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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262_quddus122 3 님의 서재입니다.

한약방의 연금술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평택안중
작품등록일 :
2024.07.15 15:20
최근연재일 :
2024.09.1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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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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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47 - 파주 옆 동두천

DUMMY

#047



몇 시간 전, 미래백화점 사장실.


“사장님, 분부하신 대로 준비했습니다.”

“고마워요. 이만 퇴근해요, 최 비서.”


최기현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사장실을 나갔다.

그가 자신만만하게 준비했다는 물건은 현실에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강하윤이 설레는 마음으로 마우스를 쥐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왜 설레하는지 의문스러운 기분이 되어야 했다.


“재밌는 건 아닌데···.”


그녀가 게임에 내린 평가는 딱 이정도였다.

못 할 정도로 재미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슴 떨리는 경험 역시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대로 된 모험은 시작도 못 하고 밤새 족제비만 두들겨 패지 않았던가?


말이 좋아 두들겨 패는 거지, 엄밀히 따지면 강하윤이 두들겨 맞는 쪽이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강하윤이 결론을 내렸다.

그녀의 떨림은 게임 자체에 있지 않았다.


“그 사람 이름이 ‘포장왕’이었나?”


꽤 독특한 이름을 가진 캐릭터였다.

뜬금없이 사냥터에 나타나더니 몇 시간이나 자신을 지켜봤고, 그것도 모자라 죽지 말라며 물약까지 주고 갔다.


관찰과 보살핌.


이건 단연코 강하윤의 삶에 없는 단어였다.

아버지인 강천호는 모든 관심을 맏아들인 강대현에게 쏟았고, 돌아가신 어머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는 달랐다.


마치 아기가 걸음마 떼는 걸 구경하는 것처럼 눈을 못 떼던···, 얼굴을 가린 낡은 로브가 퍽 멋스럽던 남자.


그는 강하윤을 끝까지 지켜봤다.


다른 누구에게 밑바닥을 보여준 적이 있던가?

고작 족제비 따위에게 밑천이 드러날 줄은 몰랐지만, 결과적으로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


“···근데 포장왕이 어느 나라 왕이지?”


의문과 함께 화면에 캐릭터가 나타났다.


【 미래가 미래다 Lv.1 】


'미래 그룹이 대한민국의 미래다!'라는 뜻의 아이디였지만, 그녀의 넘치는 포부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캐릭터를 누르니 화면이 금세 바뀌었다.

오전에 최기현에게 이런저런 부탁을 해 둔 참이다.


강하윤이 가장 먼저 확인한 건 골드였다.


【 13,249,700골드 】


현금으로 1천만 원 정도의 가치였지만, 게임 속 화폐 비율을 강하윤이 알 리가 없었다.


착용하고 있는 장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버에 몇 개 없는 정신 나간 장비였음에도 좀 더 반짝거린다는 정도의 소감이 전부였다.


확인을 끝낸 강하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초보자 사냥터로 향하는 것이었다.


모니터를 보는 강하윤의 눈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족제비 새끼···.”


사냥터로 나오자마자 족제비가 눈에 들어왔다.

강하윤이 망설임 없이 마우스를 움직였다.


서걱-!


캐릭터가 검을 휘두르자 족제비가 반으로 갈라지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


오늘도 몇 시간의 혈투는 각오한 참이었다.

강하윤이 당혹스러운 마음으로 다른 족제비를 찾아 마우스를 움직였다.


서걱-!


【 레벨이 올랐습니다. 】


서걱-!


【 레벨이 올랐습니다. 】


강하윤이 모니터에 얼굴을 바짝 가까이했다.


돈 좀 질렀다고 게임이 이렇게 쉬워진다니?

아니, 돈 좀 질렀다고 게임이 이렇게 재밌어진다니?


Pay to Win.


이기기 위해서는 돈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맹독성 과금이니 뭐니 욕해도 대한민국 게임만큼 돈에 솔직한 것도 없었다.


그 후로 사냥터에서 족제비만 2시간을 때려잡았다.

판타지 세계고 나발이고, 그냥 우락부락한 전사가 족제비를 두들겨 패는 장면이 좋았다.


한참 집중하던 강하윤이 돌연 마우스를 멈췄다.


“포장왕···!”


닉네임, 포장왕.

자신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 주고 보살펴 주던 사내가 사냥터를 가로질러 가는 중이었다.


따뜻한 눈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강하윤이 망설임 없이 캐릭터를 옮겼다.

할 말을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뭐라도 좋으니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성큼성큼 다가가던 강하윤이 의아한 표정을 했다.

그의 낡은 로브 뒤에는 검이나 활이 아니라 낡은 가방이 매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보따리장수 같은 건가?”


가방이 낡은 걸 보니 부유해 보이지는 않았다.

고민하던 강하윤이 채팅 대신 ‘거래’를 눌렀다.


【 ‘포장왕’님께 거래를 신청했습니다. 】



< 47 >



“갑자기 무슨 거래 신청?”


얼떨떨한 표정으로 알림창을 바라봤다.

고민하다가 우선 ‘수락’ 버튼을 눌렀다.

잠깐 기다리니 거래 목록에 아이템이 하나 올라왔다.


【 족제비 꼬리 * 35 】


“···음?”


【 철 가루 * 13 】

【 부드러운 털 * 46 】

【 날카로운 발톱 * 27 】

【 잡초 * 55 】

.

.

.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거래 창을 바라봤다.

족제비를 잡고 얻을 수 있는 모든 잡다한 아이템들이 우르르 올라오고 있었다.


은혜 갚은 까치가 되고 싶은 모양인데···, 이런 건 상점에 팔기도 민망한 것들이다.


황당한 표정으로 보다가 나도 모르게 픽 웃었다.


“재밌는 형님이네.”


어제 물약을 준 게 여간 고마웠던 모양이다.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아이템들에서 순수한 선의가 느껴져 웃음이 났다.


“돈도 많아 보이는데 골드나 줄 것이지···.”


초면에 돈을 주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나?


족제비를 사지분해 한 것처럼 끊임없이 올라오는 아이템을 보며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괜찮다고 말하려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얼른 마우스를 움직여 아이템을 확인했다.


【 봉인의 물약 (제조법) 】


수십 개의 아이템 속 숨은그림찾기처럼 꼭꼭 숨어있는 건 처음 보는 제조법이었다.


“이···, 이건 또 어디서 주운 거야?!”


몬스터들이 낮은 확률로 제조법을 떨어뜨린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거기에 족제비도 포함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후다닥 키보드를 두들겼다.


[ 이것만 받을게요! ]


어차피 이 이상은 칸이 부족해 받지도 못한다.


[ 더 있어요. ]

[ 괜찮습니다. ]

[ 골드 줄까요? ]


이 형님이 진짜 골드도 주려고 하네.

제조법만 해도 오히려 내가 줘야 할 판이다.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

[ 네. ]

[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


떨리는 마음으로 거래 확인을 눌렀다.


【 거래가 완료되었습니다. 】


혹시 취소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금수저 형님은 생각보다 훨씬 호쾌했다.


그 뒤로는 친구 등록까지 한 뒤 마을로 돌아왔다.

설마 첫 번째 게임 친구를 이런 식으로 만들게 될 줄은 몰랐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마을로 돌아오자마자 곧장 제조법을 등록했다.

오랜만에 설레는 기분이다.


“어디 보자···.”


【 봉인의 물약 】

【 대상을 봉인합니다. 】


간단하기 그지없는 설명이다.

설명만 보면 사기적인 능력처럼 보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1레벨짜리 족제비에게서 나온 물건이었다.


고민하다가 인터넷을 켰다.


“이럴 때는 검색이 최고지.”


키워드에 ‘아더 월드 봉인의 물약’을 넣고 검색하자마자 글이 주르륵 떠올랐다.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던 눈에 실망감이 찼다.


봉인의 물약은 ‘확률형’ 물약이었다.

1레벨의 족제비는 거의 100% 확률로 봉인하지만, 10레벨의 고블린만 되어도 봉인 확률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그 위로는 거의 한 자릿수의 퍼센트였으니 실질적으로는 쓰지 못하는 물약이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봉인 후에는?


그냥 갖고 다니는 게 전부다.

이론상으로는 드래곤도 봉인해서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지만, 추측 확률은 0.01% 미만.


현실에서도 딱히 쓸모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사람에게 쓸 수 있는 물약도 아니었으며, 봉인한다 해도 어디다 쓴다고?


서울에 고블린이라도 튀어나오면 모를까.


아쉬운 마음으로 창을 닫았다.

재료가 별거 없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문득 아까 물어오던 말이 머리를 맴돌았다.


‘골드 줄까요?’


분위기를 주니 10만 골드는 줄 것 같았는데.


“···그냥 골드 달라고 할걸.”


* * *


한가한 나날들이 지나갔다.


현재까지 계약한 유명인이 13명.

하루에 만들어야 하는 물약이 13병이라는 뜻이었으며, 이는 솥으로 따졌을 때 한 솥도 채 되지 않는 양이었다.


심지어 이미 만들어놓은 물약도 많았다.

눈 뜨면 설렁설렁 산책 좀 하다가 물약을 적당히 덜어 병에 담는 게 일과의 전부였다.


배송도 미래백화점 측에서 맡았다.


물론 한가한 건 나뿐이었다.

미래백화점 마케팅팀은 하루가 멀다고 야근하며 다음 고객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하윤에게 전화가 온 건 늦은 오후였다.


“예, 사장님.”


[ 업체에서 솥 제작 완료됐다고 연락 와서요. ]


“정말요?!”


[ 네, 이따가 확인하러 갈 건데 백현호 씨도 와서 직접 보시겠어요? 바쁘면 최 비서 통해서 사진으로 보내드리고요. ]


“바쁘긴요!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 그래요, 주소 찍어줄게요. ]


신나게 겉옷과 차 키를 챙겼다.


업체에 부탁해놓은 건 ‘특제 솥’이었다.


가로세로 3개씩 총 9개의 솥을 붙여놓은 형태였으며, 레버를 당기면 같은 양의 물이 솥에 들어가는 기능, 시간에 맞춰 불을 꺼주는 기능까지도 있었다.


동시에 9개의 물약을 끓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솥에 맞는 버너 역시 따로 설치할 계획이었다.

이것만 완성되면 어지간한 물량도 문제없다.


작업실을 나서며 둥둥에게 손을 흔들었다.


“다녀올게!”


시동을 넣고 핸드폰을 켰다.

마침 강하윤이 보낸 문자가 도착했다.


【 경기도 동두천시 황방리 1156-1 】


* * *


오후 8시, 동두천시의 어느 제조업체.


“이걸 내리면···.”


쏴아-!


솥에 달린 9개의 호스에서 물이 쏟아져나왔다.

천천히 차오르던 물은 정확히 내가 원했던 만큼 차오른 뒤에 멈추었다.


감동한 표정으로 업체 사장을 바라봤다.

그가 버너 옆의 타이머를 맞춘 뒤 내게 보여줬다.


“지금은 관을 연결 안 해서 불이 안 나오지만, 여기 버튼으로 끓이는 시간이랑 불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헤벌쭉 웃으며 솥을 살폈다.


“그렇게 좋아요?”

“그럼요. 몸이 9개가 된 거나 다름없는데.”


사장이 미안한 표정으로 솥을 어루만졌다.


“죄송합니다, 가스 관이 오늘 오기로 했는데 배송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내일 오면 완성품을 볼 수 있는 건가요?”

“그럼요! 도색이랑 마감까지 싹 끝내고 가스 관만 연결하면 불도 켤 수 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강하윤과 나란히 걸어 공장을 나왔다.

차에 오르던 강하윤이 나를 바라봤다.


“안 가요?”

“저는 여기서 하루 자고 완성품까지 보고 가려고요. 타이머는 몰라도 불 세기 조절하는 건 직접 확인해야 할 것 같아서요. 도색 끝난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고···.”

“잠은 어디서 자게요?”

“찜질방도 있고 모텔도 있잖아요.”


강하윤이 잠깐 고민하더니 물었다.


“괜찮으면 별장으로 갈래요?”

“여기에 사장님 별장이 있어요?”

“겨울에 가끔 와서 지내는 곳이 있어요. 근처에 전망 좋은 산이 있거든요. 완전 시골이긴 한데 백현호 씨만 괜찮으면 거기로 가요.”


나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강하윤의 차 뒤를 따라 굽이굽이 산을 올랐다.

차가 멈춘 곳은 산 중턱의 어느 별장이었다.

오는 길에 마을이 하나 있다는 것 말고는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는 산속이었다.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주소만 찍어주셨으면 길 잃었을 수도 있겠네요.”


강하윤을 보고 허리를 꾸벅 숙였다.


“무슨 안내?”


강하윤이 의아한 표정을 했다.


“나도 여기서 자고 갈 건데.”

“예? 사장님이 왜···.”


당황한 표정으로 말하다가 급하게 고개를 휙 돌렸다.

방금 분명 이상한 소리가···.


“방금 못 들었어요?”

“뭐가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분명 익숙한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한참 그러고 있다가 귀가 쫑긋했다.


···케르륵!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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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051 - 양심 고백 +4 24.09.08 2,418 95 12쪽
50 050 - 연구소 털기 +8 24.09.06 2,582 93 11쪽
49 049 - 강력한 봉인의 물약 +5 24.09.05 2,692 94 12쪽
48 048 - 수소문 +6 24.09.04 2,876 102 12쪽
» 047 - 파주 옆 동두천 +6 24.09.03 3,124 106 12쪽
46 046 - 녹색 괴물 +8 24.09.02 3,385 114 11쪽
45 045 - D-1 +8 24.09.01 3,670 115 12쪽
44 044 - 아더 월드 +10 24.08.30 3,935 123 12쪽
43 043 - 고급화 전략 +5 24.08.29 4,042 135 12쪽
42 042 - 방송사고? +5 24.08.28 4,223 145 12쪽
41 041 - 평화 +4 24.08.27 4,296 136 12쪽
40 040 - 탈출 +9 24.08.26 4,381 132 13쪽
39 039 - 저거 나 아니야? +6 24.08.24 4,581 146 12쪽
38 038 - 복제의 물약 +6 24.08.23 4,644 149 12쪽
37 037 - 악마 +8 24.08.22 4,898 151 12쪽
36 036 - 소방관 +9 24.08.21 5,223 153 12쪽
35 035 - 몽환의 물약 +9 24.08.20 5,465 156 12쪽
34 034 - 저 여자 진짜 뚱뚱하네 +7 24.08.19 5,697 169 12쪽
33 033 - 유아이 +8 24.08.18 6,025 1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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