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1262_quddus122 3 님의 서재입니다.

한약방의 연금술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평택안중
작품등록일 :
2024.07.15 15:20
최근연재일 :
2024.09.16 20:55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390,319
추천수 :
9,945
글자수 :
306,529
유료 전환 : 2일 남음

작성
24.09.06 18:55
조회
2,581
추천
93
글자
11쪽

050 - 연구소 털기

DUMMY

#050



경기도 파주, 미래 기술 연구소.


연구소의 분위기는 손대면 깨질 것처럼 아슬아슬했다.

CCTV를 추적한 결과 ‘03번’ 실험자는 파주를 빠져나가 동두천의 어느 마을에 들어섰으며, 그곳엔 이미 경찰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씨발···!”


남춘태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챙겼다.

강대현이 지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건 그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는 실험의 내용을 모른다.

실험이 어떤 파장을 불러 일으킬지도 별 관심이 없다.

제 동생인 강하윤을 짓누르면 그뿐이었으니까.


하지만 반인륜적 실험이 세상에 공개된다면?


강대현은 분명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 뒤집어씌울 게 분명했고, 그때는 명예 따위가 문제가 아니라 감옥에서 몇 년을 썩게 될지 고민해야 할 터였다.


드르륵-!


황급히 소장실을 나오던 남춘태가 우뚝 멈춰 섰다.


“소장님!”


반대쪽에서 걸어오던 보안요원이 황급히 달려왔다.

남춘태가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들켰구나.


늙고 병든 남춘태가 젊고 건강한 보안요원을 따돌리고 연구소를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보안요원이 다가오더니 남춘태 앞에 섰다.

그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잡았습니다!”

“자···, 잡았다고? 그놈을?”

“예, 인근 야산에서 발견했습니다! 팀장님 말로는 계곡에 숨어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그놈 어딨어?!”


남춘태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보안요원이 얼른 그의 뒤로 따라붙었다.


“A동으로 이송 중입니다.”



< 50 >



‘A동’


기둥에 쓰여있는 글자를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나는 지금 고블린 사내의 모습이었으며, 들어보니 이름 대신 ‘03번’으로 불리는 듯했다.


잡혀 들어온 과정도 코미디였다.

긴박한 척, 보안요원들과 억지 추격전을 벌이느라 얼마나 힘들었던가?


보안요원 하나가 신경질적으로 나를 노려봤다.


“개새끼!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아?!”

“마음 같아서는 귀싸대기라도 한 대 올려붙이고 싶은데 참는 줄 알아!”

“케···, 케륵!”


힘겹게 고블린의 소리를 흉내 냈다.

어금니 양쪽으로 묶어둔 실 때문에 소리가 퍽 어색했지만, 다행히 보안요원들이 이상함을 느낄 정도는 아닌 듯했다.


어금니에 웬 실? 이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물약을 숨겨 들어오기 위함이었다.


우선 단단한 비닐봉지에 물약을 넣고 실로 묶는다.

그다음 실을 어금니에 묶어서 삼키면 비닐봉지가 가슴 속 어느 부분에 툭 얹힌다.


굉장히 비상식적인 건 둘째치고, 마약 영화에서나 봤던 장면을 내가 재연하게 될 줄은 몰랐다.


덕분에 속이 더부룩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성공적으로 숨긴 셈이다.


한동안 걸음이 이어졌다.

보안요원들이 멈춰 선 곳은 A동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는 방이었다.


원래의 몸 주인이 쓰던 곳은 아닌 듯했고, 한 번의 탈출로 보안이 강화된 모양이다.


철컹-!


“들어가!”


보안요원이 냅다 나를 던졌다.

삼켰던 물약이 튀어나올 뻔한 걸 꾹 참았다.


보안요원이 나를 밀어 넣은 뒤 곧장 문을 잠갔다.

어슬렁어슬렁 걸어 화장실로 향하며 방을 훑었다.


며칠 있으면 정신병이 올 것 같은 새하얀 방이다.

방구석에는 침대가 있었고 그 옆으로는 화장실이, 그 위로는 CCTV 한 대가 있었다.


“······.”


그 외에 신경 써야 할 것들은 딱히 없어 보인다.

화장실에 들어가 어금니에 걸어둔 실을 당겼다.


“우웨엑! 우웩!”


장기가 역류하는 기분과 함께 실을 따라 비닐봉지에 담아둔 물약이 딸려 올라왔다.


하나는 힘의 물약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복제의 물약이었다.


“으어···.”


좀비처럼 변기를 잡고 비틀댔다.

두 번 할 짓은 못되네.


진이 쭉 빠진 채로 화장실에서 나와 침대에 누웠다.

잡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경비가 삼엄할 테니···, 아마 움직이려면 새벽이 좋겠지.


이불 속에서 몇 시간을 숨죽이고 있었다.

중간중간 내 방을 확인하던 관리자는 새벽이 되자 발길이 부쩍 뜸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새벽 3시.

화장실로 가서 숨겨두었던 두 개의 물약 중 하나인 ‘힘의 물약’을 마셨다.


이제 어떻게 보안요원을 부르냐가 문제인데···.


흘끗 CCTV를 바라봤다.

화장실 문고리를 밟고 올라가 주먹으로 CCTV를 후려치니 렌즈가 산산 조각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급한 발소리가 이어졌다.

한 번 탈출했던 몸이라 그런지 대처도 빠르다.


덜컹-!


“03번! 미쳤어?!”


보안요원 둘이 방으로 들어오며 몽둥이를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임상시험인데 당연하다는 듯이 몽둥이를 꺼내 드는 꼴을 보니 어이가 없는 기분이다.


“케륵···!”


습관적으로 짐승 소리를 내다가 멈췄다.


“···이제 이런 거 할 필요 없잖아?"

“뭐, 뭐야! 정신이 돌아온 거야?”


입에서 한국말이 튀어나오자 보안요원들이 당황하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시간이 길어지면 지원이 아마 오겠지.

보안요원에게 들어오라는 듯 까딱까딱 손가락질하자 놈들이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흰색 방에 깨지고 부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무리 보안요원이라도 힘의 물약 앞에서는 5살 난 꼬맹이에 불과했고, 오히려 다치지 않게 적당한 선을 찾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뻐억-!


가볍게 명치를 두들겼을 뿐인데 보안요원이 몇 바퀴나 굴러 벽에 처박혔다.


“아이고.”

“뭐···, 뭐, 뭐야?!”


남은 보안요원이 당황하며 뒷걸음질 쳤다.

훌쩍 뛰어 놈의 옷깃을 잡아 화장실로 던졌다.

쾅! 소리와 함께 보안요원이 벽에 날아가 박히더니 눈을 까뒤집고 기절해버렸다.


기절한 보안요원 둘을 화장실로 끌고 간 뒤 마지막 남은 '복제의 물약'을 먹였다.


물론 손발도 옷으로 꽁꽁 묶어둔 상태였다.


“음, 좋네.”


거울을 보며 턱을 어루만졌다.

거울 속에는 방금 때려눕힌 보안요원이 서 있었다.


보안요원들의 옷을 뺏어 입은 뒤 독방을 잠그고 나왔다.

마침 멀찍이서 다른 보안요원들이 뛰어오고 있었다.


잘 보이도록 양손을 흔들며 펄쩍펄쩍 뛰었다.


“03번 도망쳤습니다! 멀리 못 갔을 겁니다!”

“또 도망갔다고?!”

“예! 저쪽으로 갔습니다!”

“이런, 씨발! 너는 빨리 가서 팀장님께 보고해! 명수랑 진호는 저쪽으로 가고 나머지 인원은 나 따라와!”

“예!”


보안요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졌다.

우두커니 서 있다가 다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독방 안 화장실에, 그것도 팔다리와 입까지 꽁꽁 묶어 가둬놓았으니 당분간 내가 가짜라는 걸 들키지는 않을 터였다.


그 뒤로 바쁘게 A동을 누볐다.

연구실 전체가 비상이 걸린 듯 온갖 곳에서 고성이 오갔지만, 당연히 도망친 03번은 찾지 못했다.


진짜 03번은 충청남도 작업실에 있으니까.


“그보다 연구소장부터 찾아야 하는데···.”


여긴 일반 연구소가 아닌, 21세기에 생체실험을 하는 정신 나간 연구소였다.


소장 이름이 남춘태였나?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머리가 있으면 보안 등급을 철저히 해두었을 터였다.


일반 보안요원···, 그러니까 이 몸뚱어리의 주인 정도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정보가 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A동을 헤집으며 돌아다니는데 웬 중년의 사내가 방에서 나왔다.


“야! 거기서 뭐 해?!”


움찔 멈춰 서며 사내를 바라봤다.

복장을 보면 보안요원은 아닌데···, 왜 반말이지?


가만히 중년의 사내를 살폈다.

광대까지 내려온 다크 서클, 거무죽죽한 피부, 깡 마른 몸과 은은하게 돌아있는 눈동자.


“보안요원이라는 새끼들이 정신병 환자 하나 못 잡아?! 이래서 씨발, 몸 쓰는 새끼들은···.”

“너냐?”

“뭐···, 뭐해?!”


손을 뻗어 옷에 가려진 사내의 출입증을 확인했다.


[ 연구소장, 남춘태 ]


“너 맞네.”

“이 새끼가 미쳤나···.”


남춘태가 인상 쓰며 출입증을 홱 뺏더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더 확인해볼 필요도 없다.

A동에서 핸드폰을 쓸 수 있는 사람은 하나뿐이니까.


여긴 보안 등급이 가장 높은 'A동'이다.


“야, 박 팀장! 너 일 똑바로 안 해?! 여기 웬 보안팀 새끼가 어슬렁어슬렁···!”


남춘태의 핸드폰을 휙 뺏었다.

전화를 뚝 끊자 남춘태가 황당한 표정을 했다.


“너 진짜 돌았어?!”

“돌은 건 당신들이겠지.”

“이게 근데···!”


빠악!


남춘태의 명치를 힘껏 후려쳤다.

마침 힘의 물약의 효능도 떨어진 참이라 힘 조절에 애를 먹을 필요도 없었다.


“커···, 커헉!”


남춘태가 복부를 쥐며 주저앉았다.


A동을 돌아다니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내가 머물던 방과 같은 방이 여러 개 있다는 것.

그 안에는 모두 손끝이 초록색으로 변한 사람들이···, 아니, 고블린들이 있었다.


“쿨럭! 쿨럭!”


정의구현의 주먹?

당연히 그런 건 아니다.


첫째.


세상에 판타지가 존재한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면 당연히 고블린들이 돌아다니는 걸 막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둘째.


그걸 내가 해야 한다는 거다.


괴로워하는 남춘태를 내려다봤다.

강력한 봉인의 물약을 수십 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1%가 얼마나 낮은 확률인 줄 아냐?”

“가···, 갑자기 무슨···.”

“나는 알아, 이 새끼야!”


빠악!


남춘태의 턱을 그대로 걷어 차버렸다.

놈이 크게 휘청하더니 앞으로 고꾸라졌다.

마음 같아서는 더 때려주고 싶지만, 이쪽으로도 언제 보안요원들이 들이닥칠지 모른다.


남춘태를 질질 끌고 소장실로 향했다.

이놈이 나온 곳이 바로 소장실이었다.


남춘태의 목에 걸린 출입증을 찍으니 달칵- 하며 문이 열렸다.


“······.”


소장실에 들어가자마자 싸한 공기가 몸을 감쌌다.

캐비넷에 있던 테이프로 남춘태를 단단히 묶어둔 뒤 소장실 여기저기를 살폈다.


“으읍! 읍!”


어째 착한 일만 하려고 하면 악당이 되는 기분이다.

떨떠름한 기분으로 책상을 지나치려는데 익숙한 종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잠깐만 이거···.”


【 성분검사표 】


익숙한 양식의 성분검사표 아래에는 날짜도 적혀있었다.

기억을 더듬다가 이날이 강하윤의 사무실에 처음 갔던 날이라는 걸 기억해낼 수 있었다.


강춘태가 메모한 듯한 글씨들을 천천히 훑었다.


【 말린 사과 씨랑 녹차, 허브는 왜? 】

【 CT-01, CT-02 】

【 녹색과 푸른색의 살아 움직이는 원소 】


“회복 물약···.”


떨리는 손으로 성분검사표를 집었다.


말린 사과 씨와 녹차, 허브는 회복 물약에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였으며, 무엇보다 녹색과 푸른색의 살아 움직이는 원소···.


이건 고블린의 손가락과 마나 가루를 말하는 거다.


그때도 분명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다.

고블린의 손가락이나 마나 가루는 이 세계에 없는 거니까 성분검사기가 잡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 쳐도, 나머지 재료들은 엄연히 현실에 존재하는 것들이었으니까.


사과 씨와 녹차, 허브···.

성분검사표에 이런 것들이 없었을 때 의심했어야 했다.


조용히 성분검사표를 챙겼다.

아직은 밝혀야 할 게 많지만, 지금 당장 급한 일들은 따로 있었다.


몸을 돌리려는데 책상 아래에 있는 큼직한 금고가 눈에 들어왔다.


“오호라.”


보통 이런 곳에 비밀스러운 게 많지.

가만 보니 민기현의 집에 있던 것과 비슷한 모델이다.

작동 방식도 지문과 홍채인 듯했다.


씩 웃으며 남춘태를 바라봤다.


“금고 열어줄 사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한약방의 연금술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추석 당일 하루 휴재합니다! NEW 10시간 전 8 0 -
공지 20일(금요일) 오후 21시 유료 전환입니다! 24.09.12 55 0 -
공지 (연재시간 변경) 월~토 21시 연재입니다. +1 24.08.02 263 0 -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7.23 9,482 0 -
58 058 - 무료 나눔 +5 24.09.16 837 36 11쪽
57 057 - 패악질 +10 24.09.14 1,412 50 11쪽
56 056 - 첫 수 +3 24.09.13 1,472 61 11쪽
55 055 - 런칭 +3 24.09.12 1,722 68 12쪽
54 054 - 숙취가 없는 술 +3 24.09.11 1,899 70 11쪽
53 053 - 둥둥의 수집품 +9 24.09.10 2,041 85 12쪽
52 052 - 새로운 바람 +14 24.09.09 2,326 86 12쪽
51 051 - 양심 고백 +4 24.09.08 2,418 95 12쪽
» 050 - 연구소 털기 +8 24.09.06 2,582 93 11쪽
49 049 - 강력한 봉인의 물약 +5 24.09.05 2,691 94 12쪽
48 048 - 수소문 +6 24.09.04 2,876 102 12쪽
47 047 - 파주 옆 동두천 +6 24.09.03 3,123 106 12쪽
46 046 - 녹색 괴물 +8 24.09.02 3,385 114 11쪽
45 045 - D-1 +8 24.09.01 3,670 115 12쪽
44 044 - 아더 월드 +10 24.08.30 3,935 123 12쪽
43 043 - 고급화 전략 +5 24.08.29 4,042 135 12쪽
42 042 - 방송사고? +5 24.08.28 4,223 145 12쪽
41 041 - 평화 +4 24.08.27 4,296 136 12쪽
40 040 - 탈출 +9 24.08.26 4,381 132 13쪽
39 039 - 저거 나 아니야? +6 24.08.24 4,581 146 12쪽
38 038 - 복제의 물약 +6 24.08.23 4,644 149 12쪽
37 037 - 악마 +8 24.08.22 4,898 151 12쪽
36 036 - 소방관 +9 24.08.21 5,223 153 12쪽
35 035 - 몽환의 물약 +9 24.08.20 5,465 156 12쪽
34 034 - 저 여자 진짜 뚱뚱하네 +7 24.08.19 5,697 169 12쪽
33 033 - 유아이 +8 24.08.18 6,025 16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