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1262_quddus122 3 님의 서재입니다.

한약방의 연금술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평택안중
작품등록일 :
2024.07.15 15:20
최근연재일 :
2024.09.16 20:55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390,363
추천수 :
9,945
글자수 :
306,529
유료 전환 : 2일 남음

작성
24.09.04 18:55
조회
2,876
추천
102
글자
12쪽

048 - 수소문

DUMMY

#048




괴상한 소리에 깜짝 놀라 강하윤과 눈을 맞췄다.


“여기 야생동물도 나와요?”

“설마요. 별장을 아무 데나 짓는 줄 아나···.”


강하윤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내둘렀다.


“올라오다가 마을 봤죠? 거기 돼지농장이 있어요. 아마 거기서 나온 소리일 거예요.”

“···돼지 소리라고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의심이 가신 건 아니지만, 강하윤의 말처럼 야생동물이 나오는 곳에 별장을 짓지는 않았을 터였다.


강하윤이 먼저 몸을 돌렸다.


“제가 1층 쓸게요. 백현호 씨가 2층 써요.”



< 48 >



늦은 새벽.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별장 밖으로 나왔다.

잠자리가 바뀐 탓인지 잠이 잘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책이라도···, 아니다.”


강하윤은 아니라고 했지만, 아까 들었던 짐승 소리가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별장 앞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이 어슴푸레한 자줏빛인 걸 보니 머지않아 해가 뜰 모양이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웬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


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언제부터 저기에 서 있던 거지?

어두워서 형체도 흐릿한 와중에 시뻘건 눈동자만큼은 또렷하게 허공을 떠다녔다.


짐승도 아니고 사람이 안광을 뿜고 있다.

사내가 비틀비틀 걸어 별장 앞으로 향했다.

틱- 하며 현관 불이 들어왔고 그제야 사내의 모습이 온전히 눈에 들어왔다.


사내는 피 묻은 낫을 들고 있었다.

꼭두새벽에 이 무슨 공포영화 같은 장면이란 말인가?


“저···, 저기요!”


떨리는 목소리로 사내를 불렀다.

당장 불러 세우지 않으면 피 묻은 낫을 들고 별장 안으로 들어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 안에는 강하윤이 있다.

누군가를 지켜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거의 반사적으로 나온 행동이었다.


“케륵···.”


붉은 눈이 휙 돌아 나를 향했다.

저놈도 내가 여기 있는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그보다 방금 이상한 소리 내지 않았나?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짐승 소리가···.


순간 머릿속으로 무언가 스쳤다.

저놈이 내는 소리는 아더 월드의 몬스터인 ‘고블린’이 내는 소리와 퍽 닮아있었다.


고블린이라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정신을 차리려 머리를 흔들었다.

현실에 고블린이 있다는 게 말이 돼?

있다 해도 고블린은 저 정도로 크지 않다.

기껏해야 무릎 높이나 오는 놈들이었으니까.


어두워서 뭔가 착각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내가 성큼 내 쪽으로 걸어왔다.


한 걸음 물러나다 말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녹색으로 코팅된 목장갑을 끼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손 자체가 녹색이다.


광기 어린 붉은 눈.

짐승과 닮은 소리.

거기에 녹색 피부···.


악몽이라도 꾸는 건가 혼란스러워하는 순간, 사내의 몸이 내 쪽으로 펄쩍 뛰었다.


“키에엑!”

“흐익!”


콰직!


사내가 휘두른 낫이 나무에 박혔다.

망설임 없는 살의에 등줄기로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낫이 나무에 단단히 박혔다는 거였다.


“흡!”


빠악!


누운 채로 냅다 사내의 다리를 걷어찼다.

사내가 바닥에 주저앉더니 그대로 나를 덮쳐왔다.


“키에엑! 키엑!”

“커헉!”


징그러운 녹색 손이 목을 강하게 짓눌렀다.

흐려지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으며 손을 더듬거렸다.

마침 손에 큼직한 돌이 잡혔고, 이걸 사람 머리에 휘둘러도 되는지 잠깐 고민했지만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콰직-!


살벌한 소리와 함께 돌이 관자놀이를 찍었다.

목을 짓누르던 손에서도 순간 힘이 풀렸다.


“허억···, 허억!”


나를 깔아뭉갠 사내에게서 벗어나 크게 숨을 골랐다.

별장의 거실 창문으로 탁- 하고 불이 켜지는 게 보였다.


경찰에 넘기는 게 맞다.

머리가 깨져 죽었으면 일이 좀 골치 아파지겠지만, 그래도 이런 일을 나 혼자 처리할 수는 없었다.


그래, 분명 그게 맞는데···.


늘어진 사내를 질질 끌고 나무 뒤로 숨었다.

잠깐 기다리자 별장 밖으로는 강하윤이 나왔고, 의아한 표정으로 별장 주변을 둘러봤다.


숨까지 참으며 인기척을 죽였다.

한동안 둘러보던 강하윤이 다시 별장으로 들어 후에야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대체···.”


고블린이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지만, 눈앞의 남자는 고블린이 맞았다.


고블린이라고 확신한 근거는 사내의 녹색 손가락.

회복 물약에 들어가는 재료가 ‘고블린의 손가락’이다.

수백, 수천 개를 내 손으로 집어넣었는데 고블린의 손가락을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정말 이 남자가 고블린이라면?

높은 확률로 나와 연관이 있겠지.

현실 세계에 판타지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둘이나 있을 리는 없으니까.


모든 게 확실해질 때까지는 들켜서는 안 된다.


* * *


동이 뜨기도 전에 작업실로 내려왔다.

중간에 강하윤에게 전화가 왔지만,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내려왔다고 둘러댄 참이다.


오전 7시, 작업실 마당.


떨리는 손으로 창고 문을 열었다.

잠이 덜 깬 둥둥이 졸린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야구 방망이만 챙겨서 나가려다가 문득 생각에 잠겼다.


“···너 잠깐만 나와 봐.”


몬스터는 몬스터가 알아보지 않을까?

인간에게 호의적이기는 했지만, 분류만 따지자면 둥둥도 몬스터이기는 했다.


둥둥이 의아한 표정으로 내 뒤를 따라 나왔다.


세워둔 차로 다가가니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침을 꼴깍 삼키며 둥둥에게 손짓했다.


“이, 이거 열어봐.”

“둥?”

“···아무것도 없어. 그냥 열어봐.”


둥둥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더니 결국 자동차 트렁크를 열었다.


그리고 동시에,


“키엑!”

“머리!”


빠악!


사내의 정수리를 야구 방망이로 힘껏 내리쳤다.

놀라서 나도 모르게 힘이 많이 들어갔지만, 돌에 찍히고도 죽지 않았으니 이번에도 죽지는 않았을 터였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내의 몸이 트렁크로 축 늘어졌다.

기절한 건 둥둥 역시 마찬가지였다.


“···밧줄은 또 어떻게 푼 거야?”


흔적을 보니 손톱과 이빨로 뜯어낸 듯했다.

하는 짓도 그렇고, 약간의 지능 조차도 고블린이랑 똑같다.


창고에서 챙겨온 튼튼한 밧줄로 사내를 꽁꽁 묶었다.

이빨을 쓰지 못하도록 입에는 테이프도 칭칭 감았다.

그 뒤로도 몇 중이나 안전장치를 해놓은 뒤 한숨을 푹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 어쩌냐···.”


궁금한 게···, 아니, 내가 알아야 할 게 너무도 많았음에도 답을 구할 곳이 없었다.


한동안 앉아있다가 사내를 창고로 옮겼다.

중간중간 몸을 움찔대며 기괴한 소리를 흘리긴 했지만, 다행히 깨어나지는 않았다.


둥둥이 깨어난 건 몇 시간 후였고, 놈을 달래 경비병으로 쓰기 위해 반짝이는 걸 몇 개나 내어줘야 했는지 모른다.


얼추 상황이 정리되고 컴퓨터를 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에 여러 키워드를 넣고 검색해봤지만, 역시나 이렇다 할 정보는 없었다.


“저대로 둘 수는 없는데···.”


답답한 마음에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이제까지는 어떤 일이라도 혼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검은 통로에 떨어진 것처럼 막막하기만 했다.


이건 게임이 현실과 맞닿아 벌어진 일이다.

힌트도 분명 게임에서 얻을 수 있을 터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번쩍 들었다.


물어볼 곳이 인터넷밖에 없는 건 아니잖아?


그때의 그 100레벨짜리 연금술사···.

그는 스스로 물약을 창조해낼 정도의 연금술사였다.

모르긴 몰라도 ‘연금술사’라는 직업에 통달한 건 확실했으니, 이번 일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허겁지겁 게임을 켜서 캐릭터에 접속했다.

막상 들어오긴 했는데···, 그 인간을 어떻게 찾지?


고민하다가 우선 캐릭터를 움직였다.

돌아다닐 수 있는 지역이 수백 개이긴 했지만, 아더 월드도 어디까지나 게임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놈을 찾는 것도 아니고 수소문하면 어떻게든 만날 수 있을 터였다.


심지어 나는 벌써 몇 번이나 만나지 않았던가?

채팅을 ‘지역’으로 바꾼 뒤 키보드를 두들겼다.


[ 100레벨 연금술사 찾습니다! 사례 10만 골드! ]


* * *


오후 11시, 작업실.


피곤한 눈을 꾹 눌렀다.

10분마다 창고에 다녀오며 밧줄의 상태를 확인하느라 곱절로 피곤한 기분이었다.


묵묵히 모니터를 바라봤다.


“···방법이 너무 무식했나?”


아무리 그래도 귓속말 하나 없을 줄이야.

10만 골드로 시작했던 사례도 어느덧 50만 골드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그렇게 폐인처럼 키보드를 두들기며 자정이 넘어갈 무렵 귓속말이 하나 도착했다.


깜짝 놀라서 우당탕 자세를 고쳐 잡았다.


[ 물약 공장 : 저 찾는 거예요? ]


“···물약 공장?”


기대감에 반짝이던 눈이 금세 실망으로 젖어 들었다.

기억에 없는, 전혀 낯선 아이디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 아이디가 뭐였더라?

맥주 이름이랑 닮았던 것 같은데.


실망스러운 건 실망스러운 거고, 이 사람도 100레벨의 연금술사였으니 질문에 관한 답을 알 수도 있었다.


[ 포장왕 : 네, 여쭤볼 게 있어서요. ]

[ 물약 공장 : 50만 골드는요? ]

[ 포장왕 : 대답 듣고 드리겠습니다. ]

[ 물약 공장 : 골드 먼저. ]

[ 포장왕 : 우선 반만 드리고 나머지는 얘기 끝나고 드리겠습니다. ]


짜증스럽게 ‘거래’ 버튼을 눌렀다.

25만 골드를 올리자마자 물약 공장이라는 놈이 곧장 ‘거래 확인’ 버튼을 누르는 게 보였다.


찝찝한 마음으로 거래를 끝내고 다시 귓속말을 보냈다.


[ 포장왕 : 고블린으로 변한 사람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

[ 물약 공장 : 저도 몰라요 ]

[ 포장왕 : 비슷한 거라도 들은 적 없으세요? ]

[ 물약 공장 : 없습니다. ]


말하는 꼴을 보니 진짜 모르는 듯했다.


[ 포장왕 : 혹시 직접 개발한 물약 있으세요? ]

[ 물약 공장 : 없어요. 개발자도 아니고 무슨···. ]


적어도 이것 하나는 확실해졌다.

100레벨 연금술사끼리도 급이 있구나.

원하는 답을 구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주기로 한 골드를 떼먹을 수도 없었다.


사기꾼이라고 소문이라도 나면 앞으로의 게임 생활이 힘들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남은 골드를 넘겨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고로 가서 잘 묶여있나 확인하려는데 문득 익숙한 캐릭터가 눈에 들어왔다.


“어···, 어어?”


깜짝 놀라 자리에 다시 앉았다.

언제부터 저기 서 있던 거지?


100레벨의 연금술사.

뇌룡의 물약으로 마녀의 성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던, 그 남자가 내 옆에 서 있었다.


【 Terra 】


맞아, 저 남자 이름이 테라였지.


허겁지겁 키보드를 두들겼다.


[ 포장왕 : 사람이 고블린으로 변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계시나요? ]

[ Terra : 봉인의 물약. ]


당연하다는 듯이 튀어나온 대답에 나도 모르게 애석한 신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질문을 잘못 이해한 모양이다.


봉인의 물약은 대상의 ‘육체’를 가두는 물약이었다.

애초에 육체를 봉인할 거였으면 힘의 물약으로 때려눕히고 경찰에 넘겨버렸겠지.


“그게 아니라···, 원래대로 돌려놓는···.”


채팅을 치는데 테라의 말풍선이 쑥 올라왔다.


[ Terra : 강력한 봉인의 물약. ]


강력한···.

멍하니 글씨를 바라보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대성공했을 때 붙던 수식어 아닌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한약방의 연금술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추석 당일 하루 휴재합니다! NEW 10시간 전 8 0 -
공지 20일(금요일) 오후 21시 유료 전환입니다! 24.09.12 55 0 -
공지 (연재시간 변경) 월~토 21시 연재입니다. +1 24.08.02 264 0 -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7.23 9,482 0 -
58 058 - 무료 나눔 +5 24.09.16 837 36 11쪽
57 057 - 패악질 +10 24.09.14 1,412 50 11쪽
56 056 - 첫 수 +3 24.09.13 1,472 61 11쪽
55 055 - 런칭 +3 24.09.12 1,722 68 12쪽
54 054 - 숙취가 없는 술 +3 24.09.11 1,900 70 11쪽
53 053 - 둥둥의 수집품 +9 24.09.10 2,042 85 12쪽
52 052 - 새로운 바람 +14 24.09.09 2,326 86 12쪽
51 051 - 양심 고백 +4 24.09.08 2,419 95 12쪽
50 050 - 연구소 털기 +8 24.09.06 2,583 93 11쪽
49 049 - 강력한 봉인의 물약 +5 24.09.05 2,693 94 12쪽
» 048 - 수소문 +6 24.09.04 2,877 102 12쪽
47 047 - 파주 옆 동두천 +6 24.09.03 3,124 106 12쪽
46 046 - 녹색 괴물 +8 24.09.02 3,385 114 11쪽
45 045 - D-1 +8 24.09.01 3,671 115 12쪽
44 044 - 아더 월드 +10 24.08.30 3,936 123 12쪽
43 043 - 고급화 전략 +5 24.08.29 4,042 135 12쪽
42 042 - 방송사고? +5 24.08.28 4,223 145 12쪽
41 041 - 평화 +4 24.08.27 4,297 136 12쪽
40 040 - 탈출 +9 24.08.26 4,381 132 13쪽
39 039 - 저거 나 아니야? +6 24.08.24 4,581 146 12쪽
38 038 - 복제의 물약 +6 24.08.23 4,644 149 12쪽
37 037 - 악마 +8 24.08.22 4,898 151 12쪽
36 036 - 소방관 +9 24.08.21 5,223 153 12쪽
35 035 - 몽환의 물약 +9 24.08.20 5,465 156 12쪽
34 034 - 저 여자 진짜 뚱뚱하네 +7 24.08.19 5,697 169 12쪽
33 033 - 유아이 +8 24.08.18 6,026 16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