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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262_quddus122 3 님의 서재입니다.

한약방의 연금술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평택안중
작품등록일 :
2024.07.15 15:20
최근연재일 :
2024.09.1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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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전환 : 2일 남음

작성
24.08.2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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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43 - 고급화 전략

DUMMY

#043



들린다.


세상이 시끄러워지는 소리가.

매출이 로켓처럼 올라가는 소리가.

그리고 전 국민의 쌍욕 소리가.


“어···.”


당황하던 MC가 돌연 손뼉을 쳤다.

이상해지려는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것 같은데, 눈빛은 전혀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 백현호 씨면 그분 아닌가요?! ]

[ 저···, 저도 뉴스에서 봤어요! 봉사활동으로 유명하신 분 아닌가요? 기회가 된다면 꼭 만나 뵙고 싶었는데! ]


내가 언제부터 봉사활동으로 유명한 놈이었을까.


착잡한 기분으로 이마를 짚었다.

입이라도 다물어 줬으면 좋겠는데, 어찌나 직업의식이 투철하던지 두 MC의 입에서는 나에 관한 이야기가 줄줄 흘러나왔다.


[ ···예! 그럼 유아이 씨의 신곡을 끝으로 인사드릴게요! 다음 주에 만나요, 안녕! ]


어색한 마무리와 함께 음악이 흘러나왔다.

수십 명의 아이돌이 일제히 퇴장했고, 유아이는 당황한 와중에도 능숙하게 무대를 채웠다.


묵묵히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유아이와의 전화는 끊겼지만, 이는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기도 했다.


부웅-!


역시나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염라대왕보다 무섭다는 투자자 전화였다.


“예, 사장님.”


[ 나 모르는 새에 둘이 연애라도 하는 거예요? 열애설 터진 지 얼마나 됐다고···. ]


“···제가 열애설이 터져요? 누구랑?”


[ 나랑! ]


강하윤이 어울리지 않게 목소리를 높이더니 차분하게 숨을 골랐다.


[ 진짜로 만나는 사이면 빨리 얘기해요. 그래야 그쪽 소속사랑 얘기해서 기사를 내든, 뭘 하든 하죠. ]


“안 만납니다! 이게 다···!”


원망스럽게 포장기를 노려봤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저놈이 고장 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터였다.


아니, 포장기를 산 놈도 나고, 바쁘다고 고치지 않은 놈도 나였으니 결국 내 탓이 맞다.


[ 이게 다 뭐요? ]


“···아닙니다. 아무튼, 유아이 씨랑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마 그쪽 소속사에서도 그렇게 기사 낼 거예요.”


[ 앞으로도 엔터 관련된 건 조심해요. 그쪽이랑 엮여서 좋았던 적이 없거든요. ]


“예, 조심하겠습니다.”


[ 우선 다음 주에 내보내기로 한 광고는 보류할게요. 사람들 반응 보고 더 공격적으로 때리던가, 아니면 좀 미루던가 해보죠. ]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묵묵히 통창 밖을 바라봤다.

마당으로는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둥둥은 여전히 물약을 끓이는 중이었다.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이 오는 게 이렇게 무서운 일이었나···.”



< 43 >



의외로 인터넷은 조용했다.


“······.”


라는 반전은 당연히 없었다.


[ BB 엔터, 열애설에 ‘사실무근’ ]


[ 쇼핑몰 홈페이지 마비! 백현호 효과 어디까지? ]


[ 불거지는 양다리 의혹, 미래백화점 강 사장 ‘만나는 사이도 아닌데 무슨 양다리···.’ ]


생각했던 것보다 인터넷이 더 불타고 있다.

어떤 놈은 내가 주제도 모른다고 쌍욕을 적었으며, 또 어떤 놈은 유아이와 강하윤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친다고 쌍욕을 적었다.


“양다리 같은 소리 하네···.”


둘 다 만나봤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신기하게도 응원하는 사람들도 꽤 보였다.

대부분은 유아이의 오랜 팬이었던 사람들이었으며, 어렴풋이나마 유아이가 얼마나 힘들게 연예인 생활을 이어왔는지 눈치채고 있던 듯했다.


‘유아이만 행복할 수 있다면’


이런 생각으로 나를 응원하는 게 아닐까.


역시 팬은 무섭구나.


아무튼, 쇼핑몰 별점을 닫아놓지 않았다면 별점이 오르락내리락 난리가 날뻔했다.


인터넷 기사를 끄고 쇼핑몰로 들어갔다.

관리자 페이지에는 주문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또 언제 다 만드냐···.”


어제 하루 동안 들어온 주문이 약 3600개.

급한 대로 예약을 받고 있기는 한지만, 지금 쌓여있는 주문만 해도 1000개가 훌쩍 넘었다.


“대책이 필요해.”


사실 재료는 문제가 아니었다.

게임에 현금을 쏟아부은 만큼 구할 수 있었으니까.

동시 접속자 수가 수십만 명에 달하는 게임에서 재료가 떨어지기를 걱정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였다.


솥 역시 개수를 늘리면 그만이다.

업체의 도움을 받으면 동시에 10개도 끓일 수 있는 화로를 만들어낼 수 있을 터였다.


문제는 역시나 인력이다.

직원이 없어도 너무 없다.

아무리 100 솥을 끓여도 포장기에 들어가는 양에는 한계가 있었으며, 나는 나 대로 포장기를 관리하느라 물약에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다.


“···악순환이네.”


언제고 고리를 끊기는 해야 할 터였다.

한창 의자에 앉아 고민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예, 사장님.”


[ 인터넷 봤어요? ]


“···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습니다.”


[ 탓하려고 전화한 건 아니에요. 아버지는 오히려 공짜 광고라고 좋아하시더라고요. 백현호 씨가 역시 난 놈이라던가? ]


“화 나신 건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그럼 무슨 용무로 전화하신 거예요?”


[ 다음 주에 ‘마몽드(Ma monde)’라는 레스토랑이 오픈하거든요. 아는 동생이 하는 곳인데, 프랑스 현지에서 직접 셰프들을 데려온 모양이에요. ]


“···아하.”


[ 프랑스에서는 이미 유명한 친구이기도 하고, 방송도 잡혀있어서 레스토랑 오픈하면 금방 유명해질 거예요. ]


갑자기 아는 동생 자랑을 왜 이렇게 하는 걸까, 싶을 때 드디어 본론이 나왔다.


[ 그 레스토랑에 백현호 씨 쇼핑몰에서 파는 음료를 갖다 놓을 생각이에요. ]


“예?”


[ 요새는 오프라인 홍보도 중요하거든요. 오픈 초기에는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올 테니까 온라인 홍보도 저절로 될 테고요. ]


“아하!”


역시 다 계획이 있었구나.

보이지도 않는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다가 문득 걱정스러운 표정이 됐다.


“근데 그런 고급 레스토랑에 제가 만든 음료가 어울릴까요? 괜히 폐만 끼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 음료가 싼 게 아니라 백현호 씨가 싸게 파는 거잖아요. 옛날부터 궁금했는데 왜 그렇게 싸게 파는 거예요? ]


생각지도 못한 물음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현재 ‘건강 음료’가 50팩에 50,000원 남짓.

팩당 1,000원꼴이었으며, 인터넷에서 파는 배즙이나 도라지즙보다 조금 비싼 정도였다.


가격만 따졌을 때는 딱히 이상할 게 없지만, 여기서 사람들이 모르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재룟값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물약에 들어가는 재료는 전부 게임에서 구할 수 있었으며, 게임과 현실 화폐의 가치는 다른 게 당연했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이윤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남기는 사업자였다.


근데 여기서 이윤을 더 남기라고?

나도 양심이 있으니 쉽지 않은 선택이다.


“잠깐만···.”


[ 왜요? ]


“제가 다시 전화할게요!”


전화를 끊고 곧장 쇼핑몰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후기들을 하나하나 읽을수록 머릿속에 맴돌던 의문이 점점 커졌다.


한 팩에 1,000원짜리 건강 음료···.


【 이걸 마신 뒤로 하루가 달라졌습니다. 】

【 주변에서 얼굴 좋아졌다고 난리네요! 】

【 영양제는 안 먹는데 이건 꼭 먹음 】


건강 음료의 가치가 정말 1,000원일까?


시작 가격을 잘못 측정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소비자들에게 부담 없는 가격으로 다가간 덕에 많은 사람이 물약의 효능을 알았으니까.


하지만 계속해서 같은 가격을 고집할 필요도 없었다.

솔직한 말로 배즙 100박스 먹는 것보다 이거 한 팩 먹는 게 훨씬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던가?


“흐음.”


조용히 턱을 어루만졌다.


내게는 동시에 10박스를 만들 능력이 없다.

다만 하나를 10박스 가격으로 팔 수는 있다.

당장에는 소비자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겠지만, 진짜 효능을 아는 사람은 10박스가 아니라 100박스 값을 내고서라도 구매할 게 분명했다.


특히나 부유한 사람일수록 건강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어차피 이대로면 물량도 못 맞추잖아?”


연금술 가방을 오픈하는 게 아닌 이상 인력적인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숙제였으며, 내 물건의 가치를 스스로 깎는 것도 멍청한 짓이다.


애초에 물약이 박리다매에 어울리는 물건도 아니고.


고민을 끝내자마자 핸드폰을 들었다.


“예, 사장님.”


[ 급한 일 생긴 거 아니었어요? ]


“해결했습니다.”


[ ···벌써? ]


“네, 그래서 그런데 혹시 고급화 전략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고급화 전략이요? 백현호 씨가 만드는 음료를 비싸게 팔자는 뜻이네요? ]


“예.”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을 기다렸다.


고급화 전략이라는 건, 당연히 아무나 쓸 수 없다.

어설프게 시도했다가는 사업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소비자들에게 고급스러운 이미지보다 거부감이 먼저 생기는 순간 망하는 거니까.


이럴 때일수록 베테랑 사업가의 의견이 중요했다.


강하윤의 고민이 길어졌다.


[ 흐음···. ]


“아직은 좀 그런가요?”


[ 아니요, 가격 생각 중이었어요. 백현호 씨가 만드는 음료들은 저도 먹어봤잖아요. 요즘도 어디 이동할 때마다 챙겨 다니고. 그거 마시고 두통도 없어졌다고 말했었나요? ]


강하윤은 어릴 때부터 편두통이 심했다고 했다.

물약을 먹으니 그게 자연스럽게 치료됐고, 결과적으로 삼고초려 해서 지금까지 나와 동업을 하는 중이었다.


다시 봐도 효능은 확실하다.


“효능도 더 올릴 거예요.”


[ ···그게 더 올릴 수가 있는 거였어요? ]


“물약···, 아니! 정제수! 특별 정제수 비율을 높이면 되거든요. 저번에 성분검사 때 보셨던 그거요.”


[ 아하. ]


십년감수 하며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의심하는 기색은 없어 보인다.


[ 그럼 효과가 얼마나 좋아지는데요? ]


“넣기 나름인데, 몇 배는 좋아지겠죠?”


[ 애매하게 올릴 바에는 확 올려버리는 게 더 좋아요. 가격은 다음 주에 사람들 반응 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네요. 우선 예약은 더 이상 받지 말고, 밀린 것만 얼른 처리해요. ]


“예,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긍정적인 반응이어서 다행이다.

전화를 끊으려다가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근데 사장님이라면 얼마에 사실 것 같아요?”


[ 저는 10만 원이어도 살 것 같은데···. 편두통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수술까지 고려했던 걸 생각하면 그 정도도 감지덕지죠. ]


“그럼 2배를 넘게 주고 사는 거네요?”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강하윤이 무슨 소리냐는 듯 덧붙였다.


[ 아니요, 한 팩에 10만 원. ]


* * *


일주일간 죽기 살기로 밀린 주문들을 처리했다.

폭탄이 터진 건 일주일이 지난 금요일이었다.


시작은 ‘마몽드’ 레스토랑의 후기 사진이었다.

내가 만든 물약은 고급스러운 포장지와 병에 담겨 얼핏 와인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SNS에 레스토랑과 음식 사진이 돌아다녔으며, 그중 절반 이상에 물약 사진이 있었다.


우선 사람들의 머리에 '빨간 유리병'을 각인시키는 건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었다.


진짜 폭탄을 터뜨린 건, 황당하게도 파파라치였다.

유아이가 데뷔할 때부터 쫓아다니던 놈이었는데, 유아이는 똑똑하게도 그놈을 이용했다.


파파라치가 찍은 유아이 사진에는 고급스러운 유리병이 함께였으며, 덕분에 유아이의 연관 검색어에 ‘빨간 유리병’이 떠오를 정도였다.


화룡점정은 강천호의 기자회견이었다.

미래 중공업의 비전과 관련된 중요한 인터뷰였지만, 그걸 보는 사람들의 의문은 전혀 엉뚱한 곳에 있었다.


‘강천호 회장도 저 음료수 마시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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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50 - 연구소 털기 +8 24.09.06 2,581 93 11쪽
49 049 - 강력한 봉인의 물약 +5 24.09.05 2,691 94 12쪽
48 048 - 수소문 +6 24.09.04 2,875 102 12쪽
47 047 - 파주 옆 동두천 +6 24.09.03 3,123 106 12쪽
46 046 - 녹색 괴물 +8 24.09.02 3,385 114 11쪽
45 045 - D-1 +8 24.09.01 3,670 115 12쪽
44 044 - 아더 월드 +10 24.08.30 3,935 123 12쪽
» 043 - 고급화 전략 +5 24.08.29 4,042 135 12쪽
42 042 - 방송사고? +5 24.08.28 4,223 145 12쪽
41 041 - 평화 +4 24.08.27 4,296 136 12쪽
40 040 - 탈출 +9 24.08.26 4,381 132 13쪽
39 039 - 저거 나 아니야? +6 24.08.24 4,581 146 12쪽
38 038 - 복제의 물약 +6 24.08.23 4,644 1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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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035 - 몽환의 물약 +9 24.08.20 5,465 156 12쪽
34 034 - 저 여자 진짜 뚱뚱하네 +7 24.08.19 5,697 169 12쪽
33 033 - 유아이 +8 24.08.18 6,025 1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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