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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적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로 날아간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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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흉적
작품등록일 :
2022.01.2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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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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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7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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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쿠오 바디스 - 6화

DUMMY

레버넌트의 조종석에서 세르반테스가 주먹을 내리쳤다.


“이 썩을 것이!”


거친 욕설이 정말 오래간만에 노신사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그것만으로 지금 그의 심정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속았습니다. 완전히.


복구가 된 통신 채널에는 허탈함으로 가득 찼다.


가문이 전력을 다한 건곤일척의 승부가 일개 생도들에게 농락당한 것이다.


이쪽으로 강하한다는 디메스의 병력은 가짜였다. 전파 방해가 사라지자 레이더에 잡히는 대병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저쪽의 디메스 돌격대 또한 가짜였다. 요격대의 보고에 의하면 적은 단 한 대였다고 한다.


그 결과 소수만 남은 본관의 병력은 전멸당하고 애써 잡은 인질들은 모두 탈출하고 있다.


때문에 본대는 지금 공장 주변에서 급하게 돌아가려고 애가 탔다.


-서둘러라! 서둘러 본관으로 가라!


-일단 탈출하는 놈들의 꼬리를 잡아! 어떻게든 발을 묶어라!


-놈들이 탈출하면 모든 것이 허사다!


혼란한 가운데 여기저기서 명령이 튀어나오고, 레버넌트 대부대가 허둥대며 본관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때 저쪽에서 플라스마 공격이 날아왔다.


단 일격에 대열의 중간에 섰던 레버넌트가 격추된다.


-저격이다!


-디메스의 플라스마 저격이다!


-요격부대는 뭐하는 거야?


-아까 간 녀석들은 전멸했잖아!


-대응사격! 대응사격을 해라!


레버넌트들이 플라스마 포격이 나온 곳으로 반격을 하려 했지만, 눈 먼 탄환만 날아갈 뿐이다.


미사일과 레일건, 레이저 캐논 등이 플라스마 포격이 날아온 숲을 향해 무수히 날아가지만 큰 효과가 없으리란 것은 쏜 쪽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잠시 후 사격이 멈췄다. 반응을 보려는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반응이 왔다.


플라스마 포격이 날아와 액티브 센서를 가동하던 레버넌트의 머리부터 가슴까지 그어서 녹여버렸다.


곧이어 레버넌트들이 방금 포격이 날아온 곳을 향해 다시 반격을 했다.


-어디야! 이 새끼! 어디서 쏜 거야!


-아무런 조준 신호가 없어! 레이더도, 레이저도!


-무슨 소리야! 지금 전파 방해는 풀렸잖아.


가문 일원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세르반테스의 이마에서 핏줄이 돋았다.


“그게 아냐, 놈이 우릴 조준 보정하지 않고 수동으로 쏜 거란 말이다!”


세르반테스의 일갈에 통신 회선이 조용해졌다.


“놈은 눈으로 우릴 보고 쐈다. 오직 시각 센서만으로.”


가주의 낮은 으르렁거림은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백전노장 세르반테스 카리옷이 그렇다는 데 어쩔 것인가.


그리고 세르반테스는 방금 저격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파악했고, 누가 쐈는지를 짐작해냈다.


‘이진건, 이 괴물같은 놈.’


아무리 시각 센서가 좋고 망원으로 조준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


이런 초 장거리 저격은, 특히나 대기권 내에서 레이저나 플라스마 병기를 쏘려면 행성의 자전력이나 지자기계, 습도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계산해야 한다.


즉 방금 같은 사격을 하기 위해선 목표가 있는 곳의 일련의 정보들을 모두 수집해야 한다는 뜻이다. 각종 센서를 사용해서.


그래서 카리옷은 그런 센서의 사용흔적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추척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쓰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런 정보를 일절 수집하지 않고 그냥 눈으로 보고 저격했다는 것은 중간 오차를 자신이 전부 계산해서 쐈다는 뜻이기도 하다.


-거리를 좁혀! 놈은 하나다. 수로 밀어붙여서 누르는 거다.


누군가의 말에 카리옷 파일럿들은 다시 태세를 재정비했다.


애초에 이번 작전은 아카데미를 단숨에 점거하려는 작전이었기 때문에 초장거리 저격에 대해선 대비책을 세워두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초장거리포 사격이라 해도 이런 병력 수 차이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일단의 병력들이 저격하는 방향을 향해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본 세르반테스는 뭔가 말하려던 입술을 깨물고 레버넌트를 몰아 공장으로 들어갔다.


-가, 가주님. 지금 뭘 하시는···


“모르는 놈은 거기 그대로 있고, 아는 놈만 따라와라.”


세르반테스는 몇몇 에이스들과 함께 공장으로 들어가 레버넌트의 장비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장갑은 대 레이저나 내열장갑으로, 그리고 방패를 추가.


그리고 무장창에는 열에너지 병기에 대처하기 위한 교란용 유탄들을 장비했다.


그러는 동안 막무가내로 뛰쳐나간 천둥벌거숭이들의 비명이 들려온다.


-아악, 살려줘.


-도와주세요. 아아악.


지금 죽는 놈들은 분가의 머저리들이다.


실력도, 혈통도 뒤떨어지는 놈들은 지금을 공을 세울 기회로 착각하고 나섰다가 도리어 터져나가고 있다.


‘솎아낼 때도 되었지.’


세르반테스가 차갑게 비웃었다.


놈들의 죽음은 본가의 엘리트들에게, 지금 세르반테스 옆에서 같이 장비를 교환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교재와 양분이 될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저런 쭉정이들의 목숨은 얼마든지 버려도 아깝지 않았다.


세르반테스는 즉시 명령을 내려 탈출하는 교장파를 잡을 추격 부대와 이진건을 잡을 요격 부대를 재편성했다.


그리고 자신이 요격부대의 선두에 섰다.


“가자.”


-넵!


대 디메스 용으로 장비를 교환한 세르반테스의 레버넌트가 앞장섰고, 엘리트 무리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이들은 비행 모듈을 장비했으나 날지 않았고, 날개로는 다운 포스를 발생시켜 지면에 딱 붙어서 대지를 박차며 이동했다.


“산란 유탄 발사.”


세르반테스의 명령에 따라 유탄이 발사되었다.


저 멀리 날아간 유탄들은 폭발하며 무수한 자탄을 뱉었고, 이 자탄들이 다시 터져 가볍고 질긴 섬유를 뿜어냈다.


그리고 그 섬유들은 허공에 떠서 일렁이다 서로 정전기로 달라붙어 거미줄처럼 엮이더니 레버넌트 무리가 날아가는 궤도 앞을 뒤덮었다.


그와 동시에 플라스마 포격이 이들을 노리고 날아왔다.


그러나 고온의 플라스마가 산란 섬유막에 닿자 이 섬유들은 플라스마의 열에너지와 전하를 흡수하며 급속 팽창하였다.


그렇게 산란막을 뚫고 약해져서 날아온 플라스마는 선두에 선 세르반테스의 레버넌트의 가슴에 그대로 명중했다.


방패의 빈틈을 노린 절묘한 저격이었다.


하지만 대 디메스 장비를 한 레버넌트에는 그리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아슬했군.”


간만에 실전으로 돌아온 느낌에 세르반테스가 스산한 미소를 지었다.


-세르반테스님! 뒤로 물러나십시오!


-선두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뒤따라오던 레버넌트들이 앞 다투어 세르반테스의 앞을 막아섰다.


“허둥대지 마라. 놈은 궁지에 몰렸다. 이대로 조이기만 하면 우리의 승리다.”


-하지만 가주님. 놈이 이대로 도망치면 중무장한 우리들로썬 추격하기 힘듭니다.


현재 레버넌트는 중장갑이라 이전에 비해 속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 만약 고기동형인 상대가 도망치면 이쪽으로선 추격하기가 힘들다.


“그것 또한 우리가 이기는 것이지.”


-네?


“아직도 모르겠는가? 여기서 우리가 거리를 더 좁히면 놈은 탈출하는 교장파에 합류할 루트가 없어지게 된다. 그런데 도망친다? 놈은 교장파에 결코 합류할 수 없어. 그러면 그동안 추적대가 다시 도망치는 놈들을 잡으면 되는 거야.”


이진건은 그야말로 와일드 카드 그 자체다.


아머드 기어 설계 지식에 파일럿 실력, 거기에다 상상도 못할 실전 경험까지.


아머드 기어에 탄 이진건은 일당백, 아니 일인군단 그 자체였다.


그런 놈이 만약 교장파에 합류하게 되면 일이 굉장히 골치 아파진다.


‘하지만 놈은 요격부대와 싸운 다음 탈출루트에 합류하기보다는 우리의 주의를 끌었어.’


그 말은 이진건이 혹시라도 인질들이 전투에 말려들게 될 희생을 극히 꺼린다는 말이다.


지금 놈이 이쪽을 공격한 것도 일부러 자신 쪽으로 덤비도록 유인한 것임이 분명했다.


실력에 비해 냉정함과 냉철함이 부족한 놈이다.


“그러니 판을 깔아주면 놀아주는 게 예의겠지.”


-네?


“아니, 혼잣말이다.”


세르반테스가 이끄는 요격 부대는 차츰 포위망을 좁혀갔다.


2중 3중으로 촘촘하게 구성한 포위망은 이진건이 탈출하는 교장파쪽으로 결코 합류할 수 없게끔 되어 있다.


“사격 개시! 놈의 발을 묶어라!”


마침내 세르반테스가 이끄는 부대가 이진건의 기체를 발견하고 사격하기 시작했다.


무수한 화망이 그어지고, 산지니가 이를 피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플라스마 포격이 발사되지만, 이번에도 산란막과 중장갑에 막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놈은 고기동형 기체다. 기체에 쏘지 말고 면에, 공간에 화력을 투사해라!”



세르반테스의 명령에 따라 레버넌트들이 산지니 주변의 공간에 화망을 형성했다.


엄청난 화력의 폭풍이 산지니를 휘몰아치려 하지만, 그때마다 산지니는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반격을 시도했다.


-어떻게 저런 기동이···.


본가의 내로라하는 엘리트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그만큼 눈앞의 저 처음보는 아머드 기어가 보이는 기동이 신들린 것이다.


하지만.


“저 기체는···미완성이군!.”


세르반테스는 바로 알아보았다. 그 역시 아머드 기어의 제작에 일가견이 있다.


그는 산지니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완전히 조정되지 않았음을 파악했다.


팔다리의 버니어를 이용해 허공을 박차듯 급기동하는 아이디어는 훌륭하다. 그것을 실행하는 실력 또한 훌륭하다.


‘그러나 기체가 저래서야.’


맹렬하게 움직이던 아머드 기어가 갑자기 멈칫 하더니 등에 달린 비행 모듈로 회피기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냥 브레이크로 쓰던 날개에 양력을 구걸하는 광경은 보는 세르반테스가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저건 십중팔구 기체의 기동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


“어딘가의 실험용 기체를 끌어낸 모양이군.”


이건 그야말로 천재일우의 기회.


일인군단 이진건을 생포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의 피를 카리옷에 더할 수 있다면, 카리옷은 앞으로 더욱 번창할 것이다.


그때 산지니가 화망을 뚫고 갑자기 이리로 날아왔다.


주무장인 플라스마 라이플을 마치 랜스처럼 앞세우고.


그 모습에 젊은 파일럿들이 호승심을 불태우며 마주 달려간다.


-흥, 원거리에서 안되니 근거리에서 플라스마를 쏘려고?


-어림없다. 네놈의 화력은 이미 파악했다.


이들의 판단이 틀린 것은 아니다.


지금 레버넌트는 대 디메스 용으로 세팅되어 섬유 산란막이 없어도 저 플라스마 포의 공격에 한 방으로는 격추되지 않는다.


게다가 저 플라스마 라이플의 발사 딜레이가 긴 것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처음의 포격을 누군가가 받아낸 다음, 다른 동료가 뛰어들어 이진건을 마무리 지으려는 생각인 것이다.


‘···이진건이 그것을 생각하지 못할까?’


그때 세르반테스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불길한 예감이 있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언제나 자신을 살려줬던 예감이다.


이진건과 아군 파일럿들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순간, 그 예감의 경고가 극에 달했다.


“안돼! 피해!”


세르반테스가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이진건은 플라스마 라이플을 마치 장창을 휘두르는 자세로 뒤로 치켜든 다음 라이플의 응집초점을 최근거리로 설정했다. 그다음 플라스마를 최고화력으로 발사했다.


그러자 플라스마 라이플의 총구에서 길다란 플라스마 창날이 뿜어져 나왔다. 거의 아머드 기어의 키만한 긴 창날에 출력도 이때까지완 비교도 안 될 정도다.


그리고 이진건은 그 창을 휘둘러 자신에게 다가오던 중장형 레버넌트 무리를 베었다.


가느다란 태양이 한 번 지나가자 거기에 있던 다섯 대의 중장형 레버넌트가 한 번에 두 동강이 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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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2화 +3 22.06.21 938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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