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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262_quddus122 3 님의 서재입니다.

한약방의 연금술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평택안중
작품등록일 :
2024.07.15 15:20
최근연재일 :
2024.09.1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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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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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8 - 복제의 물약

DUMMY

#038




생각을 마치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슬금슬금 밀려들던 피곤함이 호랑이를 만난 것처럼 싹 달아났다.


게임에 접속해 곧장 캐릭터를 움직였다.

내가 구하려는 건 ‘흙 정령의 알’이었다.

둥둥의 얼굴을 보다가 문득 흙 정령의 알이 떠올랐고, 동시에 그걸로 만들 수 있는 물약도 떠올랐기 때문이다.


“까맣게 잊고 있었네···.”


복제의 물약.


원하는 대상으로 변하는 능력이 있는, 실로 판타지에서나 나올 법한 물약이다.


원래는 몇 개월 전에 만들어야 했지만, 엉뚱하게도 저놈이 부화해버리는 바람에 기약 없이 미뤄둔 물약이기도 했다.


갑자기 복제의 물약을 만드는 이유?

당연히 민홍기로 변해 그놈에게 합당한 인과응보를 선물하기 위함이었다.


운이 따라줘야겠지만···, 어쨌든 시도는 해 봐야지.


마우스를 움직이다 문득 둥둥을 바라봤다.

놈이 퉁퉁 부은 눈으로 창고를 가리켰다.


들어가서 더 자도 되냐는 표정이다.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어, 그래. 얼른 가서 더 자. 오늘은 쉬는 날이니까 밖으로 안 나와도 돼.”

“···둥?”

“그래, 쉬는 날!”


둥둥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휙 뒤돌아 창고로 들어갔다.


왜 저런 표정을 짓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

자기 빼고 재밌는 거 하지 말라는 거겠지.

하여튼 쓸데없이 의심만 많아서···.


둥둥을 들여보내고 다시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흙 정령의 알을 다시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미 관련 퀘스트는 모두 깨 둔 덕에 마지막 퀘스트만 다시 하면 얻을 수 있었다.


“끝!”


재료들을 모두 옮긴 뒤 마우스를 내려놨다.


가방을 들고 마당으로 나갔다.

솥에 재료들을 몽땅 때려 넣고 끓이자 물약이 서서히 하늘색을 띠었다.


이게 복제의 물약이구나.


흙 정령의 알을 넣어서 흙탕물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먹을만한 색깔이라 다행이다.


재료들이 완전히 녹아 없어진 것을 확인한 뒤 물약을 빈 병에 옮겨 담았다.


복잡한 눈으로 물약을 바라봤다.

이 작은 물약에 몇 사람의 목숨이 걸려있으며, 또 얼마나 많은 파장을 불러올까.


“···어떻게든 되겠지.”


마음을 다잡으며 차에 가방을 넣었다.

운전석에 올라 출발하기 전에 강하윤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바쁘세요?”


[ 잠깐 통화할 시간은 돼요. ]


“혹시 저녁에 시간 괜찮으십니까? 직접 만나 뵙고 드릴 말씀이 있는데···.”


[ 데이트 신청? ]


“설마요.”


[ 농담이에요. 저녁에 백화점으로 와요. 아마 7시 넘어야 시간 될 거예요. ]


“네, 그때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가볍게 액셀을 밟았다.



< 38 >



“어서 오세요, 현호 씨.”


병실에 들어서다가 나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민홍기의 낯짝을 보자마자 어제의 그 거북했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의심을 사기 전에 얼른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대표님도 계셨네요.”

“그럼요, 지연이 옆은 제가 지켜야죠.”


민홍기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유아이의 손을 어루만졌다.


쓰레기 같은 새끼.

언제까지 웃을 수 있나 보자.


“대표님, 죄송한데 자리 좀 비켜주실 수 있습니까?”

“···예?”


민홍기가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손님이 주인을 쫓아내는 꼴이니 황당할 만도 했다.


민홍기에게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유아이 씨가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를 알아낸 것 같습니다. 몇 가지 확인 작업이 필요한데 대표님이 계시면 무서워서 거짓말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병상에 누워있는 애한테 무슨···."

"저도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인데 할 건 해야죠."

“현호 씨가 보기보다 지독한 면이 있네.”


민홍기가 웃다 말고 입을 막았다.


“아이고, 실례. 좋다는 뜻이었습니다.”


민홍기는 눈곱만큼도 나를 의심하지 않는 듯했다.

자기가 벌인 만행을, 그것도 꿈으로 봤다는 말을 어떤 미친놈이 믿겠는가?


민홍기가 나가자 병실이 조용해졌다.

유아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내 눈을 피했다.

조용히 간이 의자를 가져가 침대 옆에 앉았다.


“몸은 좀 괜찮습니까?”


짧은 침묵.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유아이는 뭔가 고민하는 듯했고, 이내 나를 보더니 빙긋 웃었다.


“네, 괜찮아요. 괜히 심려 끼쳐서 죄송해요.”


역시나 거짓말을 택했구나.

모르면 안 보이던 것들이 알고 나니 이토록 분명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유아이는 거짓말을 할 때 나를 빤히 바라본다.


돌이켜보면 이제까지 모든 순간이 그랬다.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겠다고 했을 때도, 야식을 먹지 않는다고 했을 때도, 연예계 생활이 힘들어서 은퇴한다고 했을 때도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내가 말이 없자 유아이가 어색하게 웃었다.


“큰일이네요. 병실에 이렇게 누워만 있으면 살찔 텐데. 내일부터는 병원 근처로 산책이라도 다녀야겠어요.”

“괜찮습니다.”

“···네?”

“병원 밥은 살 안 쪄요. 설탕도, 버터도 없으니까.”


유아이의 눈이 커다래졌다.

어떻게 알았냐는 말도 안 나오는 모양이다.


“호, 혹시 대표님께 말씀한 건···!”

“안 했습니다. 앞으로도 안 할 거고요.”


유아이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유아이 씨.”

“네, 말씀하세요.”

“제가 위로 같은 걸 잘 못 합니다. 감히 유아이 씨를 이해한다고 건방 떨고 싶지도 않고요. 그래도 도와드릴 수는 있습니다.”

“그게 무슨···.”


가볍게 숨을 들이켰다.


“민 대표가 찍은 영상 어디 있습니까?”


유아이의 눈동자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어디서부터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한동안 병실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유아이의 얼굴에 있던 미소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뒤였다.


“현호 씨.”

“네, 말씀하세요.”

“못 들은 거로 할게요. 현호 씨도 뭘 들은 건지 모르겠지만···, 이 일에 끼지 마세요.”


의심하는 건가?

바로 도움을 받아들이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유아이가 묵묵히 고개를 숙여 눈을 피했다.


“민 대표님은 위험한 사람이에요. 백현호 씨가 선한 사람인 걸 알아요. 그래서 위험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뭔가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이건 선행이 아닙니다. 거래죠.”

“무슨 거래요?”

“쇼핑몰 전속 모델 해주세요.”


유아이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연예계 은퇴할 때까지.”


* * *


병원에서 나오며 급히 전화를 걸었다.


민홍기가 찍은 영상.

민홍기가 투여한 약.


놀랍게도 유아이는 이 모든 것들에 관한 정보를, 굉장히 세세하게 알고 있었다.


아마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불려가서 비슷한 꼴을 당한 모양이었다.


다행히 약은 더 안 한 듯했지만.


아무튼, 민홍기는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놈이었다.

그놈이 영상과 약을 보관하는 장소가 무려 집이란다.


“···그 반대인가?”


가만 생각해보면 그만큼 안전한 공간이 없기도 했다.

서울이 다 내려다보일 정도의 펜트하우스라면 보통 사람은 접근도 못 할 테니까.


유아이 말로는 드레스룸에 금고가 있다는데···.

지문과 홍채까지 인식하는, 핵폭탄이 터져 건물이 무너져 내려도 멀쩡할만큼 튼튼한 금고라고 했다.


병원을 나서자마자 강하윤이 전화를 받았다.


“예, 사장님. 지금 어디 계세요?”


[ 미팅 끝나고 백화점 들어가는 길이었어요. ]


“잠깐 뵙죠. 제가 사무실로 가겠습니다.”


늦은 오후, 미래백화점 사장실.


조심스레 들어가자 강하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약서에 도장 찍은 이후로 다시 온 건 처음이다.


“들어와요.”


강하윤이 먼저 소파로 가서 앉았다.

소파에 앉자마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듣는 사람은 없죠?”

“없어요. 얼마나 중요한 얘기길래···.”

“민홍기 마약 해요.”

“···네?”

“심지어 유아이 씨한테 강제로 먹인 다음 영상까지 찍어뒀고요. 그래서 유아이 씨가 민홍기 곁을 떠나지 못하는 거예요.”

“어···.”


로봇 같던 강하윤의 표정이 바뀌었다.

저렇게 당황스러워하는 건 오랜만이다.


“진짜 중요한 얘기였네.”

“사장님이 도와주세요.”

“백현호 씨,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 아무래도 이번 일에서 손 떼는 게 좋아 보여요.”

“예?”

“민홍기 같은 인간은 어설프게 건드렸다가 오히려 백현호 씨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자기 발로 마약이랑 동영상 들고 자수라도 하면 모를까···.”

“그럼 됐네요.”

“뭐가요?”

“제가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사장님께 피해 끼칠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비꼬는 게 아니라 진심이었다.

나와 달리 강하윤은 딱히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나한테 피해가 올까 봐 그러는 게 아니잖아요. 백현호 씨는 나를 뭐라고 생각하길래···.”


강하윤이 됐다는 듯 손을 내둘렀다.

묘하게 섭섭해하는 듯한 표정이다.


“그래서 제가 뭘 해주면 되는데요?”

“오늘 밤에 민홍기를 몇 시간만 붙잡아주세요.”

“방법은 상관없죠?”

“네, 상관없습니다.”


강하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어려운 일도 아니고.”


* * *


긴장한 손으로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문이 열리자 웬 사내가 나를 보고 허리를 굽혔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퇴근하시나 봐요.”

“아···, 네.”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가 가볍게 목례를 하더니 나를 스쳐 지나갔다.


다행히 이상한 점은 못 느낀 모양이다.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꼭대기 층을 누른 뒤 벽에 붙은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 속에 있는 건 완전한 민홍기였다.

물약을 먹이는 것도 딱히 어렵지 않았다.

쇼핑몰에서 나온 건강 음료라고 하니까 민홍기는 의심 없이 음료를 받아먹었다.


물약의 지속시간이 약 6시간.


꽤 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결코 많다고 할 수는 없었다.


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건 고급스러운 현관이었다.

양쪽으로 집이 있는 다른 층과 달리, 민홍기가 사는 꼭대기 층에는 문이 하나였다.


조용히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머리 위에서 CCTV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아마 민홍기 엄마가 봐도 속을 터였다.


“······.”


현관 앞에 서서 도어락을 바라봤다.

유아이가 알려준 것처럼 지문으로 여는 도어락이다.

복제의 물약은 말 그대로 '대상과 외형이 똑같아지는' 물약이었으며, 지문이나 홍채도 당연히 외형 중 하나였다.


조심스럽게 도어락에 엄지를 댔다.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도어락이 열렸다.

내심 걱정했던 터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민홍기의 집은 악몽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았다.


시간이 지난 만큼 세세한 부분이 바뀌기는 했지만, 벽에 대문짝만하게 걸린 얼굴 액자나 소파 같은 가구들은 대부분 비슷했다.


‘들어가서 왼쪽으로 가면 드레스룸이 있어요.’


유아이의 말을 떠올리며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가서 제일 안쪽에 있는 옷장 열면 바로 금고가 보일 거예요.’


달칵-!


옷장을 열자마자 커다란 금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문을 찍는 곳에 엄지를 댄 후 홍채를 인식 하는 곳에 눈을 갖다 댔다.


삐비빅-!


금고 문이 철컥! 하며 열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금고는 말 그대로 금고였다.


'금'고.


금고 안에는 수십 개의 골드바와 지폐 뭉치가 블럭처럼 쌓여 있었다.


"미친놈···."


범죄 영화에서나 종종 봤던 장면이다.

나쁜 놈들이 하여튼 돈은 많다니까.

곰곰히 생각에 잠겨있다가 드레스룸 한쪽에 세워져 있는 골프백을 가져왔다.


금고에 쌓인 골드바와 지폐 뭉치를 골프백에 와르르 쏟아 넣었다.


"다 기부해버려야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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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051 - 양심 고백 +4 24.09.08 2,419 95 12쪽
50 050 - 연구소 털기 +8 24.09.06 2,583 93 11쪽
49 049 - 강력한 봉인의 물약 +5 24.09.05 2,693 94 12쪽
48 048 - 수소문 +6 24.09.04 2,877 102 12쪽
47 047 - 파주 옆 동두천 +6 24.09.03 3,124 106 12쪽
46 046 - 녹색 괴물 +8 24.09.02 3,385 114 11쪽
45 045 - D-1 +8 24.09.01 3,671 115 12쪽
44 044 - 아더 월드 +10 24.08.30 3,936 123 12쪽
43 043 - 고급화 전략 +5 24.08.29 4,042 135 12쪽
42 042 - 방송사고? +5 24.08.28 4,223 145 12쪽
41 041 - 평화 +4 24.08.27 4,297 136 12쪽
40 040 - 탈출 +9 24.08.26 4,381 132 13쪽
39 039 - 저거 나 아니야? +6 24.08.24 4,581 146 12쪽
» 038 - 복제의 물약 +6 24.08.23 4,645 149 12쪽
37 037 - 악마 +8 24.08.22 4,898 151 12쪽
36 036 - 소방관 +9 24.08.21 5,223 153 12쪽
35 035 - 몽환의 물약 +9 24.08.20 5,465 156 12쪽
34 034 - 저 여자 진짜 뚱뚱하네 +7 24.08.19 5,697 169 12쪽
33 033 - 유아이 +8 24.08.18 6,026 1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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