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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262_quddus122 3 님의 서재입니다.

한약방의 연금술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평택안중
작품등록일 :
2024.07.15 15:20
최근연재일 :
2024.09.1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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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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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 - 둥둥의 수집품

DUMMY

#053



동업에 관한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믿을만한 동업자를 구하기 힘들어서 문제지, 구하기만 한다면 천군만마인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나 같은 초보 사업가에게 강하윤 같은 베테랑은 대단한 도움이 될 터였다.


역시나 문제는 연금술 가방.

동업자에게까지 이걸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연금술 가방의 존재는 세상에 드러나면 안 된다.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다.


‘왜?’


이제껏 연금술 가방을 숨긴 이유가 무엇이던가?


이걸 욕심낸 사람들 손에 피바람이 불까 봐, 혹은 위험한 물건이라는 이유로 정부에서 뺏어간다거나···, 뭐 이런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정말 그런가?’


연구소에 다녀오고 깨달은 사실이 있다.

바로 물약은 연금술사만이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세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이 법칙을 깨면 파주 연구소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듯했다.


게임 속에도 남춘태와 비슷한 존재들이 있다.

연금술사도 아닌 주제에 물약을 만드는, 언럭키 연금술사.


마녀.


따지고 보면 남춘태도 마녀의 일종인 건가?


무엇보다 강하윤과 나는 목적지도 같았다.

만약 동업하지 않는다면 같은 목적지를, 서로 다른 길로 걸어가게 될지도 모른다.


강하윤과 최기현···.


돌고 돌아 모든 질문의 끝은 이 둘을 믿을 수 있느냐는 것뿐이었고, 여기에 대한 나의 답은 간단했다.


“좋아요.”



< 53 >



“그러니까 지금···.”


강하윤이 흘끗 최기현을 바라봤다.

자기가 이해한 게 맞냐는 듯한 표정인데, 정작 최기현도 제대로 이해하진 못한 듯했다.


“백현호 씨가 연금술사라는 거죠?”

“그렇죠.”

“그럼 금을 만드는 거예요? 연금술사가 원래 금을 만들려는 사람들이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고민스럽게 턱을 어루만졌다.


굳이 따지자면 동서양의 차이었다.

서양에 연금술(鍊金術)이 있다면, 동양에는 연단술(煉丹術)이 있었다.


서양의 연금술이 ‘금’을 만드는 걸 목표로 했다면, 동양의 연단술은 ‘불로불사의 약’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하는 학문이다.


진시황이 목메던 그 학문이 바로 연단술인 것이다.


연금술과 연단술.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동서양의 두 학문은 의외로 연결고리가 깊었다.


연금술의 종착지인 ‘현자의 돌’이 동양에서는 ‘화금석(化金石)’으로 불린다거나···.


설명을 듣던 강하윤이 손을 휘- 저었다.


“그러니까 둘이 비슷하다는 거잖아요?”

“그렇죠.”


이해한 건가 싶어 얼굴을 보니 그건 아닌 모양이다.

백 마디 말보다는 한 번 눈으로 보여주는 게 낫나?


“잠깐만요.”


강하윤과 최기현을 소파에 앉혀두고 작업실 구석에 넣어둔 연금술 가방을 꺼내왔다.


“이게 연금술 가방이에요. 여기에 손을 넣으면···.”


뭘 먼저 보여주는 게 좋으려나.

말린 씨앗이나 식물 종류는 현실에도 있으니···, 이왕이면 판타지적인 게 좋겠지.


역시 그거 밖에 없나?

내가 가장 처음 보고 기겁했던···.


“짠.”


고블린의 손가락.


녹색 손가락을 한 개도 아니고 무더기로 내밀자 강하윤이 기겁하며 고개를 뒤로 뺐다.


“이···, 이, 이게 뭐예요?”

“고블린의 손가락이라는 겁니다.”

“고블린이 누군데요?”


고블린이 사람 이름인 줄 아는 모양이다.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 손가락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고블린은 서양 도깨비 같은 겁니다.”

“···네?”

“이 가방에는 지구에서 구할 수 없는 재료들이 들어있어요. 드래곤의 꼬리, 오크의 힘줄, 정령의 알···, 뭐 이런 거요. 저는 그것들을 이용해서 물약을 만듭니다.”

"판타지 소설 같은 소리네요."

"틀린 말도 아니죠."

“잠깐만 생각 정리 좀 할게요.”


혼란스러울 만도 하지.

게임에서 구해왔다는 얘기는 나중에 해야겠다.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마당으로 나오시죠.”


가볍게 눈짓하며 작업실을 나왔다.

마당으로 나오자 포근한 한기가 폐를 타고 들어왔다.


그보다 정말 이런 날이 오는구나.

언젠가 물약 만드는 걸 공개하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한 10년은 몰래 해먹을 생각이었는데.


엄마한테 보여주는 것도 좀 고민해봐야겠다.

강하윤이 저렇게 창백해질 정도로 놀란 걸 보면 엄마는 정말 기절할 수도 있으니까.


“잘 봐요.”


솥에 물을 넣고 끓이자 이내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왔다.

그 위로 고블린의 손가락을 하나 툭 던져 넣은 뒤 가방에 다시 손을 넣었다.


“끓는 물에 재료들을 넣으면 돼요. 말린 사과 씨랑 녹차, 허브를 넣고···, 마지막으로 마나 가루까지.”


모든 재료를 넣고 국자로 휘휘 저었다.

초반에는 고블린의 손가락이 둥둥 떠다니는 탓에 거북한 비주얼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붉은빛을 띠며 물약의 형태를 갖춰갔다.


“색깔이 그거랑 비슷하네요. 쇼핑몰에서 파는···.”


솥을 바라보던 강하윤의 눈이 순간 나를 향했다.


“···아니죠?”

“맞아요. 이게 쇼핑몰에서 파는 프리미엄 레드에요.”

“우욱!”


강하윤이 놀라서 입을 막았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강하윤의 등을 툭툭 두들겼다.

귀하게 자라서 비위가 약하다고 하기도 힘든 게 이건 무려 손가락 국물이었다.


“건강에 좋은 거예요.”


뻔뻔한 답에 강하윤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했다.

최기현의 얼굴도 창백해진 걸 보니 내가 만든 음료수를 어지간히도 많이 마신 모양이다.


물약이 완성되고 솥을 바닥에 옮겼다.


“완성.”


국자로 물약을 떠서 강하윤에게 건넸다.


“원액을 먹는 건 처음이죠?”


강하윤이 어렵게 국자를 받아들었다.

해골 물을 마신 원효대사의 표정이 저러지 않았을까.

고민하던 강하윤이 물약에 조심스레 입을 댔다.


“···응?”


처음에는 가볍게 입만 대고 있던 강하윤이 이내 국자에 들어있던 물약을 모두 비웠다.


물약을 마신 강하윤의 눈동자가 맑게 반짝였다.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효과는 확실한 듯했다.


“원래 이름은 프리미엄 레드가 아니라 회복 물약이에요. 말 그대로 몸을 회복시켜주는 물약이죠.”

"···엄청나네요."

“나, 나도 마셔볼게!”


최기현이 급히 국자를 받아들었다.

솥에서 한 국자 뜬 최기현이 망설임 없이 입을 댔다.

피로에 절어있던 최기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강하윤이 물약을 빤히 바라봤다.


“이게 백현호 씨의 비밀이었군요.”

“···비밀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요?”


애매하게 밝힐 거면 애초에 말도 안 꺼냈다.

둘을 마당에 세워둔 뒤 작업실로 들어가 ‘물약 가방’을 꺼내서 가져왔다.


가방을 열자 형형색색의 물약이 모습을 드러냈다.

힘의 물약부터 복제의 물약까지, 시간 날 때마다 여분으로 만들어둔 물약이었다.


기본적인 건 대충 설명했으니 이젠 마법 같은 능력들을 보여줄 차례였다.


가장 먼저 흰색의 물약을 꺼냈다.

멀리서 보면 사골 같은 물약이다.


“이건 힘의 물약이에요. 마시면 힘이 세져요.”

“얼마나 세지는데요?”


대답 대신 물약을 꿀꺽꿀꺽 마셨다.

그리고 마당 구석으로 걸어가 나무를 끌어안았다.


“흡!”


우지직-!


거대한 나무를 뿌리 째로 뽑아버리자 강하윤과 최기현의 입이 떡 벌어졌다.


나무를 제자리에 꽂아놓고 가방으로 돌아왔다.

최기현이 저도 모르게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다음으로 꺼낸 건 바다 색깔의 물약.


“이건 아가미 물약이에요. 먹으면 여기 목 옆에 아가미가 생기고 물에서 자유롭게 숨 쉴 수 있게 되죠.”

“설마···.”


강하윤이 뭔가 깨달은 듯 물약을 바라봤다.


“맞아요, 방송국 피디 구할 때 썼던 물약이에요. 그리고 이건 이장님 농약 먹었을 때 썼던 성스러운 물약. 해독제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편할 거에요.”


강하윤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로 거부감 없이 판타지를 받아들이는 듯했다.


“그리고 이건 탈진의 물약. 사장님이 저번에 먹고 기절했던 물약이 어거에요. 그리고···, 이게 복제의 물약!”


반짝이는 하늘색 물약을 보고 강하윤이 눈을 반짝였다.

복제의 물약은 다른 것들보다도 유난히 색이 예뻤다.


“원하는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물약이예요.”


물약을 바라보던 눈이 낮게 가라앉았다.


“이걸 마시고 고영준 씨로 변해서 연구소에 잠입했어요. 민홍기로 변할 때 썼던 물약이기도 하고요. 기억 나죠? 갑자기 사장님 찾아가서 기부하겠다고···.”


나도 모르게 떠들다가 입을 다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던 강하윤 역시 우뚝 멈췄다.


“···방금 뭐라고요?”

“아닙니다.”

“똑바로 말 안 해요?”


강하윤의 무시무시한 눈길이 나를 향했다.

너무 신나서 떠들지 말아야 할 것까지 말해버렸다.

죽기 전의 주마등처럼 그 날의 대화들이 떠올랐다.


‘확실하게 말해두죠. 설령 내가 백현호 씨한테 관심이 없다고 해도 민 대표랑 만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요.’


‘정말 백현호 씨 좋아하십니까?’


그때 대답이 아마 '네' 였지.

강하윤이 지그시 미간을 눌렀다.


“그때는 민홍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거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 말아요.”

“물론이죠.”

“어쨌든 이걸로 끝이죠?”

“아직 하나 남았습니다.”


물약을 가방에 챙겨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업실로 둘을 데리고 간 뒤 창고로 향했다.


달칵-


창고 문을 열자 진흙으로 만든 이글루와 지푸라기 침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둥둥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지푸라기가 흩어져있는 걸 보니 급하게 숨은 듯했다.


“애완동물 키워요?”

“동물은 아닙니다. 애완은 맞는 것 같은데.”


하는 짓이 골때려서 그렇지 귀엽기는 하니까.


“둥둥! 어딨어?”

“이름이 둥둥이에요? 특이하네···.”

“생긴 건 더 특이할걸요.”


헨젤과 그레텔처럼 지푸라기를 따라 구석으로 향했다.

상자 안에는 머리를 가리고 꽁꽁 숨은 둥둥이 있었다.

머리를 잡아 쑥 꺼내자 놈의 입에서 괴성이 튀어나왔다.


“두악!”


인형처럼 둥둥의 머리를 들고 강하윤에게 다가갔다.


“판타지 세계에 사는 놈이에요. 옛날에 '흙 정령의 알'을 구해온 적이 있는데 어쩌다 보니 부화해버려서···.”

“저도 정령은 알아요. 영화에서 봤거든요.”


둥둥을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놨다.

놈의 까맣고 단추 같은 눈동자가 강하윤을 향했다.


“인사해야지.”

“둥!”


둥둥이 꾸벅 배꼽 인사를 했다.

배꼽 인사의 출처도 찾아낸 참이다.

작업실 TV에서 어린애들이 인사하는 장면이 나온 적 있다.


아마 TV 속 어린애들이 자기와 덩치가 비슷해서 ‘작은 사람’은 인사를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참 이놈다운 발상이다.


“귀여워라···.”


강하윤이 생전 보여준 적 없는 미소를 지으며 둥둥에게 손을 내밀었다.


둥둥이 강하윤의 손에 가볍게 머리를 댔다.


“얘는 뭘 좋아해요? 통조림 주면 되나?”

“통조림을 좋아하긴 하는데···, 내용물이 아니라 아마 캔을 좋아할 거예요. 반짝거리는 것만 보면 난리가 나거든요.”

“취미도 귀엽네.”


둥둥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괴물이라고 겁먹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내친김에 창고 구석에서 상자도 가져왔다.

둥둥이 놀라서 달려오더니 내 손을 찰싹 때렸다.


“안 뺏어가! 그냥 구경만 할 거야!”

“둥둥?!”

“알았어! 약속!”

“···백현호 씨는 얘랑 말도 통해요?”

“좀 있으면 두 분도 통할 걸요.”


픽 웃으며 상자를 가져왔다.

안에는 반짝이는 온갖 것들이 담겨 있었다.


작업실에서 반짝이는 걸 하나씩 가져가는 걸 알고 있었지만, 월급 주는 셈 치고 그냥 두던 참이다.


“여기 보면···.”


상자를 열던 손이 우뚝 멈췄다.

뭔가 익숙한 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이, 이게 왜 여기 있어?!”


박스에 들어있는 건 은색의 USB였다.


강천호가 작업실을 습격해 털어갔던, 파주 연구소의 실험 영상이 담긴 USB.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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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3 - 둥둥의 수집품 +9 24.09.10 2,042 85 12쪽
52 052 - 새로운 바람 +14 24.09.09 2,326 86 12쪽
51 051 - 양심 고백 +4 24.09.08 2,418 95 12쪽
50 050 - 연구소 털기 +8 24.09.06 2,582 93 11쪽
49 049 - 강력한 봉인의 물약 +5 24.09.05 2,692 94 12쪽
48 048 - 수소문 +6 24.09.04 2,876 102 12쪽
47 047 - 파주 옆 동두천 +6 24.09.03 3,123 106 12쪽
46 046 - 녹색 괴물 +8 24.09.02 3,385 114 11쪽
45 045 - D-1 +8 24.09.01 3,670 115 12쪽
44 044 - 아더 월드 +10 24.08.30 3,935 123 12쪽
43 043 - 고급화 전략 +5 24.08.29 4,042 135 12쪽
42 042 - 방송사고? +5 24.08.28 4,223 1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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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035 - 몽환의 물약 +9 24.08.20 5,465 156 12쪽
34 034 - 저 여자 진짜 뚱뚱하네 +7 24.08.19 5,697 16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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