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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262_quddus122 3 님의 서재입니다.

한약방의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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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안중
작품등록일 :
2024.07.1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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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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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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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9 - 강력한 봉인의 물약

DUMMY

#049



강력한 봉인의 물약은 뭔가 다른 건가?


언제 또 만날지 모르는 인간이다.

기회가 있을 때 전부 물어봐 둬야 했다.

황급히 키보드를 두들기는데 돌연 테라의 머리 위로 가느다란 빛줄기가 쏟아졌다.


[ Terra : 조졌네. ]

[ 포장왕 : 네? ]


갑자기 뭐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 동시에 테라의 머리 위로 거대한 낙뢰가 떨어졌다.


콰광-!


“끄아악!”


스피커가 찢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어두컴컴한 작업실 전체가 점멸했다.


나 역시 발작하듯 놀라는 바람에 의자가 우당탕하고 뒤로 자빠져버렸다.


“뭐···, 뭐야?!”


게임 그래픽이 이렇게 좋았었나?

찰나의 순간이지만, 진짜 벼락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의자를 일으켰다.

모니터는 멀쩡하게 게임 화면을 내보내고 있었고, 옆에 있던 테라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후였다.


절망스러운 기분으로 모니터를 잡았다.


“사용법은 알려주고 가야지!”



< 48 >



새벽 4시, 작업실 마당.


보글보글-


“지랄하네, 진짜!”


신경질적으로 솥을 발로 차버렸다.


벌써 34번째 실패다.

물약을 대성공할 확률이 1% 남짓이니까 벌써 성공하길 바라는 것도 양심 없긴 하지만···, 진짜 100번 째에 주려고 이러나?


1%의 벽이 이렇게나 높을 줄은 몰랐다.

내가 처음으로 대성공한 게 탈진의 물약이었다.

심지어 그건 대성공을 노린 것도 아니었는데···.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고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봉인의 물약을 벌써 30개 넘게 만들었으며, 덕분에 시간도 돈도 살살 녹는 중이었다.


가느다랗게 숨을 고르며 가방에서 재료를 꺼냈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해 보자.”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났을까.

‘강력한 봉인의 물약’을 만드는 데 성공한 건 산등성으로 동이 떠오를 때쯤이었다.


유리병에 담은 봉인의 물약이 50개.

보관할 병이 부족해서 중간부터는 바닥에 쏟아버렸으니까 적어도 100 솥은 넘게 끓였다.


재수가 없으려니까 이렇게도 없구나.


설마 확률로 천장을 치게 될 줄은 몰랐다.

굳이 따지면 천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하나씩 끓이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10개의 솥을 동시에 끓였으며, 사방에서 쏟아지는 열기 덕에 쌀쌀한 새벽이었음에도 몸에는 땀이 흥건했다.


끓어오르는 화를 누르며 솥을 바라봤다.

오묘한 잿빛의 물약은 대성공했다는 걸 알려주듯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만들었으면 됐지.”


누구한테 화를 내랴.


* * *


경기도 동두천시 황방리의 어느 마을.


조용한 시골 마을이 아침부터 들썩였다.

좀도둑 하나 없는 곳에서 살인 사건이 난 것이다.

하필 사건이 발생한 장소도 마을의 가장 바깥쪽이었던 탓에 하루가 꼬박 지나서야 주민들이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게 다 뭔 일이래···.”

“그러니까요.”

“아들은요?”

“몰라, 아직 연락이 안 되나 봐. 제 엄마 병원비 벌겠다고 지방으로 많이 돌아다니잖아.”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경찰들이 급히 마을 사람들을 밀어냈다.


집 안쪽에서는 현장 조사가 한창이었다.

증거를 수집하던 형사가 난감한 표정을 했다.


“무슨 증거가···.”

“아무래도 좀 이상하죠?”


후배 형사가 복잡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증거품을 담아둔 비닐이 이미 몇 개나 들려있었다.


선배 형사가 지그시 눈을 찌푸렸다.


“무슨 증거가 이렇게 많아?”


사건 현장에서는 당연히 증거가 발견되기도, 발견되지 않기도 한다.


다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범인들은 모두 증거를 숨기려 한다는 점이었다.


은폐가 어설퍼서 걸릴 수도 있다.

혹은 집요하게 형사가 찾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머리카락, 지문, 혈흔 등 증거를 이렇게 보란 듯이 펼쳐놓고 떠나는 경우는 없었다.


“범행 도구는?”

“안방에 피 묻은 농기구들이 있었습니다. 낫이랑 곡괭이, 호미···, 뭐 손에 잡히는 건 죄다 휘둘렀던 것 같아요.”

“범행 도구인 건 확실해?”

“예, 제가 보기에는 확실···.”

“선배님!”


돌연 다른 형사가 집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그가 가쁘게 숨을 고르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마을 입구에 세워져 있던 차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여기 보시면 웬 남자 한 명이 낫 같은 걸 들고 마을 밖으로 도망칩니다.”

“잠깐만, 이거···.”


형사의 눈이 게슴츠레 찌푸려지더니 돌연 핸드폰을 들고 안방으로 뛰어들어갔다.


방 안에는 참혹한 범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지만, 형사의 눈은 다른 곳에 있었다.


벽에 붙은 가족사진.

그곳에 있는 남자다.


형사가 벽에 붙은 사진과 핸드폰을 번갈아 바라봤다.


“이 사람 아들 아니야?”

“예? 설마요! 이 집 아들이 마을에서도 소문난 효자였다던데 제 어머니를 왜···.”


형사가 영상을 빤히 바라봤다.

다시 봐도 닮긴 했지만, 영상이 어두워 확신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형사가 가볍게 눈짓했다.


“우선 여기 증거품들 가져가서 지문 대조해 봐.”


* * *


같은 시간, 작업실 창고.


사내의 살기 넘치는 눈이 나를 향했다.

밧줄만 풀어주면 곧장 죽일 듯이 달려들겠지.

혹시나 제정신으로 돌아오지는 않을까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기적은 없었다.


손에 든 물약을 바라봤다.

사내도 눈앞의 검은 액체에 불길함을 느낀 건지 밧줄을 뜯을 듯이 흥분했다.


“키에엑!”

“조용히 좀 해라!”


빠악!


머리를 주먹으로 내리치자 사내가 다시 얌전해졌다.

21세기 지식인이 돼서 폭력으로 뭘 해결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도대체가 말이 통해야 말을 하지.


그보다 이걸 그냥 먹이면 되나?

게임에서도, 현실에서도 사용해본 적 없는 물약이다.

이걸 먹고 사고가 날 수도 있었지만, 어떤 사고가 날지조차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고민하다가 사내의 턱을 손으로 잡았다.


어차피 시간도 없다.

이대로 둔다고 제정신으로 돌아올 것 같지도 않고.


“입 벌려.”

“키엑! 키에엑!”

“가만히 있어! 둥둥 꽉 잡아!”

“두···, 둥둥!”


사내의 입으로 억지로 병을 쑤셔 넣었다.

병을 휙 들어 올리니 물약이 반쯤 입 밖으로 흘렀고, 나머지 반은 사내의 목으로 꿀꺽꿀꺽 넘어갔다.


“키··· 에에··· 엑···!”


사내가 전기의자에 앉은 것처럼 부르르 떨었다.

이내 사내의 입에서 담배 연기 같은 게 흘러나왔고, 본능적으로 입 쪽에 병을 댔다.


사아아-


사내의 입에서 흐른 연기는 마치 제 자리를 알고 있는 듯이 천천히 병에 들어가 담겼다.


한참이나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봉인의 물약이 육체를 가두는 물약이라면, 강력한 봉인의 물약은 대상의 '영혼'을 가두는 물약이라는 것을.


뿌연 연기가 병에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

놀라서 얼른 뚜껑을 닫았다.


죽은 것처럼 앉아있던 사내가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처음으로 사람다운 말이 나왔다.


“으으···.”

“정신이 좀 들어요?!”


황급히 사내의 손을 살폈다.

징그럽고 울퉁불퉁하던 녹색 피부가 천천히 제 색을 찾아가고 있었다.


고블린의 영혼을 뽑아내서 원래대로 돌아온 건가?

정신이 온전한지는 좀 더 봐야겠지만, 어쨌든 고블린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것만 해도 성공이다.


“여기가 어디···.”


고개를 들던 사내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마치 지독한 악몽을 떠올리기라도 하듯, 사내는 제 손바닥을 보더니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내···, 내가···, 내가 왜···.”


사내와 정상적인 대화를 시작한 건 그로부터 몇 시간이나 더 지난 후였다.


사내는 갑자기 바닥에 엎드려 통곡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하늘만 바라봤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들면 천천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아니요, 지금 말씀드리겠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주머니에 넣어둔 힘의 물약을 만지작거렸다.


사내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나를 보는 눈이 끝없이 공허하다.


“말씀드리고 어머니를 뵈러 가야 하거든요.”

“어머니가 어디 계시는데요? 아니, 옷 입으시죠. 지금 제가 모셔드리겠습니다.”

“···멀리 계십니다.”


사내가 빙긋 웃더니 소파에 앉았다.

됐다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었다.

나직이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최대한 돕겠습니다.”


사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초면에 도와준다는데도 의심하는 기색이 하나 없다.

아니, 도와주든 말든 아무런 관심도 없는, 그저 지독하게 지치고 공허한 표정이다.


나도 모르게 변명을 덧붙였다.


“도와줄 생각이 없었으면 그냥 경찰서에 넘겼을 겁니다.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이건 제가 해결해야 하는 일 같거든요.”

“예, 알겠습니다.”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은 미래 제약의 임상시험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웬 젊은 남자가 절 찾아오더군요. 어머니 안부를 묻는 것으로 보면 저에 관해서도 어느 정도 조사를 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방금 잘못 들었나?

갑자기 미래 제약이 왜···.


사내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


“임상시험이 이뤄진 장소는 ‘미래 기술 연구소’라는 곳이었습니다. 파주에 있는 곳입니다.”

“저···, 정말 미래 그룹이 관련된 게 맞습니까? 잘못 들은 거 아니에요?”

“보름이 넘게 잡혀서 주사를 맞았습니다. 벽에도, 격리실에도, 제 팔을 찌르던 주사기에도 미래 그룹의 로고가 박혀있었으니 잘못 보지는 않았을 겁니다.”


뻑뻑한 고개를 억지로 끄덕였다.


“누가 그런 연구를 했습니까?”

“연구를 주도한 사람은 남춘태 연구소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뒤를 봐주는 사람도 있었죠.”


사내가 조용히 날 바라봤다.


“강대현이라는 남자였습니다.”


남춘태는 누구고 강대현은 여기서 또 왜 나와?

어질어질한 머리를 부여잡고 정보들을 정리했다.

강대현의 이름까지 나온 마당에, 아직도 중립 기어를 박아둘 수는 없었다.


설마 강천호도 연관되어 있나?

잠깐 고민했지만, 역시 그건 아닐 터였다.

강천호는 적어도 명예를 아는 인물이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임상시험이 얼마의 돈을 벌어 주든,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결코 이런 선택을 하지 않을 터였다.


이건 강대현이 단독으로 저지른 짓이다.

남춘태 연구소장이라는 놈을 이용해서.


차분히 남자를 바라봤다.


“···정확히 어떤 약물이었습니까?”

“거기까지는 저도 모릅니다.”

“혹시 잡혀있는 사람이 더 있습니까?”

“예, 20명 정도 더 있습니다. 그 사람들도 저처럼 주사를 맞더니 미쳐버렸습니다.”


약 때문에 자기가 미쳐버렸다고 생각하는구나.

하긴, 그런 상황에서 자기가 고블린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하지.


어쩄든 이건 임상시험이 아니라 생체실험이다.

강대현이 갑자기 왜 그런 정신 나간 짓거리를 했는지 당최 감이 잡히질 않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건가?

아니, 강대현이 그 정도 대비를 안 해놓았을 리가 없었다.

오히려 섣불리 다가갔다가는 영영 꼬리를 놓칠 수도 있다.


은밀하게, 나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이미 내가 어쩔 수 있는 영역을 넘어버린 듯했지만, 그래도 나밖에 할 사람이 없었다.


“연구소 안을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제가 직접 돌아가지 않는 이상은···.”


단호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는 모르는 듯했지만, 방금 제 입으로 연구소에 들어갈 유일한 방법을 말 했다.


냉장고에 넣어둔 파란색 물약을 꺼냈다.

민홍기를 끌어내릴 때 쓰고 남은 ‘복제의 물약’이었다.


이걸 다시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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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051 - 양심 고백 +4 24.09.08 2,418 95 12쪽
50 050 - 연구소 털기 +8 24.09.06 2,582 93 11쪽
» 049 - 강력한 봉인의 물약 +5 24.09.05 2,692 94 12쪽
48 048 - 수소문 +6 24.09.04 2,876 102 12쪽
47 047 - 파주 옆 동두천 +6 24.09.03 3,123 106 12쪽
46 046 - 녹색 괴물 +8 24.09.02 3,385 114 11쪽
45 045 - D-1 +8 24.09.01 3,670 115 12쪽
44 044 - 아더 월드 +10 24.08.30 3,935 123 12쪽
43 043 - 고급화 전략 +5 24.08.29 4,042 135 12쪽
42 042 - 방송사고? +5 24.08.28 4,223 145 12쪽
41 041 - 평화 +4 24.08.27 4,296 136 12쪽
40 040 - 탈출 +9 24.08.26 4,381 132 13쪽
39 039 - 저거 나 아니야? +6 24.08.24 4,581 146 12쪽
38 038 - 복제의 물약 +6 24.08.23 4,644 149 12쪽
37 037 - 악마 +8 24.08.22 4,898 151 12쪽
36 036 - 소방관 +9 24.08.21 5,223 153 12쪽
35 035 - 몽환의 물약 +9 24.08.20 5,465 156 12쪽
34 034 - 저 여자 진짜 뚱뚱하네 +7 24.08.19 5,697 169 12쪽
33 033 - 유아이 +8 24.08.18 6,025 1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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