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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262_quddus122 3 님의 서재입니다.

한약방의 연금술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평택안중
작품등록일 :
2024.07.15 15:20
최근연재일 :
2024.09.1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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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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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 - 1% 확률

DUMMY

#032




【 캐릭터가 사망했습니다. 】


마우스를 쥔 손이 부르르 떨렸다.

벌써 17번째 도전이었고, 다른 말로는 마녀에게 17번 죽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걸 어떻게 잡으라고?!”


게임 속 내 캐릭터의 레벨이 50.

그리고 ‘동쪽 숲의 마녀’ 레벨이 73이었다.

피가 깎이지 않는 건 둘째 치고, 마녀가 뿌리는 물약에 스치기만 해도 캐릭터가 죽었다.


이건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게임의 설계가 잘못되었거나, 그게 아니면 내가 뭘 놓치고 있다는 뜻이었다.


착잡한 기분으로 미간을 눌렀다.


“파티로 깨라는 게 말이냐고···.”


3번째 죽었을 즈음 인터넷으로 공략법을 찾아봤다.

대책 없이 17번을 박을 만큼 멍청이는 아니니까.


몇 안 되긴 하지만 인터넷에는 분명 마녀를 잡은 사람이 있었고, 그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방법이 ‘파티를 맺어서’ 마녀를 잡는 것이었다.


파티를 누구랑 해?


현실 친구도 없는 놈이 게임이라고 친구가 있을까.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돈을 주고 사람을 구하는 것뿐인데, 차마 그것만큼은 미루다가 17번이나 죽은 참이다.


“진짜 돈 주고 사람 구해야 하나···.”


흘끗 시계를 바라봤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4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젠 사람을 구하려 해도 힘든 시간이다.


“···그래, 시간 버리는 것보다는 돈 좀 주더라도 깔끔하게 깨는 게 낫지.”


마을로 돌아가 열심히 채팅을 쳤다.

처음에는 5만 골드로 시작했던 보상이 어느덧 7만 골드, 10만 골드까지 올라갔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사람을 구하다가 결국 포기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익숙한 캐릭터 하나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각성 중?”


어딘가 익숙한 외형.

기억을 뒤적이다 무릎을 탁 쳤다.

내게 추적의 물약을 팔았던, 100레벨짜리 연금술사다.


“예, 맞습니다!”


황급히 채팅을 쳤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던 탓에 마녀만 잡을 수 있다면 20만 골드까지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연금술사가 도도하게 몸을 돌렸다.


“잡아드림.”



< 32 >



100레벨 연금술사.


직업을 제외하더라도 레벨이 100이나 된다는 건 상위 1% 이상이라는 뜻이었다.


얌전히 따라 걷다가 먼저 말을 붙였다.

내가 먼저 입을 열지 않으면 이놈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닉네임을 비공개로 하셨네요?”

“알아보는 거 귀찮아서.”

“등에 멘 가방 때문에 다들 알아볼 것 같은데···.”

“아니라고 하면 됨.”


성의없는 대답을 끝으로 탁구 같은 대화가 끝났다.


사람들이랑 어울리길 싫어하는 건가?


말투만 보면 사회성이 없는 놈 같기는 한데···, 단순히 그렇다고 치부하기엔 나를 돕겠다고 먼저 다가오기도 한 놈이었다.


당최 정체를 알 수 없으니 불안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넝쿨째 굴러온 호박을 차버리는 것도 안 될 일이었다.


고민하다가 다시금 말을 붙였다.


“100레벨쯤 되면 연금술사도 다르게 싸우나요? 물약 던지는 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

“물약 안 던짐.”

“정말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다.

연금술사는 게임 망할 때까지 물약이나 던지는 줄 알았더니, 그건 또 아닌 모양이네.


연금술사가 태연히 덧붙였다.


“마심.”


그러면 그렇지.

연금술사는 게임 망할 때까지 연금술사구나.

대단한 능력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실망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떤 물약을 드시는데요?”

“뇌룡의 물약.”

“뇌룡···, 예?”

“제가 개발한 물약임.”


당연하다는 듯이 나온 대답에 머릿속에 물음표가 떴다.


게임 운영자도 아니고 물약을 어떻게 개발해?

뭔가 중요한 내용 같아 더 물으려는데 돌연 연금술사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다 왔음.”

“네, 부탁드립니다.”


연금술사가 말없이 가방을 뒤적였다.

내가 들고 다니는, 작업실 구석에도 박혀있는 그 연금술 가방이었다.


연금술사가 가방에서 파란 물약을 하나 꺼냈다.

망설임 없이 물약을 목구멍에 들이붓는 모습을 보자니, 어딘가 내 모습 같기도 했다.


잠깐만.


생각해보면 이 사람이 내 미래 아닌가?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내가 게임을 오래 해서 100레벨을 찍는 순간이 온다면 눈앞의 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니 없던 기대감이 생겼다.

연금술사가 다 먹은 물약 병을 바닥에 버렸다.


파직-!


순간 연금술사의 몸에서 푸른 스파크가 튀었다.


“금방 끝남.”


파직! 파지직!


연금술사가 가볍게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픽셀로 빚어진 검지가 하늘을 향했고, 순간 맑기만 하던 모니터에 먹구름이 꼈다.


뭔가 온다.


고작 게임 화면일 뿐인데도 긴장하며 침을 삼켰다.

짧은 순간 침묵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이윽고 연금술사의 손가락이 마녀의 성을 가리켰다.


콰과광!


“흐익!”


깜짝 놀라 모니터에서 떨어졌다.

캄캄한 작업실을 밝혀버릴 정도의 엄청난 빛줄기가 모니터에서 뿜어나왔기 때문이다.


“뭐···, 뭐야?”


어안이벙벙해져 마녀의 성을 바라봤다.

아니, 정확히는 바라보려 했는데 마녀의 성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볼 수 없었다.


띵!


【 동쪽 숲의 마녀 1/1 】


벼락으로 성을 통째로 날려버렸다고?

내가 아무리 게임을 몰라도 이딴 기술이 있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다.


얼빠진 표정으로 키보드에 손만 올려놓고 있는데 연금술사가 먼저 채팅을 쳤다.


“수고.”


* * *


점심때가 되어 침대에서 일어났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밖으로 나가자 청량한 늦가을의 하늘이 정수리로 떨어졌다.


“얼른 시작해야지···.”


졸린 눈을 비비며 솥에 물을 올렸다.

새벽에 캐릭터가 각성하는 것을 확인하고 잠든 참이다.


“대성공 확률 1%였나?”


당장 확인하기엔 낮은 확률인 게 사실이다.

조금씩 나눠서 끓이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물약의 최소 단위가 1개, 물약 1개의 정량이 한 솥 가득이라는 게 문제였다.


괜한 짓을 했다가는 시간만 버릴 수도 있다.

원래 정공법이 느리지만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고.


느긋이 물약을 저었다.


다른 물약들은 어느 정도 여분이 생겼고, 지금 만드는 건 탈진의 물약이었다.


쇼핑몰은 한창 회복 중인 상태였다.

쇼핑몰이 완전히 자리를 잡을 때까지 생활비를 충당해 줄 게 바로 이 탈진의 물약이었다.


손님이 더 있을 때의 얘기이기는 하지만.


열심히 물약을 젓는데 둥둥이 내 쪽으로 뛰어왔다.

퉁퉁 부은 눈을 보니 이제 일어난 모양이다.


“정령이 늦잠 자는 거에 놀라야 하는 거냐, 아니면 눈이 붓는 거에 놀라야 하는 거냐···.”

“둥?”

“아니야, 와서 이거나 저어.”


둥둥이 총총대며 다가와 국자를 넘겨받았다.

다른 솥을 가져와 물을 올리는데 돌연 둥둥이 돌연 다급한 소리를 냈다.


“두···, 둥둥! 둥! 둥둥둥!”

“뭐야? 왜 그래?”


둥둥이 놀란 표정으로 솥을 가리켰다.

헐레벌떡 달려가 솥 안에 있는 물약을 살폈다.


“이, 이거 왜 이래?!”


깜짝 놀라 국자를 뺏어 들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탈진의 물약은 폭발할 듯이 부글부글대며 빛을 내뿜고 있었다.


터지는 거 아니야?


본능적으로 둥둥을 멀리 밀어내고 뚜껑을 덮었다.


덜컹덜컹-!


솥뚜껑이 터질 듯 들썩였다.

어쩔 줄 몰라 하던 둥둥이 냅다 작업실로 뛰어가더니 문을 걸어 잠갔다.


어처구니가 없어 국자로 마구 삿대질했다.


“야! 문을 왜 잠가? 나 혼자 죽으라고?”

“둥! 둥둥!”


놈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이쁘다고 저런 놈부터 구했을까.

막심한 후회를 누르며 솥뚜껑을 살살 밀었다.


그리고 순간,


번쩍-!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빛기둥이 솥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하늘로 솟아올랐다.


“윽!”


놀라서 휘청이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리고 동시에 알 수 있었다.


대성공이구나.


1% 확률을 이렇게 바로 뚫어버리다니···.

이런 게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건가?


얼떨떨한 기분으로 일어나 솥을 바라봤다.

탁하기만 하던 갈색 물약은, 어느덧 은은하게 빛을 내뿜는 중이었다.


굳이 비유할 거리를 찾자면···, 똥 덩어리에서 갈색 보석이 된 정도의 변화였다.


“뭐가 이렇게 요란해?”


남들이 봤으면 바로 공중파 방송 행이었다고 생각하니 괜히 등골이 오싹해졌다.


물약을 살피다가 조심스레 국자로 떴다.

어떠다보니 대성공 물약을 만들기는 했는데 정작 뭐가 바뀐 건지 알 수 없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기야 하겠지만, 현실에서 쓰려면 내가 먹어봐야 한다는 건 마찬가지였다.


1%의 확률을 뚫은 게 하필 탈진의 물약이라니···.

물약을 식힌 뒤 입가에 가져가다 우뚝 멈췄다.


“···죽는 건 아니겠지?”


게임에 먹자마자 죽게 만드는 물약은 없었다.

그런 게 가능했으면 죄다 연금술사를 키우지 않았을까.


고민하다가 국자에 입을 댔다.


호록-!


"맛은 비슷한 것 같은···, 데?"


말하다 말고 몸이 휘청였다.


"어어?"


그리고 그대로 시야가 툭 꺼져버렸다.


* * *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하얀 침대 위였다.

힘겹게 몸을 일으키자마자 강하윤이 다가왔다.


“괜찮아요?”

“여기가···.”

“병원이에요. 마당에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하고 바로 데려왔어요. 마침 제가 작업실에 가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쓰러졌다고?


의아한 표정으로 몸 상태를 확인했다.

탈진의 물약을 먹었을 때처럼 기운이 하나도 없긴 했지만, 다른 이상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렇다는 건 쓰러진 이유도···.


“과로래요.”


역시 과로라고 나오는구나.

한 모금에 기절해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성공의 위력이 생각보다 엄청난 모양이다.


문득 마당에 두고 온 물약이 떠올랐다.

급히 팔에 꽂힌 링거를 빼고 일어났다.

강하윤의 상태를 보니 다행히 마시지는 않은 듯했지만, 그대로 두면 어떤 사고가 날지 몰랐다.


강하윤이 놀라서 따라 일어났다.


“왜 그래요?”

“마···, 마당에 불을 올려놓고 온 것 같아서요.”

“마당에 아무것도 없던데요?”

"아무 것도 없었다고요?"

"네."

“솥도?”


강하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둥둥이 눈치껏 솥까지 치운 모양이다.

하여튼 이런 쪽 눈치는 빠르다니까.

나를 버리고 작업실 문을 잠가버렸어도 결국 미워할 수가 없는 놈이다.


물끄러미 팔뚝을 바라봤다.

빼버린 링거를 다시 끼울 수도 없는 노릇이라 머쓱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정신이 좀 없었네요. 그래도 몸은 괜찮아졌으니까 퇴원하겠습니다.”


병원에서 나와 강하윤과 나란히 뒷좌석에 탔다.


“근데 무슨 일 때문에 오셨어요?”

“아버지가 저녁 식사에 초대하셨거든요. 저보고 직접 물어보고 데려오라고 하셔서요. 따로 할 말이 있기도 하고···.”


강하윤이 슬쩍 나를 바라봤다.


“오늘은 좀 힘들겠죠?”

“아니요, 괜찮습니다. 지금 출발하면 딱 저녁 먹을 시간이긴 하겠네요.”


그러고 보니 신제품 설명회 이후에 강천호를 따로 만나지 못했다.


다른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서로 워낙 바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간이 안 났다.


“하실 말씀은 뭔데요?”

“약밥이 필요한 사람이 있어요. 쇼핑몰 안정될 때까지는 부업처럼 한다고 했죠?”

“네, 그랬죠.”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강하윤이 물어온 손님이라면 분명 VIP일 터였다.

다른 말로는 내 돈줄이기도 했다.


“백현호 씨, 혹시 좋아하는 가수 있어요?”

“아니요, 딱히 노래를 듣지 않아서···.”

“그럼 모를 수도 있겠네요. 이번 손님이 '유아이'라는 아이돌 가수거든요.”

“유아이?!”


나도 모르게 펄쩍 뛰었다.

길거리, TV, 식당, 심지어 한약방에서도 틀어놓던 게 유아이의 노래였다.


아이돌을 좋아하고 말고를 떠나, 대한민국에서 문화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유아이를 모를 수가 없었다.


“알죠! 유아이!”

“···너무 좋아하네.”

“근데 유아이가 손님이라는 게 무슨 뜻이에요? TV에서 봤을 때 엄청 말랐던데.”


강하윤이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쿠싱 증후군이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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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049 - 강력한 봉인의 물약 +5 24.09.05 2,693 94 12쪽
48 048 - 수소문 +6 24.09.04 2,876 102 12쪽
47 047 - 파주 옆 동두천 +6 24.09.03 3,124 106 12쪽
46 046 - 녹색 괴물 +8 24.09.02 3,385 114 11쪽
45 045 - D-1 +8 24.09.01 3,671 115 12쪽
44 044 - 아더 월드 +10 24.08.30 3,935 123 12쪽
43 043 - 고급화 전략 +5 24.08.29 4,042 135 12쪽
42 042 - 방송사고? +5 24.08.28 4,223 145 12쪽
41 041 - 평화 +4 24.08.27 4,296 136 12쪽
40 040 - 탈출 +9 24.08.26 4,381 132 13쪽
39 039 - 저거 나 아니야? +6 24.08.24 4,581 1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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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037 - 악마 +8 24.08.22 4,898 15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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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035 - 몽환의 물약 +9 24.08.20 5,465 156 12쪽
34 034 - 저 여자 진짜 뚱뚱하네 +7 24.08.19 5,697 169 12쪽
33 033 - 유아이 +8 24.08.18 6,026 1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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