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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262_quddus122 3 님의 서재입니다.

한약방의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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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안중
작품등록일 :
2024.07.15 15:20
최근연재일 :
2024.09.1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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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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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46 - 녹색 괴물

DUMMY

#046



정확한 출시 날짜를 공개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많은 예약은 뭘까.


알림창이 순식간에 ‘99’개를 돌파했다.

표기되는 숫자가 ‘99’까지였으니, 속도를 보면 잠깐 사이에 수백 개를 넘었을 터였다.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한 번의 위기는 올 줄 알았다.

양병찬에게서 술집을 인수했을 때도 그렇고, 쇼핑몰을 오픈했을 때도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았으니까.


이번에는 왜인지 느낌이 다르다.

지독하기만 했던 행운의 여신이 처음으로 내게 미소를 보이는 듯한 기분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쥐었다.

예약 관리에 들어가니 신청을 넣은 사람이 잠깐 사이에 500명을 넘어가는 중이었다.


“···설마 가격을 잘못 적었나?”


불안한 마음으로 상품을 확인했다.


【 프리미엄 레드 * 1 (99,000원) 】


우선 가격을 잘못 입력한 건 아니고···.


홈페이지에 공지한 가격이 9만 9천 원.

심지어 ‘묶음’ 가격이 아니라 ‘낱개’의 가격이었다.

한 박스에 30병 정도가 들어간다고 쳤을 때 음료수 가격만 다달이 300만 원이라는 뜻이다.


대한민국에 부자가 이렇게 많았나?


장난이나 호기심에 신청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엄청난 숫자인 건 사실이었다.


한참이나 예약 현황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렸다.


“명단부터 받아 놔야지.”


장난이든 아니든 모든 사람에게 음료수를 팔 수는 없다.

애매한 고급화는 결국 쇼핑몰의 수명만 깎을 뿐이다.


마침 핸드폰이 울렸다.


“예, 사장님.”


[ 예약은 많이 들어왔어요? 얼마 안 들어왔어도 너무 실망하지 마요. 아직 첫 날이니까···. ]


“벌써 500명···, 아니, 600명 넘어가고 있습니다.”


[ 벌써요? ]


강하윤이 드물게 놀란 목소리를 했다.


“지금 명단 뽑아서 올라가겠습니다!”



< 46 >



“이 사람은 인지도가 좀 부족한 것 같은데···.”

“무슨 소리에요. 이번에 봉준근 감독이랑 작품같이 한다는 기사 못 봤어요?”

“그거 개봉하려면 1년이나 남았습니다.”

“1년이나 남은 게 아니라 1년밖에 안 남은 거죠.”

“그 안에 쇼핑몰 망하면 어쩌려고요? 지금 당장 대통령을 모델로 써도 모자랄 판에!”


민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회의실에서는 엉뚱한 직원 두 명이 불이 붙은 채 서로의 의견을 피력하는 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은 좀···.


말려야하는 거 아니냐는 표정으로 흘끗 강하윤을 바라봤지만, 그녀는 이미 익숙한 듯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미래백화점 사무실이었으며, 테이블에 모여있는 10명 남짓한 인원들은 미래백화점 마케팅팀의 핵심 인력들이었다.


테이블에는 수십 장의 프로필이 올라와 있었다.

TV를 안 보는 나도 얼굴 정도는 알 정도로 하나같이 유명한 사람들 뿐이다.


마케팅팀이 모여서 하는 일은 하나였다.


‘누구에게 음료수 계약권을 줄 것인가?’


한약방에서 전기세나 축내던 놈이 이제는 톱스타들을 저울질하고 있으니, 사람 일이라는 게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회의는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끝났다.

기나긴 회의를 거쳐 7명의 인원이 선별되었으며, 모두 각자 분야에서 엄청난 인지도를 쌓은 사람들이었다.


피곤한 몸으로 작업실에 돌아와 곧장 컴퓨터를 켰다.


오늘 하루 들어온 상담이 931건.

마음 같아서는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어 팔고 싶지만, 그래서는 의미가 없다.


모니터를 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여러 명에게 팔 수 없다면···, 한 사람에게 여러 제품을 팔면 되는 거 아닌가?


강하윤과 얘기하며 알게 된 사실인데, 부자들의 재력이 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었다.


당장 물약을 선물 받은 최성민만 해도 그랬다.

주급만 3억씩 받는 양반이었으며, 이걸 연봉으로 바꾸면 100억이 훨씬 넘는 돈이다.


해마다 100억이라니···.


내가 몇 년 동안 죽기 살기로 태평양을 누비며 번 돈이 3억이 남짓이었다.


이것도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하도 부자들을 만나고 다닌 탓인지 금전 관념이 고장난 기분이다.


“근데 팔만 한 게 있나?”


고민하다가 게임을 켰다.

구매해둔 제조법이 워낙 많아서 직접 보면서 생각하는 게 편했기 때문이다.


게임에 접속하자 초보자 사냥터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캐릭터가 나타났다.


“내가 뭐 하다가 여기···.”


어제의 기억이 금세 떠올랐다.

족제비랑 싸우던 형님 도와줬었구나.

은근한 기대를 안고 사냥터를 둘러봤지만, 투박한 전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벌써 접은 건 아니겠지?”


오늘도 있었으면 물약 몇 개 주려 했는데.

아쉬운 마음으로 제조법 창을 열었다.


“어디 보자, 팔만 한 게···.”


* * *


경기도 파주, 미래 기술 연구소.


남춘태가 흥분하며 공진묵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공진묵은 서울에서부터 남춘태의 꽁무니를 쫓아 다니던 수석 연구원이었다.


“GPS는?!”

“···신호가 끊겼습니다.”

“그러게 연고자가 있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을 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요새는 노숙자들도 임상시험이라고 하면 의심부터 하는 거 아시잖습니까?”

“이 새끼가!”


짜악!


남춘태가 공진묵의 뺨을 후려쳤다.

고개가 홱 돌아간 공진묵이 놀라서 뺨을 어루만졌다.

미래 기술 연구팀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에 숱한 인격 모독에도 참고 견뎠지만, 이런 폭력은 경우가 달랐다.


"씨발···, 씨발!"


남춘태가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가 파주까지 내려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새로운 원소의 임상시험.


실험실 쥐로는 한계가 있는 게 당연했다.

심리적 압박과 욕심을 견디지 못한 강춘태는 결국 선을 넘어버리는 쪽을 택했다.


강대현조차도 자세한 실험 내용은 몰랐다.

아니, 정확히는 실험이 크게 관심이 없었다.

강대현은 결과만 갖다주며 오케이 하는 멍청이였으니까.


덕분에 21세기 생체실험은 아무런 방해도 없이 진행됐지만, 그 결과는 실로 참혹했다.


남춘태가 조용히 머리를 쓸어 넘겼다.


“아직 연구소 밖으로는 못 나갔을 거야. 그러니까 무조건 찾아. 그거 밖으로 나가면···.”


공진묵이 침을 꼴깍 삼켰다.

남춘태가 서늘한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우리 다 끝이야.”

“···예, 알겠습니다.”


공진묵이 고개를 몸을 휙 돌렸다.

따귀를 맞고 차마 인사할 마음은 안 생겼기 때문이다.


소장실 밖으로 나온 공진묵이 곧장 관리실로 향했다.

비상이 떨어진 건 보안팀 역시 마찬가지였다.


“C-10 출구부터 막아!”

“예, 팀장님!”

“팀장님! A 구역에는 없답니다!”

“대체 어디로 나간 거야?”


공진묵이 조용히 보안팀장 옆으로 다가갔다.


“팀장님, 연구소 내외부 모든 출입구 봉쇄하세요.”

“예? 외부에서 들어오는 업체들은 어쩌려고···.”

“외부인들은 전부 한 공간에 격리시키십시오.”


보안팀장이 멍하니 연구원을 바라봤다.

말이 격리지, 감금이랑 다르지 않았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업체를 무슨 근거로 감금할 것이며, 후폭풍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한 발상이었지만, 이건 실험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이기도 했다.


보안팀장에게 탈출한 놈은 그냥 정신병자일 뿐이었고, 파주 연구소에서 행해지는 실험들은 정신병 치료를 위한 것들일 뿐이었으니까.


공진묵이 담담히 보안팀장을 바라봤다.


“소장님 지시 사항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보안팀장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실을 나온 공진묵이 향한 곳은 A 구역이었다.

모든 실험이 이뤄지는 곳이었으며 이는 달리 말해,


“케르륵!”

“케륵!”


괴물들이 감금되어있는 장소라는 뜻이기도 했다.


공진묵이 창백해진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걸까.


세상에 없는 원소를 찾았을 때부터?

아니면 미래 연구소 소장 자리를 준다고 했을 때부터?


여기서 연구하는 건 정신병약 따위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인간을 정신병자로 만드는 약이다.


철컹철컹-!


공진묵이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눈이 벌게진 인간이 철창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그를 바라보던 공진묵의 눈이 돌연 휘둥그레졌다.


“이, 이게 무슨···.”


실험체의 손가락 녹색으로 변해있었기 때문이다.


공진묵의 눈이 혼란스럽게 흔들렸다.

정신만 괴물이 되어버린 게 아니었나?

길고 투박한 손톱만 보아도 인간의 것은 아니었다.


“소, 소장님···.”


공진묵이 허겁지겁 몸을 돌렸다.


“소장님!”


같은 시각, 경기도 동두천의 한 시골집.


노모의 눈이 슬픔으로 젖었다.

그녀는 대장암 말기였으며,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하고 퇴원한 게 바로 어제였다.


노모가 조용히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케륵! 케르륵!”

“영준아, 밥 먹어야지···.”


노모가 조심스럽게 식탁을 바닥에 놨다.


와장창!


눈이 시뻘건 사내가 밥상을 냅다 발로 찼다.


지금 묶여있는 젊은 사내는, 몇 주 전부터 연락이 끊긴 노모의 아들이었다.


좋은 일거리가 생겼다며, 일주일이면 돌아올 거라는 아들은 보름이 지나서도 전화 한 통이 없었고, 늦은 새벽 온몸에 피를 칠한 채로 갑자기 나타났다.


집으로 돌아온 사내는 마치 정신이 나간 것처럼 제 몸을 쇠사슬로 묶어버렸다.


‘저, 절대···, 절대 자물쇠를 풀지 마세요!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되고요! 아셨죠?!’


그게 아들과 나눈 대화의 끝이었다.

아들은 짐승이라도 된 것처럼 자신만 보면 달려들었으며, 밥도 물도 입에 대지 않았다.


대체 지난 몇 주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무리 물어도 짐승의 소리만 낼 뿐이니 노모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철컹철컹-!


“케르륵···!”


사내의 시뻘건 눈이 노모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열쇠를 제 손으로 주머니에 넣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걸 보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듯했다.


“많이 아프지···?”


노모가 안타까운 눈으로 사내의 팔을 바라봤다.

언제부터인가 녹색 빛을 띠는 손목은 칼로 파헤친 것처럼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파헤친 곳은 연구소에서 심은 GPS가 있던 곳이었다.

정신이 돌아온 찰나의 순간 사내가 생살을 파내어 GPS를 빼낸 거지만, 노모가 그걸 알 리가 없었다.


노모가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벌써 몇 번이고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절대 말하지 말라는 경고 때문에 번번이 핸드폰을 내려놓아야 했다.


고민하던 노모가 결국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 * *


어제의 그 캐릭터와 만난 건 게임을 끄기 직전이었다.

반가운 얼굴로 다가가다가 나도 모르게 굳어버렸다.


“저···, 저게 다 뭐야?”


홀린 듯이 정보 보기를 눌렀다.


【 +15 녹슨 철검 】

【 +15 부서진 투구 】

【 +15 망가진 철갑옷 】

【 +15 구멍 난 가죽장갑 】


.

.

.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15’가 붙어있다.

세상에 저딴 초보자 아이템이 존재한단 말인가?

이 게임의 강화 등급이 ‘+15’까지였으니, 말 그대로 최강의 초보자인 것이다.


얼른 다가가 말을 붙였다.


[ 안녕하세요. ]


꽤 오랜 침묵이 이어졌다.

무시하는 게 아니라 타자 치는 게 오래 걸린다는 것쯤은 겪어서 알고 있었다.


한참 뒤에 올라온 건 채팅이 아니라 알림창이었다.


【 ‘미래가 미래다’ 님이 교환 신청을 했습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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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054 - 숙취가 없는 술 +3 24.09.11 1,900 70 11쪽
53 053 - 둥둥의 수집품 +9 24.09.10 2,042 85 12쪽
52 052 - 새로운 바람 +14 24.09.09 2,326 86 12쪽
51 051 - 양심 고백 +4 24.09.08 2,419 95 12쪽
50 050 - 연구소 털기 +8 24.09.06 2,583 93 11쪽
49 049 - 강력한 봉인의 물약 +5 24.09.05 2,693 94 12쪽
48 048 - 수소문 +6 24.09.04 2,877 102 12쪽
47 047 - 파주 옆 동두천 +6 24.09.03 3,124 106 12쪽
» 046 - 녹색 괴물 +8 24.09.02 3,386 114 11쪽
45 045 - D-1 +8 24.09.01 3,671 115 12쪽
44 044 - 아더 월드 +10 24.08.30 3,936 123 12쪽
43 043 - 고급화 전략 +5 24.08.29 4,042 135 12쪽
42 042 - 방송사고? +5 24.08.28 4,223 145 12쪽
41 041 - 평화 +4 24.08.27 4,297 136 12쪽
40 040 - 탈출 +9 24.08.26 4,381 132 13쪽
39 039 - 저거 나 아니야? +6 24.08.24 4,581 146 12쪽
38 038 - 복제의 물약 +6 24.08.23 4,645 149 12쪽
37 037 - 악마 +8 24.08.22 4,899 151 12쪽
36 036 - 소방관 +9 24.08.21 5,223 153 12쪽
35 035 - 몽환의 물약 +9 24.08.20 5,465 156 12쪽
34 034 - 저 여자 진짜 뚱뚱하네 +7 24.08.19 5,698 169 12쪽
33 033 - 유아이 +8 24.08.18 6,026 1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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