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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적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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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흉적
작품등록일 :
2022.01.27 01:18
최근연재일 :
2022.07.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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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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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엑소더스 - 1화

DUMMY

‘이것들, 철저하게 준비한 놈들이야.’


루메는 적들의 공격을 피하고 흘려냈지만, 시엘을 호위하는 이놈들의 실력은 남달랐다.


중력장 방어막을 뚫기 위해 처음부터 진동검을 들고 덤벼드는데 검을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아주 베테랑들. 그것도 대 디메스전의.’


카리옷의 베테랑인 이들이 실전경험을 쌓은 것은 주로 디메스와의 전투였고, 이들이 타는 레버넌트 또한 철저하게 대 디메스 용으로 개발된 기체다.


때문에 지금 루메가 상대하기엔 최악의 상성이다.


만약 학기 초의 루메였다면 여기 있는 한 놈에게도 격추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진건이란 괴물과의 경험이 그녀들을 엄청나게 성장시킨 덕분이다.


-아깝군. 인간이었다면 훌륭한 어미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시엘은 솔직하게 감탄했다. 감탄의 기준이 카리옷인게 문제지만.


“아, 상대 있으니까 헛물 키지 마시고.”


-상대? 그것도 상대에게 마음이 있을 때의 얘기지. 어디 인간이 너 따위-


“응, 아냐. 마음 확인에다 몸 확인까지 다 끝났어.”


-음? 오호호, 그쪽도 소질이 있구나. 가랑이를 벌려 원하는 것을 얻다니.


루메는 지금 날아드는 검보다는 저 할망구의 혓바닥이 더 싫었다.


-이진건이 사내구실을 했단 말이지? 그럼 역시 겟코가 문제였군.


시엘은 뒤에서 일부러 혼잣말을 통신상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흐흠, 저것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것이 누가 있을꼬? 역시 연상 취향이었나? 어디 보자···.


루메가 발끈하는 사이 레버넌트의 검이 안드로메다의 망토를 베고 지나갔다.


‘아, 안돼안돼.’


루메는 즉시 머리를 식혔다.


여기까지 와서 놈들이 원하는 대로 놀아나선 안 된다.


지금은 루메가 해야 될 것만 하고 깔끔하게 빠지는 게 최선이다.


바로 피오를 들고 도망치는 것이다.


“피오, 내말 들려?”


-···응.


언제나 활기차던 피오의 목소리가 저렇게 다 죽어가고 있으니 듣는 사람이 괴롭다.


“지금 움직일 수 있어?”


-안돼, 팔 다리가 모두···.


“체리 다이아몬드 말고 너 말이야.”


-그래, 내가.


루메는 흘깃 체리 다이아몬드 쪽을 보았다.


거구의 사지는 난도질 당해있으며, 손상은 조종석 부위에 집중되어 있었다.


놈들은 자신들의 화력으론 체리 다이아몬드를 격추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철저하게 파일럿인 피오를 노린 것이다.


저 두터운 장갑을 뚫고 들어간 공격이라면 피오도 무사할린 없다.


체리 피클의 튼튼한 육체가 아니었으면 이미 죽었겠지.


“조종석 열려?”


-안 될거야. 아마.


지금까지 이어진 공격 때문에 이리저리 일그러지고 파괴된 조종석 주변은 그냥 봐도 쉽게 열릴 것 같지가 않다.


그렇다고 안드로메다의 출력으로 저것을 한꺼번에 여는 것도 무리다.


그러는 사이 안드로메다도 점차 상처가 늘어갔다.


중력장의 간격을 파악한 레버넌트들이 점차 밀고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루메는 방어막을 파고들어 장갑을 스치는 공격을 피하며 반격했다.


“피오, 나 믿지?”


-헤헤···물론이지.


간신히 힘을 쥐어짜낸 피오의 목소리는 마지막 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미안해, 피오.”


루메는 공격을 피하며 뒤로 물러섰고, 그 자리를 레버넌트들이 채웠다.


안드로메다는 달려드는 적들에게 레이저를 쏴 견제했고, 그 덕에 잠시나마 레버넌트들이 멈췄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루메의 신경이 레버넌트들에게 쏠린 것을 놓치지 않고 뒤에서 시엘이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검만 앞세워서.


‘빈틈!’


시엘의 레버넌트는 모든 버니어를 가속해 날아들었다.


알 수 없는 각도에서 날아오는 막을 수 없는 위력의 공격이다.


그때 갑자기 체리 다이아몬드가 벌떡 일어섰다.


루메가 중력장을 사용하여 체리 다이아몬드를 가볍게 해 잡아 일으킨 것이다.


“뭣이!”


시엘은 놀랐지만 이미 손을 거두기엔 늦었다.


레버넌트의 강렬한 검격은 체리 다이아몬드의 흉부장갑을 꿰뚫었다.


동시에 체리 다이아몬드의 위에서 안드로메다가 나타났다.


그리고 안드로메다의 레이저가 시엘의 레버넌트를 쏘고, 내려찍은 발이 진동검을 부순다.


“피오!”


루메는 잘려나간 체리 다이아몬드의 흉부 장갑을 마저 뜯어내고 조종석을 뒤져 피오를 꺼냈다.


“아아, 피오!”


피오는 방금의 진동검 공격으로 왼쪽의 팔과 다리가 잘려 버렸다.


최대한 각도를 조절한다고 했는데도 이렇게 된 것이다.


루메는 피오를 조심스레 안드로메다의 손바닥 안에 안아들고 날았다.


안드로메다는 최대속력으로 날아가며 손바닥을 가슴에 댔고, 루메는 서둘러 피오를 조종석 안으로 들였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피오!”


루메는 서둘러 응급키트로 피오를 치료했다.


서둘러 지혈하고 약을 주사하고, 붕대를 감았지만 루메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이제 나머지는 피오에게 달린 것이다.


그때 피오의 입술이 달싹였다.


“···싶어.”


“뭐라고?”


루메가 황급히 피오의 입에 귀를 가져다댔다.


“피오,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봐.”


“···진건이가···보고 싶어.”


그 말에 루메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솟구쳤다.


“올 거야! 올 거라고. 진건이는 꼭 온단 말야!”


루메는 최대속력으로 날아갔지만 곧 뒤에서 레버넌트들이 바짝 따라붙었다.


‘속력이···제대로 나질 않아.’


아까 싸우면서 망토를 제법 당한 게 문제다.


공중에서의 가속력과 기동성이 상당히 저하되어 있었다.


그런 와중에 뒤에서 레일건과 레이저, 미사일들이 마구 날아온다.


“쯧, 따라붙고 있어.”


루메는 끈질긴 놈들을 향해 눈을 흘겼다.


지금 안드로메다는 최고속도로 비행중에다 출력 저하가 심해 중력장 방어막이 상당히 약해져 있었다.


그래서 막아내기는 막아내지만 차츰 공격이 기체에 명중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루메는 자신의 허벅지 위에 축 늘어진 피오를 어떻게든 추스르며 기체를 몰았다.


잠시 후, 갈레온과 레버넌트들이 사투를 벌이는 곳까지 도착했다.


“엘라노어! 피오 받아아-!”


앞뒤 없이 지른 말이지만 엘라노어는 바로 알아들었다.


갈레온이 급상승해서 안드로메다와 같이 날아가며 속도를 맞추었고, 곧 두 아머드 기어의 조종석이 열렸다.


“피오를 데려가!”


마주본 조종석 사이로 루메가 피오를 아래로 던졌고, 엘라노어가 받았다.


그 다음 두 아머드 기어의 조종석이 닫히고 둘은 갈라졌다.


갈레온은 탈출 위치 방향으로, 안드로메다는 레버넌트 쪽으로.


-루메! 넌···!


“조금만 막다가 도망갈 거야! 걱정하지 마.”


통신 회선 너머로 엘라노어의 할딱이는 숨소리가 들려온다. 울음을 참으려는 것이다.


잠시 후 엘라노어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야! 너 딱지 뗐다고 막 나가면 가만 안 둬!


그래도 목소리에 물기가 스며 나온다.


“응, 해보셔.”


그렇게 갈레온을 보낸 안드로메다는 레버넌트 무리로 뛰어들었다.


*****


상처투성이가 된 산지니가 뛰어오른다.


이어서 무수한 화망이 그 궤적을 쫓는다.


레일건 몇 발이 산지니에 명중했으나 그것만으론 저 흉포한 돌진을 막을 수 없다.


-아아악!


카리옷의 파일럿이 날아오는 산지니의 왼팔을 보고 막으려 시도해봤지만, 잘려나가 날카로운 팔은 그대로 파고든다.


또 한 기 격추.


그리고 그 대가로 산지니는 세 발의 레일건에 직격당했다.


카리옷 놈들은 이진건의 패턴을 파악한 다음 대처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격을 꽂아 넣는 그 순간, 잠시 멈추는 순간을 노리고 집중포화를 퍼붓는다.


그러면 제 아무리 빨리 빠져나간다고 해도 한두 발은 맞을 수밖에 없다.


‘이젠 진짜 위험한데.’


이진건은 파손 부위를 체크하며 현재 상황을 파악했다.


자신이 여기서 세르반테스와 다수의 레버넌트를 붙잡고 시간을 끌고 있는 사이 탈출조는 아슬아슬하게 목적지까지 가고 있었다.


그리고 루메와 엘라노어, 피오가 처절하게 뒤를 막아서는 것도 보인다.


‘어서, 어서···.’


이진건은 친구들이 당하는 것을 보며 애가 탔다.


직접 보진 못해도 상황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때문에 친구들의 위기를 그냥 보고만 있는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럽다.


“기체빨이 시빨.”

이진건은 투덜대며 달렸다.


애초에 지금 그가 타고 있는 산지니는 정규 아머드 기어가 아니다.

구미호 계열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기체였기 때문에 이런 고전을 하고 있다.


하다못해 저번에 넘긴 폐폐만 있었어도 카리옷은 줄초상 확정이다.


“하긴 여기 없는 기체 탓해봐야 무슨 소용이냐.”


결국 외부 카메라마저 하나 둘씩 나가며 화면 시야가 점점 좁아진다.


이젠 쓸 만한 무기도 없고, 장갑도 다 되어가 낼 수 있는 카드가 다 떨어져 간다.


“지금은 빠져야 하는데···.”


이진건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파일럿이라고 해도 결국에는 개인이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한계다.


만약 이게 게임이었다면 그는 여기서 격추당하고 미션 실패 메시지를 본 다음 다시 도전할 것이다.


이를 갈며 스테이지 공략을 하고, 스킬을 재정렬하고, 기체를 개조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갈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게 안 된다.


지금 여기에서의 실패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있다.


또한 재도전은 두 번 다시없다. 죽은 사람은 결코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쓸 만한 사람이 한 사람만 더 있었어도···.”


이진건이 투덜대며 사선을 오락가락할 때, 그에게 도움이 왔다.


본관에서의 사건이 마무리 된 것이다.


“나이스! 루메!”


이걸 기다렸다.


지금까지는 추적자들을 흩어놓고 지연전으로 길을 막아 탈출 경로와 시간을 확보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의 탈출 또한 확인했다.


이제는 진짜로 도망칠 때다.


순간 산지니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등 뒤에 달아놓은 레일건을 잡았다.


아까 사용이 안 되어 등에 달아놨던 레일건이다.


하지만 엘라노어에게서 받아놓은 전파장악의 오프라인용 크래킹 툴을 받아서 지금까지 돌리고 있었기에 락은 잠시 후 풀리긴 했다.


지금까지 안 쓰고 있었던 것은 반드시 사용할 때를 위해 비장의 수로 아껴놓은 것이고,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이진건이 목표를 항해 레일건을 겨눴다.


바로 카리옷의 수장, 세르반테스 카리옷이 탄 레버넌트다.


“잘 가쇼.”


레일건은 최고 출력으로 연사를 했다. 이진건은 레일이 부러지건 말건 한꺼번에 모든 탄창을 다 쏟아 부을 생각이었다.


초음속의 섬광이 일직선으로 이어져 세르반테스의 레버넌트를 직격한다.


-세르반테스님!


-가주님!


섬광과 폭발이 일며 레버넌트의 장갑이 터져나간다.


하지만 놈들의 반응이 너무 빨랐다.


세르반테스는 재빨리 방패를 들고 회피했으며, 주위의 레버넌트들이 벼락같이 달려들어 그 앞을 막았다.


이어지는 화선은 결국 막히고 말았다.


사격은 정확했지만 마무리가 부족했다.


“오케이, 여기까지!”


망가진 레일건을 버린 산지니는 공중에 뜬 채 그대로 가변했다.


구미호 계열 특유의 비행형으로 변한 산지니는 모든 버니어를 후방으로 집중한 다음 날았다.


비록 주추진용 날개가 없지만, 지금까지 아껴놓은 급기동용 카트리지를 아낌없이 사용했기에 추력은 충분했다.


그렇게 산지니는 프레임이 망가져 가면서 본관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결국 주말에는 못올렸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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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3화 +2 22.06.29 906 40 12쪽
127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2화 +4 22.06.27 900 39 12쪽
126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라. - 1화 +4 22.06.26 982 38 11쪽
125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5화 +2 22.06.24 964 40 12쪽
124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4화 +1 22.06.23 913 38 12쪽
123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3화 +6 22.06.22 952 42 14쪽
122 복수를 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 2화 +3 22.06.21 934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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