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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262_quddus122 3 님의 서재입니다.

한약방의 연금술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평택안중
작품등록일 :
2024.07.15 15:20
최근연재일 :
2024.09.1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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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전환 : 2일 남음

작성
24.08.1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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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34 - 저 여자 진짜 뚱뚱하네

DUMMY

#034




정말 살 빼고 싶은 거 맞아요?


설마 내 입에서 이런 질문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보다 놀라운 건 유아이가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권까지 진출한 슈퍼스타.

걸어 다니는 브랜드이자 이 시대의 아이콘.


그게 바로 유아이다.


이 모든 것들을 버리고 연예계를 떠날만한 이유가 뭔지, 당사자가 아닌 나는 알 수 없는 게 당연했다.


꽤 오랜 침묵이 흘렀고, 유아이의 입이 열렸다.


“···죄송합니다.”

“예?”

“소속사 대표님께는 제가 잘 말씀드릴게요. 귀한 시간 내주셨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유아이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강천호 때도 그랬지만,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빼고자 하는 의지다.


약밥을 아무리 먹여 봐야 밤마다 야식을 시켜 먹는다면 말짱 꽝이라는 뜻이다.


유아이는 의지가 없다.

그러므로 다이어트도 성공할 수 없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대신 이유는 알아야겠네요.”

“연예계 생활에 지쳤나 봐요. 다른 이유는 없어요.”


유아이가 힘겹게 웃었다.

대꾸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아이를 만나겠다는 기대감, 이번 일도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각오, 이런 건 이제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정중히 허리를 숙인 뒤 몸을 돌렸다.

오피스텔 밖으로 나오자마자 곧장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엎어졌습니다.”


짧은 침묵 후에 강하윤이 답을 내놓았다.


[ 아쉽게 됐네요.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백현호 씨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으니까. ]


“이유도 안 물어보시네요?”


[ 궁금한데 참는 중이었어요. ]


나도 모르게 픽 웃었다.

가만 보면 이상한 곳에서 배려심이 넘치는 사람이다.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오르며 방금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강하윤이 황당한 목소리로 답했다.


[ 별일이 다 있네요. 이유는 말 안 하던가요? ]


“연예계 생활에 지쳤다고는 하는데 그게 전부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신경 써주셨는데 죄송합니다.”


[ 백현호 씨 잘못도 아니고 뭐가 죄송해요. 이번 일은 내가 따로 알아볼게요. ]


“···아니요.”


흘끗 내가 나온 오피스텔을 바라봤다.


살면서 두 번이나 올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휘황찬란한 오피스텔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쓸쓸해 보이는 건물이기도 했다.


“다시 볼 일도 없을 텐데요, 뭐.”



< 34 >



찝찝한 몇 주가 지나갔다.

쇼핑몰 물량을 채워 넣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틈틈이 그날 일이 떠올랐다.


그때는 화도 나고 어이도 없어서 깨닫지 못했는데, 돌이켜보면 유아이는 굉장히 위태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연예계가 진짜 힘들긴 한가 보네···.”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한약방 백수였던 나도 세상에 밝히지 못할 비밀이 있는데, 월드 스타인 유아이는 오죽할까.


잡념을 떨쳐내며 열심히 포장기를 돌렸다.


쇼핑몰에 올라간 건강 물약은 어느덧 평점 3점을 돌파하고 있었고, 통계를 보면 재구매율도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


샀던 사람이 또 산다는 건 꽤 의미가 크다.

그만큼 상품에 만족했다는 뜻이니까.

강하윤의 말처럼 이대로만 한다면 쇼핑몰은 몇 개월 이내에 다시 날개를 달 터였다.


문제는 역시나 유지비.

핵심 재료를 아무리 게임에서 구해온다고 해도, 다른 쪽에서 나가는 유지비도 만만치 않았다.


"얼른 VIP 한 명 더 구해야 하는데···."


한창 바쁜 오전을 보내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네, 사장님.”


[ 바빠요? ]


“괜찮습니다.”


[ 그게···, 어제 유아이 씨 소속사에서 다시 연락 왔거든요. 백현호 씨가 꼭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


의아한 표정으로 국자를 내려놨다.

자기들 잘못으로 파투난 계약을 다시 맺자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뻔뻔한 건지, 그만큼 간절하다는 건지···.


무턱대고 거절하기에는 레고처럼 쌓여가는 고지서들이 눈에 밟혔다.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소속사 대표를 만날 수 있을까요?”


[ 소속사 대표를요? ]


“예, 만나보고 결정하게요. 저번처럼 시간 낭비하지 않으려면 약속도 받아둬야 하고···.”


[ 그래요. 안 그래도 6시에 저녁 같이하기로 했으니까 같이 봐요. 주소 보내줄게요. ]


흘끗 시계를 바라봤다.

6시면 지금 준비해서 출발해야겠네.

전화를 끊고 곧장 나갈 채비를 했다.


다행히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 막히지는 않았다.

6시가 되어 도착한 곳은 백화점 근처 레스토랑이었다.


“예약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강하윤이요.”

“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종업원을 따라 레스토랑 안쪽 방으로 이동했다.

조용히 문을 두들기고 들어가니 강하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옆에는 익숙한 얼굴의 사내가 앉아있었다.


“어서 와요.”

“백현호 씨!”


사내가 벌떡 일어나 내게 다가오더니 막무가내로 손을 잡고 흔들었다.


“소문 많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신 분을 뵈니 영광이네요.”

“반갑습니다.”


스타 엔터테인먼트 대표 문홍기.


소속사 대표이기 이전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였으며, 당연히 나 따위랑은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유명한 양반이었다.


“앉아요.”


강하윤이 옆자리를 권했다.

자리로 돌아간 문홍기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와 강하윤을 번갈아 바라봤다.


“열애설 진짜였어요?”

“아니요.”

“아닙니다.”

“하하, 너무 잘 어울려서 여쭤봤어요. 백현호 씨도 실물이 훨씬 잘 생겼네.”

“···감사합니다.”


맥락 없는 칭찬에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사람이 좀 과한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선악의 잣대를 세울 정도는 아니었다.


의외로 조용한 식사가 이어졌다.

문홍기가 문득 나를 바라봤다.


"지연이는 어떻던가요? 저도 못 본 지 꽤 됐거든요. 얼굴 좀 보려고 해도 집 밖으로 나오질 않아서요."

"···지연이가 누군데요?"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자 강하윤이 픽 웃었다.


"유아이 씨 본명이잖아요."

"유아이가 본명 아니었어요? 성이 유, 이름이 아이인 줄 알았는데."

"유아이는 영어에요, 이 사람아···."

"하하, 모를 수도 있죠."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글쎄요. 저도 얼굴만 보고 나온 게 전부라서요.”

“그렇군요.”

“근데 저를 다시 찾은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문홍기가 포크를 내려놨다.

밝기만 하던 얼굴에 옅은 그늘이 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죠. 아무리 유명한 트레이너를 붙여놔도 소용없었거든요. 강천호 회장님의 다이어트를 성공시킨 분이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해서···.”


당연히 다르지.

나는 물약이 있으니까.


“저는 다를 겁니다.”

“지연이가 살을 뺄 수 있다는 뜻인가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지연이만 다시 연예계로 복귀시킬 수 있으면 제가 뭘 못하려고요!”

“첫째, 오피스텔 근처에 사람을 배치해주세요.”

“···예?”

“밤마다 야식 먹으면서 살을 뺄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24시간 붙어있을 수도 없고요.”


찰나의 순간 문홍기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지연이가 밤마다 야식을 시켜 먹던가요? 핸드폰도 못 쓰게 하는데 어떻게···.”


모르고 있던 건가?

소속사 대표라는 사람이 생각보다 관심이 없네.


“요새는 인터넷으로도 시킬 수 있습니다.”

“예, 그건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둘째, 계약파기는 안 됩니다. 이 부분도 대표님께서 해결해주시리라 믿겠습니다.”

“물론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표를 만나고자 했던 진짜 이유.


“유아이 씨를 쇼핑몰 모델로 쓰고 싶습니다.”


* * *


며칠 뒤, 한남동 오피스텔.


새삼스러운 기분으로 701호를 바라봤다.

여기를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초인종을 누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현관에 서 있는 건 그새 몸이 불어난 유아이였다.


이정도면 일부러 살찌우는 수준이다.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유아이가 멋쩍게 웃었다.


문홍기에게 걸었던 조건들이 워낙 파격적이었던 터라 인상 쓰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표정이 괜찮다.


“들어오세요.”


유아이가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가방을 놓고 앉으니 어색한 공기가 밀려왔다.


먼저 입을 연 쪽은 유아이였다.


“저번에는 죄송했습니다.”

“괜찮습니다.”

“대표님과 얘기하고 저도 많이 반성했어요. 저도 열심히 할 테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말이 거짓말이어도 상관없다.

계약서도 쓴 마당에 사연 봐가면서 다이어트를 할 수도, 그럴 이유도 없었으니까.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엌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유아이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있는 표정을 보니 나름대로 대비를 한 모양이다.


부엌으로 가서 선반과 냉장고를 꼼꼼히 확인했다.

냉장고는 신선한 채소들과 닭가슴살로 가득했고 선반에도 마른 고구마 정도 외에는 특별한 게 없었다.


역시나 배달 영수증도 없다.


뒤따라온 유아이를 바라봤다.


“냉장고 정리하셨네요.”

“네, 그날 이후로 야식도 끊었어요!”


유아이를 빤히 바라봤다.


이건 거짓말.


내가 다녀왔던 날이 2주 전이다.

환경이 변하면 인간의 몸도 변하기 마련이다.

매일 야식을 먹어가며 몸매를 유지한 유아이가, 2주간 야식을 끊었는데 살이 하나도 안 빠졌다?


이건 당연히 거짓말이다.

이유는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더는 실망할 거리도 없었고, 그냥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 사람이구나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그보다 거짓말을 가려내는 방법을 찾긴 해야겠네.


“다이어트 하러 온 건지, 심리학 공부하러 온 건지···.”

“네?”

“아닙니다. 잘하셨어요.”


냉장고를 닫으며 빙긋 웃었다.


그래, 누가 이기나 보자.


거실로 돌아와 미리 가져온 약밥을 하나 꺼냈다.

유아이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약밥을 바라봤다.

살이 쪄도 이목구비가 저렇게 뚜렷한 걸 보니, 연예인은 확실히 연예인이다.


“오늘부터 하루에 2개씩 이걸 먹을 겁니다.”

“약밥을요?”

“다이어트 보조제에요.”

“아하.”


유아이가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드시면 몸에 열이 오르고 땀이 날 겁니다. 그때 저랑 30분 정도 공원 산책하고 돌아오시면 됩니다.”


유아이가 얌전히 약밥을 들었다.

눈빛으로 얼굴에 구멍 낼 듯이 유아이를 바라봤다.


“하하, 왜 그런 눈으로···.”

“드시죠.”

“네, 잘 먹겠습니다.”


유아이가 약밥을 꼭꼭 씹어 먹었다.


“맛은 괜찮습니까?”

“···네, 맛있네요.”


유아이가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도 아마 거짓말.


직접 만든 사람으로서 인정하긴 싫지만, 내가 만든 약밥은 더럽게 맛없다.


일부러 맛없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요리에 재능이 없는 걸 어떡하겠는가?

아무튼, 어지간히 특이 취향이 아니고서야 이걸 맛있게 먹을 수는 없다.


유아이가 약밥을 다 먹는 걸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좀 걸을까요?”


다행히 오피스텔 앞에는 괜찮은 산책로가 있었다.

평일 오전인데도 운동하는 사람이 꽤 보인다.

마스크와 모자를 푹 눌러쓴 유아이가 신기한 표정으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여기 처음 와봐요.”

“···유아이 씨 집 앞인데요?”

“밖으로 안 나오거든요. 이동할 때도 맨날 매니저 오빠가 차 태워주니까요.”

“어? 저거 백현호 아니야?”


돌연 뒤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옆으로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다.

월드 스타 옆에서 유명인 행세를 하기도 뭣해서 못 들은 척 앞만 바라봤다.


유아이가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신기해요. 사람들이 현호 씨를 알아···.”

“근데 옆에 누구야? 여자친군가?”

“설마! 백현호가 뭐가 아쉬워서!”


유아이의 말이 뚝 잘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악의가 들어있지 않은, 그래서 더욱 잔인한 말이었다.


“근데 저 여자 진짜 뚱뚱하다. 신기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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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045 - D-1 +8 24.09.01 3,671 115 12쪽
44 044 - 아더 월드 +10 24.08.30 3,936 123 12쪽
43 043 - 고급화 전략 +5 24.08.29 4,042 135 12쪽
42 042 - 방송사고? +5 24.08.28 4,223 1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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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4 - 저 여자 진짜 뚱뚱하네 +7 24.08.19 5,698 169 12쪽
33 033 - 유아이 +8 24.08.18 6,026 1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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