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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262_quddus122 3 님의 서재입니다.

한약방의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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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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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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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5 - 런칭

DUMMY

#055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강하윤은 명탐정 코난의 그 아저씨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절해 있었다.


“원래 저렇게 술을 못 마셔요?”

“나도 취한 건 처음 봐서···. 참, 그리고 너도 말 편하게 해.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그럴까?”


최기현이 가볍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은 작업실 안에 있나?”

“응, 창고 옆에.”


최기현이 비틀비틀 걸어 작업실로 들어갔다.

시끌벅적하던 마당이 금세 고요해졌다.

괜스러운 기분으로 따라놓은 술을 홀짝거리는데 강하윤의 몸이 순간 비틀거렸다.


옆으로 넘어지려는 머리를 얼른 받쳤다.


“깜짝이야···.”

“백현호 씨.”


강하윤이 돌연 고개를 들었다.

술에 취한 건지, 분위기에 취한 건지 나도 모르게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평소에는 워낙 비즈니스적인 관계라 별생각 없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어지간한 배우 뺨칠 정도의 외모다.


강하윤의 흐릿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냥 아버지 말 들을 걸 그랬나···.”

“강 회장님이 뭐라고 하셨는데요?”


꽤 긴 침묵이 일어났다.

강하윤이 반쯤 감긴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백현호 씨랑 결혼하라고.”

“이 사람이 이불을 얼마나 걷어차려고 이래?”


당황한 마음에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언제는 민홍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말이라며?


강하윤의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가 걸렸다.


“나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고···.”



< 54 >



짹짹-


쏟아지는 햇빛과 새소리에 게슴츠레 눈을 떴다.

술을 몇 병이나 마신 다음 날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개운한 아침이었다.


작업실을 둘러보니 최기현은 간이침대에서 자고 있었고, 강하윤은 보이지 않았다.


“하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마당으로 나왔다.

어제 내린 눈은 여전히 소복하게 쌓인 상태였다.

기지개를 쭉 켜는데 멀리서 강하윤이 걸어왔다.


“일어났어요?”

“네, 사장님도 멀쩡하시네요.”

“어제는 얼마나 마신 거예요? 드문드문 기억이 나긴 하는데 정확하지가 않아서···.”


어제 일을 생각하자 문득 얼굴로 열이 올랐다.

태연한 표정을 보니 강하윤은 기억하지 못 하는 듯했다.


“어···, 많이 마셨죠. 셋이 10병을 넘게 깠어요.”

“백현호 씨 말대로 숙취는 거의 없었어요. 머리가 약간 아프긴 했는데 바람 좀 쐬니까 금방 괜찮아지더라고요.”

“아침 먹어야죠. 라면 어때요?”

“좋아요.”


작업실로 들어와 냄비에 불을 올렸다.

라면이 다 끓을 즈음에는 최기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옹기종기 모여 라면을 나눠 먹으며 어제 마신 술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먼저 의견을 낸 건 내 쪽이었다.


“타겟층은 직장인으로 잡을 생각이에요.”

“좋네요.”

“나도 같은 생각.”

“주류 공장은 제가 알아보러 다닐게요. 사장님은 납품할 만한 술집들을 조사해주시고, 형은 주류 판매 관련해서 자격증이나 허가증 쪽 부탁할게.”

“오케이.”


강하윤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봤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

감히 미래백화점 사장님을 앞에 두고 훈수를 두는 것 같아 괜히 민망한 기분이었다.


“틀린 부분 있으면···.”

“저 사람은 형이고 나는 왜 사장님이에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당황한 표정을 했다.


“저도 그냥 이름으로 불러요. 미팅 가서도 그렇게 부르면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

“어···, 그래요.”


어딘가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가 끝났다.

강하윤과 최기현은 저녁에 다시 내려오겠다며 서울로 올라갔고, 나는 나 대로 바쁘게 나갈 준비를 마쳤다.


우리 셋이 다시 모인 건 그날 저녁이었다.

강하윤이 먼저 리스트업한 종이를 테이블에 올렸다.


“우선 충남권을 중심으로 술집들을 알아봤어요.”

“서울이 아니라요?”

“제가 아직 미래 그룹의 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거든요. 서울에서 일을 벌이면 눈에 띌 가능성이 있어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초반을 어떻게 넘기냐였다.

확실히 미래 그룹이 눈 아래에서 일을 벌이기보다는 충남을 중심으로 범위를 점점 넓혀가는 게 현명한 방법이었다.


리스트에 오른 술집들을 쭉 살폈다.

오며가며 종종 가던 곳이 눈에 들어왔으며, 모르는 곳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술집인 듯했다.


“좋네요. 제가 아는 사장님들도 꽤 있고.”

“나도 오늘 세무서 다녀 왔어. 최대한 빨리 처리해달라고 부탁하긴 했는데 허가증이 원체 오래 걸리는 일이라···.”

“어쩔 수 없지.”


원래 제일 귀찮고 피곤한 게 허가증이나 영업 신고 같은 서류 떼다 바치는 일이다.


나 혼자 했으면 얼마나 막막했을까.

새삼 동업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현이 형은 계속 고생해주고 사장님은···, 아니, 하윤 씨는 내일부터 저랑 본격적으로 술 만들어요. 허가 떨어지면 바로 유통할 수 있게요.”

“저도 물약을 만들 수 있는 거예요?”

“둥! 둥둥!”


대답이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언제부터 있던 건지 둥둥은 소파에 앉아서 열심히 우리 계획을 경청하고 있었다.


강하윤이 꿀 떨어지는 눈으로 둥둥을 바라봤다.


“너도 만들 줄 안다고?”


놈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애착 인형 만지듯이 찰흙 머리통을 만지던 강하윤이 문득 나를 바라봤다.


“근데 물약은 아무나 못 만드는 거 아니었어요?”

“제가 옆에서 관리하면 괜찮아요.”


연금술사는 일종의 라이선스였다.

쉽게 말해, 아무리 같은 재료와 같은 방법을 써도 ‘연금술사’라는 라이선스가 없으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된다.


파주의 연구소만 해도 그랬다.

남춘태의 연구 일지에는 ‘CT-01’과 ‘CT-02’에 얼마나 다양한 시도를 했는지 적혀있었다.


그중에는 당연히 물에 끓이는 방법도 있었지만, 결과물은 알다시피 독극물보다도 못했다.


반대로 둥둥은 어떻던가?

하루가 멀다고 나와 물약을 만들었는데, 독극물은커녕 불량품 하나 나온 적이 없다.


연금술사가 옆에서 관리할 것.


물약의 조건은 이것만 충족하면 된다.

만약의 사태에는···, 봉인의 물약을 다시 써야지.


자료들을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가 바쁘게 움직였고 이만하면 결과도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오는 길에 고기 사 왔어요. 마당에서 구워 먹으면서 가볍게 술이나 한잔···.”

“아니요.”


강하윤이 말을 뚝 잘랐다.

태연한 얼굴과 달리 귀가 새빨갛다.


“···오늘은 고기만 먹어요.”


반응이 어딘가 묘하다.

아무래도 어제 일이 기억 난 모양이다.


* * *


정신없는 몇 주가 흘렀다.

그간 최기현은 행정적인 절차를, 강하윤은 마당에서 나와 마당에서 물약을 만들었다.


물약을 만드는 것도 나름 몸 쓰는 일이다.

젬병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강하윤은 불평 한마디 없이 물약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중간중간 둥둥한테 혼나기까지 한 탓에, 가끔 꿈을 꾸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입김이 하얗게 부서지는 어느 오후.


“이제는 혼자서도 잘 하시네요.”

“그런가?”


강하윤이 옅게 웃으며 국자를 저었다.


“이러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알고 보면 저도 연금술사 체질 아니에요?”

“나중에 2호점 내면 하윤 씨가 사장님 해요.”

“그럼 직원으로 둥둥 쓸래요.”

“쟤가 안 따라갈걸요.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둥?”


다른 솥을 맡고 있던 둥둥이 나를 바라봤다.

강하윤이 둥둥의 표정을 보더니 즐겁게 웃었다.


“저거 개소리하지 말라는 표정 맞죠?”

“···네.”


둥둥을 노려보는데 마당으로 차가 들어섰다.

운전석에서 내린 최기현이 급히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허가증 나왔다!”

“정말요?!”


최기현이 상기된 표정으로 서류 몇 장을 건넸다.

사업자 등록증과 허가증 등이었다.

원래라면 허가증만 하더라도 한 달 가까이 걸리는데, 이정도면 굉장히 빨리 처리한 편이었다.


“드디어 시작이네요.”

“어디에 먼저 납품할지는 생각해봤어요?”

“예, 전화 드리던 곳 있어요.”


후다닥 작업실로 들어가 차 키를 꺼내왔다.


“다녀올게요.”


차를 끌고 향한 곳은 서산 시내였다.

시골에서도 그나마 시골 티가 나지 않는 곳이었으며, 젊은 사람들의 수도 꽤 많았다.


나도 고등학생 때 종종 놀러 오던 곳이었다.

동창회를 했던 곳이 이 근처였지 아마.


차를 세운 곳은 김무배가 운영하는 술집이었다.

서산 시내에서 좀 벗어나 오가는 사람이 적은 곳이다.


김무배는 나보다 2살이 많은 고등학교 선배였다.

자당리에서 같이 자란 사람이 좋을 것 같다는 것도 물론 이유 중 하나였지만, 그것보다는 김무배의 음식 솜씨를 잘 알기 때문이었다.


딸랑-!


술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식탁을 닦고 있는 아르바이트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늦은 오후였음에도 사람이 별로 없다.

장사가 잘 안된다고 듣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손님이 더 없는 모양이다.


“몇 분이세요?”

“손님은 아니고 사장님 뵈러 왔어요.”

“네, 잠시만요.”


아르바이트가 후다닥 주방으로 달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쩍 마른 남자가 걸어 나왔다.


“날 찾는다고?”


김무배의 눈이 나를 향했다.


“어? 현호야!”

“안녕하십니까, 형님.”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김무배가 깡마른 손을 흔들었다.

어째 못 본 사이에 살이 더 빠진 것 같다.


김무배는 동네에서도 순하기로 소문 난 사람이었으며, 그래서 술집을 한다고 했을 때 동네 어른들이 얼마나 말렸는지 모른다.


의외로 지조 있게 밀어붙인 듯 했지만···, 듣기로는 조만간 가게를 내놓는다던가.


“잘 지내셨어요?”

“나야 똑같지 뭐.”

“장사는···.”


어색하게 말꼬리를 흐렸다.

파리 날리는 게 눈에 보이는데 장사 잘 되냐고 묻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김무배가 힘없는 웃음으로 답했다.


“근데 어쩐 일이야? 한 잔 팔아주게?”

“네, 따로 드릴 얘기도 있고요.”


차도 끌고 왔고, 원래는 안 마시고 그냥 가려고 했다.

하지만 가게 꼴을 보니 나라도 한 잔 팔아줘야겠다.


“편한 자리에 앉아. 동호야 메뉴판 좀 갖다 주고.”

“네, 사장님.”


자리에 앉아 강하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30분 정도 지나니 강하윤과 최기현이 술집으로 들어왔고 마침 음식도 나왔다.


김무배가 강하윤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저분···.”

“저랑 동업하시는 분이에요.”

“너 진짜 성공했구나! 미래 그룹 밑에서 일한다고 듣기는 했는데 설마 저분이랑 동업할 줄은 몰랐지!”

“하하···, 미래 그룹이랑 같이 하는 건 아니에요.”


강하윤이 가볍게 인사하며 자리에 앉았다.

아르바이트생이 수줍게 다가오더니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고, 얼떨결에 사진까지 찍은 후에야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강하윤이 젓가락을 내려놨다.


"굉장히···."


첫입을 먹은 강하윤의 소감은 간단했다.


“맛있네요.”

“그러게. 근데 손님이 왜 이렇게 없지?”

“시내랑 좀 떨어져서 그런 것 같아요.”


마침 김무배가 부엌에서 나왔다.


“안주는 입에 좀 맞아?”

“예, 맛있어요. 시간 괜찮으시면 잠깐 앉으실래요? 제안 드릴 게 있거든요.”

“무슨 제안?”


최기현에게 눈짓하자 가방에서 술을 꺼냈다.

깔끔한 흰색 병에는 ‘3H’라는 로고가 붙어있었다.


백현호, 강하윤, 최기현.

우연히 3명 다 이름에 ‘H’가 들어가서 의견을 냈었고 자연스럽게 쓰는 중이었다.


“이번에 제가 새롭게 런칭하는 술이에요. 여기서 가장 먼저 선보이면 좋겠는데 형님 생각은 어떠세요?”

“이···, 이걸?”

“네, 테이블마다 이걸 한 병씩 서비스로 주시면 돼요. 2병 째부터는 SNS에 올려주는 조건으로 주시고, 3병 째부터는 제값 받으시면 돼요.”


김무배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했다.


“나야 상관없는데···, 괜찮겠어? 너도 봐서 알겠지만,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아니거든.”

“괜찮습니다.”


자신만만하게 웃어 보였다.


“이제 잘 될 거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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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047 - 파주 옆 동두천 +6 24.09.03 3,300 110 12쪽
46 046 - 녹색 괴물 +8 24.09.02 3,573 117 11쪽
45 045 - D-1 +8 24.09.01 3,852 118 12쪽
44 044 - 아더 월드 +10 24.08.30 4,123 126 12쪽
43 043 - 고급화 전략 +5 24.08.29 4,236 138 12쪽
42 042 - 방송사고? +5 24.08.28 4,414 1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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