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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적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로 날아간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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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흉적
작품등록일 :
2022.01.2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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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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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2화

DUMMY

헤일리는 적들의 포진 속으로 뛰어드는 호수의 여인들 생도들을 보았다.


압도적인 성능과 실력을 가진 소수정예지만 숫자는 단 3기.


아무리 고성능에 화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숫자가 적으면 점유할 수 있는 공간에서 차이가 난다.


이러면 전술에서는 이겨도 전략으로 지게 된다.


그래서 이진건은 저번 탈출 당시 아군을 쪼개는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적군을 쪼개어 각개격파를 노렸다.


4 대 100보다는 1 대 25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번 역시 그렇다.


카리옷의 레버넌트들은 갈레온의 궤도 포격과 후방의 지원 포격에 두들겨 맞느라 제대로 병력이동을 하지 못했고, 그사이 이진건을 비롯한 돌격대들이 뛰어들어 하나씩 잘라먹었다.


파상공격과 축차투입의 차이는 오직 타이밍.


쪼개진 병력이 억지로 전장에 투입돼 계속 소모되는 것이 축차투입이라면, 소수의 병력을 정확한 타이밍에 연이어 투입하면 파상공격, 제파 전술이 된다.


방금도 凹(요)자형 대형을 짜놓고 이진건 팀을 기다리던 레버넌트들은 사거리 밖에서의 포격에 깨강정이 났다.


대기하면 레버넌트들 중에서 우측 소대는 아케론의 포격을 두들겨 맞다가 우회해서 들어온 안드로메다에 뒤치기를 당했고, 좌측 소대는 맞은편의 아군이 당하는 것을 보고 지원을 가려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아틀라스에 발이 묶였다.


그 사이 우측 소대는 전멸했고, 아틀라스에게 견제당한 좌측 소대는 바로 지원 온 아케론과 안드로메다에 두들겨 맞고 날아갔다.


그리고 대기하던 주력은 후방의 골드 스푼과 궤도상의 갈레곤의 포격에 짓이겨 지느라 좌우 소대가 당하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전황은 탈환부대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이거 안 좋은데···.”


순식간에 부대 하나를 잘라먹은 이진건이 중얼거렸다.


카리옷은 방금 부대 하나를 던져버렸다. 진짜로 버렸다.


그 결과 아케론, 아틀라스, 안드로메다가 한 무리의 적들을 유린하는 사이 카리옷의 레버넌트들은 후방에서 이미 두터운 포위망을 펼쳐 이쪽으로 쳐들어오고 있었다.


원래 이진건의 계획은 기동력과 집중된 화력으로 전방을 돌파해 적들 수뇌부를 치고, 아카데미의 본관을 장악해 적들의 사기를 꺾는 것이었다.


그런데 적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개새끼들, 존나 찍었네.”


카리옷 이 새끼들이 오늘 쳐들어 온 이유가 다 있었다.


생도들이 탈출했던 그날 이후 이놈들은 공장 풀로 돌려 레버넌트 찍어내고 행성 아퀼라의 예비역들 닥닥 긁어모아 쳐들어 온 것이다.


-우와, 어떻게 이렇게 까지. 미안해.


궤도상에서 정찰하던 엘라노어가 자신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은 병력 수에 사과했다.


“아니, 카리옷은 이미 궤도 정찰력을 빼앗겼다고 가정하고 이 짓 했을 거야.”


아무리 정찰을 하고 첩보로 정보 수집을 해도 이쪽은 풋풋한 생도들이고, 저쪽 카리옷은 전쟁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다.


그런 놈들이 이렇게 작정하고 행성 단위로 기만전술을 쓰면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헤일리 교관님! 거리 유지하면서 붙어요. 너무 떨어지면 저쪽 포위망에 잘립니다.”


-알았어요, 부대 약진!


이진건의 말에 뒤에 있던 골드 스푼들이 포격과 함께 전진한다.


선두의 이진건 팀과 골드 스푼팀의 거리가 벌어지면 그 사이로 카리옷이 밀고 들어와 두 팀을 갈라버릴 수 있고, 너무 가까우면 선두의 전투에 후방이 휘말릴 수 있다.


적당히 거리를 벌려야 카리옷이 포위망을 형성한다 해도 시간이 걸리고, 포위망이 얇아 여차할 땐 뚫고 나가기가 수월하다.


-진건아, 쇼크 랜스 부대 다수 접근중.


루메의 경고대로 열 기 가량의 비행형 레버넌트들이 쐐기 대형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바깥쪽으로 회피 하지마, 정면으로 붙어서 안쪽으로 들어가!”


이진건의 외침에 뒤로 빠지려던 안드로메다가 앞으로 가속해서 선두의 레버넌트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 쇼크 랜스의 쐐기 대형은 선두부터 찌르는 것이 아니다.


선두는 자신이 적의 시선을 끈 채로 빠져 나가고, 그사이 차봉부터 스치듯 긁는다.


그리고 랜스를 소모한 대원은 다른 무장으로 교환하고 반전, 상승한 다음 뒤에서 공격하는 입체 전술이다.


방어력이 강한 적을 상대하는데 탁월한 전술이라 이진건도 자주 썼던 방식이다.


그리고 날아오는 레버넌트들을 아케론이 맞이했다.


엄청난 포화가 선두를 날려버리고 두 번째, 세 번째 적을 휩쓴다.


방패 째로 갈려나가고 동체가 폭발하한다.


비행 모듈이 유폭해 저 멀리 날아가는 놈이 있는가 하면, 팔다리를 잃고 균형을 못잡아 나뒹구는 놈들도 있다.


“아오! 이 독한 새끼들!”


그래도 역시 레버넌트는 질기다. 아케론의 화망에 걸렸어도 두 셋은 아등바등 살아나간다.


문제는 여기서 놈들과 시간을 끄는 사이 후발대의 레버넌트들이 속속 도착한다는 것이다.


원래는 이진건은 새벽의 여명을 틈타 기습을 할 계획이었는데 선수를 빼앗겼다.


이놈들은 분해한 레버넌트들을 화물로 위장해 인근 도시까지 운반한 다음 거기서 조립해서 쳐들어 온 것이다.


그렇게 쳐들어 온 포격형 레버넌트들이 방어기지 앞마당에서 아웅다웅하는 사이 아머드 아카데미 아퀼라에서 출발한 본대가 이쪽으로 도착해 난장판이 벌어졌다.


-진건아, 이거 상황이 안좋은데?


피오는 차츰 거세지는 놈들의 화망을 보며 걱정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우리가 좆된거면 저쪽도 좆된거야.”


그렇게 말한 이진건은 레버넌트 한 기를 공중분해 시켜버렸다.


*****


“되는 일이 없군.”


세르반테스 카리옷이 자신의 기체 안에서 허탈하게 이를 악물었다.


-송구합니다.


선행 부대의 지휘관이 진땀을 뻘뻘 흘리며 사과를 했지만 세르반테스는 그를 탓할 생각이 없었다.


이건 자연재해나 마찬가지다. 상대가 이진건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전을 위해 카리옷은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


이중삼중의 보안에 삼중사중의 기만전술. 거기에 행성단위의 정보수집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이유는 간단하다.


놈들 또한 이쪽과 동등한 수준의 실력을 갖춘데다 그들 역시 최적의 시간을 노리고 쳐들어왔기 때문이다.


우연? 아니다. 가장 좋은 시간을 고른 둘이 필연적으로 부딪혔을 뿐이다.


“조금 이르지만 지금 시작하지.”


-알겠습니다.


세르반테스의 명령에 후방부대가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리옷들이 패를 하나씩 꺼내는 것이다.


‘질이 안되면 양으로.’


현재 이진건과 일대일로 싸울 수 있는 실력자는 카리옷에 없다.


아니, 행성 연합을 통틀어 봐도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패를 늘리면 된다. 판돈을 키우면 된다.


소수정예는 다수의 병력으로 짓밟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세르반테스의 옆을 무언가가 지나갔다.


거대하고 무거운 그것은 아음속의 속도로 날아갔다.


*****


-와와! 저거 뭐야! 다들 조심해.


엘라노어의 경고대로 뭔가 거대하고 무거운 물체가 고속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 물체가 노리는 곳은 바로 궤도 방어기지였고, 발사된 곳은 얼마 전 생도들이 탈출했던 항구였다.


“이 시발!”


이진건 역시 저 옆을 지나가는 물체를 보았다.


그것은 마치 금속을 재활용하기 위해 압축한 직사각형 블록 같았다.


문제는 그 크기가 거의 아머드 기어만 하단 것이다.


-피해!


헤일리 또한 위기를 감지하고 생도들에게 경고를 내렸다.


-어어어? 아악! 교관님, 살려주세요!


허둥대던 생도 한 명의 골드 스푼이 철괴에 휩쓸려 사라졌다.


철괴는 그 자리에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혀 생긴 불똥과 골드 스푼의 다리만 남기고 계속해서 방어 기지쪽으로 날아갔다.


방어기지도 필사적으로 요격했지만 진입각도가 너무 낮아서 맞추기 힘들었다.


아머드 기어만한 철괴는 방어기지 근처에서 가까스로 운동 에너지를 잃고 추락해 거대한 토사를 퍼올렸다.


-저거, 우리가 탈출했던 항구에서 날아왔어.


“이야.”


엘라노어의 말에 이진건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카리옷은 연습함 아퀼라를 발사했던 가속 레일. 그것을 개조해서 포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정확한 명중률은 필요 없다. 애초에 고정되어 있는 기지를 노린 것이기 때문이다.


-또 온다아악! 여기 궤도 계산했어. 사선상에서 피해!


엘라노어가 그것을 저격하려는 찰나 누군가 그 발사궤도에 끼어들었다.


-내가 막을게.


피오의 아틀라스가 철괴의 궤도 앞에 섰다.


뉴로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거신이 흉탄을 막아낼 준비를 하고 섰다.


-피오! 조심해!


-걱정마셔!


루메의 비명과 피오의 기합소리는 굉음에 묻혔다.


아틀라스가 그 거대한 철괴를 받아낸 것이다.


-막았어.


-휘유, 피오! 멋져!


루메와 엘라노어는 탄성을 터트렸다.


그런데 피오의 상태가 이상하다.


지금 아틀라스는 자신이 잡은 철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틀라스의 행동은 곧 피오의 행동이다.


“피오?”


이진건이 그녀를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저 정도 충격에 아틀라스가 큰 피해를 입을 리는 없다.


“피오, 무슨 일이야? 기체에 문제가 생겼어? 대답해 피오.”


그러나 아틀라스는 말없이 자신이 붙잡은 철괴를 잡아 뜯기 시작했다.


압축된 금속덩이를 벌리고 안을 살피던 아틀라스가 동작을 멈췄다.


-···페넬로페 교수님?


조용한 피오의 혼잣말이 한 이름을 부르자 그걸 들은 사람들은 소름이 돋았다.


“피오?”


이진건의 말에 이어 피오가 흐느꼈다.


-나때문이야.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나야, 나 때문에 페넬로페 교수님이 죽었어.


아틀라스가 받아낸 것은 못쓰게 된 철골들을 압착해놓은 철괴였다.


그러나 피오는 이 철골을, 금속 지지대를 본 적이 있었다.


바로 자신들이 탈출할 때 썼던 항구의 가속레일이다.


그것도 부서진 스키점프대 부분이 분명했다.


도색이라던가 형태가 피오가 봤던 기억에 있었다.


그녀 자신이 떠받치기 위해 다가갔기에 확실하게 기억한다.


이 철괴는 지지대를 분해해서 압축한 것이 아니었다.


형태를 보면 아퀼라가 탈출한 다음 무너져 내린 지지대를 그대로 들고 가 압축한 것이 분명했다.


소름끼치는 예상에 피오는 철골들을 뜯었다.


압축된 금속 조각들을 찢고 벌렸다.


그러자 그 안에는 철골 지지대에 꿰뚫리고 짓이겨진 알비온이 있었다.


생도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지지대를 버티고 섰던 페넬로페의 알비온이었다.


군데군데 꿰여져 있는 형태를 보니 파일럿이 안에 있는 채로 압축한 것 같았다.


그걸 본 피오의 안에서 뭔가가 부서졌다.


“내가! 내가 갔어야 했어! 나 때문에 페넬로페 교수님이 돌아가신거야아아-.”


피오의 육체는 굳세고 단단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처받았던 정신에 금이 갔다.


이윽고 그 금이 벌어지고 깨어지기 시작했다.


“나때문이야---.”


피오는 페넬로페와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그러나 퉁명스럽고 차가운 성격의 페넬로페가 실은 얼마나 생도들을 위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페넬로페는 뒤처지는 생도들을 묵묵히 지원해주었고, 따돌림 받는 생도들의 옆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


그리고 피오는 기억한다.


학기 초, 피오가 같은 학년의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 만들어갔던 쿠키는 그녀의 눈앞에서 쓰레기통으로 들어갔었다.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놀라서 얼어붙은 피오가 본 것은 쓰레기통으로 손을 집어넣는 페넬로페였다.


페넬로페 린드버그는 쓰레기통에서 쿠키를 꺼내 한꺼번에 먹고는 감사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때 무뚝뚝한 얼굴로 쿠키를 먹었던 그녀가 저 고철 안에, 알비온 안에 들어있다.


피오 대신 나섰다가 그때 죽은 페넬로페가 지금 피오의 손에 안겨있었다.


“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는 피오에게 또다시 철괴가 날아와 부딪혔다.


아틀라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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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2화 +4 22.06.27 900 39 12쪽
126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1화 +4 22.06.26 981 38 11쪽
125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5화 +2 22.06.24 964 40 12쪽
124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4화 +1 22.06.23 913 38 12쪽
123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3화 +6 22.06.22 951 42 14쪽
122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2화 +3 22.06.21 933 38 12쪽
121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1화 +5 22.06.20 980 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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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엑소더스 - 5화 +9 22.06.17 950 5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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