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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262_quddus122 3 님의 서재입니다.

한약방의 연금술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평택안중
작품등록일 :
2024.07.15 15:20
최근연재일 :
2024.09.1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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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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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7 - VIP

DUMMY

#027




강하윤이 힘겹게 눈을 떴다.

간이 의자에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마침 의사를 만나러 갔다가 돌아오던 최기현도 놀라서 달려왔다.


“사장님!”

“여기가···.”

“병원입니다.”


강하윤이 자신의 팔에 꽂힌 링거를 바라보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죠? 마당에서 음료수 같은 걸 마셨던 것까지는 기억나는···.”

“과로랍니다.”

“과로?”

“예, 사장님. 요 며칠 박준영 사건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주무셨지 않습니까?”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요란하게 정밀 검사를 할 때는 심장이 얼마나 쫄깃했는지 모른다.


의사 소견이 과로였기에 망정이지, 엉뚱한 게 나왔으면 물약을 세상에 내놓기도 전에 폐기할 뻔했다.


그보다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구나.


물약의 효과가 생각보다 빨리 돌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강하윤의 몸은 이미 지쳐있던 모양이다.


강하윤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서 퇴원 절차 밟으세요.”

“사장님, 며칠 푹 쉬시는 게···.”


강하윤이 더 말하지 말라는 듯 손을 내둘렀다.

고민하던 최기현이 결국 고개를 꾸벅 숙이며 물러났다.


“쇼핑몰 관련해서 얘기하러 갔다가 괜히 시간만 뺏었네요.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엄밀히 따지면 강하윤도 피해자였고···, 귀한 시간을 뺏은 건 내 쪽일지도 모르지.


“근데 무슨 얘기요?”

“지금 쇼핑몰 상황이 말이 아니잖아요.”

“그렇죠.”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의 평점이 1점대였다.

심지어 5점 만점도 아니고 10점 만점인데.

그건 내가 파는 상품에 관한 평가가 아닌, 대중들이 몰락한 영웅에게 내리는 평가였다.


“물건만 좋으면 쇼핑몰은 언젠가 궤도에 오를 거예요. 다만···.”

“시간이 좀 걸린다는 거죠?”

“네.”


나도 충분히 예상한 일이다.

사람들의 분노는 평점이 되어 흉터처럼 남아있었고, 완전히 아물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했으니까.


강하윤이 슬쩍 나를 바라봤다.

진지한 표정 뒤에 미묘한 장난기가 있었다.


“숨겨놓은 미담 같은 건 없죠?”

“내가 뭐 자판기에요? 누르면 미담 나오게···.”


나도 모르게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강원도까지 가서 쓰레기를 줍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 달라고 할 걸 그랬네.”

“무슨 사진이요?”

“박준영 찾으러 갔다가 쓰레기를 좀 주웠거든요. 그걸 어떤 여자분이 찍으셨더라고요.”


강하윤이 멍하니 눈을 끔뻑였다.

듣기에 문장의 맥락이 퍽 이상 모양이다.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

추적의 물약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지만,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덧붙이는 정도는 가능했다.


“블랙박스에 박준영이 통화하던 모습이 찍혀 있었잖아요? 알아보니까 강원도 강릉에 있는 공중전화였고.”

“그랬죠.”

“그래서 강원도에 있는 공중전화까지 갔었어요. 박준영이 증거를 남겼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아하.”


강하윤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대로 이해를 한 모양이다.


“증거를 찾으러 갔는데 결국 못 찾았고, 아쉬운 마음에 쓰레기나 줍다가 왔다?”

“예···, 뭐.”

“백현호 씨도 가만 보면 참 특이하네.”


내가 생각해도 이야기의 진행이 이상하긴 하다.

이러다가는 괜히 의심만 살 것 같아 화두를 돌렸다.


“그보다 제가 신제품을 개발했는데···.”

“어떤 건데요?”


강하윤이 고개를 홱 돌려 나를 바라봤다.

예상보다 격한 반응에 되레 내가 놀랄 정도였다.


신제품은 당연히 탈진의 물약이었다.

어떻게 쓸지 방향까지도 정해두었지만, 아직 이름을 붙이지는 못했다.


고민하다가 머릿속의 단어를 대충 조합해 뱉었다.


“다이어트 보조제요.”



< 27 >



순탄한 인생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꼽자면 망설임 없이 지난 일주일을 꼽을 수 있었다.


물론 정신적으로 힘든 건 아니었다.

박준영은 재판에 넘겨졌으며, 적게나마 쇼핑몰에도 좋은 후기가 달리고 있었으니까.


순전하게 몸이 힘든 나날들이었다.

남들이 보면 태릉 선수촌에 들어갔다고 착각할 만큼 매일매일을 땀에 절어 살았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거쳐 탄생한 결과가 눈앞에 있는 ‘약밥’이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음료수 형태를 생각했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다.


“에너지가 너무 빨리 타버린단 말이지···.”


엄밀히 말하면 탈진의 물약은 독이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먹는 사람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위험성이 커지는 게 당연했다.


빼앗긴 에너지를 보충해야 했다.


이미지적으로도 건강하고, 실제로도 영양소가 풍부하며, 열량 또한 높은 음식···.


고민하고 고민하다 내놓은게 바로 약밥이었다.

다른 걸 만들기에는 요리에 소질이 없기도 했고.


약밥은 기본적으로 탄수화물이 풍부하고 단백질과 지방도 들어가기 때문에 탈진의 물약과 균형이 맞았다.


“읏차!”


냉장고에 넣어둔 반찬 통을 꺼냈다.

뚜껑을 열자 달콤하고 고소한 약밥 냄새가 풍겼다.


“흐음.”


약밥의 효능 이미 넘치도록 확인했다.

이제는 어떤 식으로 판매하느냐가 문제인데···.


고민하다가 강하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사장님. 바쁘세요?”


[ 괜찮아요. 말해요. ]


“저번에 말씀드렸던 신제품 완성했습니다. 직접 보여드리고 싶은데 언제가 괜찮으세요?”


[ 저녁에 작업실로 갈게요. ]


“예, 그럼 저녁때 뵙겠습니다.”


* * *


오후 10시, 작업실.


짝!


“흐익!”


아닌 밤중의 따귀에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니 둥둥이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중이었다.


순간 어이가 없어 뺨을 어루만졌다.


“너···, 너 지금 나 때렸냐?”

“둥! 둥둥!”


놈이 마당을 보라는 듯 손짓했다.

마당으로는 벌써 강하윤의 차가 들어서고 있었다.


깨워줄 거면 좀 곱게 깨워주지···.

원망스러운 눈으로 둥둥을 찾았지만, 놈은 이미 창고에 숨어버린 후였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마당으로 나갔다.


“오셨어요?”

“미안해요, 일이 많아서 좀 늦었네요.”

“괜찮습니다. 들어오시죠.”

“저는 차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강하윤이 고개를 끄덕이고 내 쪽으로 걸어왔다.

작업실로 들어와 강하윤을 소파에 앉혀둔 뒤 냉장고에서 약밥을 꺼내왔다.


약밥을 탁자 위에 놓자마자 강하윤이 손을 뻗었다.


“잘 먹을게요. 안 그래도 저녁 걸러서 배고팠는데.”


강하윤이 거리낌 없이 약밥을 집었다.

나도 모르게 어이없는 표정으로 강하윤을 바라봤다.


“처방전 내려준다는 주치의가 있기는 한 거죠?”

“당연하죠.”


약밥을 우물우물 씹던 강하윤이 대뜸 날 노려봤다.


“왜요, 저번처럼 아까워서 그래요?”

“그때도 아까워서 그런 거 아니라니까···.”

“맛은 괜찮네요. 백현호 씨가 직접 만든 거예요?”

“네.”

“참, 신제품은 어딨어요?”

“지금 드시고계시잖아요.”


약밥을 씹던 강하윤이 턱이 우뚝 멈췄다.

강하윤이 가만히 약밥을 바라보더니 은근히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맛이 괜찮기는 한데 경쟁력 있는 상품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약밥이 모든 세대에 잘 팔리는 음식도 아니고···.”

“만약 그걸 먹기만해도 살이 빠진다면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강하윤을 바라봤다.


“그럼 경쟁력이 좀 생길까요?”

“···농담이죠?”

“농담 아닙니다. 지금 드시고계신 약밥이 저번에 말씀드렸던 다이어트 보조제에요.”


강하윤이 다시금 약밥을 바라봤다.

반으로 갈라서 내부를 확인해보는 듯했지만 그런다고 탈진의 물약을 찾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한참이나 질문을 하려다 말길 반복하던 강하윤의 입에서 나온 건 퍽 단순한 질문이었다.


“대체 어떻게?”

“핵심만 설명하면, 특제 약밥이 몸속의 칼로리를 태워버리는 원리에요.”

"그러니까 대체 어떻게요?"

"그건 영업 비밀입니다."


강하윤이 멍하니 약밥을 바라봤다.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

다이어트를 떠나, 이건 당연한 진리였다.

하지만 내가 만든 약밥은 그 단순한 진리를 완전히 뒤집어엎은 제품이었다.


먹어서 찐 살을, 먹어서 뺀다.

이것만큼 혁신적인 다이어트가 어디 있을까.


“몸에 열이 올라오는 것 같지 않아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약밥 하나에 1시간 정도 유산소 운동을 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강하윤이 믿기 어려운 듯 약밥을 이리저리 살폈다.


“이걸 쇼핑몰에서 판다는 건가요?”

“아니요.”


아쉬운 표정으로 약밥을 어루만졌다.

이건 노화의 물약처럼 땅에 뿌리는 게 아닌, 인간이 직접 섭취하는 음식이었다.


건강한 성인 남성 기준 정량이 하루에 3개.


문제는 약밥을 구매한 사람이 정량을 지키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데 있었다.


이건 회복 물약과 분류 자체가 다르다.

회복 물약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부작용은 커녕 몸이 좋아지기만 했다면, 이건 과하게 섭취하는 순간 몸이 견디질 못한다.


심지어 약밥은 '간식' 형태였다.

누군가는 습관적으로, 또 누군가는 끼니 대용으로 이것만 먹을 수도 있다.


약밥을 만들 때부터 고민하던 부분이기는 했다.

간편함과 통제력은 반비례하기 마련이니까.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이건 VIP 전용으로 소량만 판매할 생각입니다.”

“VIP면 누굴 말하는 거죠?”

“생각 중입니다. 첫 손님인 만큼 최대한 효과를 많이 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는데···.”


말하며 슬쩍 눈치를 봤다.

사실 강하윤을 부른 이유도 이거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 가(家) 사람이라는 건 둘째치고, 백화점 사장이 아니던가?


알고 지내는 VIP들이 한둘이 아닐 터였다.


강하윤이 돌연 날 보고 픽 웃었다.


“VIP를 구해달라?”

“하하···.”

“좋아요. 백현호 씨의 사업은 미래백화점에도 중요하니까. 뚱뚱한 사람이면 되나요?”

“예, 사장님!”

“지금 생각나는 사람이 하나 있기는 한데···.”

“누군데요?!”

“돈 많고 까탈스러운 사람이요.”

“괜찮습니다!”


성격 더러운 놈들은 차고 넘치도록 만나봤다.

어지간한 인간은 그냥 웃으며 넘길 자신이 있다.


강하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마침 저도 뵈러 갈 일이 있으니까 같이 가요. 내일 아침에 데리러 올게요.”


* * *


다음날, 오전 9시.


상견례에 온 사람처럼 공손히 다리를 모았다.

눈앞의 노인이 지긋이 나를 노려보더니 이내 강하윤 쪽으로 눈을 돌렸다.


“결혼할 사람이냐?”

“아니요.”


강하윤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강하윤이 VIP라고 소개한 사람은 그녀의 아버지였다.

그렇다면 강하윤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인가?


살아있는 인간 신화.

6·25전쟁 시절 구두닦이로 시작해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을 키워낸 사업가.


미래 그룹 회장, 강천호.

강천호 정도면 확실히 VIP가 맞기는 하다.


TV에서 볼 때는 그냥 풍채 좋은 영감이구나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비만이긴 했다.


“백현호 씨가 아버지 체중 관리해드릴 거예요.”

“···저 친구가 내 체중을 어떻게 관리해?”

“운동이랑 식이요법 병행하면···.”

“내가 그런 거 할 시간이 어딨어?!”


강천호가 대뜸 언성을 높였다.


“네 오빠 하는 꼴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눈만 돌렸다 하면 사고가 터지는데!”

“아버지.”

“너도 저런 놈 구해올 시간에 오빠나 도와! 회사가 나 없이도 돌아가야 편하게 살을 빼든, 눈을 감든 하지!”


애꿎은 불똥이 강하윤에게로 튀었다.

뭔가 사정이 있는 듯했지만, 거기까지는 내 알 바가 아니었고 요약하자면 ‘그럴 시간이 없다.’ 정도인 듯했다.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올렸다.


“회장님.”


강천호의 매서운 눈이 날 향했다.


어떻게 얻은 VIP 고객이던가?

심지어 미래 그룹 총수 정도 되는 양반이라면 입소문이 나는 건 시간문제일 터였다.


여기서 놓치는 건 말도 안 된다.


“제가 회장님의 시간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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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051 - 양심 고백 +4 24.09.08 2,419 95 12쪽
50 050 - 연구소 털기 +8 24.09.06 2,583 93 11쪽
49 049 - 강력한 봉인의 물약 +5 24.09.05 2,693 94 12쪽
48 048 - 수소문 +6 24.09.04 2,876 102 12쪽
47 047 - 파주 옆 동두천 +6 24.09.03 3,124 106 12쪽
46 046 - 녹색 괴물 +8 24.09.02 3,385 114 11쪽
45 045 - D-1 +8 24.09.01 3,671 115 12쪽
44 044 - 아더 월드 +10 24.08.30 3,936 123 12쪽
43 043 - 고급화 전략 +5 24.08.29 4,042 135 12쪽
42 042 - 방송사고? +5 24.08.28 4,223 145 12쪽
41 041 - 평화 +4 24.08.27 4,297 136 12쪽
40 040 - 탈출 +9 24.08.26 4,381 132 13쪽
39 039 - 저거 나 아니야? +6 24.08.24 4,581 146 12쪽
38 038 - 복제의 물약 +6 24.08.23 4,644 149 12쪽
37 037 - 악마 +8 24.08.22 4,898 151 12쪽
36 036 - 소방관 +9 24.08.21 5,223 153 12쪽
35 035 - 몽환의 물약 +9 24.08.20 5,465 156 12쪽
34 034 - 저 여자 진짜 뚱뚱하네 +7 24.08.19 5,697 169 12쪽
33 033 - 유아이 +8 24.08.18 6,026 1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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