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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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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6.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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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8,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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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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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59. 인류와 문명의 속도

DUMMY

“ 숨길 필요는 없다. 너희가 고래를 사냥한 것도, 한 행성에서 온갖 소문을 만들어낸 것도, 범죄자의 행성으로 침입했던 것도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

레이브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춘향도, 앨리스도 당황하기에 충분했다.

이미 네이렌의 모든 행적을 알고 있는 건가.

함정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함정이 아닌 네이렌을 위한 함정인가 싶은 생각마저도 들었다.

“ 후후후. 그리 긴장할 것 없네. 가도록 하지. 자네들이 궁금한 것들을 ‘ 선물 ‘ 로 주고 싶으니까 말이야. “

네이렌의 행적을 알고 이렇게까지 함정을 준비해둔 레이브의 말을 들을 필요는 없었지만, 언더테이커와 같은 붉은 눈이 만들어진다는 말은 아직 밝혀진 것이 없었기에 춘향은 따라가기로 정한다.

“ 뭐. 선물을 마다할 필요는 없지! “

“ 좋군. “

레이브는 그런 춘향의 판단이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지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오른손을 꺼내고 옆으로 뻗었다.

“ ...그 손. “

앨리스가 순간 레이브의 손을 보자마자 경계한다.

앨리스의 슈트에서 푸른 마나가 온몸을 타고 흐르는 것이 보이듯

레이브의 손에는 온갖 문양과 함께 서로 이어진 선들이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 음? 아. 하하. 별거 아닐세. 앞으로 인류가 걸어 나갈 길일 뿐이야. “

사람의 핏줄에 피가 흐르듯

춘향의 핏줄에 검은 마나가 흐르듯이

레이브의 손에서 이어진 문양들이 황금빛으로 빛난다.

그리고 손 마디마디가 살짝 열리며 공중에서 하나의 패널을 만들어내 조작한다.

“ 네 녀석은 인간이 아닌 건가? “

“ 인간이 아니라고 한 적은 없네만. “

그리고 손을 돌리자 점점 앞이 열리기 시작한다.

아니... 지금 서 있는 바닥이 움직이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나.

조금은 감각이 이상해지는 느낌이다.

“ 어차피 서로 간에 알 만큼 아는 듯한데.. 자네들은 붉은 눈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알려줄 수 없겠나? 그걸 알아야 굳이 필요 없는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듯싶은데 말이지. “

“ 안타깝게도 어디까지가 어디까지인지 몰라서 말이야? 끝을 알아야 어디까지라고 알려주지 않겠어? “

한마디도 지지 않고 자신의 정보는 꼭꼭 숨긴 채로 떠보려고 했으나 상대의 표정에서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 하하 그것도 그렇군. 그러면.. 이렇게 묻도록 하지. “

레이브는 마치 생각의 방향을 바꾸듯이 손을 돌려 모두가 서 있는 발판이 나아가는 방향을 꺾었다.

“ 붉은 눈이 진화의 중추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나? “

당황스럽다.

아무리 깊게 물어봐봤자 진화의 인도자에 대해서 아는지 물어볼 줄 알았는데 갑작스레 엄청난 것을 물어보았다.

진화의 중추에서 만들어진다고 들어봤을 뿐 그것이 사실인지 알아보러 온 것이었는데..

지금 레이브의 발언으로 거의 확정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뭐 아무튼.

대답을 해야 하는데..

어떤 식으로 말을 해도 결국 주도권은 저쪽에 있는 건가.

“ 아~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사실인가 봐? “

“ 소문이라.. 후후.. 누군지 모르겠지만 우리 진화의 인도자 중 하나겠지. 내부 기밀을 유출하다니 징계를 내려야겠어. “

“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붉은 눈이 말해준 정보거든! 아. 붉은 눈도 너희가 만든댔으니 걔네도 진화의 인도자 소속인가? “

“ 허허.. 그거참 놀라운 정보군 그래. 그 녀석들이 말할 줄이야. 어떤 녀석인지 알고 있나? 식별 번호라도 알고 있으면 좋겠는데. “

“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 이미 처리했으니까. “

“ 후후 그거 안타깝군. “

가벼운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몸이 관성에 의해 살짝 앞으로 쏠리는 느낌을 받는다.

계속 움직이던 이 발판이 지금 멈춘 것이다.

“ 우선 말하자면 진화의 중추에서 붉은 눈을 만든다는 것은 절반만 맞다네. “

레이브가 몇 번 손가락을 움직여 패널을 조작하자 멈췄던 벽들이 다시 밀려나며 점점 공간이 확장되고, 숨겨졌던 공간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거대하고도 네모난,

바닥부터 천장까지 뻗어있는 거대한 수조.. 아니.. 시험관 안에 사람 형태의 무언가가 들어가 있으며,

그런 시험관이 끝도 없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겉보기에 사람이 들어있는 느낌보다는 사람의 형체만 있는듯한 느낌이었지만..

그런데도 조금 오싹한 건 어쩔 수 없었다.

“ 이게 다 뭐야? 인체 실험하고 남은 껍데기인가? “

라는 입 밖으로 꺼내기도 불쾌한 말을 서슴없이 꺼내는 춘향을 보고서는 레이브는 웃음을 터뜨렸다.

뭐랄까...

이렇게 대화가 오가는 게 오랜만인 기분이랄까.

레이브와 함께하는 모든 사람은 전부 진화의 인도자이면서도 자신의 부하다.

그렇기에 뭐든 깍듯하게 대하며, 레이브가 하는 말이 전부 맞는 것이었는데

지금 눈앞의 춘향은 그런 진화의 인도자들과는 다르게 서로 답을 주고받으며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즐겁다랄까.

“ 좋은 발상이군그래. 하지만 그마저도 절반만 맞다네. “

“ ..50% 정답이면 그냥 틀린 거잖아. 말 참 어렵게 하네. 너넨 칼에 찔려도 절반만 찔렸으면 안 찔렸다고 할 거냐? “

레이브와는 반대로 언더테이커가 마지막에 했던 말이 생각나 버린지라 춘향은 차마 웃을 수 없었다.

“ 후후후후.. 하하하하! 재밌군그래. 이 녀석들은 내가 말하는 게 법이라서 고개만 숙일 뿐이라 재미가 없거든. 지금의 대화는 참 마음에 드는군. “

“ ..죄송합니다. “

레이브가 바로 옆에 있던 디엔을 바라보자 디엔은 죄라도 저지른 듯이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사과한다.

“ 후후.. 질책하는 건 아니다. 그래. 네 녀석. 이름은 뭐지? 기억해두고 싶군. “

이럴 때마다 항상 말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있는 그대로 말해봤자 좋을 건 하나도 없다.

춘향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상대가 가장 당혹스러울 만한 이름을 언급해보기로 한다.

“ 다르시. “

" 큭큭큭큭... 재밌는 이름을 대는군그래. 혹시 밖에 있는 동료 중의 하나가 다르시 인도자이거나? “

“ 어머? 들켰네? 눈치도 빨라라~ “

평소라면 자신이 다르시인 척했겠지만 분명 뒤에 있을 미야의 표정에서 이미 들켰으리라 판단한 춘향은 오히려 능청스럽게 넘기기로 했다.

상대가 네이렌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떠보기 위해서라면 일부러 이렇게 해야만 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레이브는 반응해주었다.

“ 재밌는 소리군. 어디서 그 이름을 배웠는지는 모르지만, 평화 쪽에 붙는 거라면 관두는 것이 좋을 거다. “

“ 풉.. 너야말로 재밌는 소리네? 우리를 깔보고 있으면서 우리가 그쪽에 붙는 건 두렵나 보지? “

“ 큭큭큭.. 그렇군... 하지만 이해해주게나. 난 언제나 최후의 최후를 생각하는 사람이라 말이지. 너희가 살아나가는 경우의 수도 계산했을 뿐이야. “

레이브가 손을 돌리자 하나의 시험관이 천천히 다가온다.

참.. 불쾌한 것은

바닥이 움직일 때도, 벽이 움직일 때도, 시험관이 다가올 때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계속 참아오던 이질감에 결국 눈살을 살짝 찌푸리자 레이브는 살짝 다르게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 후후. 눈치챈 모양이군. 그래. 이 실험체는 인간이다. ‘ 이곳에서는 ‘ 평균 문명이 낮은 곳에서도 지능 수치가 낮은 인간을 데려왔지. “

“ 그래서? “

사람을 잡아 왔다는 것을 자랑하려고 말하는 건 아닐 테고..

이렇게 만들어주겠다는 건가?

레이브의 의도를 모르겠다.

“ 실험 결과는 실패일세. 태양 에너지를 오랫동안 사용해 체내에 축적되는 에너지의 양이 부족해 육체가 기계화되는 과정에서 파손되어버렸지. 그나마 버텨낸 실험체들은 지능이 낮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대로 언어를 구사하지 못했다네. 바로 여기 있는 기체들이지. “

레이브는 시험관을 손으로 톡톡 두드리며 안타까운 듯 바라보았다.

“ 미안하지만 그런 실험에 우리가 정의감에 지배당해서 너를 죽이겠어..! 라는거 안 하거든. 하고 싶은 말이 뭐야? “

“ 곧 있으면 여기서 일어난 연구 과정과 함께 실패라는 결과를 보고하러 떠나려 하는데.. 우연히도 꽤 쓸만한 실험체가 알아서 굴러들어왔지 뭔가? “

쓸만한 실험체라.

당연하게도 춘향과 앨리스, 미야를 가리키는 말이다.

아니. 밖에 있는 카린과 아디나, 다르시도 포함이겠지.

“ 그래서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우리에게 설명해주려는 거구나? “

“ 하하하. 그래. 우리의 미래가 어떤 형태로 진화하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

“ ..진화? 붉은 눈이? “

레이브는 이젠 아예 춘향을 경계하지도 않는지 시험관을 바라보며 패널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 인간이라는 생물은 자신의 힘을 갈고 닦고 난 뒤에는 늙어 죽는 최후를 맞이하지. 살아 숨 쉬는 생물이라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야. 이것은 변함없이 이어져 왔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은 아니다. 문명은 꾸준히 발전해왔으며, 지금도 무한히 발전 중이다. “

물론 인간도 진화한다.

태양 에너지를 활용해 변환하고, 그것을 육체에 각인시키며 점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인류의 진화속도는 과학 문명의 진화속도와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이 느렸다.

레이브는 이러한 현상을 딱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태어나서 과거의 지식을 배우고 새로운 지식을 낳고 늙어 죽는다.

하지만 문명은 생겨난 후부터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무한히 발전해 나가며 인간이 전부 사라지지 않는 한 없어지지도 않기에 무한히 발전해 나가기 때문이다.

이 격차를 좁히는 방법.

문명을 퇴화시키는 방법이 있지만, 이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인간이 무한히 살아가면 되겠지.

그렇게 과거의 지식을 학습해야 하는 시간을 없애고 무한히 성장해 문명 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겠지.

“ 생각 자체는 나쁘지 않네!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문명을 따라잡으려는 건데? 합당한 이유가 있나? “

“ ...후후후후... “

바쁘게 움직이던 레이브의 손이 멈추자 시험관의 머리 위에서 익숙한 형체의 무언가가 내려와 사람 형체의 머릿속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신의 언어다.

“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너희들 때문이다. “

“ ...응? “

“ 너희 같은 다른 은하에 존재하는 위협적인 존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진화를 거듭해야만 한다. “

이번만큼은..

미야는 물론이고

앨리스도, 춘향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말했다.

우리 같은 ‘ 다른 은하 ‘ 에 존재하는 이라고.

네이렌이 다른 은하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대체 어떻게..?

물론 그냥 보기만 해도 다른 존재라는 건 느껴지겠지만

레이브는 네이렌을 만난 적도 없었으며, 이 은하에도 다양한 외계인이 존재하기에 보통 다른 은하라는 생각은 하지 못할 텐데 말이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와중에 레이브가 손을 거두자 점점 시험관에 가득 차 있던 액체가 아래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레이브의 옆에 있던 시험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좌우로 퍼져있는 수많은 시험관에서 똑같이 신의 언어가 머릿속에 들어가고, 수상한 액체가 아래로 빠지고 있었다.

“ 어디.. 우리 은하의 수준이 어디까지 따라잡았는지 첫 번째 실험을 시작하도록 하지. “


- [ ] 비어 있음.


시험관에 가득 찼던 액체들이 사라지고,

인간의 형태만 있던 것들에 신의 언어가 들어가면서 점점 머리카락이 자라나고 이목구비가 나타난다.

인간의 피부처럼 색이, 질감이 변하고 있지만, 그 재질은 인간의 평범한 살이 아니다.

“ 케이지 인도자. 디엔 인도자. “

“” 예. 레이브 인도자님. “”

“ 모든 붉은 눈을 활성화해서 저 실험체를 죽여라. “


작가의말

칼에 반밖에 안찔렸으니 저는 안찔린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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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382. 과부하 23.12.09 241 0 15쪽
390 381. 절대 풀리지 않을 오해 23.12.08 241 0 12쪽
389 380. 푸른 밤 23.12.08 239 0 13쪽
388 379. 허물없는 사람 23.12.07 242 0 13쪽
387 378. 증거 있습니까 23.12.06 243 0 13쪽
386 377. 왜 살아있지 23.12.06 243 0 13쪽
385 376. 가벼운 토론 23.12.05 241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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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 368. 실패와 성공 그 결과는 23.11.28 243 0 14쪽
376 367. 초록 나무 황금 나무 검은 나무 23.11.27 242 0 12쪽
375 366. 학습 23.11.26 241 0 13쪽
374 365. 새로운 연계 23.11.25 242 0 13쪽
373 364. 전투의 흥분 23.11.24 242 0 12쪽
372 363. 계산하지 못한 수 23.11.23 241 0 13쪽
371 362. 살려줄 사람을 찾습니다 23.11.22 242 0 13쪽
370 361. 모든 것에 옳고 그름은 없다 23.11.21 242 0 14쪽
369 360. 다른 은하의 괴물 23.11.20 242 0 13쪽
» 359. 인류와 문명의 속도 23.11.19 242 0 12쪽
367 358. 너무 대놓고 함정인데 23.11.18 242 0 13쪽
366 357. 수상한 지인 23.11.17 242 0 12쪽
365 356. 순진한 남자 23.11.16 242 0 13쪽
364 355. 진화의 중추 23.11.15 242 0 13쪽
363 354. 아이씨 진짜...! 23.11.14 241 0 16쪽
362 353. 함께하고싶은 마음 23.11.13 24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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