ ...뜨끈하네. “

“ 다시 말해라. 케이지 인도자가 뭐라고? “

반응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버리고 이곳을 부숴버리려고 했으나 상대가 다행히도 반응해준다.

이대로 케이지를 팔아먹어서 어떻게 나오는지 볼까나..?

“ 케이지씨가 우리 우주선을 부숴버렸단 말이야! 그래서 다시 만들 때까지 여기 있을 수밖에 없게 됐는데 어쩌라구! 은하의 인도자들은 자기들 입맛에 맞게끔 살렸다가 죽였다가 하는 거야?! 내가 아는 은하의 인도자랑은 다른데?! “

춘향의 말에 남자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평화와 진화를 알 리도 없고,

그런 평범한 인간들을 관리하는 건 평화.

자신은 진화이기 때문에 그런 건 관심도 없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껄끄러울 것이다.

그래봤자 살짝 껄끄러울 뿐...

제거해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남자가 다시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자마자 춘향은 쐐기를 박는다.

“ 내가 여기서 죽으면 내 숨어있는 동료들이 우주에 인도자가 평범한 사람을 공격했다는 ‘ 사실 ‘ 을 알릴 거야. “

“ 흥. 그런 말 따위 믿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나? “

“ 없겠지! 하지만 너희가 일궈놓은 땅에 씨앗 하나를 심어놓았으니 언젠가 숲이 될 때 내가 심어놓은 검은 꽃도 함께 피어나겠지. 동시에 그 땅의 위치도, 그 땅에서 벌어진 일도 누군가는 알아내지 않겠어? “

딱히 깊게 알아듣지 않아도 쓸데없는 말처럼 들렸지만 뭔가 불쾌하다.

너무 당당한 태도가 뭔가 신경 쓰이게 만든다.

...남자는 춘향의 신상을 조금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 ....케이지 인도자. “

남자의 눈은 춘향에게 고정된 채로

이곳에는 춘향과 남자. 두 사람밖에 없는데도 케이지를 부른다.

그리고 남자의 눈앞에 케이지가 무릎을 꿇은 채로 마치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이 나타난다.

“ 예. 디엔 인도자님. “

디엔이라고 불린 남자는 손을 들어 춘향을 가리킨다.

“ 저 녀석이 네 이름을 언급하던데. 아는 사이인가? “

디엔의 말에 케이지는 천천히.

아주 불안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춘향과 눈이 마주친다.

“ ㄴ.. 너... 너.. 너....!! “

“ 히히~ 먹을 거 좀 가져와 달라고 하려 했는데 너가 먼저 떠나버려서 말이야! “

춘향의 해맑은 모습을 본 케이지가 순간 어지러웠는지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댄다.

그런 춘향과 케이지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둘은 아는 사이다.

“ 케이지 인도자. “

“ 오해입니다. 디엔 인도자님. 저 자식은.. “

“ 케이지~ 그래서 우리가 타고 갈 우주선은 있었어? 찾으러 갔다 온다고 했잖아! “

“ 인도자님이라고 부르지도 않더니 이젠 케이지씨도 아닌 케이지?! 저게 정신 놨나..! “

“ 에이~ 우리 사이에 무슨! 그래서? 우리가 타고 갈 우주선은? 음식도 좀 있어? 응? 응? “

완벽하게 사이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말을 들어보면 전혀 모르는 사이도 아니며, 케이지가 이들의 우주선을 부숴버리고, 멋대로 예비 우주선을 이 외계인에게 넘겨주려고 했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 ...케이지 인도자. “

“ ...네. 디엔 인도자님. “

“ 나중에 따로 보도록 하지. “

“ ....네. “

아무래도 케이지는 디엔이라는 남자보다 지위가 낮은지 디엔이 한마디 하자마자 케이지는 고개를 숙이고 분한 듯 몸을 떨며 대답하는 것 말고는 허락되지 않은듯하다.

조금 미안한 짓을 한 것 같지만..

알 바 아니지.

쓸모없는 부품이고 도저히 우주선이라고 보기도 힘든 그냥 금속 기둥이었지만 우주선이라고 우겼으니 우주선이 되는 것이고,

그것을 부숴버린 것 또한 사실이다.

도와주겠다고 한 것도 사실이고

답답한 나머지 남는 우주선이 있는지 확인하러 간 것도 사실이다.

춘향도 있는 사실 그대로를 말한 것 아닌가.

전부 예쁜 여자들을 보고 순간 헤벌쭉하던 케이지의 업보지 뭐.

“ ..이 이상 들어오지 말고 최대한 빠르게 떠나라. 이것은 경고다. “

아무래도 은하의 인도자라는 이미지도 있고 케이지가 실수한 것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디엔은 손에서 만들어낸 에너지를 털어내며 춘향을 봐주기로 정했다.

춘향이 만약 정말로 불시착하는 바람에 난감한 상황이었더라면 이쯤에서 고맙다며 물러났을 것이다.

“ 에에 그건 조금 힘들 것 같은데? “

“ ...지금 은하의 인도자가 하는 말에 거역하겠다는 것이냐? “

순간 날카롭게 쳐다보는 디엔의 눈빛에 춘향은 일부러 살짝 움츠러드는 연기와 함께 말을 더듬어보았다.

“ 배.. 배가 고파서 이대로면 우주선을 만들기도 전에 죽으니까..! 우주선을 만들 부품을 주던가 아니면 우주선 하나를 빌려주던가..! 물론 음식이랑 같이! “

“ ...정말.. 답도 없군그래. “

디엔이 슬쩍 케이지를 쳐다보자 케이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이 자리에서 처리하고 싶겠지만 뒤에 숨어있다는 동료들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것이겠지.

춘향의 다른 동료들이 어떤 존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파악하기 전까지는 춘향에게 함부로 손대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춘향도 본능적으로 한 회피를 포함해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았으니 점점 더 수상하게 여기리라.

이럴 때 저 디엔이라는 남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 따라와라. 식량을 나눠주지. 단. 너희 동료를 전부 데리고 와라. “

동료를 전부 꺼내와서 우주로 연락하지 못하도록 한 번에 모두를 처리하는 것이다.

너무나도 뻔한 수에 웃음이 절로 나올뻔한 것을 억지로 참고 춘향은 불안한척하며 물어본다.

“ 내 동료들을 불러서 뭐 어쩌려고? 날 처음 보자마자 죽이려고 들었잖아? “

“ ...감히 은하의 인도자에게 반말을.. “

“ 먼저 죽이려 했잖아! 그런 녀석들에게 어째서 예의를 지켜야 하는데! “

순간 디엔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춘향은 놓치지 않았다.

아마 디엔도 케이지와 같이 ‘ 저 녀석은 말이 통하지 않는 부류구나 ‘ 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 ..네 녀석들 모두에게 식량을 나눠줘야 그 이후로 이곳에 알짱거리지 않을 거 아니냐. 배고프답시고 한 명씩 찾아오면 너희가 일반 외계인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죽여버릴 거다. “

오호

표면상의 이유는 그런 건가.

꽤 머리가 잘 돌아간다.

“ 아하! 그런 건 줄 몰랐네요! 죄송해요 인도자님들? 오호호~ 그럼 우리 애들을 데리고 올게요? “

춘향은 기쁜 듯이 손뼉을 치며 환하게 웃고서는 깡충깡충 뛰어나간다.

“ ...아까는 길을 잃었다 하지 않았나. “

“ 하아.. 디엔 인도자님. 저 녀석들에 관해서는 너무 깊게 생각하시면 손해 봅니다. 저도 이걸 너무 늦게 알아챘습니다.. 특히나 저 녀석은.. “

“ 케이지 인도자. “

자신의 분노를 본격적으로 토해내려던 케이지가 순간 멈추고 고개를 숙인다.

아까 말했던...

따로 보자는 이야기다.

“ 예. 디엔 인도자님. “

디엔은 그런 케이지의 모습을 보고서는 만족스러운 듯이 웃었다.

“ 끝까지 인도하도록 해라. “

“ 예. 알겠습니다. 디엔 인도자님. “


작가의말

아 물론 달 탐사 기지는 춘향의 과거 기준이기에 저희가 알고 있는 수준의 달 탐사 기지가 아닙니다.

하나의 도시급이었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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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382. 과부하 23.12.09 241 0 15쪽
390 381. 절대 풀리지 않을 오해 23.12.08 241 0 12쪽
389 380. 푸른 밤 23.12.08 239 0 13쪽
388 379. 허물없는 사람 23.12.07 242 0 13쪽
387 378. 증거 있습니까 23.12.06 242 0 13쪽
386 377. 왜 살아있지 23.12.06 243 0 13쪽
385 376. 가벼운 토론 23.12.05 241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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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 368. 실패와 성공 그 결과는 23.11.28 243 0 14쪽
376 367. 초록 나무 황금 나무 검은 나무 23.11.27 241 0 12쪽
375 366. 학습 23.11.26 241 0 13쪽
374 365. 새로운 연계 23.11.25 242 0 13쪽
373 364. 전투의 흥분 23.11.24 242 0 12쪽
372 363. 계산하지 못한 수 23.11.23 241 0 13쪽
371 362. 살려줄 사람을 찾습니다 23.11.22 241 0 13쪽
370 361. 모든 것에 옳고 그름은 없다 23.11.21 241 0 14쪽
369 360. 다른 은하의 괴물 23.11.20 242 0 13쪽
368 359. 인류와 문명의 속도 23.11.19 241 0 12쪽
367 358. 너무 대놓고 함정인데 23.11.18 242 0 13쪽
» 357. 수상한 지인 23.11.17 242 0 12쪽
365 356. 순진한 남자 23.11.16 242 0 13쪽
364 355. 진화의 중추 23.11.15 242 0 13쪽
363 354. 아이씨 진짜...! 23.11.14 241 0 16쪽
362 353. 함께하고싶은 마음 23.11.13 24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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