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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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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6.27 19:20
연재수 :
5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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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48,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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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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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67. 초록 나무 황금 나무 검은 나무

DUMMY

가볍게 손목을 돌리며 레이피어를 찔러넣어 붉은 눈의 렌즈를 부숴버리자 다른 한쪽 붉은 눈도 깜빡이다 빛을 잃는다.

앨리스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레이피어를 뽑아내 다가오는 붉은 눈을 공격하고,

회피하는 것을 정확히 확인한 뒤 레이피어를 서른 장의 꽃잎으로 변환한 뒤 다시 서른 개의 레이피어로 만들어내 양손으로 휘둘러 붉은 눈의 목을 잘라낸다.

후방에서 달려오는 붉은 눈은 꽃잎에서 솟아오르는 나무로 휘감아 하나로 만들고, 그 나무를 박차고 올라가 정면에서 날아오는 붉은 에너지를 피한다.

물 흐르듯 아름다운 움직임과 함께 꽃잎처럼 지면으로 내려온 앨리스가 손을 휘두르자 바닥에서부터 수십 개의 칼날이 솟아 나와 앨리스를 공격하려던 붉은 눈들이 부서져 버린다.

“ ... “

마나를 조금 쓰기는 했지만...

아직 불편한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불편하다고 해야 할 부분은... 저 위에 있는 녀석이 신경 쓰인다랄까.

“ ...꽃잎.. 나무.. 풀.. 분명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이만한 것들을 만들어냈어... 하나하나 살아있는 듯한.. 생명력이 꿈틀대는 기분이야.. “

케이지는 아직도 자라나고 있는 앨리스의 나무를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코로 향기를 맡아보며, 소리로, 눈으로 앨리스가 창조해낸 생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위의 수많은 붉은 눈들은..

그런 케이지를 방해하지 말라는 듯이 앨리스를 향해 무한히 달려들고 있었다.

굉장히 불쾌한 이 기분.

이대로 두면 안 될 것만 같은 이 불길한 기분.

앨리스는 직감에 따라 붉은 눈들을 무시하고 케이지를 제거하기로 정한다.


앨리스가 레이피어를 휘두르며 자연스레 설치해둔 꽃잎을 밟자 마치 바람이라도 분 것처럼 한순간 꽃잎으로 변해 흩어져버린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을 타고 날아간 꽃잎들은 케이지가 있는 거대한 나무 위로 다시 모여들어 앨리스의 형태가 된다.

“ 아아 제발.. 방해하지 마..! 딱 좋은 시점이란 말이야...!! “

케이지가 뒤를 돌아보며 팔에서부터 이어져 뻗어 나온 채찍을 강하게 휘두른다.

물론 앨리스는 가볍게 허리를 뒤로 젖혀 피해냈지만, 그보다 당황스러운 것은 케이지의 눈이 너무나도 밝게, 그리고 붉게 빛나고 있다는 것이다.

불길한 기분..

케이지를 막으러 오는 선택은 정답이었나보다.

앨리스는 자세를 낮추고 더욱더 깊게 파고들어 케이지를 저지하기 위해 달려나간다.

“ 꺼져..!!!!!! “

-파지지지지직..!!!!!

한순간 케이지가 소리 지르는 것과 동시에 다른 팔에서, 팔꿈치에서, 어깨에서, 등에서, 허벅지, 허리.. 아니...

온몸에서부터 수십 개의 에너지가 뻗어 나와 채찍처럼 휘둘러진다.

앨리스는 보고 반응해 다가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뒤로 물러났지만

멀리서 본 케이지의 모습은 징그럽다고 해야 할까..

아니..

살아있다...?

“ ...내 마법을 모방하는 건가..? “

-쿠쿠쿠쿵...!!!!!!!!!

케이지가 사용하는 채찍이 아닌

마치 살아있는 식물처럼 뻗어 나온 황금빛 에너지는 주위에 뻗어 나가 땅에 처박고 그대로 싹을 틔우며 그대로 자라나 버린다.


앨리스가 만들어낸 녹색 숲에

뜨겁게 타오르는 황금빛 숲이 덮쳐진다.

“ ...학습.. “

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져버린 건가.

탈출하려면 어쩔 수 없었지만 애초에 케이지가 붉은 눈과 같은 존재인지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붉은 눈과 같이 [슬픔] [기쁨] 같은 이상한 말을 내뱉지 않았기에 붉은 눈과는 다른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안일했나.

마나 자체에 관심을 두고 해체 분석하고 학습한 것이 아니라 나무를 창조해낸 것을 학습한 점은 다행이라고 봐야 할듯싶다.

-치이이이익...

“ ... “

발밑에서 자란 황금빛 잔디가 앨리스가 만든 초록색 잔디를 불태우며, 앨리스의 발까지도 괴롭힌다.


가볍게 지르밟으니 흩어져버리기는 했으나..

이대로 두면 안 되겠지.

“ 한 번에 제거하기엔.. 무리인가.. “

앨리스는 손목의 슈트에 마나를 감고 강하게 회전시키며 수백.. 아니 수천 개의 꽃잎을 사방에 퍼트린다.

모든 꽃잎이 주위에 퍼지고, 황금빛 나무와 풀, 꽃들에 닿을 때마다 앨리스의 마나로 덧씌워 새로운 나무를 창조한다.

가능하면 다가가서 케이지를 죽이는 편이 훨씬 빠른 길이기는 하지만...

...다가가기는 어려운데.

“ ...부족해.. 부족해.. 지식이 부족해...!! 이것만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어...!!! “

안타깝게도 케이지가 만들어낸 황금빛 나무들은 앨리스의 나무들처럼 살아있지가 않았다.

케이지가 감동받았던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이유..

그 이유를 알고 싶다.

배우고 싶다.

이 생명력을 갖고 싶다.

자신이 사용하고 싶다.

“ 내놔... 이 에너지... 대체 어떤 식으로 만들었는지 알아내야 해.. 내놔...!! “

앨리스가 레이피어를 휘둘러 다가오는 황금빛 에너지를 베어낸다.

그대로 또 한 번 휘두르고, 다시 한번 휘두르면서 몸을 틀어 피해낸다.

“ ..많아. “

케이지의 몸 이곳저곳에서 뻗어 나온 황금빛 에너지들이 점점 더 많이 앨리스를 포착하고 공격하려 한다.

드디어 마나라는 미지의 에너지에 관심을 가져버린 건가.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다른 마법을 쏟아내서라도 부숴버려야겠다고 판단한다.

“ ...기절하면 안 되는데. “

이 자리에서 기절한다면 네이렌을 살릴 수도 없으며, 만약 기절한 채로 앨리스가 죽기라도 한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까드득.. 까득.. 까각...

주위에 흩뿌려졌던 분홍빛 꽃잎이 점점 얼어붙기 시작한다.

동시에 땅에 뿌리를 내렸던 에너지들도 점점 얼어붙는다.

그리고 레이피어의 끝을 케이지를 향해 조준하고..

“ ...도우러 왔어. “

-콰과과과과과!!!!!!!!!!!


앨리스의 머리 위에서 들린 차갑고도 냉랭한 목소리 이후에 주위가 한순간에 검게 물든다.

아니.

검은 숲이다.

“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 “

“ 나무 많아.. 나도 뽑아내도 되지? “

이미 이 일대를 전부 검은 나무로 뒤덮어버려 녹색 풀들도, 황금빛 나무도 뒤덮어놓고서는 이제야 허락을 구한다.

“ ...괜찮아? “

앨리스가 가볍게 묻자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은 고개를 끄덕인다.

“ 괜찮아. 허락받았어. “

음..

아르카나 형태에서 벗어나 이렇게 직접 나와서 붉은 눈과 마주해도 되냐는 질문이었는데

제대로 알아들었을까?

모르겠다.

어차피 상대는 이미 앨리스의 숲을 학습해버렸으니..

뭐라도 되겠지.

“ 빨리 끝내야 해. “

“ 응. “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은 앨리스의 말을 듣고서는 그대로 몸을 기울여 하늘로 떨어진다.



“ 검은 나무.. 하핫..! 하하하! 이젠 검은 나무야.. 검은 숲이야..!! 이건 뭘까. 이건 어떻게 만든 걸까..!! “

케이지의 붉은 눈이 폭발할 듯이 붉게 빛난다.

주위에 에너지를 팔처럼 뻗어가며 검은 나무에, 검은 풀에 꽂아 넣고

자신의 에너지로 물들여본다.

그렇게 검은 숲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자연을 깨달아간다.

“ 더는 안돼. “

앨리스의 레이피어가 여덟 개의 에너지를 베어내며 다가와 케이지의 머리를 노린다.

“ 방해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

그러나 수백 개의 에너지가 방향을 꺾어 사방에서 앨리스를 노린다.

앨리스는 피하지 않고 그대로 날아오는 에너지들을 바라보며 손을 뻗는다.

그리고 그 손에 강렬한 마나를 실체화시켜 보여준다.

“ ....?! “

“ 탐나지 않아..? “

앨리스의 마나 그 자체.

생명의 근원.

저것이 이 숲을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원동력이며, 케이지가 가장 알고 싶어 하던 것이라는 걸 단번에 이해했다.


수백 개의 에너지는 앨리스를 노리다가 한순간 미세하게 방향을 틀어 앨리스의 손으로 향한다.

그렇게 모든 황금빛 줄기들이 앨리스의 손 위에 있는 마나에 닿기 직전

앨리스는 마나를 공기로 바꾼다.

공기를 압축한다.

그리고 한 번에 터뜨린다.

-팡!!!!!!!!!!!!!!!!!!!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앨리스의 손에서 터져나간 공기는 모든 에너지의 끝을 부숴버린다.

빈틈.

앨리스는 반대쪽 손으로 레이피어를 쥐고 한순간 가속해 정면에서 케이지의 눈을 찌른다.

물론 케이지는 붉은 눈이기에 그런 앨리스의 동작 하나하나를 보고 있었으며, 근육의 움직임을 읽고 회피한다.

까지가 앨리스의 계산이다.

-콰직..!

하늘에서부터 도약해 지상으로 날아온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이

방금 앨리스의 공격을 막 회피한 케이지의 얼굴을, 오른쪽 어깨를 한 번에 물어뜯는다.

“ 큭.....! 이 자식은... 뭐야...! “

불쾌하다.

분명 보고 있지도 않았는데

일부러 미끼를 던져놓고 반격하고

그 공격이 최후의 일격인 것처럼 꾸며놓았는데

이마저도 피했다.

그런데 이번에 피한 것은 느낌이 다르다.

“ ...살기 감지. “

붉은 눈은 할 수 없는 인간의 것.

케이지는 인간과 붉은 눈이 반반씩 섞여 있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이런 연구를 하는 레이브라는 사람...

생각보다 더 끔찍한 녀석일지도.



붉은 눈 한쪽이 부서져 버렸다.

어깨도 날아가는 바람에 팔이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기계의 몸은 고통스럽지 않다.

오직..

오직... 저 미지의 무언가가 너무나도 갖고 싶다.

“ 나에게.. 너희의 에너지를 내놔..!!!!!!!!!!!!!!!! “

-콰아아아아아아!!!!!!!!!!!!!!!

황금빛 에너지가 케이지의 몸에서부터 붉게 빛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케이지의 몸에서 뻗어 나가는 수많은 붉은 에너지는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대며

꽃도, 나무도, 풀도, 땅도, 어떻게 보자면 공간 그 자체까지.

닿는 모든 것을 잡아먹어 간다.

“ ...닿지마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 “

“ 알고 있어. “

도저히 다가갈 수 없을 만한 에너지들이 공간 자체를 찢어버리는 곳을 향해 앨리스가 발을 뗀다.

동시에 나무 위에서도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 내가 원거리. 마무리는 맡길 게 친구의 친구. “

“ ...앨리스야. “

“ 알아.. “

지금 호흡을 맞추고 있는 상대는 인간도 아니고 네이렌도 아닌 아르카나지만

아디나의 아르카나다.

굉장히 어린아이 같은 성격이어도 아디나와 함께 앨리스보다도 더더욱 오랫동안, 훨씬 더 우주를 많이 누비며 전투를 치러왔다.

원거리를 맡는다고 했으니

앨리스는 그런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눈앞에서 날아오는 붉은 에너지들을 전부 무시한다.

“ 얼른 죽어..! 죽어서 나에게 네 녀석의 시체를 내놔..!!!! “

하지만 그 붉은 에너지는 앨리스에게 닿기도 전에 검은 나무에 막힌다.

땅에서부터 눈 깜짝할 새에 솟아난 검은 나무들은 가지를 뻗어 붉은 에너지의 경로를 막고, 앨리스의 경로를 방해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완벽하게 안전하게 나아갈 길을 만드는 모습에 앨리스는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 괜히 아르카나가 아니네. “

그렇게 순식간에 케이지의 눈앞까지 다가오고

레이피어를 찌르려는 그 순간

케이지의 눈이 더욱 붉게 빛나며 눈에서 붉은 에너지가 뻗어 나와 앨리스의 머리를 꿰뚫는다.

그렇게 꿰뚫린 앨리스는 한순간 분홍빛으로 물들고

예쁜 꽃잎이 되어 흩어지는 순간

케이지의 머리가 지면으로 떨어진다.



“ ..이건 춘향이 좋아하는 방식인데. “

앨리스는 케이지의 뒤에서 휘두른 레이피어를 다시 꽃잎으로 바꾸며 전투의 끝을 알린다.

여긴 끝났으니.. 춘향을 도우러..

-까드득..

“ ...뭐해? “

어느새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이 평범한 사람처럼 지상에 내려와 케이지의 시체를 뜯어 먹.. 는다.

“ ...살아날까 봐.. 먹어치우게.. “

“ ...단단하지 않아? “

“ 괜찮아.. 내가 못 씹는 건 없어.. “

-까득.. 까드득..

으음..

확실히 아르카나다.

인간은 아니다.

“ ...머리는 먹지 마. “


작가의말

냠냠 아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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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382. 과부하 23.12.09 241 0 15쪽
390 381. 절대 풀리지 않을 오해 23.12.08 241 0 12쪽
389 380. 푸른 밤 23.12.08 239 0 13쪽
388 379. 허물없는 사람 23.12.07 242 0 13쪽
387 378. 증거 있습니까 23.12.06 242 0 13쪽
386 377. 왜 살아있지 23.12.06 243 0 13쪽
385 376. 가벼운 토론 23.12.05 241 0 17쪽
384 375. 끝이 아닌 끝 23.12.04 241 0 12쪽
383 374. 감정을 지배하라 23.12.04 241 0 15쪽
382 373. 에너지원 23.12.03 244 0 14쪽
381 372. 한번만 기회를 23.12.02 241 0 14쪽
380 371. 뚫리지 않는 보호막 23.12.01 245 0 14쪽
379 370. 극한의 연계 23.11.30 241 0 15쪽
378 369. 무모한 도전 23.11.29 242 0 13쪽
377 368. 실패와 성공 그 결과는 23.11.28 243 0 14쪽
» 367. 초록 나무 황금 나무 검은 나무 23.11.27 242 0 12쪽
375 366. 학습 23.11.26 241 0 13쪽
374 365. 새로운 연계 23.11.25 242 0 13쪽
373 364. 전투의 흥분 23.11.24 242 0 12쪽
372 363. 계산하지 못한 수 23.11.23 241 0 13쪽
371 362. 살려줄 사람을 찾습니다 23.11.22 242 0 13쪽
370 361. 모든 것에 옳고 그름은 없다 23.11.21 241 0 14쪽
369 360. 다른 은하의 괴물 23.11.20 242 0 13쪽
368 359. 인류와 문명의 속도 23.11.19 241 0 12쪽
367 358. 너무 대놓고 함정인데 23.11.18 242 0 13쪽
366 357. 수상한 지인 23.11.17 242 0 12쪽
365 356. 순진한 남자 23.11.16 242 0 13쪽
364 355. 진화의 중추 23.11.15 242 0 13쪽
363 354. 아이씨 진짜...! 23.11.14 241 0 16쪽
362 353. 함께하고싶은 마음 23.11.13 24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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